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직선제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노동사회

민주노총 직선제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편집국 0 4,823 2013.05.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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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민주노총 직선제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때: 2007년 3월22일(목) 오후3시
곳: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사회: 이병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발제: 조효래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토론: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조정실장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김태연 전국활동가조직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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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주최하는 제53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다. 연구소의 부소장으로 지난달에 부임을 했다. 4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안건을 다루는 것으로 안다. 대의원대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우리 연구소는 직선제가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두드려보고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발제를 맡은 조효래 교수와 입장 달리하는 토론자들의 논의를 통해 무엇이 쟁점인지, 또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해보고, 생산적으로 걸러서 해결해나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발표는 조효래 교수가 맡아 주셨고, 토론자로는 직선제를 찬성하는 민주노총의 김명호 실장과 전국활동가조직 준비위원회의 김태연 집행위원장, 그리고 직선제에 반대하는 김승호 한국노동사회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우선 발제를 맡은 조효래 교수의 이야기를 듣겠다.

[ 발제 ]

forum_05.jpg조효래: 발제문 제목은 ‘조합민주주의와 조직혁신의 쟁점’이지만, 사실 이 글은 직선제 자체만을 논한 글이 아니다. 조합민주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조합민주주의 활성화의 방법으로 제출된 직선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직선제가 가진 한계는 무엇인가 등을 짚는 것이 글의 목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숙의민주주의’라는 개념을 가지고 풀어봤다.

조합민주주의를 둘러싼 ‘귀머거리’들의 대화

2005년부터 노조 내부에서 갈등도 많았고, 직선제 규약변경 등 조합민주주의를 둘러싼 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을 관찰해보니 노조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 성격과 다차원적인 모습에 대한 상이한 시각들로 인해 귀머거리들끼리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노조의 성격은 [표]처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와의 관계에서는 노조는 투쟁조직의 성격을, 조합원과의 관계에선 자발적 참여조직의 성격을, 법·제도의 측면에서는 공식조직이라는 다원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노조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조합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평가가 가능하다. 

산별노조나 총연맹과 같은 대규모 노동조합 조직에서 조합민주주의는 첫째, 권력의 배분과 분권화와 관련이 있다. 주요 의사결정에 조직의 모든 구성부분이 참여할 수 있는지, 의사소통은 얼마나 잘 되고 있으며, 논의결과가 최종 의사결정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등 제도적 수준에서의 권력 배분, 집중화, 분권화의 문제다. 둘째, 분파 간의 경쟁과 반대의 효율성 측면에서 조합민주주의를 접근할 수 있다. 이는 선거가 주기적인지, 공정한지, 박빙으로 전개되는지, 지도부가 쉽게 교체될 수 있는지 등으로 표현된다. 셋째는 노동조합이 자발적 운동조직이란 측면에서,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조합원이 얼마나 통제하는가, 선거과정에 얼마나 참여적인가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조합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 원리를 넘어서 성별, 기업규모, 고용형태 등 구조적으로 분화된 집단을 위한 할당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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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각의 차원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조합민주주의가 나타나지만, 이것들이 서로 인과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강한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부분이 다른 측면에서는 약한 민주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측면을 가진 조합민주주의에 대해서 각 정파들이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하기 때문에, 모두가 조합민주주의를 이야기를 하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조합민주주의를 내부 조직운영 원칙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국가나 사용자와의 관계 속에서 조합원 참여와 지도부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보다 역동적인 모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심층적이고 풍부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갈등 해소에는 다수결이 아니라 숙의민주주의가

