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과 한국노사관계 시스템 변화

노동사회

비정규직과 한국노사관계 시스템 변화

편집국 0 5,188 2013.05.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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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7년 3월 발간된 『비정규직과 한국노사관계 시스템 변화Ⅰ』 보고서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노동연구원 홈페이지(
http://www.kli.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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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비정규직과 한국노사관계 시스템 변화Ⅰ』은 2000년대 이후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인 ‘노동시장 양극화와 비정규 노사관계의 출현’이 한국 노사관계 시스템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6년 현재 비정규직들로만 구성된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지회·분회를 포함하여 약 305개이며, 조직률은 2.8%로 매우 낮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노동쟁의가 격렬하고 장기화되는 양상을 띠면서 기존 정규직 중심의 노사관계를 뒤흔들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며, 이 글은 다음의 세 가지 주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첫 번째는 비정규노조가 그들만의 독자적이고 고립적인 조직을 넘어서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며 연대주의적 규범이나 관행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사업장 단위의 실리적이며 단기적 이해 추구를 우선하는가이다. 특히, 비정규노조가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가 노사관계의 주변부로부터 벗어나 최소한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가, 혹은 여전히 주변적 위치에 있는가가 중요한 초점이다. 두 번째 질문은 비정규 노사관계와 산별전환의 상호관계이며, 세 번째 질문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향후 조직화 가능성이다. 

이 글은 2000년대 이후 비정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주요한 분석방법은 첫째,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한 기술통계와 연결망 분석, 둘째, 비정규직 독자노조 및 사용자측에 대한 심층면접 및 인터뷰, 셋째, 비정규 노사관계 관련 문헌검토 등이다. 또한 2006년 3월부터 9월까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유노조 900개 사업체의 노사에게 실시한 노사관계 실태조사 중 비정규직 관련 설문조사 자료, 2006년 5월 말부터 2주간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임금 및 근로조건, 노무관리 관련 노사 및 개별근로자 면접조사, 2006년 8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사내하청 관련 사용자측 면접조사, 그리고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등도 함께 활용한다.

2. 비정규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특징

여기서는 비정규직 노동시장 현황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의 특징만을 간략하게 요약하겠다.

첫째, 조직된 비정규직의 50%를 포괄하고 있는 ‘비정규직 독자노조’는 간접고용직 및 특수고용직이 직접고용 기간제에 비해 ‘과대대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정규 노동쟁의 역시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말을 바꾸면 조직된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 노동자는 정규직 노조와 구분되는 독립노조로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①간접고용 및 특수고용직의 경우 기존 정규직 노조체계로 편입되기 어렵고, ②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조는 기간제(계약직/단기) 노조에 비해 내부자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면, 연결망 효과를 통한 외부자원 동원이 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즉, 간접고용 노조들은 정규직 노조에 대한 의존 정도가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여타 조직으로부터도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고 있고, 특수고용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연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연결망 효과를 누리고 있어 이것이 노동쟁의를 지속시키는 자원이다. ③간접고용 및 특수고용의 경우 고용형태의 다양화, 즉 기존의 2자관계가 아닌 3자관계라는 고용형태이며, 불법파견, 사용자성 및 노동자성 인정 논란 등 법제도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노사갈등을 해결하기가 어렵다. ④현재 직접고용이 전체 비정규직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의 이동이라는 비정규직 구성 변화가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계약직 등 한시적 근로자가 줄고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후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이 보다 심하며 고용불안정을 느끼는 정도도 높다. ⑤또한 최근 이뤄진 비정규직 입법이 간접고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노동쟁의의 격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기간제 전환문제까지 노동쟁의를 격화시키는 새로운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사용자측이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시정과 정규직 전환 대신 해고와 외주화를 선택한다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였던 기간제에서조차도 쟁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형태는 초기업별 노조가 전체의 76%인 반면 교섭의 69.4%는 기업별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조직형태와 교섭구조 간의 불일치가 두드러진다. 

