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출제가 정말 공공서비스를 개선시킬까

노동사회

공무원 퇴출제가 정말 공공서비스를 개선시킬까

편집국 0 4,682 2013.05.29 08:30

울산에서 시작된 ‘무능공무원 퇴출제도’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를 거쳐 행자부 등 중앙부처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공의 적이 된 ‘무능’한 공직사회?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행자부 특강에서 공무원을 “시키는 일만 잘하는 존재”로 규정하면서 ‘현장시정 추진단’(3% 퇴출제 도입) 구성은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마련한 경쟁력 확보방안이었을 뿐이라고 강변하였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도 “지방에서 시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좋은 것이라면 중앙정부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퇴출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3진 아웃제도’를 골간으로 하는 인사쇄신을 실시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이러한 흐름에 각 보수언론은 “국민 68% 공무원 퇴출제 찬성”, “공무원 철밥통 깨기”, “아마추어 퇴출제 이젠 프로가 되라”는 등 ‘공무원 집단은 무능하다’라는 전제하에 공무원 퇴출제를 더욱 노골화할 것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는 공직사회가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하고 퇴출제를 도입한 이상, 과감히 국내외 대기업이나 선진국 행정부에 자문을 구하고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가 외부 컨설팅업체에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의뢰할 것을 제안하는 등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의 이러한 공무원 강제할당 퇴출제 도입을 “비과학적 법적 기준에 의한 행정”, “졸속적인 포퓰리즘 행정”으로 단정하고, “강제 퇴출제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들도 강제 퇴출제도 형식을 취하지 않을 뿐이지 행정부문의 성과경쟁 시스템 도입 및 탄력적인 인력관리 체제 도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강제적 퇴출제도 대신에 강도 높은 성과평가제도를 시행하고, 평가를 통해 퇴출하든지 차등적인 보수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퇴출제 논란의 밑바닥에 흐르는 경향에 더 주목해야 한다. 즉,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모든 행정기관이 공히 ‘행정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그 근간에는 노무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고객중심의 효율적 행정서비스, △성과중심의 행정시스템 구축, △탄력적 인력관리 체제 구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행정혁신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행정혁신 방향, “최소비용 최대노동” 

노무현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3년 7월에 이미 2006년까지 진행할 공직사회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향과 단계적 추진계획을 담은 행정개혁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이는 이후 정부혁신 로드맵, 총액인건비제 도입방안, 정부혁신관리 기본계획, 지방행정혁신 추진계획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올해 정부의 행정혁신 추진방향을 보면 4대 중점분야로 △고객만족 제고, △행정의 투명성 제고, △업무프로세스 혁신, △성과중심 조직운영 등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추진목표와 성과지표를 제시하도록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혁신 제도정착을 위한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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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행정혁신 제도정착 방향

- 보수체계 개편: 행정개혁 로드맵에 따라 정부는 차등성과급제의 전면화를 위해서 기관장의 전권 하에 임금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공무원 임금체계를 뒷받침하고 있는 법·제도를 개정하였다.