대부분의 다수결/대의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수단을 통해 전체 구성원의 집합적 선호를 확인하고 수렴하는 제도다. 반면 심의민주주의, 토의민주주의라고도 불리는 숙의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의 진지한 토의와 심의에 기초해 어떤 제안이 가장 합당한 이유에 의해 지지되는가에 따라 의사결정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갈등과 경쟁을 넘어서서 조직 내 구체적인 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선호를 변화시켜나가면서 공동선을 지켜나가는 시민합의의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숙의민주주의는 이익갈등이 심각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갈등해결 방법이다 노조 내에서 이러한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갈등을 해결하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형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성이 이해되고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조합원의 선호는 바뀔 수 있으며, 둘째 내부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공공선에 대한 지향 및 합의에 이를 수 있고, 셋째 합리적인 논박을 통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있고, 넷째 상대방과의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는 노조 내에서 조합목표에 대한 공유 및 정체성 확립의 과정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현재는 정파들 간에 소통이 단절되어 있고, 그 때문에 노조의 정책 및 전략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 이념적 지향뿐만 아니라 전략·전술에 대해서도 서로 선호가 다른 정파들 간에 소모적 갈등이 분출함에 따라, 조직 내 단일한 합의의 형성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계급적 공동체로서 노동조합의 기본적 가치에 대한 합의를 유지하고 분파 이익을 기본가치에 종속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 부분에서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노조 간부들은 평조합원에 비해 사회적 보상이 취약해도 운동에 대한 신념으로 보상받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 및 공동선에 대한 숙의민주주의적 토론이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속적인 내부토론과 논박, 합리적 대화 등을 통해 노조 자체의 운동적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욱 필요하다. 또한 노조는 투쟁조직이자 교섭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통일과 단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단순히 투표로 선호를 집계하는 방식으로는 조직에 대한 헌신과 행동의지를 동원할 수 없다. 기존 결정에 대한 수용과 내면화 과정은 선거나 투표라는 행위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숙의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합의에 이를 때 구성원의 자발적인 행동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조합민주주의는 다수결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편, 지금처럼 노동시장 양극화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 내 다원성이 증가하게 되면, 집단 간 이익조정과 연대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게 나타난다. 조직노동운동의 계급대표성이 약화되고 이념적 다양성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수자를 고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노동시장 분절로 인해 이질화가 심각해졌고 대기업 정규직조합원이 노조조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선거를 통한 다수결원칙만으로는 사회적 연대가치가 실현되기 어렵다. 소수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좀 더 깊은 숙의과정이 요구된다. 

민주적 합의 형성의 위기 속에 제출된 직선제 논의 

이제, 민주노총 직선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직선제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현재 민주노총 내 존재하는 ‘민주적 합의 형성의 위기’가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위기는 총력전이 된 정파선거와, 정파 내부의 응집력은 강화대고 정파 간 소통은 어려워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위기가 심화되면서 서로 상대 정파를 노동운동의 기본적 가치에 동의하고 있는 세력으로는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는 또한 조합원들의 냉소와 불신, 참여저하로 확산되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노동운동 내부의 좌파 쪽에서 적극적으로 조합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관료화되고 계량화된 집행부에 대항하여 밑으로부터의 투쟁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하며, 이를 위해 민주노총 임원 및 대의원을 조합원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위 국민파나 중앙파 쪽에서도 기본적으로 직선제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다. 정파갈등이 워낙 심하니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직선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임원 선출에 있어 승자독식의 문제를 비판하고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고, 직선제의 실효성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직선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도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직선제의 선거 후유증 문제도 염려되지만, 무엇보다 직선제 주장이 투쟁조직으로서 노조의 성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직선제라는 다수결원칙의 실현과정은 조합원의 평균적 선호를 집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언제 전시상황을 맞을지 모를 투쟁조직인 노조의 지휘관을 다수결로 뽑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과연 문제가 없을지 문제제기할 수 있다.

대규모 조직의 선거가 대부분 그렇듯, 투표는 충분한 정보를 갖고 참여해온 조합원보다는 노조의 일상적 운영이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의 평균적 선호를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평균적 선호라는 것은 조그만 정보에도 흔들리기 쉽고, 따라서 외부적 조작에도 취약하다. 직선제를 하게 되었을 때 조합원들이 후보의 성향이나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면 명망성이나 소속 사업장(“우리 사업장 출신”), 단위노조 위원장의 권고 등 부수적인 변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실제 우리가 줄곧 지켜봐왔던 일들이고, 이런 약한 선호를 결집하는 것으로는 노조의 이념성과 효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다수결 결정이 계급성과 연대성 강화를 지지할까?  

