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금융산업 비정규직 관련 교섭 현황 및 노동조합의 과제

노동사회

2007년 금융산업 비정규직 관련 교섭 현황 및 노동조합의 과제

편집국 0 5,785 2013.05.2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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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노조는 지난 7월2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투 방침을 결정한 뒤 협상을 진행 중이다. ▶ 증권노조 ] 

1. 금융산업의 비정규직 고용

금융산업에서는 격렬한 산업구조조정과 경기변동을 경유하면서 비정규직이 크게 확산되었다. 과거 금융산업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형태는 보험업의 특수고용직인 보험모집인이라 할 수 있었으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 업무의 일부가 비정규직화되고 새로 등장한 업무의 일자리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짐으로써 규모가 크게 늘었다. 

우선 비정규직 존재형태부터 살펴보면 금융산업에서는 보험업의 특수고용직이 주된 세력이었다가 구조조정을 경유하면서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 모두에서 계약직을 중심으로 한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중은 세 업종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의 발효로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된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구성을 보면, 연간단위의 계약갱신을 통해 고용이 장기화되는 계약직이 주된 구성이고, 유통부문에서와는 달리 시간제나 아르바이트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속한다. 한편, 계약직도 내부 구성이 단순하지 않다. 은행의 경우 계약직 중 가장 규모가 큰 집단은 영업점 텔러이고 증권업에서는 영업점과 본사의 영업직과 업무관리직이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며, 보험업에서는 각 영업점별로 1명씩 배치되어 있는 총무 혹은 경리직이 주요 집단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규모는 더 작은 다양한 직무 집단들이 존재하고 있다. 

