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기획력과 투쟁전술을 확보하라

노동사회

조직기획력과 투쟁전술을 확보하라

편집국 0 3,681 2013.05.29 08:48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2007년 임금·단체협상투쟁은 2월6일에서 23일까지 실시한 ‘2007년 임단투를 위한 지부별 안건 수집’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이 안건들은 2월27일 정기대의원대회 사업계획에 수용돼 결의됐다. 이날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한 임단협 관련 안건은 △고용안정 쟁취, △노조 경영참가 확대와 삶의 질 개선, △금융공공성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조직화, △정년연장 추진,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관련 대응, △사용자단체 구성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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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6일 열린 2007년 산별임단협 조인식에서 금융노사 대표교섭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

사용자단체 구성 실무간담회로 포문 연 2007년 교섭

3월2일 사용자단체 구성을 위한 노사 실무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임단협의 막이 올랐다. 한편 3월13일 정책본부 임단투 계획회의에서는 ‘영업시간 단축’ 안건 준비를 위한 조합원 인병 및 질병 휴가자 조사를 결의했고, 이 조사는 3월13일부터 30일 사이에 실시됐다. 이에 더하여 조합원 사망자 조사를 3월16일부터 30일까지 실시했으며, 3월19일과 20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금융노조 상임간부 워크숍이 한국노총 여주교육원에서 개최됐다. 이렇게 한창 교섭을 준비하는 중에 우리은행지부에서 사업장 낙하산인사 저지투쟁 문제로 교섭권 위임을 요청해왔다. 결국 박해춘 행장이 임명되고 사안이 마무리되면서, 4월18일 임단협 위임 해지를 통보했다. 

3월28일에는 여성간부회의가 개최돼 여성부문 단협 안건을 검토했고, 3월29일에는 지부 임단협 담당 간부회의 및 정책협의회의를 통해 영업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등 중점 안건을 검토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4월4일 지부대표자회의에서 임단협 안건을 결의했다. 이렇게 결정된 안건은 이후 4월26일 지부대표자회의에서 일부 수정되었으며, 그러한 두 번의 지부대표자회의 사이 기간인 4월12일부터 18일에는 영업시간 단축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5월7일 드디어 도농 우리은행운동장에서 임단투결의대회가 개최됐다. 이후 5월8일에는 2007년 제2차 중앙위원회가 열려 임단협안을 결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5월9일 사용자측에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제출된 요구 내용은, △임금인상 9.3%+α, △사용자단체 구성, △노동조합 재정자립기금 확보,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동강도 완화,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보장, △적정인력 유지 및 후선역직위 제도 금지, △과당경쟁 금지 등 금융공공성 강화, △업무위수탁 제한, △건강진단 개선,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강화, △건강보험료 지급 확대, △불임휴직 유급화, △육아휴직기간 등의 분할 사용,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등이었다(요구안의 자세한 내용은 『노동사회』 2007년 4월호, “2007년 금융노조 교섭의제 및 투쟁전략” 참조). 

제1차 상견례에서 제19차 조인식에 이르기까지 

요구서 제출 이후 노사는 5월28일 전체 교섭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산별중앙교섭을 실시했다. 그리고 약 3개월 후인 8월16일 제19차 산별중앙교섭에서 단체협약 인준식을 가졌다. 전체 교섭위원은 노조측 36명, 사용자측 34명이었다. 교섭 방식으로는, 첫 교섭에서 노사 각 6명으로 구성된 교섭대표단을 선출하여 주 교섭단위로 확정했다. 교섭 전반기에는 노사 각 6인의 대표단 교섭과 노사 각 4인의 간사교섭을 진행했으나, 교섭 후반기에는 대표단 교섭이 주로 이루어졌다.

노측 교섭위원으로는 금융노조 위원장(교섭 대표),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시중은행 간사은행 배정), 한미은행지부 위원장(시중은행 배정), 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국책기관 배정), 농협중앙회지부 위원장(협동조합 배정), 금융노조 정책본부장(간사 역할)을 선출했으며, 사측 교섭위원은 은행연합회장(교섭 대표), 하나은행장(시중은행 간사), 한미은행장(시중은행 대표), 자산관리공사 이사장(국책기관 대표), 농협중앙회장(협동조합 대표), 은행연합회 상무(간사 역할)가 선출됐다. 간사교섭에는 노측은 정책본부장과 임단협 담당 정책실장, 사측은 은행연합회 상무와 노사협력팀장이 참석했다.   

