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노동적 노동시장개혁을 막아낸 크로아티아 노동자

노동사회

반노동적 노동시장개혁을 막아낸 크로아티아 노동자

편집국 0 3,766 2013.05.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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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기초 정보

● 수도: 자그레브
● 정부유형: 의회 민주주의
● 인구: 4천4백만명
● 국가 빈곤선 이하 인구: 11%
● 기대 수명: 74세
● 문자해득률: 97%

경제
크로아티아 공화국은 슬로베니아를 제외하고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산업화되고 번영했던 지역이다. 크로아티아는 2000년 가벼운 경기후퇴를 경험한 이후 지속적이고 견고한 경제성장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IMF와 세계은행은 개혁수행 속도가 늦다며 비판하고 있고, 특히 세계은행은 국가별 사업여건 연간조사보고서에서 크로아티아를 동유럽에서 가장 “투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로 분류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국가가 지배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3분의 1을 2006년 중반까지 민영화할 것이며, 정부가 지배주주인 기업의 2분의 1에서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 발표했다. 2005년 10월 유럽연합(EU)은 크로아티아의 회원가입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는 크로아티아 정부에게 개혁을 한층 더 심화하라고 요구할 거라는 의미다.   
         
● GDP*: 556억 달러,   1인당 GDP*: 12,364 달러
● 평균 GDP 성장률(2000~2005년): 4%
● 실업률: 18.1% 
● 외채: 153억 달러(2002년),   외채상환 부담률: 25.5%(2002년)

노동 이슈
2005년 국제자유노련(ICFTU) 노동조합권리 연간조사보고서는 크로아티아 사용자와 정부가 “단체교섭권을 범죄저그로 묵살”하고 있으며,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용자들이 노조활동가와 간부들을 박해하는 사례가 상당함”을 지적했다. 2001년 정부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노조 자산을 법적으로 국유화해버렸다.     
● ILO 핵심협약 비준: 29-87-98-100-105-111-138-182 
● 주요 노동조합총연맹: 크로아티아 자율노조연합(SSSH, UATUC), 크로아티아 노동조합연맹(HUS), 크로아티아 독립노동조합(NHS, ITUC) 

국제금융기구와의 관계
크로아티아에서 국제금융기구들의 작업 대부분은 EU 가입 준비와 관련돼 있다. 국제금융기구들은 더 나아가 보건복지 및 연금의 개혁, 철도 구조조정, 상당수 국유자산의 매각 등을 압박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IMF에게는 미결제된 부채가 없다. 

-특별한 표시가 없는 경우 2005년 11월1일 업데이트된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Country Report and Country Profile on Croatia에서 인용한 자료임. 
-*표시가 된 것은 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2005에서 인용한 수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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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말과 2003년 초 사이의 겨울, 크로아티아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요구와 더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노동개혁”의 반대를 내걸고 연속적인 파업을 벌였다. 산업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통신과 우편 노동자들, 의사, 간호사, 교사들도 여기에 참여했다.
 
2003년 1월 크로아티아의 5개 노동조합총연맹들이 의회에 제출돼 있는 노동법 개정안을 막아내기 위해 2월에 총파업(general strike)에 돌입할 것이라 발표함에 따라 파업대열은 더욱 확대됐다. 계기가 된 노동법 개정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제공하는 새로운 차관의 전제조건으로서, 그리고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한 최종조건으로서 강요되는 것이었다.

정부는 개정 노동법에 맞춰 퇴직수당을 감축하고 해고 사전 통지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일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한 새로운 노동법은 기간제 노동계약의 사용제한을 폐지하려 했고,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크로아티아 상황에서 실업보험에 관해서는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노동자들은 자국 정부가 국제금융기구들에게 계속해서 굴복하는 데 분노했다. 

