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나무를! 하늘에 푸름을!

노동사회

몽골에 나무를! 하늘에 푸름을!

편집국 0 5,632 2013.05.29 08:16

2007년 3월 몽골의 울란바토르. 시내 곳곳에 건설 현장이 눈에 많이 띕니다. 드디어 이곳에도 별 다섯 개짜리 호텔 두 곳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면서, 우리 단체의 몽골지부 바야르 팀장은 발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 말을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은 1987년 미국과의 국교 수립 이후 1992년 대통령 중심제의 중립·비동맹국가로 전환하였습니다. 그 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했고, 그로 인해 경제성장이란 긍정적 측면과 함께 환경파괴라는 개발논리의 부작용을 여느 나라들처럼 겪고 있습니다.

몽골의 환경파괴 양상은 동아시아의 다른 지역들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이 유사하다고 합니다만, 긴 겨울과 적은 강수량 등 몽골의 조건과 상황 때문에 실제 접하면 접할수록 중국과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내륙지방의 사막화와 그로 인한 황사, 그리고 공업도시의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급속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 속도와 비례하여 그 문제도 매우 다양하고, 상처의 깊이가 매우 깊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 노력만 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몽골은 중국과 달리 정부의 예산부족이란 아주 커다란 핸디캡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경제 및 국민복지 시스템, 땅의 넓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구 등등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본주의 제도를 도입한 이후 양과 염소 등 방목가축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그 가축들이 먹어치우는 식물의 양을 초원지대의 회복력이 쫓아가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몽골 초원에서 방목되는 가축의 수는 국민 수의 14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가축들이 파괴하는 초원지대는 회복력을 잃고 점차 황폐해져 사막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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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도심 풍경  ]

사막에 웬 나무를 심어?

우리 단체의 활동을 잘못 이해하는 분들 중에서는 “사막에 나무 심으면 다 죽는데 그런 무모한 짓을 왜 하느냐”고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막’과 ‘사막화’의 차이를 이해해지 못하여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의문사항일 것입니다.

원래 사막은 태곳적부터 존재하는 지구의 ‘피부’ 형태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름대로 지구환경을 위해 존재의 필요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막화’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사막화란 자연적인 요인인 가뭄, 건조화 현상과 인위적인 요인인 관개, 산림벌채,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토지가 사막환경화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초원이나 숲이 사라지면서 지표의 태양 에너지 반사율이 증가하고, 공기가 냉각화 되면서 강수량이 감소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600만 핵타르(1핵타르는 1만 평방미터)의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몽골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현재 기존의 고비사막을 포함하여 국토의 약 50%가 사막, 사막화 지역이고, 또한 지금의 사막화 속도를 감안하면 몽골 정부에서 판단하기로는 향후 국토의 90%가 사막화 되어 전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변하게 될 위기상황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몽골의 사막화 진행 지역에 가면 밟히는 부드러운 모래와 군데군데 어깨를 드러낸 모래언덕,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져 한국의 어느 시골 해변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그곳은 바다가 아니기에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막화는 생존 가능한 지역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 내륙지역과 몽골 중심부에는 수많은 마을이 폐쇄되어 ‘사막화 난민’이 발생했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몽골 정부는 그린벨트 국가사업국을 설치하여 사막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예산의 부족으로 국제협력을 적극 요청하고 있습니다.

