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는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남겼나

노동사회

6월 국회는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남겼나

편집국 0 3,071 2013.05.29 08:44

노동운동이 받아든 2007년 6월 임시국회의 성적표는 참담하다는 사후평가가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무력한 여당으로 기록될 법한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사이비 개혁정당이 정치적 이합집산과 지도력의 부재 속에서 얼마나 쉽게 민중을 배신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 권리보장법 및 로드맵 관련 법안의 개악 등 노동관련 법안의 실질적 후퇴를 초래했다는 의미에서 치명적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7월4일 국회 종료시점 현재, 6월 국회는 17대 국회 내내 정치권의 최대 쟁점법안으로서 정치적 거래의 시금석 역할을 담당했던 ‘사학법’과 ‘국민연금법’ 뿐만 아니라 다수의 노동관련 법안이 개악·유보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국회 내부 권력관계에서 한나라당의 압승 구도 속에 민주노조운동 및 진보진영은 위약한 주체적 한계 앞에 무력함을 곱씹어야 했다. 

일단, 6월 국회에서 다루어진 법안들 중 현안이 된 노동관련 법률은 대략 4개 상임위에서 논의된 9개의 법안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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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논의 법안, “건고법은 통과됐지만…” 

먼저 교섭대표단의 구성 등 교섭절차와 교섭의제의 제한 등이 명기된 교원노조법은 지난 4월 국회에서 환노위를 통과한 바 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18일, 법사위 제2법안소위를 통해 해당법안이 논의되었으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교섭대표단 구성의 최소기준을 환노위 의결안인 2%에서 1%로 하향조정할 것을 주문하여 환노위로 다시 이관되었다. 

그러나 환노위 차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안을 재논의하라는 법사위의 요구에 대해 환노위 의원들이 반발하고 환노위-법사위 한나라당 의원들 간의 의견 통일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6월22일 한나라당 소속 환노위 위원장 홍준표 의원은 법사위에서 논의를 거쳐 통과시키도록 다시 요구했고, 결국 법안은 다시 법사위로 넘어갔다. 이후 법사위에서는 쟁점법안으로 분류되어 실질적 논의가 유보되다가, 법사위 회기 종료 직전 교섭대표단 구성의 최소요건을 원안대로 2%로 할 것인가 1%로 하향조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보수 양당 간 쟁점이 형성되었다. 결국 교원노조법은 한나라당의 안대로 조정되어 법사위를 통과했고 7월4일 국회본회의에서 안건으로 회부되었다. 그러나 ‘사학법·로스쿨 야합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요구에 따라 쟁점법안으로 분류, 안건에서 삭제되었다. 

산재법은 자본과 한나라당의 유착에 따라 허무하게 논의가 중지된 꼴이다. 당초 환노위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법사위에서 소폭의 개정 이후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었으며,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산재법안은 법사위의 법안소위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전문종합요양기관에 대한 당연지정제도,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적용문제 등과 관련한 병원협회와 특수고용 사업주의 로비로 인해, 법사위원장이 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회부조차 하지 않는 웃지 못 할 사태가 발생했다. 교원노조법이 교육관련 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경노선에 묶여 통과되지 못했듯이 산재법 역시 특수고용 관련 한나라당 방침에 따라 무력하게 주저앉은 것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건설산업기본법에 이어 건설고용개선법률과 근기법 개정안 등 건설관련 3법이 모두 통과된 것은 올 6월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들 중 유일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시공참여자제도(속칭 오야지)의 폐지, △불법재하도급 처벌 강화, △건설현장 화장실·탈의실·식당 설치 의무화, △체불임금 직상수급인 연대책임 등이 있다. 이런 내용들의 법제화는 건설산업연맹의 핵심 요구사항들이 포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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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3일 민주노총은 국민연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두 법은 결국 누더기가 되어 통과됐다.  ▶ 민중의 소리 ]

환노위 소관 법안, “가다서고 가다서고… 줄줄이 난항” 

특수고용관련 법안은 노동부가 내놓은 정부안을 정부발의법안으로 할 것인가, 의원발의법안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형식적인 쟁점이 형성되다가 결국 정부안을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안으로 발의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정법으로 발의된 김진표 의원안에 대해, 제정법은 상임위에서 20일 이상 계류하면서 법안 논의와 공청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김진표 의원안은 환노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는 별도로 유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조성래 의원의 발의안은 환노위에 상정은 됐으나, 이 역시 제정법이므로 공청회를 열어야 법안소위 회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법안소위에는 회부되지 못했다. 이후 조성래 의원안은 공청회 개최가 계속 미뤄지다가 6월 국회가 다 끝나갈 무렵인 6월29일에야 공청회를 거쳐 법안소위에 회부됐으나, 국회의 회기가 끝남에 따라 결국 공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특고법안 상정의 난맥상은, 사실상 표면적으로만 추진의사를 밝혀오다가 형식적인 입법노력을 보이는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로비에 따라 특고입법화를 최대한 저지하고 막아야 한다는 입법방해공작(filibustering)을 진행한 한나라당 간의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2005년 최저임금법의 통과 이후 최저임금관련 최대 현안이 되어왔던 택시노동자 최저임금 적용문제 역시 난항을 거듭하다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4월 국회 원내에서까지 충분히 논의된 터라 통과가 예상되었으나, 6월22일 정부가 기습적으로 택시노동자 최저임금의 산입기준을 최저임금법상 ‘통상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으로 하는 내용의 발의안을 제출했다. 결국 해당 사항의 노사정 합의 여부, 택시최저임금의 예외성 인정 여부 등이 논쟁사안이 되어 논의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 법안은 6월29일까지 노사정 간 재논의가 결정되었으나 불발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양 택시노조의 의견 절충을 통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시행령에서 규정, △법 시행은 2년 유예 등을 골자로 하여 환노위를 통과했다. 이후 법사위로 넘어간 법안은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되지 않은 채로 6월 국회가 마무리되었다. 