2003년 1월24일 발표된 노동조합의 성명서는 2000년 정권을 잡은 당시 정부각료들을 “노동권의 무덤을 파는 자들”이라 지칭했다. 그리고 AFP 통신은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투쟁을 속행할 것이고 이는 결국 총파업에까지 이를 것이다”는 어느 노조간부의 말을 보도했다. 정부는 파국 가능성을 우려하며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유연해질 것을 요구했다. 관료들은 새로운 노동법 개정안의 통과가 크로아티아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동법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 모으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라는 게, Goran Granic 당시 부총리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노조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2월에는 정부와 의회 사무실이 모여 있는 수도 자그레브의 성 마르코 광장에서 거대한 집회를 조직했다. 결국 2월 말엽 즈음 크로아티아 정부는 국제경제지들이 분통을 터뜨리기에 충분할 만큼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부분 응하고 말았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6월 보고서는 “그 국가의 최대 노동조합은 정부가 제시한 노동법 개정안의 약한 부분을 성공적으로 뚫고 갔으며, 그 결과 해고비용 삭감이나 해고 사전 통보기간 단축 등은 연기됐고 또한 예정된 것보다 훨씬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 그 거대 노조들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노동권을 침해할 경우 총파업을 소집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기록했다. 최종안은 타협의 결과물이었지만, 과거 법이 제공했던 보호장치들을 유지하겠다는 크로아티아 노동자들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돼 있는 것이기도 했다.   

배경: IMF와 세계은행의 압력  

노동조합과 국제금융기구들이 충돌할 당시는 크로아티아가 무장 독립투쟁으로 인해 빚어진 구 유고슬라비아 10여년 내전에서 막 벗어난 시점이었다. 크로아티아의 새 정부는 자국경제를 외국인투자자에게 개방하겠다는 의지의 광범한 보증으로서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으며 3년 후에는 EU에 가입신청을 했다. 

크로아티아는 인구 450만여명의 아주 작은 국가지만 “동유럽에서 가장 높은 노조 조직률을 가진 편이었다.” 크로아티아 노동조합들은 조직률이 50% 정도라 주장했고, 유럽개발부흥은행(EBRD) 자료에 따르면 그 국가의 약 90%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 있었다. 노조활동은 공공부문, 특히 공공행정과 교육 분야에서 가장 활발했다. 주요 노동단체로는 크로아티아 자율노조연합(UATUC)과 크로아티아 독립노조연맹(ITUC) 등이 있으며, 파업 그중에서도 산별파업은 독립 이후 몇 년 동안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2003년 EIU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공산주의 시대 크로아티아의 제조업공장은 국가가 직접 소유했다기보다는 노동자들이 운영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장에 강한 애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이 심각한 유동성문제를 겪고 있고 임금지불이 몇 달째 밀려 있는 공장들에서조차 파업이 상대적으로 드물고 억제됐던 이유였다.” 그러나 새로운 노동법 개정 추진은 이러한 노동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독립 후 1996년에 처음으로 제정된 크로아티아 노동법은 2001년 2월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이는 중재과정을 거칠 것을 포함했지만 어쨌든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보호하는 방향이었다. 그런데 2002년 크로아티아 중앙정부는 임금삭감뿐만 아니라 1996년 노동법의 해고제한 규정을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변화는 크로아티아 정부의 중요 채권자인 IMF와 세계은행의 압력에 크로아티아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반응한 결과였다. 그러나 UATUC 국제사무국 책임자인 Evelin Toth Mucciacciaro의 표현에 따르면, 국제금융기구들은 다른 국가들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관련성을 부정했으며 노동법을 개정하라는 요구는 전적으로 크로아티아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했다.”