셋째, 조직화 수준에서 규모 간 불일치가 나타난다. 비정규직의 85.3%가 100인 이하 기업에서 근로하나 정작 비정규노조는 주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또한 성별 불일치 현상도 두드러져, 여성은 비정규직 조합원의 20% 이하 수준이다. 

넷째, 비정규노조의 69.5%가 실리적 노조이며, 임단협 체결 정도는 68.2% 수준이나 파업 경험도 56.5%로 높아 노사관계가 불안정하다. 
다섯째, 비정규노조의 50%가 해당 사업장에 정규직 노조가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정규직노조가 비정규노조를 지원하는 경우는 11% 이하다. 정규-비정규 갈등 역시 지속되고 있다. 

여섯째, 비정규노조에 대한 상급단체 및 활동가의 지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비정규노조들 간의 연대가, 정규직 노조나 시민단체 혹은 노동단체와의 연계보다 상당히 강하여 상대적으로 ‘고립’적인 양상을 보인다. 

일곱째, 특수고용노조가 폐쇄적인 연결망에 기초한 유유상종 현상이 두드러지는 강한 연계 형태라면, 계약직은 매우 느슨한 연결망을 형성한다. 또한 간접고용 노조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자원동원을 하고 특수고용 노조들보다는 약하지만 강한 연계의 특성을 보인다. 직접고용보다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조들의 연결망 효율성이 높아, 이것이 노동쟁의 등 노사관계를 주도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특징이 △연대주의적 규범형성, △비정규직의 통합 그리고 △조직화의 세 가지 측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3. 비정규직과 연대주의적 규범형성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모두 나타나고 있어 추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비정규노조의 69.5%는 조합원의 실리적 이해 대변을 강조하지만 이것을 ‘실리주의’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정규직 노조는 실리적일수록 회사와의 관계가 협력적이거나 담합적이며, 기업 내부노동시장의 강화를 요구하면서 정규직 조합원의 이해를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정규노조는 실리적이라고 해도 사용자측이 비정규노조를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측과 정규직 노조와 같은 관계를 만들기가 힘들다. 또한 정규직 노조는 다른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와의 연대를 주요한 활동목표로 간주하는 경우가 전체의 10%에도 이르지 못하지만, 비정규노조의 86%는 공동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규직 노조의 실리주의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게다가 비정규노조가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고용안정이나 차별철폐 요구 자체가 연대주의적 규범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비정규노조가 정규직 노조에 비해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기 쉬운 면도 있다. 초기업별 노조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에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에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는데, 무엇보다도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의 경우만 임금수준이 개선되고, 비정규직 내부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비정규노조가 자신의 준거집단을 정규직 노조로 삼아 조직적 동형화를 하는 경향이 존재하고, 외부조직과의 연대의 경우에도 일부 시민조직이나 노동단체로 제한되고 있다는 제한이 존재한다. 그리고 특정 비정규노조들의 경우 다른 노조들보다 비정규노조 간의 연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이 역시 동일 고용형태나 유사 규모 간의 유유상종 현상인 경우가 있어, 개방적인 연대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 세제 등 사회개혁적 요구에 대한 선호도가 낮고 기업수준의 고용안정과 차별완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연대규범을 내면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이상의 이유들 때문에 비정규노조의 성격은 추이를 좀 더 살펴본 후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이다.