둘째, 소수자의 문제이다. 소수자문제는 기본적으로 다수결이 아니라, 소통과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정기적인 대규모의 선거는 내부의 차이를 불필요하게 극대화해 해석하고 승자독식을 제도화할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민주주의란 선거의 결과가 매번 불확실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어떤 정파가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는 졌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승리하리라는 다짐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승리한 세력은 보다 자유롭게 권력을 행사하고, 패배한 세력은 권력의 책임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집권세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은 다음 선거에서 선택을 받기위한 의지의 작동으로 인해, 복잡한 쟁점을 단순화시키고 실제로는 그렇게 크지 않은 차이를 부풀려 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구조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직선제는 현재 노동조합운동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물론 지금의 간접선거라고 이런 문제가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직접선거는 현재의 중앙 수준의 대립과 갈등을 보다 대중화하고, 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협력 및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봉쇄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직선제 선거과정은 민주노총 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분할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실제로는 노동시장의 다수세력인 비정규직 등을 과소 대표하고 대부분이 정규직인 조직노동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다수의견이 형성되도록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조직내부에서 더 커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부분들이 총연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민주노총과 산별노조가 실리적·단기적·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계급대표성을 추구한다면, 노동조합은 이질적이고 현실적인 조합원 다수가 계급적 연대와 통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사회화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계급조직으로서 전략과 조직내부 다수자인 조직노동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전략이 충돌하는 경우, 다수결보다는 계급의식적이고 참여적인 조합원들의 숙의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노조는 ‘1인 1표 원칙’에 근거한 정치공동체가 아니다. 따라서 조합민주주의 역시 단순한 다수결민주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은 자본과 정권에 대한 대항권력의 진지로서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결정이 조합원들에게 내면화되어 수용되어야 하며, 이는 위해서는 설득과 숙의를 통해 합의수준을 높여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직접선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운동의제와 성과를 단기화하고, 조직내부의 균열을 극대화하고 대중화하는 직선제 방식은, 조직내부의 숙의와 합의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선제를 통해 진단되고 있는 민주노총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혁신보다는 조직 내 운동성, 조직기풍의 혁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조합민주주의는 계급정체성의 확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조합 내에서 상이한 정파 간의 소통을 확장하려는 노력,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 충실함이 중요하며, 이러한 조직문화와 기풍의 문제를 제도로 환원하려는 것은 초점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병훈: 현재 민주노총의 조합민주주의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계기이자 제도적 기반으로 직선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발제자는 이에 대해 조합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기존의 방식은, 직접과 간접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선거를 통한 다수결민주주의라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직선제가 과연 현재 민주노총이 맞부딪치고 있는 조합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숙의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을 대안으로 제기하면서, 직선제라는 형식적 제도가 도입될 때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들, 즉 △이념지향 및 투쟁조직으로서 노조의 효율성 손상, △조직내부 대립과 갈등 구조화 및 소수자 의견 배제, △계급성 대표성 강화 노력의 봉쇄 등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매우 흥미 있는 주장인데, 이제 이에 대한 다른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자.  

[ 토론 ]

forum_04.jpg김명호: 2006년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모든 출마 후보자들이 직선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이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임원 및 대의원 직선제 등 내부구성원의 의견과 요구를 직접 표현하는 기제의 도입 필요성이,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보다 널리 확산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직선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 차이가 있고, 그걸 하나로 모아내기 위해서 여러 틀 속에서 논의해왔다. 그러나 논의구도가 초기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역시 민주주의는 가장 좋은 제도지만 또 가장 힘든 제도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떻게 제대로 준비할까를 논의할 때 