사실 노조활동가들이 보기에는 국제금융기구들이 무엇을 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요구하는지 명백했다. 그러나 국제자유노련(ICFTU) 중·동유럽 연합회보의 책임편집자인 Jasna Petrovic가 2002년 인터뷰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일자리나 생계수입의 박탈로 절망에 몰린 사람들에게는 국제금융기구들의 주장이 종종 그럴듯하게 들렸다. 이 사람들은 유연성 강화가 자신들을 유럽에, 즉 지치고 낙담한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공급해주는 엘도라도에 더 빨리 도달하게 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크로아티아에서 실제 강요한 의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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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기본권의 후퇴, 퇴직수당의 폐지 또는 대폭축소, 용이한 해고, 신규인력에게 확장된 견습기간계약을 강제하는 제도, 연차휴가 줄이기, 사용자의 힘 강화, 노동조합 약화, 작은 노조와 큰 노조의 “평등”대우 법제화, 국가 수준의 단체협약 붕괴 등. 세계은행은 크로아티아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기근로계약으로 일하고 있다는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기간제계약을 포함하여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법제를 통과시키려고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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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Petrovic는 ‘사회적대화를 위한 크로아티아 사무국’에 배정된 노동 “전문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세계은행이 “미국 민주주의 재단”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그 전문가가 첫 번째로 한 일은 “‘유럽화와 표준화’를 근거로 크로아티아 노동법을 개정하기 위한 회의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국제금융기구들은 사실 크로아티아의 노동법을 개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특별한 압력을 가해왔다. 이는 2001년에 시작됐는데, 당시 IMF는 “크로아티아 정부가 세계은행과 밀접하게 협조하여 연금 및 보건부문 개혁, 재정 안정성, 노동시장 유연성, 기업 효율성 강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구조개혁에 착수하라고 몰아붙였다.” 또한 IMF는 “국유기업의 민영화 및 재구조화와 그에 걸맞은 규제 틀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더 나아가 “고용 전망의 개선을 위해 경제 전반에 걸쳐 임금상승 제한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1년 후, IMF는 자신들과의 협의 이후 크로아티아 정부가 취한 정책에 실망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IMF는 “구조개혁이 느리게 진행됐다”며, “연금, 공공부문 임금, 사회적 이전지출, 재정관리 등에서는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지만, 민영화, 보건, 사법, 교육, 노동시장, 보조금 등의 분야에서는 개혁이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은 조치들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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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감독관들은 크로아티아 정부가 효율성 개선 및 친기업 환경 촉진을 위한 수단에 초점을 두고, 구조개혁을 위해 새로운 자극을 가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상품생산에서 아직까지도 비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의 역할은 민영화와 보조금 삭감을 통해 줄어들어야만 하며, 제도적으로 강화된 지방정부에게 주도권과 책임을 위임하여 공공부문 운영을 좀 더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관들은 또한 EU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높은 크로아티아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가 꼭 필요한 조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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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은 2003년, 크로아티아의 EU 가입과 노동법 개정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둔 “국가경제보고서: 유럽통합을 통한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01년 크로아티아에 제공된 2억 2백만 달러의 구조조정 차관과 관련된 것이었다. 어쨌든 이 보고서의 “효율적 노동시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틀 강화”라는 장은 크로아티아 노동자들에 대한 세계은행의 인식과 처방을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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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가 유럽시장에 통합하게 되면 기업 부분에서 강한 경쟁적 압력이 창출될 것이다. 그로인한 구조조정 과정은 공장노동자와 사무직노동자, 전문가, 공무원, 그리고 기업가 등을 막론하고 다양한 직업 수준에서, 필수기술의 변화뿐만 아니라 분야 내부에서 그리고 분야를 가로질러 거대한 노동의 재배치를 수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득이하게 기존 일자리들의 파괴와 새로운 일자리들의 창출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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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 후 보고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이 처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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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에서 일자리 창출 속도는 경직된 노동시장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하여 상당히 늦다. 노동의 이동을 제한하는 극단적으로 엄격한 고용보호법, 그리고 고용 및 투자를 막는 상대적으로 높은 단위노동비용 등이 이렇게 노동을 경직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높은 단위노동비용은 보호받는 내부노동시장 노동자의 강한 교섭력과 임금압력을 발생시키는 산별교섭의 우선성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일자리 창출 속도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고용 및 해고 비용을 낮추는 노동시장 자유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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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덧붙여 세계은행은 크로아티아 개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는 노사관계 규제완화와 분권화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의회에서 취해져야 할 조치들을 단계별로 명확하게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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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 사전 통지기간 단축과 법정 퇴직수당 삭감을 통해서 개인 해고비용 낮추기.
● 기간제 및 임시직 계약의 사용규제 완화하기.  
● 파견노동사업 제도화하기.
● 집단해고의 정의를 EU 지침에 맞추어 수정하기, 그리고 특별규제가 대기업에게만 적용되도록 제한하기.  
● 노사관계 분권화, 특히 산업별협약에서 기업별협약으로 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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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정부가 내놓은 개정 노동법의 전문(前文)은 노동개혁과 EU 가입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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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정이 도달코자 하는 목표는 개념적 접근과 개별적인 주제들의 정돈을 통해 서유럽식의 현대적인 노동관계 해법에 조응하는 노동법을 갖추는 것이다. 즉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크로아티아 공화국이 경제 및 금융 영역에서 부각될 수 있도록, 그리고 유럽통합 과정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협력 속에서도 크로아티아가 승인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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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동법 전문은 또한 세계은행과 IMF가 주장하기를, 크로아티아가 국제적인 표준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새로운 “유연성”에 대해서 상세하게 변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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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직고용, 기간제고용, 전통적인 작업장 밖의 고용 등 유연고용형태들은 빠르고 효율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환경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유연노동형태는 적은 비용을 의미하며, 적은 비용은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 작업장과 노동관계에서의 유연성은 작업의 필요에 따라 고용하고, 채용하고, 배치하고, 과잉노동력을 해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리고 외부적인 시장규범, 특히 구매자의 요구나 경제 환경의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제품가격의 통제와 품질향상 보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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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가 쓰일 당시,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크로아티아의 노동법 개정을 낙관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은행의 분석보고서는 “노동조합들이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총파업에 들어갈지 말지 숙고하고 있긴 하지만, 유연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노동법 개정 요구는 비교적 쉽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독일 은행이 바랐던 쉬운 해결은 크로아티아 노동조합들에 의해서 좌절됐다.     