둘째, 상급단체와의 연계 및 비정규노조 간의 연계를 선호하는 것은 연대주의적 규범의 정착에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 노동단체나 시민단체와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을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연결망 분석 결과 비정규노조는 산별연맹 혹은 지역본부와 연계를 맺는 경향이 뚜렷한데, ①규모가 작은 노조일수록 산별연맹보다는 지역본부와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긴밀하고, ②산별연맹과의 관계구조는 폐쇄적인 반면 지역본부와의 관계구조는 개방적이라는 점에서 지역본부와의 연계는 맹아적인 ‘지역연대’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부정적 측면이 존재한다. 공동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지원 관계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비정규노조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지역이나 업종, 산업 그리고 전국적인 차원의 문제로, 또한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제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비정규노조들의 경우 조직 확대는커녕 조직 유지도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에서 그와 같은 내부 동력을 만들어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와의 연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면 비정규노조들 간의 연계는 훨씬 강한 것 역시,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에 있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정규노조가 포괄적인 지역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당위에 그치고 현실적으로는 다른 비정규노조와의 연계를 우선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비정규노조 간의 연계도 개방적인 형태이기보다는 유사 규모, 유사 고용형태 간의 유유상종의 특징을 갖고 있어 연대주의적 규범 확립을 부분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이다. 

셋째, 초기업별 노조형태가 76%에 달하는 것은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교섭의 69.4%가 사실상 기업별 교섭이고 협약의 포괄 범위 역시 92.4%가 기업수준이라는 사실은 거꾸로 연대주의적 규범 형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특수고용처럼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연결망을 형성하는 것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비정규노조의 성격은 과도기적 측면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4. 산별전환과 비정규 노조의 통합 정도

비정규노조의 76%가 채택하고 있는 초기업별 조직형태는 산별전환에 유리하다. 그 이유는 ①처음부터 초기업별 조직형태로 출발할 경우 기업별 노조보다는 산별 조직을 받아들이기 쉬우며, ②비정규노조가 초기업별 형태에 가까울수록 조직 유지 및 확대에 요구되는 자원이 더 많고, 또한 기업별 형태보다 노사관계도 불안정하여 외부 지원에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산별노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곧바로 비정규직을 산별 노사관계 체계 내로 통합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통합문제는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 

첫째, 비정규노조의 교섭구조가 정규직과 분리되어 있으며, 금융·보건·금속 등의 산별교섭에서도 비정규직이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 산별전환을 통한 조직형태상의 통합이 곧바로 교섭구조의 통합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①금속 산별교섭 참여사업장인 KM&I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2005년에 이루어진 비정규직 및 불법파견에 대한 산별 합의가 실제로 사업장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것을 강제할 수도 없어 산별교섭의 비정규직 통합효과는 아직 취약하다. ② 현재 진행되는 산별교섭에서 비정규노조가 참여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예를 들어 금융의 경우 사용자측에서 비정규지부 대표가 교섭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③2006년 11월22일 출범한 금속산별노조의 경우에도 교섭의 틀이 △대기업은 기업별 교섭,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노조는 별도의 지역교섭 및 기업교섭의 형태일 것으로 보여, 비정규직 교섭구조의 통합 및 비정규 노사관계의 안정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사업장 수준에서의 정규-비정규직 간 연대규범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산별전환은, 교섭구조의 통합보다는 조직형태상의 통합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기업별 수준에서의 정규-비정규 간 연계나 정규직의 지원이 취약한 것은 통합효과를 낮추며, 정규직 내부의 의견조율 및 정규-비정규직 간 합의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기업수준에서의 정규-비정규직 간의 연대규범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초기업, 특히 산별수준에서의 연대규범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별수준의 연대규범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상급단체의 지원이나 전문적이고 공식적인 인력지원이 어렵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비정규노조가 상급단체와 연계를 하는 것은 산별전환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들 상급단체의 역할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비정규노조들의 통합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다. 산별연맹의 경우 공동집회 및 공동교섭에 참여하는 반면, 지역본부는 대리교섭, 공동교섭 모두에 참여하여 임단협에서 지역본부의 역할이 보다 직접적이다. 말을 바꾸면 비정규노조와 긴밀한 연계를 하고 있는 일부 산별연맹의 경우도 지원 정도나 결합 강도는 지역본부에 비해 낮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정규직 대기업 노조가 산별연맹-기업지부의 형태를 채택한다면, ‘지역본부-중소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은 ‘산별연맹-기업지부’와 별도로 교섭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산별체계에서 지역본부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진다. 또한 현재 비정규노조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조직 유지 및 확대 문제인 반면, 상급단체의 지원이 주로 교육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급단체의 지원 내용이나 방식에 있어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5. 비정규 노조의 조직화 가능성

첫째, 비정규 독자노조는 △규모 불일치, △성별 불일치 그리고 △조직형태-교섭구조 간의 불일치가 두드러지며, 이것이 비정규 독자노조의 조직 확대를 제약하고, 또한 노사관계 불안정의 요인이 된다. 