위의 주요 집단과 소규모로 존재하는 여러 직무군들 사이에는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 주요 집단은 과업의 성격상 해당 업종의 소위 ‘핵심 업무’ 영역을 담당하는 정규직 집단에 직접 통합되어 있으며, 핵심 업무영역에서 하위직무를 수행한다. 은행의 텔러, 증권사의 영업직과 업무직들의 직무가 그러한 경우이다. 이 업무들은 과거 정규직의 하위 직급이 수행하였고, 지금도 업무상으로 상당한 중복이 이루어져있거나 거의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업무들은 구조조정 직후에 불확실한 환경과 저비용을 이유로 기업들이 해당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면서 변화한 것인데, 초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성되어 업무를 보다가 이후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가 불거지자 정규직 업무와 비정규직 업무를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에서 시도된 ‘분리직군’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데, 구체적인 양상은 달라도 모두 직무와 고용형태를 일치시켜 집단 간 조건의 격차를 정당화할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한편, 주요 집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금융산업의 과업, 조직, 기술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증가하고 있는 직무들이 콜센터와 전산오퍼레이터 등이다. 이들은 영업점이 아니라 본사에 배치되어 있는데, 금융산업의 IT정보화에 따라 기업의 각종 정보관리시스템(MIS)의 구축과 유지 업무를 담당하거나, 고객상담 및 온라인 영업채널을 담당한다. 한편, 이들은 소규모의 직무집단들과는 달리 어느 정도 규모를 형성하고 있어서 집단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직무집단으로 성장하였다. 은행들의 경우 같은 계약직인 텔러들은 본사 차원에서 채용, 관리되는 반면, 이들 콜센터 및 전산오퍼레이터(사무지원직 포함)들은 부서 차원에서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세 번째 집단은 핵심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고, 직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직무군들로서, 청경, 경비, 청소, 사무보조 등이다. 이들은 일부 계약직 형태도 존재하지만 대체로 파견이나 용역 형태로 존재하거나 그렇게 존재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네 번째로, 규모는 작지만 지식·기술적 전문성으로 인해 직무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집단들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고액의 급여를 받는 직무 집단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이고, 다음으로 투자상담사나 딜러 등이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채권추심, 구상직, 의료심사역, 각종 기술직 기사 등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가 비정규직보호법 상에서 2년 이상 재직시 무기계약 전환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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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금융산업의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현황을 살펴보면, 구조조정기에 그 규모가 대폭 증가하였으며 이후에 약간 주춤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업의 경우 1999년에 2만2천여명, 18.5%였던 규모와 비중이 작년 말 현재로는 4만여명, 31%까지 커졌다. 증권업의 경우는 구조조정기에 급속하게 규모가 커졌다가 2002년부터 규모와 비중이 감소하였으며, 2005년부터는 다시 규모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보험업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표2] 참조). 한편, 금융산업 비정규직 규모의 팽창과 수축은 경기변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체로 금융권 비정규직 규모는 매출과 순익이 떨어지는 시기에 증가하고 매출과 순익이 향상되면 증가세가 둔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수익성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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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양상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늘어나는 특징을 가진다. 2006년도가 그런 특징을 뚜렷하게 보였는데, 이는 2004년경부터 뚜렷해진 금융업의 활황에 따라 노동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편,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세 업종의 업무영역의 겹치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영역을 담당할 노동수요가 신규로 필요하다. 이러한 활황과 노동수요의 증가는 단체교섭을 수행하는 노동조합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시기에는 기업들이 기존 인력의 기업 내 체류를 유인하고 양질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더 매력있는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제시할 의사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익성과 매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에 노조가 활황을 이용할 기회는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고 올해 교섭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임금과 근로조건 차별 실태를 간단히 살펴보면 생활급 이하의 처우를 받는 집단의 존재, 극심한 임금 및 조건상의 격차, 직무분리를 통한 성차별 등이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먼저 생활급 이하의 저임금 집단의 존재와 극심한 격차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아래 [표3]을 참조할 수 있다. 이는 H은행의 2004년 직무별 초임현황인데, 2004년 상황이기는 하지만 연봉이 1,000만원도 되지 않는 직무가 존재하는 반면, 그 12배가 넘는 직무도 같은 사업장 내에 공존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산업에서라면 이러한 격차는 저임금 노동자와 경영자간 격차에나 해당될 만한 큰 격차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등장하는데, 2005년 금융산업노동조합이 소속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603명의 임금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9.9%가 월평균 임금총액이 15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고, 월 임금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자도 20%에 달했다(금융산업노동조합, 2005). 또한 최근의 한 조사는 W은행에서 비정규직의 월 급여는 정규직의 39%에 불과하며 초임은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알리고 있다(김성희, 2007). 한편 증권산업노동조합의 보고서는 증권산업에서는 정규직 대졸초임에 비해 비정규직의 그것은 45~76% 사이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한편, 다른 기초적인 근로조건에서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의 보고서(2005)에 따르면, 은행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과반수가 야간, 휴일, 연차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며, 교통비, 식대, 휴가비, 경조금, 상여금 등의 복리후생을 수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적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의 미적용에 따른 격차까지를 감안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는 임금격차 수준에 머물지 않게 된다([표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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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별로는 여성이 금융산업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텔러, 증권 영업직 및 업무직, 전산오퍼레이터, 콜센터상담원, 보험모집인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직무집단들은 거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조사는 금융산업에서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7.5%인데 반해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38.6%이며, 그 대부분이 창구, 보조업무 등의 낮은 가치 직무에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이 증권업에서의 여성 고용차별 실태를 살핀 보고서(2006)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금융산업에서 성별 직무분리(job separation)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2. 2007년 금융산업 비정규직 관련 교섭 현황