먼저 임원선출 직선제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제도가 어떻게 변한다고 해도 조합원의 의사가 모든 사업에 일상적으로 반영되거나,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참여 동기를 자동적으로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다만 직선제도가 갖는 긍정성은 부정할 수 없고, 효용성을 생각한다면 도입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임원 직선제 등은 조합원의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제도이고 이는 조직의 강화·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장점은 장점대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우리의 의사결정구조가 이미 그 과정이 민주적이지도 않고 결정된 사항들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간선제로 뽑히는 대의원들이 있으나, 이들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오기보다는 개인 또는 소수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조합원 직접민주주의를 대의원제도 안에 담아내는 것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발제자는 갈등하고 있는 정파들이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숙의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저도 직선제가 조합민주주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그러한 부분의 필요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노동운동의 미래전망과 혁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정파들의 의견들을 담아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실제 이번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동운동 혁신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정치적 견해가 뚜렷한 정파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견해를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즉, 노동운동 혁신위원회가 발제자가 제시한 숙의민주주의적 제도와 상통하는, 열심히 토론해서 의견을 모아내는 틀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한편, 임원의 조합원 직선선출을 두고서 산별노조나 연맹이 가입하는 구조인 총연맹의 조직형식에 걸맞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 논거가 일견 타당성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같은 사항을 조합원투표에 부쳐서 결정한 적도 있고, 또 전국노동자대회 같은 행사들을 통해 조합원들이 업종이나 지역의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의 공간 속에 모여서 투쟁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다면 직선제를 꼭 백안시할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권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선거를 운영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대응력을 높일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긴 해야 하는데, 제대로 준비해서 가까운 시기에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이다. 

이병훈: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조합원이 모두 참여할 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직선제를 도입하되 다만 보완하는 방식과 단계를 설정해서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다음은 김승호 위원의 토론을 들어보자.

forum_02.jpg김승호: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먼저 첫째 질문은 작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물리적 폭력사태로 파행됐던 경험과 관계된 것이다. 당시 사회적 교섭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길 반대했던 정파의 대의원들에게, 이를 조합원총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면 수용됐을까? 다음으로,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직선제를 통해서 선출된 집행부는 간선제의 경우보다 조합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으며 사업계획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엉뚱한 모험주의적 대안으로서 임원 직선제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얼마 전 진행했던 민주노총 중앙 및 지역 상근간부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겠다. 그 조사에 따르면, 민주노총 상근자의 40% 이상이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목표와 활동방법에 있어서 상호 차이와 의사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그리고 응답자의 80%는 현재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결과를 보면서 민주노총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제기된 직선제가 초점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즉, 목표와 활동방법에 있어서의 차이나 의사소통의 부재 등 의사결정구조의 구체적인 문제점들은 도외시한 채, 직선제라는 형식을 도입한다고 해서 과연 ‘조합원들에게 결정권한을 돌려준다’는 의미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오히려 현재의 의사결정구조를 구체적인 진단 속에서 충분히 보완하고 나서 그 이후에 직선제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직 내 다양한 정파들의 성숙한 합의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과 같이 집행부가 사업을 계획하면 전체 조합이 아니라 그 집행부와 같은 정파의 사람들끼리만 사업을 진행하는 풍토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직접민주주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약 지금 직선제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에도 그 추진과정에서 허울만 남은, 또는 선진활동가에 의해 충분히 조정될 수 있는 ‘조합원 총의’보다는 정파들 간의 합의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한편, 직선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조합원들의 참여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논의를 들여다보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어떻게 배분할까하는 문제가 있을 뿐 정작 의사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다. 직선제를 선거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중요한 전략 및 사업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 도입하는 것은 왜 논의되지 않는 것일까?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사회적 교섭에 대한 조직의 방침을 조합원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대의원대회가 그랬던 것처럼 투표도 무산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처럼 의사결정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지 않고, 즉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고 그 추진절차와 과정이 엄밀하게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직선제를 도입하고 나서 보자고 하는 태도는,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킬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지금은 직선제를 도입할 시기가 아니며, 선호를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문제점을 개선한 후에야 비로소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 산별단위 이상에서 임원의 직선선출을 실시한 사례로는 보건노조, 금속노조, 금융노조가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결과들을 잘 보면, 금융은 선거결과를 갖고 법정에 소송까지 갔고, 금속과 보건 역시 조합원들이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공약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소속 지부나 지회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이 조합원 의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속노조의 위원장선거 결선투표를 분석해보면 “우리 사업장 출신”, “내가 아는 사람”에게 몰표가 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것이다. 지근거리에 있는 활동가의 성향이 70만 조합원의 판단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선제야말로 대중추수적인 방법이다. 그보다는 활동가와 정치조직들 사이, 상호소통 및 의사결정과정에 공정한 룰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병훈: 직선제를 단계적으로 선 시행하고 후 보완하는 것은 전후관계가 바뀐 것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시행 사례 등을 보면 여러 폐단이 나오고 있으며, 형식적 제도 변경으로 본원적 문제가 고쳐지겠냐는, 직선제 추진에 근원적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다음으로 김태연 집행위원장의 토론을 들어보자.  