물론 비정규노조들이 초기업별 노조형태를 많이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직화에 긍정적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초기업별 노조형태를 가질수록 외부자원 동원을 통해 내부자원의 취약성을 일정하게 상쇄하려는 경향이 높아,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별 형태보다는 초기업별 형태가 비정규직 조직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업별 노조형태를 취하면서도 교섭은 기업별 교섭을 하는 불일치 현상은, 노조에 가입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줄인다는 점에서 조직화 가능성을 낮춘다. 초기업별 노조에 가입하고 있어도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렵고, 오히려 노조에 가입하여 얻는 이익보다는 가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이익, 예를 들어 노조 가입 시 곧바로 계약해지 혹은 직장폐쇄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가입 기피로 나타나 조직 확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둘째, 비정규노조가 상대적으로 높은 파업률이나 단체행동 경험을 갖고 있어 임단협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은 조직화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다. 설립 기간이 평균 4.4년인 것에 비추어 봤을 때, 비정규노조 전체의 68.2%에 달하는 임단협 체결률이 낮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정규노조의 56.6%가 전면파업을 한 경험이 있으며 파업을 비롯한 단체행동 경험 역시 81.8%로 높은 편이다. 특히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은 계약직에 비해 파업 빈도가 높고 임단협 체결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런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은 조직화에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비정규노조가 상대적으로 높은 파업률과 단체행동 경험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①비정규노조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구조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개별 기업에서의 문제해결 자체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단체행동 돌입 이유를 살펴보면 차별시정 등의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이 핵심적이다. 그리고 법·제도적 개선요구의 상당수가 △형식적인 사용자성과 실질적인 사용자성의 불일치,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집중되어 있어 비정규 노사관계의 불안정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또한 ②임단협이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비정규노조의 압도적 다수가 “사용자의 교섭 기피”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정규노조가 사용자측과 힘의 불균형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측은 힘이 약한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는 비용보다는 그렇지 않은 비용이 더 적다고 판단하여 교섭에 소극적이며, 이 결과 비정규노조는 극단적인 형태의 저항을 택하는데 이로 인해 노조 자체가 와해되거나 노사 간 대립이 극대화된다. ③정규직 노조의 지원이 일부 노조에 한정되며 상급단체의 지원 역시 취약하다는 사실 역시 비정규노조가 당분간 대등한 노사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불안정성은 노조 가입 시의 불이익뿐만 아니라 실익 부재로 이어져, 조직화를 어렵게 하는 한편 파업 성향을 강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라고 하겠다. 

셋째, 하지만 노동시장의 양극화 및 고용의 질 악화가 개선되지 않고 비정규직의 좌절과 불만이 축적되면서 노조 결성을 필요로 하는 자발적인 대중이 형성되고, 여기에 의식적 활동가의 노력 및 일부 지역본부나 상급연맹의 조직화 노력이 결합된다는 사실은 조직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따라서 의식적 활동가가 공식적인 전문인력으로 바뀌고, 상급단체의 지원이 보다 체계화된다면, 비정규직 조직화의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산별전환을 통한 인적·물적지원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조직률은 제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은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는 비정규직으로 하여금 노조의 필요성을 강화시킨다. 2004년부터 2006년 8월까지 비정규직의 규모 증가는 주춤하거나 소폭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내부 구성에 있어서는 파견 및 용역 등 대체근로가 확대되고 있고, 전 인구 특히 핵심노동력층과 화이트칼라에서의 비정규직의 확산이 나타나며, 여성 비정규직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임금격차 역시 정규-비정규직 간의 격차 및 비정규직 내부 격차 모두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의 평균근로시간은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으며 비정규노조 조합원의 60% 정도가 서면근로계약을 하지 않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일반 비정규직에 비해 사회보험 가입률은 높지만 기업복지 수혜 정도는 낮다. 더불어 비정규직 근로자의 교육훈련 기회는 매우 적고 교육훈련에 따른 정규직으로의 전환 및 상향이동 가능성은 막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문제들이 비정규직 독자노조로의 조직화를 확대시키는 요인인 것이다. 