앞서의 현황에 따르면 고성장, 고수익 산업인 금융산업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노동조합들에게도 인식되었으며, 이 부문 노조들은 최근 수년간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의제화하고 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거나, 순차적인 정규직화 프로그램에 합의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법이 발효되는 2007년 단체교섭의 의미가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이 심각한 약점은 있지만, 법률의 약한 규율능력이나마 이를 사용자를 압박하는데 전술적으로 활용하고, 단체협약을 통하여 법률의 허점들을 보충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 시정에 적잖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금융산업에서 전개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교섭의 양상을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교섭 활동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2004년부터 비정규직의 임금, 근로조건, 고용에 대한 산별 합의를 축적해왔다. 금융노조는 비정규직의 완전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삼아, 관련 교섭 의제로 △협약상 근로조건의 공동적용, △비정규직 차별시정, △비정규직 사용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등을 추진해왔다. 이렇게 추진된 비정규직 관련 교섭에서의 연도별 합의 내용을 보면, 2004년에는 ⑴ 임금격차 축소 및 근로조건 개선 ⑵ 비정규직 활용 비율 규제, ⑶ 정규직 전환 제도 도입, ⑷ 여성 및 모성 관련 휴가 보장, ⑸ 교육훈련 기회 제공 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2005년에는 기존 합의에 ⑴ 정규직 신규선발 시 재직 비정규직 채용 노력, ⑵ 복리후생시설 사용 차별금지 등이 추가 되었으며, 2006년도에는 ⑴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임금인상률을 정규직의 2배 이상에서 2.5배로 상향 조정했고, ⑵ 비정규직법 추진과 관련한 근로조건 및 고용안정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며, ⑶ 1999년 6월의 노사합의를 기준으로 각 사업장에서 합의한 안대로 비정규직 비율을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2007년 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조직화 및 차별철폐, △단체협약 효력확장 관철, △계약직의 정규직화 등을 주요하게 추진하고자 했다. 금융노조의 2007년 비정규직 관련 산별협약 요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⑴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⑵ 경력 인정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하여 재직 중인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⑶ 차별시정 절차를 두기로 했다. ⑷ 또한 아웃소싱이나 업무 위수탁 시 노조와 합의하고, ⑸ 파견근로자의 사용직종 및 업무 등에 대하여도 노조와 사전 합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⑸ 단체협약의 전 종업원 포괄 적용, ⑹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처우 금지 등의 조항을 두어 산별단체협약이 산업 전반의 모든 노동자 집단에 적용되도록 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협약안은 사용사유 제한, 아웃소싱 및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발효되는 비정규직법의 맹점들을 보완하려는 의도와 함께 산별협약을 산업내의 모든 노동자집단에게 적용함으로써 보편적인 규율능력을 갖게 하려는 야심찬 전망을 담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표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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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결된 협약은 노조의 본래 협약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계약직 정규직화에 관련된 원칙적 합의를 제외하고는 그리 진전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복리후생을 전환대상 노동자에게 동등 적용한다는 조항은 있는데, 미전환 대상에 대한 복리후생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노조의 진취적 의도를 담고 있는 모든 조항들이 결렬되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사용사유 제한, 아웃소싱, 위수탁, 파견근로 사용에 대한 규제, 산별 노사관계 내의 차별시정절차, 협약효력 확장, 차별처우 금지 등이 모두 결렬되었다.      

한편 산별교섭을 전후해서 지부 차원에서는 주로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진 비정규직 관련 교섭이 전개되었다. 지부 차원의 비정규직 관련 교섭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산별 합의 이전에 이루어진 우리은행과 부산은행에서의 정규직화 합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에 있다. 우리은행의 합의(2006년 12월20일)는 창구텔러, 사무지원, 콜센터 고객상담직에서 일하는 계약직의 거의 전원인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부산은행 역시 창구텔러와 전산직 60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투자상담사, 채권추심 전문가 등의 전문계약직과 청원경찰, 경비, 청소원 등의 간접고용직, 그리고 아르바이트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직접고용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며, 두 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합의 직전의 29.4%(우리은행)와 33.6%(부산은행)에서 각각 9.3%와 13.4% 대로 낮아졌다. 부산은행의 경우 우리은행과는 다른 정규직화 방식을 택했는데, 기존의 정규직 직급체계상에 하위직급을 하나 신설하여 거기에 전환 노동자들을 배치시킴으로써 승진단계가 하나 더 필요한 것 외에는 기존 정규직과의 차이를 불식시켰다. 

