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동자에겐 지역중심의 새 조직전략을

노동사회

새로운 노동자에겐 지역중심의 새 조직전략을

편집국 0 2,751 2013.05.29 08:20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보호입법은 한국노총이 최종안을 제시할 때 밝힌 바와 같이 완벽한 보호입법안은 아니다. 그러하기에 협상의 난망함 속에 최선보다 ‘차선’을 택한 법안이 현실적으로 유연할 대로 유연해져 흐물흐물해진 노동시장에 어떻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깊었다. 한국노총이 법안의 국회통과 이후 시의성 있게 비정규 실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비정규직 입법안의 영향과 그 실태를 조사하여 이를 뒷받침할 2단계 보호입법 마련에 나서자고 정부와 경영계에 촉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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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비정규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출처 : 민중의소리 ]


경악할 수준으로 변질된 비정규직법 시행령

금명간 정부가 입법 예고할 예정인 기간제법, 파견법 등 비정규직법 시행령의 내용이 ‘비정규보호법’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할 만큼 경악할 만한 수준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동안 진정성 있게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보호와 차별시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한 한국노총으로서도 분노를 금치 못할 수준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노총은 모든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 비정규직법 시행 전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악용 사례들에 대해 철저히 대응태세를 준비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 중앙법률원과 전국 18개 노동상담소는 물론, 16개 지역본부와 52개의 지부단위에도 ‘비정규직 권리찾기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사측의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계약해지 및 처우에 대한 고발을 실시간으로 접수받고 이에 따른 조직적 대응조치들을 취해가기 위해서다. 또한 비정규직 권리찾기 신고센터 추진은 기본적 노동권리 신장을 위한 조직화사업의 일환으로도 병행 추진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여전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은 불안하고 그들의 권리는 악랄하고 교묘하게 지속적인 침해를 당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비정규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비정규보호입법 제정 이후 그 어느 노동진영보다 법제정에 따른 조직적 책임을 다한다는 명확한 사업기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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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6월 사망한 고 김태환 열사 추모집회 모습. ▶ 출처 : 오마이뉴스 ]

열악한 현실, 그러나 김태환 열사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비정규직 보호와 차별해소는 우리 사회가 한걸음 더 진보하기 위한 치열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목표다. 한국노총은 이에 적극 임하고자 한다. 2007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천명한 입장에서 우리 안의 차별로 심화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깃발의 허상에 갇힌 꼴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노동자문제가 노동운동의 절대적 과제로 등장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조직화사업은 수공업적이다. 선언적 운동에 머물고 있음을 자성한다. 한국노총의 경우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화한 후 사후관리가 안 되는 비효율적 사업방식이라는 비판이 조직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특수고용문제를 파이팅 이슈로 부각시킨 김태환 열사 산화 후, 그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충주지역레미콘노조에 대한 결합에서마저도 여실히 부족했던 게 조직 현실이다. 

한국노총 중앙조직의 비정규사업 활동가의 역량과 열정만으로 날로 양산되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대응을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기에 한국노총은 지난 2006년 전국 16개 시도지역본부와 전국52개 지역지부에서 의무적으로 지역일반노동조합을 역동적으로 설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활동성과 조직화시스템은 미약하다. 이러한 현실은 연맹과 지역본부가 비정규사업에 결합하고 복무하는 헌신성의 부족과, 비정규사업에 대한 조직적 부담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기존 한국노총 산하의 비정규연대회의 조직운영에 대한 중앙차원의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사업방식과 내용에 대한 발상 전환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논의에서 합치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조직화사업 관련 조직내부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역 중심의 조직화와 조직활동가 양성

한국노총의 2007년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은 크게 △사업장내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사업, △비정규 전략사업장 조직화, △회원조합 및 지역조직 간 연계를 통한 대대적인 지역·산업별 조직화, △지역일반노조 강화와 역량 강화, △한국노총 규약에 따른 비정규 직가입 조직에 대한 총연맹 차원의 교섭지원, △특수고용직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총연맹 산하의 조직틀 형성, △비정규 조직화 캠페인 등을 중심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를 실천할 구체적 방침으로는 조직화 사업 소통을 위한 각급 조직 담당자 네트워크 구성은 물론, 지역노조의 설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도본부와 지역지부에 비정규조직 담당자를 실질적으로 선정하여 조직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비정규사업의 내용적 접근을 수행할 수 있는 활동가 확보를 위한 세부적인 일정수립과 예산 마련 계획을 조직적 결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수립할 예정이다. 더불어 각 회원조합, 지역본부, 지역지부에 비정규조직화를 전담할 담당부서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운영규정 개정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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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비정규조직화 사업과제

1) 주요 전략적 사업을 통한 집중적 조직화
-조직화된 사업장내 비정규노동자 조직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 비정규 전략사업장 조직화
-대공장 하청업체 조직화

2)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확대 사업전개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따른 전국 지부단위 캠페인 전개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에 따른 현장 활동가 양성(전국 24개 연맹, 16개 지역본부, 52개 지역지부, 각 지역 노동교육상담소, 한비연)
-비정규직 관련 연대활동 강화(시민단체, 사회단체,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따른 전국사업체계, 시스템구축, 조직화 전진기지 구축
-비정규보호입법 제정 이후 시행단계에 대한 조직적 검증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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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노총의 비정규조직화 세부 사업계획