넷째, 기간제(계약직)는 줄고 간접고용 및 파견이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에서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의 이동을 통한 비정규직 구성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의 과대대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독자노조로의 조직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독자노조 중 기업별 노조형태를 띠는 계약직/단기 노조에 비해 간접고용 노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선형적인 상관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별전환을 통해 간접고용 노조에 대한 외부자원 지원이 보다 확대된다면 조직화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6. 결론: 요약 및 정책대안

결론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의 주요 변수들이 △조직화, △노조 성격, △산별전환 및 통합 정도에 끼치는 영향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의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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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비정규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방향을 살펴보자. 이는 단기적 정책과 중장기적 정책, 그리고 노사관계의 직접적 안정을 위한 대책과 간접적 안정을 위한 대책, 즉 노동시장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종합적 정책방향 모색은 향후 연구 과제라는 점에서 이 글에서는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보다 직접적인 대책에 그 초점을 맞출 것이다.

1) 안정적인 임단협과 조직률 제고 

비정규 노사관계의 안정화는 전체적인 노사관계 안정화 정책과 더불어 임단협이 불안정한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 노조의 임단협 안정화 방향이 별도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  

기간제 노조보다는 간접고용 및 특수고용 노조에서 임단협이 불안정한 원인을 살펴보자. ①파견 및 일부 도급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고용사업주가 실질적인 교섭능력을 갖지 못함으로써 근로자가 사용사업주 혹은 원청에게 임금 및 근로조건의 개선 및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이 과정에서 노사 대립이 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원청 사업주가 하도급 혹은 파견업체와 계약해지 혹은 직장폐쇄까지를 강행할 경우, 현대하이스코, 군산KM&I, 롯데호텔 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노동쟁의가 장기화된다. ②간접고용의 경우 불법파견 문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여기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 법·제도적인 문제가 불거진다. ③특수고용직의 경우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사회보험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 이것이 노사관계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안정적인 임단협을 위해서는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한데 첫째, 다양한 방식의 원청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원청의 후원은 △(사내)하청업체와 하청노조 간의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지원, △하청업체 근로조건 악화 방지를 위한 지원,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내에서 활동보장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원청의 후원이 노사관계 안정화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업체와 사내하청노조 간의 2006년 임단협 체결에서 나타난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조는 2006년 5월22일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임금 및 특별요구안을 확정하고 사내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원청까지 참석한 집단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약 2개월 동안 원청은 고용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테이블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사내하청노조는 결국 7월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7월18~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88% 찬성을 확보하여 부분파업을 전개했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임단협을 잠정 합의한 이후까지도 사내하청 임금교섭은 계속 실마리를 찾지 못했으나, 9월18일 기아자동차 원청 사측이 일종의 ‘후원’ 형태로 교섭에 참여하자 사정은 달라졌다. 교섭 하루 만인 9월19일 잠정합의안이 타결됐던 것이다. 이와 정반대의 유형이 현대하이스코 및 군산KM&I 분회의 사례이다. 당시 원청은 사내하청노조 결성 및 임단협 요구에 계약해지·직장폐쇄 등의 강경대응을 했고, 결국 현대하이스코는 두 번에 걸친 지역사회협약 끝에 간신히 노동쟁의가 해결됐다. 군산 KM&I 분회는 신생 하청업체를 설립하여 이 업체의 정규직으로 사내하청 조합원들을 재고용하고 원청 사업장 내부에서의 사내하청노조의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이 역시 1년에 걸친 파업·점거농성 끝에 이뤄진 해결이었다. 