forum_03.jpg김태연: 제가 이 자리에서 제일 강력한 찬성론자인 것 같다. 민주노총 직선제가 처음 논의된 1998년부터 틈만 있으면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기했으니 말이다. 조금 전 김승호 동지가 감히 ‘직선제 반대론자’를 자처했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조효래 교수와 김승호 동지가 정파대립에 대한 우려를 많이 제기하셨다. 그런 문제가 물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운동에서 정책과 노선의 대립이 점점 격화되어 왔는데, 과연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걸까하는 고민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직선제가 논의되고 공약화된 과정이야말로 발제자가 제시한 성숙한 토론, 즉 숙의민주주의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민주노총의 여러 과제 중 하나인 직선제가 10년 동안 논의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 이제 반대자도 몇 명 안 남은 것 같은데, 모두 동의할 때까지는 그래도 숙의가 더 돼야할지 모르겠다.

조합원들에게까지 숙의과정 확장시킬 제도다  

그동안의 직선제 논의에서 몇 가지 왜곡된 부분이 있었다. 먼저 직선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도 없었고, 또 직선제 한다고 곧바로 지금보다도 훨씬 민주적인 집행부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말씀드린다. 특히 발제문에는 직선제가 제시된 이유로, 좌파가 “계량화, 관료화된 집행부에 밑으로부터 대항해서” 민주화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정리되어 있는데, 이는 오해다.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데는 어떠한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지 않다. 실제로 직선제를 시행하게 좌파가 집행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어떤 정파든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운동과 조합원들 사이 거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노동운동에 관심이 없어지는 게 정파갈등보다 더 큰 문제다. 직선제 임원선출은 물론 여러 폐단과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 성원들이 스스로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고 본다. 

이미 민주노조운동의 지난한 경험 속에서 기업별 단위노조들은 직선제를 오랫동안 시행해 왔고 산별노조들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김승호 동지가 지적한 것처럼 최근 금속노조 직선제가 각 후보들에 대한 판단근거를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선거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논의가 필요한 것은 좀 더 성숙한 선거과정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숙의민주주의를 얘기하셨는데, 간부들 수준에서의 숙의를 넘어서 조합원까지 숙의가 이어지려면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역동적인 숙의과정을 위해 직선제가 유의미한 장치라는 것이다. 