한국노총의 2007년도 비정규 조직화사업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정규 조직화사업이 ‘일상적’ 대응과 노력이 아닌 조직강화 및 전략의 새로운 조직화 (미조직, 취약계층노동자, 비정규직, 전략사업장)방안으로 모색될 수 있도록 조직 내 의결과 집행단위 간 소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결의된 또는 정세에 연동하는 비정규 조직화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 지역본부, 지역지부, 각 지역노동교육상담소가 주축이 되어 지역별 조직화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이고, 담당간부 전문화교육을 통해 비정규 조직화사업의 집행단위 차원의 목적의식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조 하에 짜인 세부 사업계획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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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정규 전략사업장 선정 후 집중조직화

-총연맹 및 연맹, 지역본부, 지부에서 전략사업장 선정: 특수고용, 공공부문, 서비스·유통 및 이주노동자 등을 지역일반노조에 담을 수 있는 조직담당자 의무적 배치
-전국 16개 시도본부 및 52개 지역지부 비정규 전략사업단위 설정: 특수고용, 공공부문, 서비스·유통 및 이주노동자, 하청·파견·도급 노동자 → 규약 및 규정 완비 → 법률지원(노동교육상담소) → 지원 및 지도사업

2) 조직활동가 양성
-연맹, 지역본부, 지역지부, 지역노동교육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실천 가능한 규모인 200명의 비정규 조직활동가를 양성하여 총연맹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함.
-비정규직, 현장활동가 교육의 정례화
-정규직조직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의식교육과 연대고리 형성.
-단위사업장 단체협정 및 규약에 비정규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조항신설 이행권고.
-비정규 조직화사업이 연맹, 지역본부, 지역지부, 지역노동교육상담소의 핵심활동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총연맹 차원의 업무협조 및 지도.

3) 비정규직 제도개선 투쟁
-비정규보호입법 시행에 따른 후속보완대책 마련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실천적 투쟁전개
-취약계층(최저임금 노동자) 현실화 및 법제도개선 쟁취

4) 비정규 전략사업장 조직화에 따른 캠페인사업
- 전략지역을 선정하여 지역단위로 집중조직화 캠페인 사업전개

5) 전국사업체계 시스템 구축
-각급조직의 사업전담자와 사업부서 확보를 통해 총연맹 조직본부, 연맹, 지역본부, 지역지부, 각 지역노동교육상담소등 조직화 사업체계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
-전략지역 집중조직화 시 분기별로 미조직·비정규실 산하조직 가용자원 시스템 구축.

6) 조직화 기금 조성
-회원조합, 지역본부, 지역지부 일반예산의 5%를 매년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사업장 조직화 기금’으로 편성(1년에 약 5억원)
-한국노총 산하 조합원 매년 1,000원씩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사업장 조직화 특별기금 납부(1년 약 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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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동자에게는 지역중심의 새 전략을!

그간 한국노총에 있어 비정규직 조직화의 시도는 부분별 성과 사례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조직적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전조직적 헌신을 피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기존 조직화방식에 안주하기보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조직화 방향을 수립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중앙차원의 지침적 활동의 틀을 뛰어넘어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 단초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아가 전조직적 긴장감 형성은 물론 한국노총의 비정규 조직화 준비태세를 완비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비정규직 조직화 노력을 통해 최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실제 실체적으로 조직되고 있다. 또한 한국노총이 조직 내 반발을 딛고 5월중 힘 있게 실시하게 될 ‘지역지부 활성화를 위한 지부평가사업’도, 지역사업에 대한 의지와 집중적인 자원투여의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비정규조직화를 이야기 하지만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당위성과 목표만으로는 힘겹다. 집행부의 결연한 의지와 더불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집중적인 조직자원 투여가 비정규조직화사업의 성공의 관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실 현재의 조직 현실은 비정규 조직화사업에 대한 목적의식도, 여력도 부족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총연맹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지역별 조직화사업에 힘을 보태고 지역조직들이 십시일반의 자세로 비정규 조직화사업에 결합한다면 2007년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임을 확신한다. 

한국노총은 이제 백화점식 사업방식, 단순 나열된 페이퍼 조직화사업으로 엄혹한 비정규 조직화사업을 끌고 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상적 현안에 함몰되어 정세를 놓치고 가는 중앙차원의 비정규조직사업을 넘어, 지역조직과 함께 만들어 가는 기풍이 제기되고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노총의 지역 중심적 비정규조직화의 영역설정은 날로 유연화되어 가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는 것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단일노조 건설이다. 이는 이동성이 높은 비정규직에 대해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광의적 비정규 조직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판단한다. 

역사적으로 정규직 고용형태의 등장과 더불어 정규직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산별노조주의’라는 조직화전략이 등장하였듯이, 현재의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정규직과 다른 이해를 지닌 계층의 등장과 고착화는 기존 노동자조직에게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장-업종-산별’을 주축으로 하는 기존의 조직화전략과는 다른, 지역차원에서의 폭넓은 전략수립과 실천을 2007년 한국노총은 엄혹하게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