또한 원청의 후원은 △최저가 입찰제 등의 입찰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악화를 방지하거나, △하청업체 일부 노동자들을 원청의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전환체계의 마련,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훈련 지원, △하청업체의 인사노무관리 지원 등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원청 사업장에서 사내하청노조의 활동을 필요한 선에서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 역시 이에 해당된다. 이런 후원은 사내하청노조가 원청 및 사내하청업체의 노무관리를 일정 부분 대행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생산성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청의 후원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연계된다. 현재 법원의 판결 추세를 보면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성은 인정하지 않으나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6년 4월12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2 민사부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2005. 카합411)이다. 당시 신청인인 KM&I는 사내하청노조의 회사정문 봉쇄와 납품차량 출입 방해, 공장 내 무단진입·투석 등의 시설 파괴행위를 법원에 제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신청인인 KM&I 원청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등에 대해 인사발령하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직접 실시하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하청업체별로 나뉘지 않고 각 부서별로 혼재돼 조장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 온 점” 등 몇 가지 사실을 들어, “신청인은 업무 도급의 형식으로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는 요지의 판결을 했다. 이와 같은 판결을 원용한다면, 원청이 고용사업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사업주로서의 역할을 규정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원청의 후원 역할을 최저선으로 할 경우 임단협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규직 노조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 수준에서의 정규직 노조의 지원은 안정적인 임단협 확보에 관건이 되는 요소이다. 2006년 처음으로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자동차 아산, 울산, 그리고 전주 사내하청노조의 경우 정규직 노조의 지원이 결정적이었으며, 이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조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처럼 정규직 노조가 무관심 혹은 관망에 그치거나, KM&I처럼 정규직 노조는 인천 사업장에 있고 사내하청노조가 있는 군산 사업장에는 사실상 정규직이 거의 없는 경우, 또한 노동과정의 특성상 정규직보다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역할이 커서 정규직 노조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 등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우호적이라 하더라도 비정규직을 지원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산별노조를 통한 지원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으며 특히 상당수의 정규직 노조가 현대하이스코나 KM&I 사례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산별노조의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산별연맹이나 지역본부가 비정규 노사의 임단협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을 갖추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역본부나 산별연맹은 비정규노조에 대한 지원의 폭을 넓히고 있으나 아직 교섭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조율할 정도의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대하이스코나 포항건설노조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급단체에 의한 조율능력은 노사갈등 해결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다음으로 전체적인 비정규직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조직형태와 교섭구조 간의 불일치를 해결해야 한다. 조직형태는 초기업별이나 교섭은 기업별로 이루어질 경우 조합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어 조직 확대가 어렵다. 또한 개별교섭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고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따라서 비정규노조의 교섭을 집중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2006년 임단협 당시 개별교섭으로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는 협약 적용률이 매우 낮은 반면,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조는 집단교섭으로 임단협을 타결하여 협약 적용률이 전체 사내하청 업체로 확대되었던 사례가 있다. 이런 중요한 교섭 사례에 대한 평가 및 초기업별 교섭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산별적인 조율을 통해서 조직형태와 교섭구조 간의 불일치를 해결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산별교섭에서는 비정규 임단협을 조율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지역본부 혹은 산별지회-비정규노조-사용자측’의 교섭틀을 형성하고, 이것을 산별교섭의 틀 내로 편입시키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임단협의 안정화가 비정규직의 조직률을 제고시키기는 하겠으나 이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조직률이 낮을 경우 사실상 사용자측이 협상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 결과 극단적인 대립이 표출되거나 노조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상급단체의 조율능력 제고