노조측 교섭위원 전원과 사용자측 교섭위원이 참석하는 전체 회의는 1차 상견례를 겸한 첫 교섭과 19차 임단협 서명을 겸한 마지막 교섭에서 이뤄졌다. 노사 각 6인이 참석하는 교섭은 12회였고, 간사교섭은 4회였으며, 노사 각 2인이 참석하는 대표 교섭이 있었다. 그리고 수시로 노사 실무선에서 문안 조정회의를 가졌다. 

폭격 받을지라도 제기해야 했던 ‘영업시간 단축’ 요구

요구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나 이후 교섭에서나 가장 크게 쟁점이 된 것은 역시 은행 창구 영업시간 단축 요구였다. 이 요구는 올해 교섭에 정식으로 제출되기 전부터 여론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나 상업은행의 영업시간 단축 문제는 금융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 요구로서,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되었던 사항이었다. 그간 여러 번 영업시간 단축 요구가 거론됐으나 안건 압축 과정에서 뒤로 밀렸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노동 시간 및 강도가 현격하게 강화되고 과로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올해 교섭에서는 영업시간 단축이 핵심 요구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영업시간 단축 요구를 더 많은 임금인상을 위한 하나의 협상카드로 보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영업시간 단축은 금융노조의 본질적인 요구이고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없는 최종 목표였다. 금융노조는 올 중앙교섭에서 끝까지 영업시간 단축 문제를 제기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사업장에서는 과도한 인원축소와 업적배당 등 성과주의 확산으로 인해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임직원 전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질병이나 죽음으로 스트레스를 마감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면 직원을 더 채용하면 되지 왜 애꿎게 영업시간을 단축하느냐는 게 언론과 고객의 불평이다. 사실 금융노조는 수년 전부터 사용자에게 적정인력 충원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고수익에만 열을 올릴 뿐 고용증대에는 기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외환위기 전 한때 13만 5천명에 이르렀던 금융노조의 조합원 수는 지금은 8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은행들은 매년 10조원이 훨씬 넘는 수익을 낸다. 작년에도 일반은행만 13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럼에도 고용구조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거나 전체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등 왜곡돼 갈 뿐인 것이다. 이 왜곡 구조로 인해 현장에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과로의 짐을 지고 죽어간다.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64%가 넘는다. 그리고 언론들은 은행들이 “과다수익과 과다배당으로 돈 잔치를 한다.”고 떠들어댄다. 그러한 고수익이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려주고 국내 고용이나 노동자들 삶의 질 향상에는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평일 집에서 한 번도 밥 못 먹는 직원이 절반” 

요구안건의 논리를 세우기 위해 금융노조는 과로사 사례를 조사했다. 산하 사업장에서는 한해 61명이 사망하고 30명이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최근의 자살 원인 역시 업무 스트레스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숫자는 더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자본의 타살’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영업시간 단축이 퇴근시간 단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금융노조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영업시간 단축이 퇴근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조합원들은 영업시간 단축이 가정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의견은 본점보다 지점 부서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지금 은행노동자들은 절반 정도는 평일에 한 번도 가족과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현장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의 ‘생존’을 위한 요구 사항이다. 또한 외국자본의 문제, 국가고용 증대의 문제, 근로자 건강의 문제, 가정문화의 전승, 더하여 민족 정체성 전승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노동자만 편안하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해보자는 인간적인 삶을 위한 계몽운동이기도 한 것이다.

2007년 금융노조 임담협 중앙교섭 결과

금융노사는 8월16일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2007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개정안에 최종서명을 했다. 그 내용은 △총액임금 3.2% ± α 인상, △임금피크제도 도입 시 정년 60세 연장, △매년 1회 이상 건강검진 실시, △불임휴직 1년 이내 유급화, △육아휴직 2년 이내에서 1회에 한해 분할 등이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고용안정 방안은 기관별로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은행창구 영업시간 단축 문제는 노사가 별도의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다. 2007년 금융노조 임단협 결과를 좀 더 자세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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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액임금 3.2% ± α 인상
인금인상 합의에서 노사는 “2007년도 임금인상률은 총액임금 기준 3.2%를 기준으로 하여 각 기관별 노사가 상황에 맞게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합의했다. 2006년도 합의 서술구조와 똑같게 정리를 했다. 대신 국책기관 등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감안하여 회의록 기재를 하기로 했으며, 회의록 기재 내용은 “‘상황에 맞게’는 ±α의 의미도 포함하며,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은 정규직의 인상률을 준용하기로 함”이다. 국책 가이드라인 2.0%를 고수하는 사용자들의 논리를 혁파하기 위하여 상업은행의 수익성 및 전체 평균 임금 타결률 5.4%를 지속적으로 내세워 얻어낸 결과였다. 또한 미사용 생리휴가수당 지급을 2005년과 2006년 산별교섭에서 합의했음에도 지부 노사가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를 조기에 지급하도록 산별 단위에서 다시 합의했다. 