두 은행의 사례는 금융노조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야심찬 산별 요구안에도 불구하고 타결은 주로 계약직 정규직화에 대한 합의로 내용이 축소된 데다, 교섭이전에 계약직의 정규직화 방법을 놓고도 지부 간 의견차이가 있었으나 계약직의 거의 전체를 이탈 집단 없이 일괄적으로 정규직화한 우리은행과 부산은행의 긍정적인 교섭 결과가 지부 교섭에서 일종의 패턴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두 은행의 정규직화 방식의 차이는 ‘분리직군제’에 대한 노동운동 내의 문제의식과 맞물려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두 은행 간 교섭 결과의 차이는 ‘직군분리’가 존재했는가의 차이와 맞물린 것이었다. 두 은행 노조의 요구안은 대동소이하게 계약직을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결과가 달라진 것은 우리은행의 경우 2002년부터 직군분리가 이루어져와 업무의 차이와 그에 대한 관리체계가 부분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던 반면, 부산은행에서는 텔러들의 경우 정규직과 계약직간 인적속성이나 직무내용의 차이가 거의 없었으며 사용자측은 2007년도 교섭 직전에야 ‘직군분리’안을 내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의 차이가 접근방식과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다. 두 사례를 뒤이어 외환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서도 타결이 이루어졌는데, 모두 우리은행 방식이 중요한 참조가 되었다. 그러나 이 합의들이 우리은행의 합의보다 더 진전된 내용을 갖지는 못했고, 은행권에서는 대체로 ‘분리직군제’ 방식의 정규직화가 대세를 이루었다. 

특기할 만한 사안은 하나은행의 경우이다. 다른 은행들이 대체로 정규직과 계약직의 2층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하나은행은 영업점만 하더라도 정규직, 분리직군(FMCL) 정규직, 1년 근무 후 분리직군으로의 이행이 약속된 전담텔러, 정규직 이행이 불가능한 빠른텔러 등의 4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사용자측이 타 은행의 구 여행원제에 해당될만한 분리직군 정규직을 계약직의 업무 몰입을 위한 유인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하나은행 노조는 여행원제 폐지와 정규직화라는 90년대의 과제와 2007년의 과제를 동시에 안고 해결에 골몰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이 사업장의 사용자는 어느 은행보다도 깊이 성과주의 관리에 몰입되어 있고 산별 노사관계에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선보이고 있는데, 정상적인 산별체계에서라면 이 문제는 산별 노사관계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특정 사용자에 대한 노조의 집중적 타격을 의미하는 ‘몰매공세(whipsawing)’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은행의 사례는 사용자들에게 다른 탈출구의 전망을 보여주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2)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연맹)의 2007년 비정규직 단체협약 방침은 △정규직화, △비정규고용 사용제한, △단체협약 적용 확대, △비정규직 계약해지 규제, △생계비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준거한 임금지불 및 산별최저임금 설정, △균등처우, △복지후생 차별금지, △조합원자격 부여, △간접고용직 계약해지 규제 등 고용안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⑴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는, 경력인정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한 정규직화, 1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1년 미만 비정규직의 재계약 거부 규제 등을, ⑵ 비정규 고용 제한과 관련해서는, 비조합원의 비정규직 사용 금지, 상시 정규직 업무의 비정규직 대체 금지, 임시직 및 계약직 사용기간 제한(각각 3개월, 6개월 이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⑶ 협약적용 범위를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사업 내의 모든 노동자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⑷ 임시계약직과 시간제 노동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해지나 재계약 거부를 금지하였고, ⑸ 협약범위 안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임금원칙으로써 생계비 원칙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산별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⑹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고용, 근로조건, 복지후생의 차별을 금지하고, ⑺ 임시직, 시간제 노동자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노조가입과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⑻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계약해지를 규제하고 이들의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규제하고자 했다. 그런데, 사무금융연맹 산하의 노동조합들은 증권산업노동조합 가맹 조직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기업별 교섭이나 대각선교섭을 치르고 있다. 때문에 사무금융연맹의 비정규직 관련 교섭방침은 산하 노조들의 단체교섭 방침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가이드라인 구실을 하게 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무금융연맹 산하에는 증권산업노동조합, 생명보험노동조합, 손해보험노동조합 등 3개의 소산별노조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은 사무금융연맹의 교섭방침을 참고삼아 독자의 협약안을 작성할 수 있다. 2007년의 경우 증권노조와 손보노조가 독자적인 비정규직 관련 협약 요구안을 작성하였고, 생보노조는 별도의 협약요구안을 작성하지 않았다. 한편 교섭형태에 있어서는 증권노조가 2007년 3월에 종료된 통일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원칙을 합의했고, 구체적인 정규직화의 실행교섭이 지부별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 반면, 손보노조는 통일교섭 없이 소집단별 대각선 교섭을 추진 중이고 생보노조는 지부별 교섭을 하고 있다. 여기서는 증권노조와 손보노조의 비정규직 관련 협약안과 교섭 진행상황을 살펴본다.     