지역본부는 비정규직 노조의 결성 및 임단협 그리고 파업, 지역적 연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산별연맹과 차이를 보인다. 지역본부는 ①산별연맹에 비해 교섭에 좀 더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②산별연맹이 주로 특정 비정규직 노조와 제한적이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연계를 하는 반면, 지역본부는 규모가 작은 노조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고 개방적인 연계를 하며, ③비정규노조가 지역본부와 연계를 할 경우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와도 동시에 연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종의 ‘지역적 연대’의 맹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④또한 비정규노조들 사이의 연계를 보면 현대하이스코나 기륭전자, 인천 비정규노조들 등 지리적으로 인접한 노조들 간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의 조직화 및 임단협 안정화와 관련하여 지역본부의 역할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지역본부는 기존 정규직 중심 노사관계 시스템에서 조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역본부는 중소영세사업장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중심의 기존 노사관계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있으며, 최근 진행되는 산별전환에서도 유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본부와 비정규노조의 긴밀한 관계는 비정규노조의 조직률 제고에는 유리하나, 노사관계 체계로의 통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금속 산별교섭의 경우 지역별 교섭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나 그 역할이 산별 중앙교섭과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거나 그것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머물러, 사실상 지역별 교섭 그 자체의 독자적인 역할은 취약한 편이다. 즉 일종의 과도기적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역본부의 역할 및 위치를 단기적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산별 통합교섭구조를 장기적 방향으로 설정해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및 비정규 부분을 나누어 산별 중앙교섭 아래 편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이며, 단계적인 통합 프로그램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업종이냐 지역이냐라는 논란에 매달리기보다는 각 업종별 고용형태의 특수성에 맞추어 상급단체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화와 임단협 안정화를 목적으로 한 지역본부의 역할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총연맹 간,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 간의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의 지원과 노력을 조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본부에 인적·물적자원이 대폭적으로 지원되어야 하며, 현재의 지역본부 사업내용(공급)과 비정규노조의 요구사항(수요) 간의 불일치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3) 법·제도적인 보완책 마련

비정규직 입법의 통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주목하면서, 몇 가지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차별시정 기준의 확대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임금 및 근로조건을 비교해 보면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그 중에서도 특히 용역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취약하며 규모별 격차도 큰데 이것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①먼저, 독일처럼 차별시정의 기준을 ‘원하도급 혹은 원청-파견업체 전체’로 확장하고 평등대우의 원칙을 강화시키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②또한 해당 업종 및 산업의 직무분석에 기초하여 그에 적절한 비정규직 임금체계를 확립하고, 이에 기초한 산업 평균요율을 마련하여 권장하며, 하도급 계약시 산업 평균요율에 입각하여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정하도록 할 수 있다. 이것은 차별시정 기준을 사업장 차원에서 업종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유통 및 통신, 서비스 등에서의 파견업종 허용이 예상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차별시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정규직화와 더불어 적법 하도급으로의 전환에 대한 적극적 행정지도가 필요하다. 하도급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 역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①하도급 업체의 중견기업으로의 육성과 더불어, ②도급계약에서 ‘최저가 입찰제’가 폐지되고 공정한 하도급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③또한 도급계약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의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고용안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차별시정 이상으로 노동자들의 불만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고용불안정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경우 기업 수준의 고용안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업종 혹은 산별 수준에서의 고용안정 대책으로서, ①산별 재취업 시스템의 안정적 구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회사의 구조조정에 따라 해고가 불가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평적으로 다른 회사로 이동할 수 있거나, 특정 업종의 구조조정에 따라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재취업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②한편 사내하청 등 일부 업종에서는 비정규직 역시 2년 이상 장기 근로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업체가 바뀌었음에도 해당 노동자들은 그대로 일하는 사례도 있다. 이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고용 승계’를 노사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넷째, 비정규직 자체를 줄여나가려는 적극적 노력 역시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체계를 기업 내부에 만들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공기업 등 정부 관련 기관부터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인건비 절감만을 효율성의 기준으로 삼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효율성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경영혁신의 기준으로 채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입법 시행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것이 긴급하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며 효과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4)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대응

비정규직 문제는 보다 중장기적으로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