노동법 개정에 대한 노동의 저항

크로아티아 노동조합들은 노동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들은 특히 크로아티아 모든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변화를 다루면서, 시민사회단체와 대화하겠다는 자기 공약에도 불구하고 세계은행이 크로아티아 노동조합과의 협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에 당황했다. 2001년 구조조정 기금의 원조라는 미명 하에 세계은행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했고, 노동조합들은 이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정부는 자신들이 서명한 협정들에 대한 정보를 노동조합에게 일체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UATAC의 위원장인 Davor Juric이 2003년 공표된 인터뷰에서 지적했던 내용이다. 그는 당시 노동조합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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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새로운 노동법을 통해 크로아티아 노동시장을 완벽하게 유연화하려고 했다. 그것이 내세우는 근거는 경제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 강화라는 목표였다. 개정 노동법에서 쟁점이 될 만한 조항은 해고 사전 통지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것, 노동자들이 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약화한 것, 그리고 실업 프로그램 개발 등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노동조합들은 특히 정부가 유기고용계약과 무기고용계약을 평등하게 취급하려는 데 우려했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주는 유기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별다른 사유를 댈 필요가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유기근로계약의 사용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고용주의 의지에 달리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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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ic은 개정안이 “사회 안전을 심각하게 붕괴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며, 나이든 노동자들이 쉽게 잘리고 새 일자리를 얻기는 훨씬 어렵게 만들 것”이라 결론지었다. UATAC는 다른 4개의 노동조합총연맹과 결합하여 전체 노동조합 총회의를 갖고, 개정안을 논의하고 “2003년을 노동자의 존엄을 위한 전격적인 투쟁의 해로 규정”하는 선언을 채택했다.   

2003년 1월13일, 노동조합들은 정부가 노동법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총파업을 소집하겠다고 경고했다. 5개 총연맹 대표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노동조합들은 개정초안에 반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행동을 조직할 것을 결의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노조지도자들은 세계은행과 IMF를 향한 그들의 분노를 명확히 했다. 크로아티아 노동자·노동조합연맹(AWTUC)의 Boris Kunst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을 “IMF 압력의 결과”라고 규정했으며, ITUC의 위원장 Kresimir Sever는 기자들에게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크로아티아 정부가 노동자들로부터 멀어졌다는 명백한 표시일 것”이라 지적했다. 

