노동운동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해!

노동사회

노동운동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해!

편집국 0 3,115 2013.05.24 12:40

2006년은 한국노총이 2005년 내내 줄기차게 요구한 김대환 노동부장관 퇴진 투쟁의 결과로 1월에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한 해였다. 그리고 2005년부터 이어지는 비정규입법,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등 해를 넘긴 이슈가 부각되면서, 개별사업장의 분쟁보다는 중앙단위 노사관계가 쟁점이 된 해였다. 이는 한편으로 사업장단위 개별현안에 대한 노사 당사자의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이면서, 정책 제도개선 투쟁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결과이기도 한다. 이상수 장관의 취임에 이어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노사정위 개편방안,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비정규입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구하였다. 이러한 중앙단위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집회와 시위, 총파업에 조합원을 동원하는 투쟁수단이 빈번하게 구사되었으나 조합원의 적극적인 파업참가는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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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로 3월15일 개최된 노사정대표자회의. ▶ 민중의 소리 ]

2006년, 사회적 대화체계 복원과 양대 노총 공조 파기 

2006년 노사관계 특징은 무엇보다 중앙단위 노사관계의 사회적 대화가 복원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부장관의 교체와 더불어 3월15일 중앙단위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재가동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노사정위원회법과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을 조속 타결(4월27일)하고 2003년부터 제기된 바 있었던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국면으로 들어섰다. 이후 6월19일 민주노총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 참여선언에 따라, 6자 노사정 대표자회의(양대 노총, 경총·대한상의, 노동부·노사정위원회)가 ‘9·11 노사정 합의’에 이르기까지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11월30일에는 ‘노사발전재단’ 설립에 관한 노사정 합의가 중앙단위 노사정 대화체제에서 구축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의 정책결정에 대한 개입력을 높였고, 책임 있는 노동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작년에 보인 사회적 합의에 대한 태도 차이는 양대 노총 간의 운동방식과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노사정위원회 개편은 당초 민주노총의 요구였음에도 스스로 개편논의를 거부하였으며, 선진화방안 협상에는 참여하다가 최종 마무리 시점에서 민주노총이 불참하였다. 이를 둘러싸고 양노총이 공조파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은 노사정 간의 협상이었으며, 노동계는 정부안을 고집하고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정부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고수하며 법안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사용자의 태도를 깨뜨리고 개악저지는 물론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다. 더욱이 한국노총은 정부와 사용자의 완강한 입장에 부닥쳐 9월 초에는 최종안을 제안하고 위원장의 단식농성이라는 최후의 투쟁에 돌입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또한 선진화방안 가운데 개악적 요소를 담고 있는 15개 항목은 개정하지 않기로 정리된 상황이었으며, 핵심조항으로 복수노조와 전임자조항, 필수공익사업관련 조항,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협상이 결렬되고 정부안이 국회로 이송될 경우 비정규법안 입법과정에서 봤듯이 협상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 뻔했다. 더욱이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은 2006년 말까지 개정해야 한다는 시한까지 못박혀있는 상황인지라 국회로 협상의 장을 옮긴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더욱 크게 할 뿐이었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문제는 노사관계의 혁명적 변화를 야기할 사안임에도 노사정협상에서는 8월 하순경이 되어서야 이슈가 됨에 따라, 협상시한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몇 가지 수정대안을 제시하였으나 정부와 사용자의 완강한 거부에 부닥쳐 전혀 진전이 없었다. 정기국회 개회로 입법절차상 법안을 상정해야할 시기는 다가오고 부족한 협상시간과 내용상의 답보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부산 ILO총회 철수라는 초강수를 동원하여 정부와 사용자를 압박하였다. 그 결과 사용자측이 입장을 누그러뜨리기 시작하였고 정부가 강행방침을 바꿔 노사정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전무가 아니면 전부”식의 투쟁만으로는 노동법 개정이라는 제도개선투쟁을 돌파하기 어려우며 유연한 전술구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법안 또한 노동계의 요구가 완벽하게 반영되지 못하였지만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무한정 방기하고 표류하게 두는 것은 비정규 노동자의 권익에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우선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 이를 보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비정규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던 것이다. 

2006년은 오랫동안 해묵은 과제였던 비정규입법과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한 단계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안과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은 여전히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고, 비정규입법의 적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2007년으로 이월되고 있어 노사관계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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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9월11일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 로드맵 3년 유예 협정식. ▶ 오마이뉴스 ]

노사발전재단·비정규 차별시정·산별노조 및 산별교섭

2007년 노사관계의 핵심 키워드는 △사회적 대화, △노사발전재단, △대통령 선거, △민주노총의 지도부 선출과 양노총의 조직경쟁, △산별노조 조직화와 교섭구도, △비정규직 고용전망과 차별시정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선출, 한국노총 노사발전재단 출범, 한미FTA 협상타결 임박 등으로 노사 및 노정 간의 새로운 변화 모색과 정권과의 총력투쟁이 병존하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섭시기에는 산별노조의 교섭정착구도 및 새로운 산별조직화가 전개될 것이며, 비정규직보호법의 통과로 인한 고용안정 및 차별시정에 대한 후속준비가 비정규직 조직화 움직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금년 2월 출범 예정인 노사발전재단은 노사공동의 사업추진을 통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계기로 나타날 것이다. 이 재단은 앞으로 △취업알선·전직지원·인적자원개발사업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 복지지원사업 △노사공동 교육사업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관한 조사연구 및 컨설팅 지원 △민간국제노동교류 등 국제협력사업 △기타 노사주도의 협력사업 등을 추진할 것이다. 