- 총액인건비제도 도입: 조직규모 축소와 비용절감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인력감축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원변동에 대한 결정권과 직업공무원을 해고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인사권을 기관장에게 주기 위해 총액인건비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 팀제·목표관리제·다면평가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조직의 구조를 개편한다는 명목 하에 직제·직군·과·부서의 통폐합을 통해서 팀제·사업본부제 도입 및 목표관리제·다면평가제 시행을 통해 현장통제 강화, 자발적 경쟁강화를 위한 성과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 균형성과기록표(BSC), 전사적자원관리(ERP): 업무과정의 간소화, 빠른 소통과 집행을 위한 취지하에 통합행정혁신시스템(자동화·전산화) 도입 및 팀별·개인별 성과지표 도입으로 중간관리자가 없어도 시간대별로 노동자를 통제하고 인사고과 반영을 통해 사후통제까지 되는 고도의 통제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 공직체계 이원화: 2008년 시행을 목표로 “공무원 공직분류체계 단순화”사업을 통해 성과 중심의 유연화된 공직사회에 인사관리상 실적주의를 반영하기 위한 유연한 직종분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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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노무현 정부의 “고객중심의 효율적인 행정” 실현을 위한 혁신과제는 바로 △성과 중심의 행정시스템 구축과 △정부기능과 조직의 재설계로 구체화된다. 이는 행정의 공공서비스 확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최소비용(인건비 절감)과 최대성과(노동강도 강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 논리에 바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혁신 및 퇴출제 추진현황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행정혁신 방향은 각 지방자체단체에서도 성과주의 시장경쟁 논리에 기반한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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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퇴출제들은 “무능·부적격 공무원 특별관리제”, “삼진아웃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퇴출제 도입방식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아래 상자 안과 같다(서울시 “현장시정 추진단 구성계획”, 서울 마포구 “공직적응력 향상 프로젝트”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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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특별관리대상 선정: 상대적 무능·부적격자, 실제로는 객관적 기준 없음
② 현장지원업무 배치: 주정차단속, 시설물 안전점검, 쓰레기불법투기단속 등
③ 업무추진실적 등 성과평가: 실적 및 다면평가
④ 인사조치  
   → 평가 부진자: 특별관리연장 및 직위해제
   → 일정수준 이상 평가자: 실국으로 재배치
   → 창의적·획기적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 제안 경우 포상 등 우대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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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의 3% 강제할당 퇴출제 도입과정을 보면 모든 부서에는 적어도 3%의 공무원이 반드시 무능하거나 부적격‘해야 했다.’ 그래서 해당자를 고르기 난망하니까 제비뽑기에, 퇴직시점이 가까운 하위직 공무원에게 무능·부적격의 멍에를 덮어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소방직을 포함시켰다가 여론에 질타를 받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행정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무원퇴출제를 비롯한 무능·부적격 공무원 특별관리제, 직무성과계약제 확대, 목표관리제 및 성과관리제, 성과인센티브 확대 등 일련의 혁신방안은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조직축소·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시에 행정 업무영역을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도식적으로 구분하고, 주변업무를 아웃소싱이나 민간위탁하는 방식을 통해 행정부문의 축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공공성 강화, 수익성이 아니라 참여 확대에서부터

이렇듯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혁신의 핵심은 ‘성과주의 시스템 도입’이라 할 수 있다. 행정부문에 성과주의를 도입한다는 것은 시장의 논리, 경쟁의 논리를 강제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행정부문과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먼저 행정서비스 영역 중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사업이나 시장성이 없는 분야는 축소, 즉 인원이 감축되거나 외주화될 것이다. 또한 행정기관은 각 사업별로 성과가 측정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각 주체들은 개인별·단위별로 지표에 따라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연봉제와 차등성과급이 도입되고, 직무성과주의에 기반한 승진 및 승급제도가 도입되며, 이를 위해 교육훈련, 직급체계, 성과평가제도, 공직부적격 관리 등 인사제도 전반이 개편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행정부문에 성과주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서 진정 행정의 효율성(행정의 공공성)이 강화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무현 정부의 시장경쟁원리에 입각한 성과주의 행정혁신은 오히려 행정서비스 영역을 축소시켜 피해가 그대로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만들 것이다. 치열한 성과주의 경쟁체제로 인한 개별화 및 상시적 구조조정 불안으로 인하여 공직사회는 정치 기관장의 부당한 정실인사가 난무하고, 부정부패에 대한 내부 자정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 특히나 행정서비스 영역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재화와 서비스의 제공을 국가가 책임지고 담당하는 분야이다. 진정으로 행정의 효율성(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성과’측정이 아니라 행정서비스가 얼마나 사회와 대다수 민중의 필요에 부응하여 원활하게 제공되고 사회적 기여를 하였는가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평등하고 보편적인 행정서비스 확대강화, 사회적 차별해소·소득재분배를 위한 행정서비스 영역확대로 이어져야 하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라면 국가가 책임지고 유지·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서비스 대상인 대다수 민중은 단지 수동적인 고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정서비스의 결정주체로 투명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노동자들 또한 해당 행정서비스의 원활한 공급에 부응할 수 있도록 조직형태와 운영의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의 시장원리에 근거한 행정혁신에 맞서 대다수 민중을 위한 행정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에, 이제 공무원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