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재정이 어떻게 쓰이나 궁금하지 않나요?

노동사회

사회복지재정이 어떻게 쓰이나 궁금하지 않나요?

편집국 0 3,787 2013.05.29 08:33

점점 확대되어 가는 저출산·고령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의 고갈 우려,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계층 간의 격차 등은 현재 우리사회를 표현하는 암울한 현상들이다. 이와 함께 한미 FTA 등 시장주의의 확대는 중산층을 비롯한 우리사회의 80%를 뒤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의 사회복지지출과 최단 기록을 낸 고령사회 진입 속도, OECD 국가 중 1위인 노인 자살률 등의 지표들은 복지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우려들 속에 복지재정은 2030년경이 되면 GDP의 20% 이상, 정부 재정지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요구는 확대되고 있는 복지재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과 문제의식 속에서 발간된 『복지재정과 시민참여』는 사회복지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국가의 책임 중, 구체적으로 ‘재정문제’를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책이다.  

복지재정, 확대를 넘어 치밀함까지 요구할 수 있어야 

book_01.jpg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전체적인 사회복지재정의 모습을 설명한다. 현재 한국 복지재정의 규모와 함께, 복지재정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체 재정규모에서 복지재정의 비율은 재정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가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우리정부의 복지재정 추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개별 복지정책과 연관된 재정문제를 설명한다. 그 중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공공부조제도에 관한 이 책의 설명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공공부조제도는 우리사회의 기반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제도이다. 최근 들어 양극화 및 빈곤 심화, 비정규직의 확산 등으로 인해 생계 자체에 대한 위협요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정한 자격을 전제로 수급이 결정되는 공공부조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여 미리 재정적 준비를 할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에게 최종적인 안전망 역할을 한다. 가입자가 일정하게 기여를 해야 하는 사회보험이나 연금과는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복지정책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기초생활급여도 마찬가지다. 수급대상자인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 인구는 전체의 6.6%인데, 이 중 기초소득보장급여를 받지 못하는 인구가 3.7%로 보장받는 비율보다 높다. 아슬아슬하게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도 급여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지재정 확충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포괄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그게 다가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통한 정책실현을 위해서는 재정의 확충만을 무분별하게 얘기하기보다, 재정의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다. 그리고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이를 감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민사회의 눈을 길러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이에 따라 3부에서는 사회복지재정에 대한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즉, 직접적인 수혜대상자로서 시민이 어떻게 복지재정을 감시하고 편성에 직접 참여하여, ‘효율성’과 ‘형평성’을 함께 보장할 것인지 묻고 있다. 사회복지운동과 예산감시운동의 접점에 놓여 있는 사회복지재정에 대해, 시민들이 납세자로서 자기 권리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재정 시민감시를 위한 ‘망원경’이 될 수 있길 

복지는 우리사회의 안정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 될 것이며, 향후 재정적 측면에서 대폭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재정이 적절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면 본래의 목적에 역행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복지재정과 시민참여』 전반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각 사회복지정책의 ‘재정적 고민’은 정책의 성패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미래까지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복지재정의 문제는 우리의 실제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시민의 감시가 요구된다. 이것이 이 책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주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망원경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