한편, 조직운영의 측면에서도 직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조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현장의 조직이 계속해서 무너져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직선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직을 밑바닥부터 점검하면서 조합원 및 의무금 현황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운영을 튼튼히 하기 위한 방안을 제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직선제를 반대하는 분들은 민주노총의 조직체계와 위상에 직접선거를 통한 임원선출이 형식논리상 맞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앞에서 김명호 동지가 지적했던 것처럼 민주노총은 총파업 돌입문제를 갖고 조합원총투표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또 김대중 정권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불신임문제를 물어본 적이 있다. 김승호 동지가 제기했던 사회적 합의 등의 문제 역시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직선제를 임원선출에만 한정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또 직선제 불가의 근거로 외부의 조작 위험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의 개입은 이제 단위노조에서도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어느 조직에서든 존재하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특히 최근 대공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유착이 깊어져 회사 개입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민주노총의 직선제를 이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발제자가 지적한 소수자의 과소 대표와 관련하여, 이는 직선제든 간선제든 모두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조합원은 아직 우매하다’는 의식, 조합원의 결정이 소수를 항상 배척할 것이라는 의식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지금 대의원대회 구조에서는 결정해봤자 힘이 없는, 조합원들이 추상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결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이는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직접 부딪쳐야 한다. 직선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들이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고, 또 그러한 논의와 제안이 조합원들에게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직선제는 하루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forum_06.jpg이병훈: 직선제야말로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하며, 각급 조직의 의사결정에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므로 다른 제도와 등치 또는 대체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총연맹 조직구조상 불가론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고, 임원 선출을 넘어 방침 선택에까지 직선제를 채택할 것을 주장했으며, 외부 세력의 개입이나 소수자 대표문제의 경우 간접선거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정도로 주장을 요약할 수 있겠다. 이제 청중들도 참여해서 쟁점들에 대해 논박하는 시간을 갖겠다.    

참여자: 천주교 사회운동단체에서 일하고 있고,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오늘 토론에 나온 의견들이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된 다음에 직선제를 할 거냐 아님 직선제로 준비를 하고 붙을 거냐는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의견 차이 때문에 현장이 깨지면 안 된다. 정말 많은 다수의 현장노동자들이 고난의 길을 가지 않게, 수난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밟아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산별노조 전환이든 직선제 준비과정이든, 뭐든 ‘바닥작업’을 잘해야 한다. 노동자 개인을 더 똑똑하게 의식화시키고, 정치적 사안까지 모두 끌어안을 준비를 안 하면, 100% 우리가 또 당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선거 준비과정에서 무엇이 더 필요한지 핵심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병훈: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 하지 말자, 현장 강화의 실천으로 모아져야 한다, 현실적 준비도 잘 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 같다.

참여자: 지금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제도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동감할 것이다. 먼저 조효래 교수에게 묻겠다. 숙의민주주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민주노총 차원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겠는가? 브라질 식의 정파명부 비례대표제와 비교하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정파갈등을 현장으로 확대 재생산시킬까 우려돼

두 번째로, 나는 임원 직선제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전노협 때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논쟁이 있었는데, 당시 직선제가 도입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주노총의 총연맹으로서 위상 때문이었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및 연맹의 이해와 조건의 차이를 조정·합의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자본과의 갈등에서도 구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단위의 임원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이 역할 강화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임원을 어떻게 뽑는가보다는 산별노조와 단위노조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노동운동 현장이 정말 많이 비어있다. 현장을 보면 사람이 없어서 대의원 자리, 특히 중소사업장 같은 경우에는 간부들 자리까지 비어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정파 간의 갈등, 의제 갈등이 활동가 차원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현장으로 내려와 현장이 다 갈라졌다. 과거 어떤 지역본부 임원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을 한 경험이 있는데, 보니까 상층간부들만 정말 과열되더라. 우리 내부에 정치적 합의구조가 없는 이러한 상태에서 직선제가 도입되면 그 이상과열이 고스란히 현장으로 내려간다.  

단결과 투쟁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정파갈등을 지적한다면, 그 대안으로 제도개혁이 아니라 합의구조에 대한 고민이 제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직선제는 현재의 문제를 조합원들에게까지 확대시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김명호 동지가 노동운동 혁신위원회를 이야기했는데, 이것이 정파 간 합의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또 그 안에서 소수자 할당이 이뤄질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진단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선제 도입보다는 혁신위원회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것을 통해 비정규직문제나 여성문제, 사회적 약자의 문제 등 직선제로도 정파로도 합의할 수 없는 것들을 합의하고 실천해가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