정부 발의안대로 택시노동자의 최저임금 산입기준을 ‘평균임금’으로 하면, 상여금과 법정 수당도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최근 최저임금 산입기준을 넓히려는 자본의 의도가 점점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이럴 경우 사실상 전체 최저임금법 개악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스러운 부분이다. 시행령을 둘러싼 별도의 투쟁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교수노조합법화를 위한 교원노조법 역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환노위 차원에서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 국회에서 교원노조법을 인정하기로 합의한 것을 파기하고 법안 논의조차 거부하고 집단 퇴장하는 등 수차례 산회를 거듭한 끝에, 법안 논의는 차기 국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 역시 위에서 언급했던 교육관련 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경노선에 여타정당이 무력하게 주저앉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보건복지위와 교육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조건과 직결되는 국민연금법이 무력하게 날치기 통과되었다. 국민연금법은 보수 양당 간 야합으로 6월29일 하루 동안 법안심사소위(10시)와 보건복지위(16시)를 통과했고, 결국 7월3일 오전 법사위, 오후 본회의까지 신속한 날림 통과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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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통과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노후에 받는 돈(국민연금 급여)은 현행 60%에서 40%로, 20% 낮췄다. 당장 내년에 50%로 낮춘 다음, 매년 0.5%씩 2028년까지 40%로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1999년 연금개혁 당시 70%에서 60%로 낮춘 것을 고려할 경우, 한국 정치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짧은 기간에’ ‘30%라는 급격한 급여인하를’ ‘별다른 저항 없이’ 이뤄낸 셈이다. 

이렇게 급여율을 인하하면 이를 보완할 만큼의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하나, 지난 4월 통과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까지 10%(18만원)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지나치게 느린 확대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확대적용 시기와 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급여율 하향조정이 아주 구체적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이 요구했던 ‘장애기초연금’은 아예 삭제되었다.

사학법은 6월28일 사학법 재개정 여야 합의를 거쳤다가 로스쿨과 연계 처리한다는 열우당 방침 변경에 따라, 7월2일 한나라당과 협상이 결렬되는 파동을 겪긴 했으나 7월3일 오후에 다시 로스쿨 연계처리로 합의되는 수순을 밟았다. 로스쿨 법안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사학법의 원래 내용을 수호할 능력이 없는 열우당에서 ‘사학법 수호’의 명분을 건지기 위해 연계처리를 제시한 것이며, 한나라당 역시 부담 없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어쨌든 이로 인해 사학법은 7월3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강행 처리됐다. 그 주요한 내용은, △이사 정수 중 1/4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 안의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를 추천키로 하며,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수는 5인 이상 홀수로 하되,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과반수로 하고(종교지도자양성대학(원)은 종단 추천 인사를 과반수), △임시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는 것 등이다. 결국 당초 발의된 사학법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법안일 뿐만 아니라, 개방형 이사제 무력화와 비리재단의 옹호를 목표로 하는 개악안이다. 

의료법 역시 의협 로비 사건 등으로 보건복지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마무리되었다. 

대선국면에 실종되지 않는 투쟁 만들어야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안건은 9월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전망이나, 대선국면에서 실질적 법안 논의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따라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과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법안들은 9월 국회에서 논의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쟁점법안의 경우 실질적 심의가 쉽지 않다. 

정치시장의 논리에 따라 보통의 경우 보수정당이 선거 국면에서 민생법안들에 대해 형식적인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전체 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비정규법 및 국민연금법, 그리고 쟁점법안이었던 사학법이 통과됨에 따라, 대선을 코앞에 둔 2007년 정기국회에서 노동계가 추진해왔던 법안들이 중심적 논의 대상에 진입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법안논의가 각 당의 선거홍보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일단 지난 6월 입법 청원된 비정규권리보장법을 포함하여, 산별교섭 법제화 방안과 그밖에 현재 계류 중인 노동관련 법안을 원내에서 실질적인 논의구조로 편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투쟁과 사업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17대 국회 국회 내내 제기된 문제이기는 하나, 민주노조운동이 담당하고 관철시켜야 하는 법제의 범위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동원 수준의 최소치는 비례해서 증가해왔다. 그간의 투쟁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대안적 사업방향의 조정이 고민되어야 하는 지점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