① 증권노조는 2001년에 처음으로 통일단체교섭을 성사시켰으며, 2005년에 처음으로 통일협약안에 비정규직 관련 조항을 포함시켰다. 2005~2006년간 합의된 비정규직 관련 협약 내용은 비정규직 비율 축소, 처우 개선, 정규직 전환 기회 부여, 정규직 업무의 파견?용역 대체 규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2006년 협약부터는 별도의 조항을 설치하여 정규직 전환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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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증권노조의 ‘지부공통요구안’은 2006년도 통일교섭 합의를 기반으로, ⑴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정규직의 2배로 하고, ⑵ 처음으로 업종 최저임금(23,396,640원)을 설정하며, ⑶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간접고용을 규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⑷ 차별금지와 차별시정을 요구하고 차별비교대상 선정의 원칙을 제시하였고, ⑸ 근무기간 등 정규직 전환의 조건을 규정하도록 했으며, 특히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한 고용형태 변경이나 직무·직군의 편성을 금지하도록 요구했다. 이 조항은 소위 ‘분리직군제’ 방식의 정규직화에 대한 증권노조 차원의 비판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노조의 교섭은 아직 진척이 필요한 단계로 결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증권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기업별 노조조직들에서 일부 교섭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CJ투자증권은 비정규직 21명을 별도 직급을 부여하는 이른바 ‘통합’ 형태로 정규직화 하였고, 교보증권은 2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합의해 시행에 옮긴 상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고객지원센터의 80여 계약직원을 재입사 형태로 정규직화 했으며, SK증권은 지난해 계약직 20여명을 정규직화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는 1년 이상 근무한 여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한국경제21』, 2007년 7월30일). 

현재까지의 교섭 결과들을 보면 증권업에서는 이른바 ‘분리직군제’ 방식과 ‘직급체계상 통합’ 방식을 두고 노사가 경합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② 보험업: 손보노조의 2007년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에는 ⑴ 1년 이상 근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⑵ 1년 미만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규제, ⑶ 비정규직 활용 시 업무 및 인원의 규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생보노조는 별도의 통일요구안을 작성하지는 않았다. 

보험업계에서의 비정규직 관련 교섭 현황도 체계적으로는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손해보험 업계에서의 교섭 진척이 빨라서 일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LIG손해보험이 7월1일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던 영업소 부총무, 의료심사역, 사고조사역 등 184명의 계약직을 분리직군제 방식으로 정규직화했으며, 일부 직무에 대해서는 직급 신설을 통한 정규직 직급체계에의 통합을 협의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노조는 보상담당 사무직 40명을 직급 신설 방식으로 정규직화하는 데 성공했고, 잔여 계약직에 대해서는 큰 폭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졌다. 

서울보증보험노조는 140명의 계약직을 분리직군제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노조는 기존의 전환기간을 7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정규직 일반직군으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성공했다. 한편 제일화재노조는 1년 이상 계약직의 정규직화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었으나, 전환형태와 전환대상 직무들의 결정을 두고 노사가 대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문보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순차적인 전환을 통해 보상파트 현장요원, 본사 업무파트 여직원 등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던 직원을 대부분 정규직화시켰고, 동부화재는 2006년 손해사정 및 심사업무 담당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2007년에는 116명의 보험사고조사요원과 콜센터 상담원 등의 신분을 정규직으로 변경했다. 또한 연말까지 370명을 추가로 전환시킬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데일리』, 2007년 7월10일). 보험업계 역시 유노조 사업장에서는 분리직군제와 직급체계 통합 방식으로 합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전체적인 동향의 요약