 ● 사용자단체 구성 미합의
현행 제7조 제2항에 “교섭위원은 노사 동수로 사용자와 조합의 대표자가 합의하여 선임한 위원으로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고, 별도 합의서에 “사용자는 2008년도부터 사용자단체 명의로 교섭에 임”하고, “산별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008년부터 2년으로 한다.”와, “노사는 이중교섭 방지를 위해 산별단체교섭에서 합의된 의제는 지부보충교섭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노사는 의제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이중교섭 문제 발생 시 조정권을 행사한다.”로 합의에 이를 무렵, 노조 내부에서 유효기간 문제에 논란이 일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 노동조합 재정자립기금 출연 논의 진행
노동조합 재정자립기금 출연 관련하여 현행 단협에는 “사용자는 2007년 이내에 재정자립 기금의 규모 및 적립방법, 적립시기 등은 조합과 합의하여 지원을 완료”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2003년 실무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여 논의해오다가 노사관계 로드맵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면서 중단된 상태였다. 올해 교섭에서 이 논의를 2008년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 영업시간 단축 태스크 포스 팀 구성
영업시간 단축을 비롯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사는 금융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과도한 경쟁 지양 등 근무시간 정상화 TF를 구성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 정년연장 60세 확보
현재 정년은 58세이며 임금 피크제를 할 경우 59세이나, 이를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지부 노사가 별도로 정”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 매년 1회 이상 건강진단
사용자는 종업원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건강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종업원에 대하여 매년 1회 이상 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합의했다.

 ● 불임휴직 시 유급화
불임직원의 임신(인공수정 및 시험관 시술 등)을 위한 경우 1년 이내의 무급휴직을 부여하도록 돼 있었으나, 이를 유급휴직으로 개정했다. 세부 사항은 지부 노사가 정하도록 했다.

 ● 육아휴직 분할 사용
육아휴직 기간은 산전·산후 육아휴가 및 불임휴직 기간을 포함하여 2년 이내로 하되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으나, 이를 “2년 이내에 1회에 한하여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칙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사용자는 현재 재직 중인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일정 요건을 고려하여 정규직 전환 등을 포함한 기관별 상황에 맞는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부사항은 지부노사가 협의하여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을 동종 유사 업무의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회의록에 기록했다. 또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 인력운용계획을 매년 해당 지부와 협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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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단체의 구성 논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는 것에 대해 산별협약의 효력 약화를 우려하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8월 9일 있었던 지부대표자 회의에서 사용자단체 구성 등 마지막 남은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 금융노조 ]

무거운 요구 사안, 더 무거웠던 노조 행동

2007년 교섭에서 노동조합은 영업시간 단축과 사용자단체 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예년에 비하여 수는 적지만 그 무게가 만만치 않은 안건들을 사용자에게 요구했다. 지난해 기간제법이 제정되면서 정부와 언론은 올해 초부터 각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란을 벌여 왔다. 노동계 역시 관련법 재개정 투쟁 담론을 진행했다. 이러한 형국에서 금융노조 본조는 예년 수준의 임단투 투쟁상황실을 설계했으나, 조직 내에서는 투쟁을 조직하는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이는 요구 안건이 조합원들에게 현실감을 주지 못했고 산별교섭은 일과성 행사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임금복지의 상대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노동조합 간부의 안이함이 맞물린 결과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금융노조는 올해 교섭 전략을 짤 때, 사용자단체 구성을 압박하기 위하여 전체교섭단 교섭을 주 교섭방식으로 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첫 교섭에서부터 노사 6대 6 교섭대표단을 선출하는 전략상의 오류를 빚었다. 또 교섭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작년과 같이 지부위원장들이 교섭대표단 참여를 꺼려하는 상황이 연출돼, 향후 현행과 같은 산별교섭 관행이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를 갖게 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하여 중앙교섭 진행과 대표단교섭과 간사교섭의 보완이 정돈되고 유려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교섭 역시 작년과 같은 방식, 즉 대표단교섭을 주로 하고 간사교섭을 보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간사교섭은 전반기 4회에 그쳤다. 이는 간사교섭이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여 실효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표단교섭은 내용을 결정하거나 진행시키고, 간사단 교섭은 문건 정리를 하는 방식이었다. 교섭 와중에 대표단이 간사교섭 단위에서 내용을 조율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역시 결정권이 없어서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대표단교섭과 간사교섭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상호 보완시키는 교섭방식 정립이 필요했다.
여전히 지부나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임금이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작년 2.9%보다 좀 향상된 수준인 총액임금 기준 3.2% ±α로 합의됐다. 올해 교섭 역시 작년에 이어, 아니 수년 전부터 국책기관의 임금가이드라인 2.0%에 묶여서 어려움이 많았다. 노동조합은 처음에 노총 지도율인 9.3%를 제안하다가 이후 국내 평균 타결률인 5.4%를 제안했다. 사용자는 2.0%를 제안하다가 3.0%로 수정했다. 결국 막판 교섭에서 노사는 3.2%로 확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가이드라인 공세와 언론의 금융노동자에 대한 고임금 공세가 교섭 초반부터 제기돼 임금은 마지막에 가서야 언급하는 형국이었다.