황사와 사막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폴로 눈병의 유행”과 “꽃가루 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거리를 던지며 매년 봄마다 뉴스의 단골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걱정거리에 ‘황사’란 녀석이 추가되었습니다. 기관지 관련 질병에 대한 우려와 야외 활동의 제한이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황사란 중국이나 몽골 등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사막과 황토지대의 작은 모래나 황토가 하늘에 떠다니다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멀리 갈 때는 필리핀 상공을 지나 미국 서부해안까지 이른다는 관측 보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막화와 황사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에게 생존권 위협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황사 모래먼지 속에는 마그네슘, 규소, 알루미늄, 철, 칼륨, 칼슘 등 산화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아직 그 양은 적지만 소량의 중금속 물질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고 합니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중금속 오염물질과 황사의 결합입니다. 한편, 작년 겨울에는 중국 내륙과 몽골의 고비사막 지역에 과거에 비해 눈이 덜 내렸다고 합니다. 그것은 모래 바람을 잠재울 만한 수분이 제공되지 못해 사막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래 먼지의 양을 증가시킬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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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2002년 4월을 떠올리면 됩니다. 당시 한반도에 ‘슈퍼황사’가 불어 닥쳤습니다. 그 결과 항공기 164편이 결항되었고, 4,373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정부는 그로 인해 ‘황사발생 국민행동요령’이란 것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 행동요령이라는 것의 요지는 먼지 뒤집어쓰지 말고 꼭꼭 숨어 지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황사의 양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데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과학적인 황사 관측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으나, 황사에 대해 무조건 피해의식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발생 빈도가 늘어나면서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 대기오염물질 등과 결합되어 문제의 심각성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꾸만 사라져가는 한반도의 그린벨트 지역을 지키기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나무는 황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하늘 모래먼지의 24%는 몽골에서 날아와

사단법인 시민정보미디어센터는 1999년 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발전전략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동아시아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두고 동아시아 각국의 전문가들과 논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몽골에서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식림사업을 동아시아 각국의 국제협력사업으로 시행하도록 결의하였습니다.

그 후 우리 단체는 거듭되는 사업의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활동을 진행했고, 그 결과 2002년부터 울란바토르 시의 바가노르 구청에서 제공한 부지에 식림모델지역 조성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업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2006년에는 울란바토르 시로부터 우수공원 조성의 성과를 인정받아 바가노르 구청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리 단체는 몽골정부의 그린벨트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7년 4월 현재 우리 단체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일부 받아 그린벨트사업 지역인 바양노르솜에서 몽골 그린벨트 국가사업국과의 협력사업으로 묘목장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몽골은 한반도로 유입되는 황사 발원지 중 하나입니다. 한반도 유입 모래먼지 중 약 24%가 몽골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몽골은 동아시아 황사 발생의 최북단 지역입니다. 그리고 몽골은 정부 예산의 부족으로 사막화 방지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몽골에서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가장 시급하고 꼭 필요한 지역에 동아시아 협력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우리의 행동입니다. 나무를 심어 그들의 생존을 돕고 싶습니다. 그것은 동아시아 환경공동체란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행동입니다.

전 세계는 한국의 녹화사업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구환경정책의 대가인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2006년 자신의 저서 『Plan B 2.0』을 통해,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에 푸름을 되찾게 해준 한국의 녹화사업을 성공적 모델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세계은행을 통해서 한국의 성공모델을 식림이 필요한 각 지역에 전파하여,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고 사막화를 막는 데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0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박사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케냐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에서 녹화사업을 전개하여 3천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최초로 비정치적인 인물이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중국 내몽고의 인위쩐, 바이완샹 부부는 20년간 모우우쓰 사막 1400만평에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도 않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그렇게 하였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연 앞에 나약한 것은 의지 없는 마음일 뿐이며, 인간의 의지와 노력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 아름답다!

우리 단체가 지난 수년 간 몽골에 나무 심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 심었던 나무가 성인이 된 지금 푸른 모습을 갖게 된 것을 직접 보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나무 심기 노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를 심는 것이 지구 환경파괴를 막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긴 말할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헐벗었던 산이 푸르게 바뀌던 모습을 아련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몽골에 나무 심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의 작은 노력과 관심을 모으는 과정입니다. 우리의 행동으로 유목민들도 아직은 미미하지만 점차 나무 심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몽골 국민의 대부분은 라마불교를 믿고 있는데, 영적 지도자인 승려들이 나무 심기를 독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와 같은 전 세계인들이 몽골에서 묵묵히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생명에 대한 애정을 환기시키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나무 심는 데 몽골이면 어떻고,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면 또 어떻겠습니까? 오늘 당장 내 집 앞에 화분이라도 하나 마련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좀 더 넓은 생명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몽골 나무심기를 후원하거나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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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