지금까지의 타결 결과들을 보면 우리은행 노사합의가 금융권 전체에서 패턴설정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산은행, CJ증권,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경우처럼 노조의 노력과 직무분화가 덜된 사정을 반영하여 핵심 업무에 통합된 직무군을 중심으로 기존 정규직 직급체계에 통합하는 스타일의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각 업종별 교섭에서 나타난 노사 간 쟁점들은 △전환 방식(분리직군 여부), △전환대상의 설정 문제(콜센터 등), △직군분리 시 정규직 전환 기회 부여 문제, △임금 및 근로조건 등으로 볼 수 있다. 노조들은 이런 문제들을 정규직의 일부 양보, 단계별 조건 개선, 직무이동 등의 방식을 사용자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양상이다. 다만, 직군분리 여부는 우리은행 영향이 강한 은행권에서는 더 이상 쟁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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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는 지난 8월16일 산별임단협안에 조인했다. 사진은 5월28일에 있었던 첫 교섭 모습. ▶ 금융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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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가와 과제

1) 정규직화 가능성과 방식


금융산업은 2004년부터 활황 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에 기업들마다 사정은 차이가 나지만 지불능력은 어느 때보다도 개선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의 발효를 앞두고 새로운 업무영역을 담당할 인력의 수급이 필요한 상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조의 노력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시장조건을 지니고 있다. 

한편, 금융산업의 계약직 업무의 상당수는 대체로 상품지식과 고객응대에 대한 숙련을 요구하며, 기업 내 정착기간이 길수록 숙련이 증가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도 이들의 장기적 활용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비정규직법의 발효는 기업들로 하여금 이들의 기업 내 정착 여부를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게 된다. 순조롭게 교섭타결을 이룬 노조들의 공통적인 지적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핵심 부문에 배치된 계약직을 주된 대상으로 내부화를 검토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처리방식에 있어서는 전환 비용, 장기적 활용 가능성의 개별적 차이, 우수인력의 선별 문제, 전환 후 노조화 등에 대한 부담을 감안하여 분리직군(우리은행, 부산은행, LIG손보), 일부 외주화 내지 간접고용 전환(콜센터), 엄격한 선별 과정(모든 사례 기업), 노조 비가입(LIG손보), 계약직 유지 등 다양한 방식을 노조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비정규직법의 유인 효과, 계약직의 직무특성, 호황에 따른 노동수요 증대, 그리고 노조의 위협효과 등이 적절히 결합될 경우 정규직화를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정규직화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직종?직무별 조건의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음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은행권의 텔러직, 보험업의 영업점 총무, 증권업의 업무 및 영업 계약직 등 핵심과업의 하위직무에 해당되는 직무군들은 기존의 정규직 업무와 중복되는 경우 정규직 직급체계와 통합하는 방식의 정규직화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은행업의 전문 영업·상담직, 채권추심, 사무지원, 전산오퍼레이터, 콜센터 TM, 보험 및 증권업의 전문 영업·상담직, 전문 기술직종, 유동적 영업직종, 전산오퍼레이터 등은 정규직 업무와의 상호의존성이나 연속성이 적고, 노동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큰 직무군에 속한다. 이들에 대해서 사용자들은 아웃소싱을 검토하는 분위기도 있다. 따라서 이 직무군들에 대해 당장 정규직 관리체계와의 통합을 시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더 크며 정치한 논리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 ‘분리직군’ 방식의 결론을 낼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조로서는 ‘더 나은’과 ‘더 포괄적인’ 사이의 선택에 직면할 수도 있다.    

