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사회의 문을 여는 흥겨운 다문화광장, 이주노동자방송국

노동사회

닫힌 사회의 문을 여는 흥겨운 다문화광장, 이주노동자방송국

편집국 0 3,418 2013.05.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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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모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열린 채널을 만들 것입니다. 실험적인 다국어 방송을 통해,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과 국경 없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최초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취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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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이주노동자문제를 주요 미디어에서 보기란 좀처럼 힘들다. 더군다나 인종과 인종 간의 문제, 민족과 민족 간의 문제, 문화와 문화 간의 문제, 노동과 노동 간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심도 있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다루는 모습을 보기란 정말 쉽지 않다. 기존 언론에서 이주노동자의 모습은 그저 “불쌍한 사람”, “돈을 좇아 온 사람”일 뿐이었고, 그마저도 자살을 하거나 얻어터지거나, 혹은 사고나 범죄를 저질러야 겨우 등장했던 게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해해보고자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 광장을 차린 사람들이 있다. 이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이주노동자방송국의 박경주 대표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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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이주여성 차우씨가 ' 한국의 베트남 근로자' 타이틀의 라디오 첫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 사진: 전민성 ]

어설픈 한국어가 아니라  당당한 ‘모국어’로 하는 방송

처음에는 단순히 기존 언론이 이주노동자문제를 너무 엉터리로 보도하니까, 그나마 제대로 된 인터넷매체라도 필요하겠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 본인이 모국어로 스스로의 당당함과 존엄성을 주체적으로 드러내며 소식을 전달하는 ‘다국어방송국’에 대한 아이디어로 발전했고, 지난 2005년 5월18일 드디어 이주노동자방송국이 개국했다. 이후 무럭무럭 자라난 이주노동자방송국은 2007년 2월에는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파키스탄어로 이루어진 다국어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정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계획이 이렇게 현실화될 수 있었던 데는 이주노동자방송국이 집중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이 기반이 됐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인터넷 기반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참여가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2005년 10월부터 자체적인 미디어교육을 시작했고, 현재 3기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즉 기사작성, 한글교육, 라디오녹음, 인터넷, 영상편집 등을 이주노동자들에게 교육하여 스스로가 이주노동자방송을 할 수 있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서버 및 기술지원을 해준 진보넷, 노동넷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의 자기표현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그러한 연대는 단순한 시혜를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박경주 대표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즐겁게 방송국을 끌고 나갈 수 있게 하는 힘도 미디어교육이 발굴한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의 열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이외에도, △이주노동자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내외 이주노동자 관련 사이트와의 네트워크 구축, △이주노동자 미디어 교육을 통한 방송국 제작 인력 확대, △이주노동자방송국 내 출판국 운영, △이주노동자 문화활동가 발굴 및 육성 등을 주요한 사업계획으로 갖고 있었다. 

독립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이주노동자방송국으로 돈 벌기 어려울 거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해 보인다. 그렇지만 재정압박보다도 박경주 대표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이주노동자 운동세력의 분열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주노동자문제는 정파세력 간의 갈등을 뛰어넘는 것이 고, 독립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타협할 수 없다는 게 박경주 대표의 입장이다. 

그리고 박경주 대표는 재정적인 부분은 장기적으로는 이주민자체공동체나 다문화가정에게 지원을 받아야 할 거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없는 형편에서 돈을 보탤 정도로 자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매체라고 느낄 때만이, 이주노동자방송국이 독립미디어로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일 터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문제를 단순히 ‘소수자운동’으로 치부하기보다는 ‘특성화된 문제’로 바라보는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 문화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여러 소리가 뒤섞인 다문화 속에서 이주노동자문제를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 이주노동자의 꿈 하나가 뿌리를 내렸다는 것은 곧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희망 하나가 싹을 틔었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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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뉴스를 이주노동자의 손으로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뉴스가 한국사회에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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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대표의 이 한마디가 이주노동자방송국의 지향점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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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http://www.migrantsinkorea.net
전화 & 팩스: (02) 702-4228
후원계좌: 국민은행 019601-04-104404 (예금주: 박경주-이주노동자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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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