금년도 노사관계 이슈는 무엇보다도 비정규보호법 발효에 따라 850여만 비정규노동자의 고용안정대책과 차별해소대책에서 드러나게 될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비정규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금지라는 법의 원래 취지에 역행하는 사용자의 편법·불법적 비정규 노동자 사용에 맞서 노동조합의 시정요구가 거세게 일 것이고, 이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또한 필수공익사업장에 있어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단체협상 체결 시에도 노사갈등의 소지가 적지 않게 나타날 것이다. 복수노조, 전임자문제는 비록 3년이 유예되었다 하더라도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는 조직적 준비과제로서 산별노조의 조직화가 가속화 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섭구조에 있어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을 정착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불완전하나마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이어질 것이다. 산별노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섭구조까지 산별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중교섭에 대한 사용자측의 완강한 거부와 사용자단체의 미구성, 기업 간 격차 등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산별노조로 전환되어도 사업장단위 교섭이 병행되는 과도적 기간이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2007년 한국노총의 운동방향

이러한 가운데 한국노총은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노사주도의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구축 및 사회적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며 조직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노총의 2007년 사업방향을 아래 상자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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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개혁의 지속 및 조직혁신
노동조합 조직의 손발이자 조합원의 접촉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조직을 혁신하여 조직화, 인적자원개발, 정치활동의 중심축이 되도록 할 것이다. 지역조직의 혁신과 활성화는 곧바로 한국노총의 혁신과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노조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자립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의무금 인상과 노총발전기금을 확충하고 지역조직이 재정자립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노총의 민주성 확보를 위해 개편한 선거제도 - 선거인단제, 여성할당제, 러닝메이트제 등 -를 정착시켜 이 제도에 의한 임원선거가 차질 없이 실시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조직확대 강화
조직확대의 핵심은 비정규직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그리고 공무원노조다.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신규 조직화를 위해 일반노조를 확대하고 법률시행을 계기로 기간제·파견노동자를 산별·기업별로 조직할 것이다. 이러한 조직사업은 정규직화 및 차별철폐 투쟁과 결합하여 추진될 것이며 또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확보를 위한 사업을 함께 추진할 것이다. 기업별노조로는 이러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한계에 달했음은 명확하며, 따라서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산별교섭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에 대한 조직사업을 적극 전개하여 한국노총 산하에도 공무원노조의 깃발이 휘날리게 할 것이다.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급단체 미가입 노조에 대하여 한국노총 가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노사 주도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노사가 중심이 되고 주도하는 노사관계의 구축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정한다. 지금까지처럼 정부가 주도하고 노사가 정부의 눈치를 보는 왜곡된 노사관계는 청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노사발전재단을 출범시키고 인적자원개발과 노동복지 지원, 노사공동의 조사연구·교육사업 및 노사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산업별, 업종별 노사 공동기구 구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노사발전재단과 연계하고,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병행하여 산업별 업종별 대화, 협상틀을 구축할 것이다. 또한 지역단위 노사 공동기구 구성을 확대하여 지역고용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지역 시민사회운동과 제휴 및 연대를 통하여 지역차원의 고용문제에 대응하며 지역 연대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적극적 참여
노사발전재단 노사공동의 사업추진체로,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의 제도개선을 위한 협상장으로, 연석회의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범사회적 논의기구로 하여 3개축을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의 틀을 구축한다. 노사정위원회 내에 업종별위원회와 지역노사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중층적인 노사정 대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한 참여와 사회개혁을 적극 추동해나갈 것이다. 제도와 의사결정구조의 밖에서 요구하는 국외자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내부에 깊숙이 참여하고 책임과 권한을 갖는 책임지는 노동운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에 대한 정치방침의 수립
대선이라는 정치공간은 노동계의 요구를 내고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며 이를 관철하는 유용한 공간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다양한 정치방침을 실천해왔다. 독자정당이라는 원칙부터 정책연합과 노동자후보 지지라는 제한된 전술까지 구사해왔으며, 금년 대선에서도 한국노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고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검증을 할 것이며 조합원 총의에 따라 후보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선은 한국노총의 사회개혁 및 노동개혁 요구를 현실화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며, 조직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한국노총의 정치적 위상을 극대화하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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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차원에서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20년,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경과한 상징적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적 중요성은 당지 상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노사관계 패러다임과 사업에 대해 치밀하게 평가하고 발전적인 운동방침을 만드는 것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별 노사관계의 굴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는 해, 임금투쟁의 협소한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해로, 노동운동의 지평과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환골탈태하는 해로 2007년이 기록되도록,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