2) 주체적 노력

① 조직력: 뻔한 얘기지만 노동조합의 위협능력이 비정규직법의 약한 규율효과를 그나마 현실화시키는 데 중요하다. 나은 성과를 올린 노조들은 모두 유니언숍 내지 사실상의 유니언숍을 바탕으로 하여 조직률이 높았고, 일상적인 조합원 동원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구조조정기의 적극적 대응을 통해 잠재적인 동원능력을 확보하고 있어서 사용자에게 미치는 위협효과가 적잖은 조직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개별 노조들의 조건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현 국면에서 중요한 노력은 보건의료노조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산별 차원에서 강한 사업장 규율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기업별 노사관계의 이니셔티브가 여전히 강한 금융업 노사관계로 볼 때 비정규직 교섭은 얼마간 사용자의 이해와 정규직의 이해에 영향을 받는 분산적인 형태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 부문 노조들의 잠재력은 높다. 금융산업은 은행, 증권, 보험 모두 노조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산업 전체 조직율은 28.8%로 알려져 있지만, 업종별로는 보험모집인이 기업 내 인력의 5배에 달하는 보험업을 제외하면 조직율이 50%에 가깝거나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② 연대적 리더십: 나은 성과를 올린 노조들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노조리더십이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 부문 노조들의 적지 않은 수가 정규직조합원들의 임금요구나 사용자측의 견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중요하다. 한편, 우리은행, 부산은행, 현대증권 등에서 모두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 임금동결을 감행했고, 이를 조합원들이 감내했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를 준다. 금융권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자신의 고용안정판으로 여기는 의식이 그리 강하지 않고, 또 비정규직 조건의 개선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일시적으로 양보하는 데 대해서도 인색하지 않다는 점을 이러한 노조들이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조합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연대적 리더십을 개발하는 데에 있다.  

③ 유연한 접근: 더 나은 성과를 낸 노조들의 특성으로 안정된 조직력과 더불어 노사관계의 원만한 유지에 대한 의지, 단계적 문제해결 노력, 정규직 이익의 양보 등과 같은 유연한 전술적 고려들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법의 유인효과를 활용할 경우 과거와 같은 유연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모두 필요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당분간 문제해결 노력의 주도권이 기업 차원 노사관계에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러한 접근방식은 여전히 참조할 만하다. 

3) 고용체제 차원의 전망 수립

임금과 고용의 불확실성과 근거없는 차별에 대한 적절한 규율이 없이는 계급적 정체성이든 연대든 ‘뜬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 차원에서의 개별적 노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은 더더욱 ‘뜬 소리’를 조장하는 데 불과하다. 기업, 산업, 전체 경제의 3층에 걸쳐 두툼한 규율체계를 작동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고용 문제와 비정규직의 고통의 크기는 단지 경기변동과 사용자 전략의 함수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문제는 이후의 구조조정과 경기변동 하에서도 지탱 가능한 기업고용시스템(내부노동시장)과 그 지속적인 작동을 도와줄 산별고용안정시스템에 대한 고려와 연관되어 있다. 이런 장치 없이는 이번의 정규직화도 경기변동과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좋았던 경험’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음 단계의 과제인 간접고용과 아웃소싱에 대한 유효한 규율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금융업의 유노조 기업들 상당수에서 노조의 규제력 여부에 무관하게 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에도 경기변동에 따라서 정규직의 명예퇴직이나 비정규직의 증감이 이루어지는 데에 대해서 이러한 지속가능한 고용체제의 불비를 빼고 개선책을 논할 수 없다.   

이와 연관된 제도적 요소로 훈련 및 자격 제도, 퇴직지원 제도, 연금 및 복지 제도, 임금제도 등이 있으며, 이런 요소들에 대해 기업 내 제도들을 표준화하고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산별 차원의 제도 형성에 대한 기획과 실행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즉, 노동조합은 기업 내에서는 교육훈련 및 경력개발 기회의 확충, 유연 작업조직과 유연 임금제도에 대한 타협, 실노동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통해 기업측 노동력 관리방식의 내포적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고용유지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편, 산별 차원에서는 훈련 및 자격 제도에의 개입과 퇴직복지제도(퇴직자 고용지원+퇴직연금) 창설을 축으로, 원활한 고용 흐름과 고용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들은 노동자들의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위험의 분산과 보험 효과를 지니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력의 비경쟁화를 촉진하여 탈상품화의 한 조건을 마련해 준다. 

금융산업은 공공산업이자 전략산업으로 정부의 규율도 강하고 산별 차원의 관련 제도들이 비교적 두툼하게 형성되어 있다. 노조들의 잠재적 조직력도 작지 않기 때문에 집중적 구조로 전환해서 산별노사관계를 발전시키려 하면 노조에게 존재하는 기회는 다른 산업에 비해 결코 작은 게 아니다. 산별노사관계를 통한 중층화된 고용관리가 제도적으로 작동해야 비정규직 문제의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