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노동자들의 전국단일노조, 전국건설노동조합을 출범하며

노동사회

건설현장노동자들의 전국단일노조, 전국건설노동조합을 출범하며

편집국 0 4,177 2013.05.29 08:15

지난 3월2일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마침내 창립되었다. 200만 건설노동자의 희망을 일구고 미래를 만들어갈 전국단일노조가 탄생한 것이다. 1988년 건설노동자들이 절망적인 삶을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든 지 19년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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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2일 대전 동구 청소년수련원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창립 발기인대회를 개최하여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

건설현장노동자를 ‘노가다’로 만드는 사람들

세상 사람들은 건설현장노동자를 노가다 또는 막노동꾼이라고 부른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건설현장노동자의 사회적 처지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말이다. 잠시만 생각해 보자. 시쳇말로 비까번쩍한 건물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으리으리한 서해대교까지, 하늘을 찌르는 고층빌딩에서 국회나 청와대까지, 아니 세상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그 어디라도 건설노동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있는가? 건설노동자의 기술과 힘은 가히 ‘예술’이라고 해도 좋지 않겠는가? 건설노동자의 손과 몸에 배인 그 능력(기능이라 해도 좋다)은 적어도 10년, 아니 그 이상의 숙련을 거쳐야 제 기술을 갖는 고급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세계 12대 경제대국을 운운하는 지금, 똥이 넘쳐나고 문짝이 떨어져 나간 간이화장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탈의시설이 없어 노동자들이 길가에서 속옷을 드러내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며, 식당마저 없어 온갖 유해물질과 먼지구덩이 작업현장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게 건설현장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얕잡고 천대하는 ‘노가다’라는 호칭이 여전히 건설노동자를 부르는 대명사처럼 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랴! 건설노동자들은 발주처에서부터 심하면 7단계, 8단계까지, 적게 잡아도 4~5단계까지 가는 그 놈의 다단계하도급 구조 속에서 저임금에 장시간의 살인적 육체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나마, 일하는 날보다 일없는 날이 더 많은 진절머리 나는 고용불안과, 일하는 것보다 돈받기가 더 힘들다는 임금체불의 아우성, 그리고 1년에 700명, 800명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현장에 대한 원한이, 건설노동자의 가슴에 맺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정부관료들과 건설자본은 이를 알면서도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의 이윤을 위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대투쟁에서 IMF 위기까지, 건설노동조합의 역사

1987년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에 영향을 받아 수많은 노동조합이 탄생하였다. 그 과정은 개발독재에 억눌려 착취와 억압의 대상이었던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 나서는 대장정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설노동자들에게도 “우리도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각이 일어났고, 이전까지 각 지역에서 친목회, 상조회 등의 형태로 존재했던 작은 조직들이 노동조합으로 전환되거나, 단체활동 내에서 주체들이 세워져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건설노동자들은 애초부터 기업별노조를 만들 수도 없었고, 만들 의사도 없었다. 수백 가지 직종의 노동자들이 하나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국을 무대로 현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현장노동자들은 직종을 골간으로, 지역을 근거지로, 전국을 하나로 하는 전국단일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시작부터 가졌던 것이다. 

1988년 3월10일 서울건설일용노동조합의 결성을 시작으로, 1989년까지 서울전기공, 서울남부, 인천, 성남, 서산, 대전, 전주, 광주, 여천, 구미, 포항, 울산, 마산 등의 지역에서 조직이 건설됐다. 그 결과 1988년 9월부터 진행되었던 (건설)일용노동조합 대표자모임은 11월에 전국단일조직 추진위원회(전일노추)로 전환되었고, 곧이어 1989년 4월에는 전국단일노조인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합원이 채 2,00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조직적 기반이 취약한 당시 상태에서, 전국단일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1992년 11월 결국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협의회(전일노협)으로 재편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어렵지만 각 지역건설노조가 서로의 힘을 북돋우며 연대를 강화해 나갔고, 미조직 지역에서 지역건설노조를 건설하며 하나하나 역사를 만들어갔다.