비즈니스 분석가들은 이러한 상황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영국의 세계시장연구센터(WMRC)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현재 크로아티아 정부는 2월 예정된 의회 토의를 통해 가능한 빨리 개정안을 입법하라는 국제통화기금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최대 노동조직들은 이에 맞서 총파업으로 위협하고 있다. …… 여태껏 분열로 인해 약화되기만 했던 크로아티아 노동조합들이 이제는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노동법 개정계획에 격앙돼 힘을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개 노동조합단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자신들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요인을 근거로 결합했음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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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총연맹들은 독립된 노동재판소가 설립되고, 보장임금의 지급이 확보되고, 모든 해고자들을 위한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적절히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용인의 권리에 악영향을 주는 어떠한 노동법 개정도 반대한다.
● 노동조합총연맹들은 실업자들과 회색시장 종사자들이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노동기본권의 위축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는 근본주의적 설명을 거부한다. 그러한 입장들은 실업과 회색지역 노동시장 문제를 비효율적으로 다뤄 온 정부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며, 이를 통해 최소 노동기준과 인간적인 노동체계를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노동자들의 노력과 국제제도를 위축시킨다.       
● 그 법안의 후원자들이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 개정 법안의 기대효과라고 주장되는 것들 역시도 아주 의심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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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들은 또한 사용자가 노동자를 기간제고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했던 규정이 개정 법안에서 삭제된 데 대해 경멸감을 표시했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이등 시민을 의미한다. 그들은 주택안정과 몇몇 기금 등과 같은 일부 기초적인 필수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들은 “더구나 그들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싸고 노조로 조직돼 있지도 않기 때문에, 노동시간 제한이 없고, 최저임금 노동자로 등록되며, 급료가 시재(時在)로 정산되는 등 ‘회색경제’ 노동조건에 놓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성명서는 UATUC의 위원장 대행인 Ivan Tomac, 크로아티아 노동조합연맹(HUS)의 위원장 Zdenco Mucnja, AWTUC 위원장 Boris Kunst, ITUC 위원장 Kresimir Sever, 그리고 크로아티아 공공서비스노조연맹(ACPSU)의 위원장 Dalimir Kuba 등이 서명했다.

크로아티아 노동조합들의 투쟁은 국제적인 지지를 받았다. ICFTU는 2003년 4월2일 성명서를 발표해, “또 다시 IMF의 요구와 국제금융기구들의 이익에 굴복한 크로아티아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개정 법안은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사회적 지지도 제공하지 않고서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고 노사관계를 심각하게 자유화하도록 설계됐으며, 이러한 변화는 최근 크로아티아 정부와 IMF가 조인한 원조협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노조네트워크(UNI)도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보탰다. “의회가 그 개정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고용계약과 노사관계에서 상당한 변화가 야기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다. 이는 특히 매우 높은 실업률이라는 배경과 충돌하는 고용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성공적인 협상

5개 노총들은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03년 6월16일 전국적인 “노동조합 총투표”를 조직했다. 비록 예상보다 투표자들이 적긴 했지만, 참석한 인원들의 대다수는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노동조합들은 크로아티아 노동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노동조합들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자신의 지위를 오용했고, 노동조합 지역지부의 회원명부를 사용해 현장위원과 조합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으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광고했다. 이는 크로아티아 공화국이 1991년 비준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ILO 제87조 협약이 공식화한 의미에서 노동조합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압도적인 반대에 부딪힌 정부는 결국 대화에 동의했고, 노조지도자들과의 협상을 거쳐 애초 내용에서 상당하게 양보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기고용계약을 표준이 아니라 예외로서 규정하거나, 아니면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유기고용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합의에는 또한 다음의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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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직 기간에 근거해 3달에서 1달까지, 퇴직자들을 위한 급여 지급기간을 연장함. 
● 재직 기간 1년에 대한 퇴직수당을 월급총액 3분의 1로 인상시킴. 단 월급총액의 6배를 넘지는 않도록 함. 
● 취업 후 6개월 동안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없앰. 
● 종업원평의회(work council)가 없는 기업에서는 노조 현장위원(shop steward)들이 종업원평의회의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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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중간 수준에서 타결했다”라고 UATAC의 Mucciacciaro는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지금 획득한 노동법은 정부가 애초 제기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