내부소통의 문제 드러낸 사용자단체 구성 합의 

창구 마감시간을 오후 3시30분으로 당기자는 영업시간 단축 요구는 언론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진보적인 노동 그룹에서는 영업시간 단축문제를 노동조합의 획기적이고 바람직한 제안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자본과 언론의 집중공세와 이를 등에 업은 사용자의 공격에 밀려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 논의하기로 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공세를 무릅쓰고 영업시간 단축 요구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한국의 노동문화를 바꾸기 위한 금융노조의 실천의지가 능동적으로 발휘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금융 노사는 2006년 교섭에서 사용자단체 구성을 위한 실무위 운영을 합의했고, 실무단위의 논의를 계속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금년 교섭에서 사용자단체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앞서 말했던 것처럼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혼선을 빚은 과정은 노조 내부의 논의가 교섭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소통의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장시간의 진지한 노사교섭 속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진행시키는 계기이기도 했다.  

2004년 비정규직에 대한 별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그동안 금융노조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에서 그 어떤 노조보다도 선도적인 성과를 거두어 왔다. 올해 중앙교섭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런데 일부 지부에서는 산별교섭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자의로 비정규직문제와 관련해 사용자들과 합의하고 이를 언론에 속속들이 발표했다. 산별의 통제를 벗어난 이러한 행태들은 사용자들이 비정규문제 관련 산별교섭을 회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노사는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기간제 정규직화와, 과거 정규직의 2배 또는 2.5배 수준이었던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올해에는 정규직 수준에서 준용할 것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 투쟁력과 통제력이 필요해   

이러한 중앙교섭 내용의 흐름을 대충 훑어보면 올해 교섭의 한계와 과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올해도 투쟁 배치가 없는 교섭관행을 여전히 답습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사업장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 문제, 외환은행과 제일은행을 비롯한 각 지부에 쟁의요소가 산재해 있었으나, 이를 한군데로 묶어내는 투쟁 전술이 부족했다. 조직 기획력과 투쟁전략이 없는 금융노조의 한계와 이의 중요성을, 올해 임단투 교섭은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특히 투쟁상황실 가동이 전무했다는 점은 중요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러한 투쟁이 없는 일과성 교섭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교섭 중심의 교섭 행태는 지부의 무관심을 축적하면서 산별노조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추동할 것이다. 조합활동에 대한 기초적이고 건전한 간부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외부의 최대 관심사였던 영업시간 단축에 대하여, 언론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잇따랐다. 자료 축적과 언론과 학계의 연대를 통해 노동현실을 폭로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것이다. 준비된 자료조차도 활용하지 못한 감이 있다. 기획, 조사, 홍보 등이 적절하게 팀워크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새삼스레 일깨워 주었다.

다음으로, 지부에 대한 산별노조의 통제력 및 의사소통 문제도 부각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중앙교섭 진행 중에 임금이나 비정규문제에 대해서 일부 지부에서 개별합의를 하고 언론에 발표하는 등 혼선을 빚은 것이다. 개별 행태에 의한 혼선이 산별교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교섭 중 사용자의 반응에서 구체적으로 입증됐다. 그리고 이번 교섭에서는 금융노조 내부 의사결정에서도 파행이 일어났다. 사용자단체 구성 합의를 진행 시키는 과정 막바지에 ‘유효기간 2년’ 문제 때문에 내부에 논쟁이 벌어졌고, 그 논쟁이 그간의 진행을 무효화시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금융노조 내부의 토론문화와 의사전달 체계 구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