1998년, IMF가 닥쳐왔다. 수십 만명의 건설현장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쫓겨났다. 만약 당시에 최소 1만명 정도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는 전국단일노조가 있었다면, 그리도 모질게 건설노동자의 소박한 삶의 요구를 짓뭉개고 거리로 내모는 자본과 정권에 대항해 ‘목숨을 건 한판 싸움’을 벌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어쨌든 부족한 가운데서도 당시의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연맹은 최선을 다해 204일 동안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건설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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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건설노동조합 ]

건설연맹으로의 통합과 분리, 그리고…  

현재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999년 12월 건설기업노조들의 연맹이었던 건설노련과 현장일용직이 중심인 지역단위 노동조합으로 구성되었던 전일노련이 통합해 결성한 조직이다. 통합의 목적은 200만 건설노동자 중 겨우 1% 대인 조직률문제를 극복하고 건설산업 단일노조를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정규직 기업별노조와 비정규직 지역단위노조의 통합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와 더불어 우려를 불러왔다. 그러나 조직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노조활동 자체가 어렵다는 공동의 인식 속에서, 현장 관리·기술직과 현장 기능·일반직 노동자가 하나가 되기로 결의한 것이다. 

통합 이후에는 곧바로 산별조직 건설을 목표로 조직확대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전략위원회와 산별추진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 기업노조와 지역노조 등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함께 건설해나갈 산별노조의 상과 현재의 조건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조직적 조건을 기반으로 2000년에 들어서면서 지역건설노조와, 타워크레인, 레미콘(건설운송노조) 등 업종조직의 건설과 투쟁이 이어졌다. 토목건축현장에서는 현장조직활동가(통칭 조직가)를 양성하고 투입하여, 현장을 발로 뛰는 조직사업을 전개하였다. 또한 포항, 여수, 광양, 울산 등지에서는 플랜트건설 분야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마치 봇물이 터지듯 해마다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건설현장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스스로를 자각해 나갔고, ‘노가다’로 취급받던 응어리진 한을 조직 확대의 결실로 맺어갔다.

‘비정규직 백화점의 선택적 고용전략’에 맞서기 위하여

건설노동조합 조직화 경로를 이해하려면 먼저 건설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일반적으로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수주산업으로 주문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둘째 옥외노동이 주된 형태로 현장이 분산적이고 이동이 심하다. 셋째는 생산대상이 토목공사, 건축공사, 특수공사 등으로 나뉘어 특수성,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노동조합의 조직화를 고민할 때도 반영되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앞서 말한 산업적 특성 속에서 건설업체들은 현장기능인력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도록 일용직화(사실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했고, 또한 불법적인 다단계도급 구조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건설노동자들의 일부분은 그야말로 매일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의미의 일용직 고용형태로 존재하고, 또 상당수는 특정 직종별로 또는 현장별로 공사기간 동안 일하는(다시 말해 그 기간 동안에는 고용이 보장되는) 일종의 프로젝트 계약직 노동자들로 존재한다. 그 외에도 건설현장에는 특수고용노동자까지를 포함해 온갖 종류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있다. 가히 ‘비정규직 백화점’이다. 

건설자본은 이렇듯 온갖 종류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건설현장 생산직노동력을 사용하는, 소위 ‘선택적 고용전략’을 쓰고 있다. 또한 중층적인 불법 다단계도급 구조를 이용하여 현장 기능인력을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취급하고 있다. 실제 건설현장의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원청기업 임에도, 직접 고용할 경우 생기는 책임(이를 두고 자본은 리스크(risk)라는 비인간적인 용어를 사용한다)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기업이나 현장노동자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 인정’이 건설노조운동에 있어 핵심적인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건설산업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도 건설노동자가 비정규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건설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은 이러한 지점들에 기초해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장을 중심으로 원청 시공업체 소속된 사무·관리·기술직과, 하청 기능직 또는 일반노동자들의 조직화 경로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곧 기업단위노조의 전략은 일차적으로 소속된 기업의 수주물량과 경영성과에 따라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지역 또는 업종단위 노동조합은 전체 건설자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주되게 활동하게 된다.

건설연맹으로 통합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건설노동조합과 기업별 건설사무노동조합들은 이러한 점에서 일정한 차이와 갈등을 드러냈다. 결국 2004년 하반기 지역건설노조는 지역업종협의회로, 기업단위노조는 건설사무노조로, 양 산하조직으로 분화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기초하여 양 조직은 산별 건설에 있어서 각자의 경로를 통해 단일노조를 건설하고, 그 이후에 건설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대산별조직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에 따라 양 조직은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각자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마침내,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출범!  

지역 및 업종단위 노동조합이 모인 지역업종협의회는 2005년 통합단일노조 추진위원회를 거쳐, 2006년 12월에 통합단일노조 준비위원회로 전환했다. 이후 곧바로 규약, 사업계획, 재정에 대한 계획안을 마련하고, 2007년 2월에 각 단위노조가 조직전환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마침내 지난 3월2일 약 2만여명의 조합원을 포괄하는 전국단일노조인 ‘전국건설노동조합’을 창립하게 되었다. 다만, 플랜트건설 분야의 4개 노조는, 전국단일노조 건설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조합원 전체의 힘을 모아내는 교육과 홍보 등 사업이 부족했다는 평가와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조금 더 진행하기로 하면서 이번 통합에 함께 하지는 못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조직 형태적으로 전국단일노조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전국단위의 산별노조로서 완결된 내용과 체계를 한 번에 채워낼 수는 없다는 점 또한 논의 단계부터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 내지 5년 동안, ‘3단계 과정’을 거쳐 산별노조를 완성한다는 계획 하에 현재는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1단계에서는 현재 △토목·건축, △플랜트건설, △건설기계, △전기로 분류되어 있는 업종별 체계를 중앙 단일노조로 모으고, 분과위원회 체계로 전환하면서 각 권역별로 지역본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하였다. 현 지역단위 노조는 지부로 전환하고, 전국단위 노조(이를테면 과거 전국건설운송노조 및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 등)의 지부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조직 및 쟁의, 교섭과 재정은 1단계 수준에 맞게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음으로, 2단계에서는 △토목 건축현장의 조직사업 확대, △플랜트조직과 전기 직종의 지역적 확대, △건설기계의 조직 업종 확대·강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본부 산하 지부들을 재편하여 지역본부 단위에서도 각 업종을 관장할 수 있는 지도집행력을 만들어내는 사업이 집중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명실상부한 산별노조 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200만 건설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10만 조합원, △산별 중앙 교섭, △건설산업 관련 모든 업종 조직화, △전국 전 지역에서 모든 업종 단위를 포괄하는 지부 설치 등을 완성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2007년도는 전국건설노조 산별완성 1단계로, △중앙 조직체계 및 지역본부 조직 정비사업, △업종 분과위 현안 투쟁사업, △대정부 정책사업, △조직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 및 실천 등을 주된 사업으로 정하고 하나하나 실천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과 지속적인 실천 속에서 플랜트건설노조 등 아직 조직전환을 하지 않은 단위들에서 조직적 결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토목건축, 건설기계, 전기, 플랜트 등의 업종별 체계와, 지역·지부별 체계를, 단일노조 위상에 맞게 정비하고 운영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좀 더 집중되고 통일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장·단기적 전망을 다듬어가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조직확대 사업에 대한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연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업종별, 직종별 조직화 전략을 세부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마음을 다지며, 의지와 깡다구를 다지며, 투쟁! 

울산, 포항, 대구 등지의 지역파업과 수차례의 덤프파업 등 해마다 건설노동자의 투쟁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은 기업에 얽매이지 않는 지역 및 업종단위 건설노조의 사업과 활동으로 조직된 것이지만, 그만큼 건설노동자의 삶 자체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건설노조운동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건설자본과 정권에 대한 전면적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어렵지만 조직을 통폐합하고 전국단일조직으로 전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야 한다.

19년 전 건설노조 운동을 시작한 그 처음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 19년 동안 닥쳐온 수많은 어려움을 결국에는 이겨냈던 의지와 깡다구를 가지고, 이제 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건설노조운동의 역사와 과제를 받아 안고, 200만 건설노동자의 희망과 미래를 일구고 조직하고자,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끊임없이 실천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투쟁!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