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업의 변화: 임금, 젠더, 기업전략

노동사회

미국 유통업의 변화: 임금, 젠더, 기업전략

편집국 0 7,839 2013.05.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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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미국 유통업의 변화: 임금, 젠더, 기업전략
시간: 2007년 8월20일 (월)요일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사회: 이병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통역: 윤영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국제정보센터 실장
발표: 크리스 틸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로웰 캠퍼스 교수(Chris Tilly,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t L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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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 원문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홈페이지(www.klsi.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병훈: 제57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자리를 가지게 됐습니다. 오늘 발표하실 분은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로웰 캠퍼스의 크리스 틸리 교수님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7년 동안 노동조합활동을 하셨고, 현장에서 직접 조직도 하고 국제서비스노조(SEIU) 활동도 하다가 뒤늦게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지금은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 교수로 계십니다.

틸리 교수의 아버님이 찰스 틸리라는 석학인데 두 분이 같이 쓴 『Work Under Capitalism 』 책을 제가 번역하게 되면서 개인적인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이번 여름에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방문하시게 되면서 잠깐 연구소로 초청을 했는데, 바쁜 일정인데도 현장에 계신 분들과 대화를 갖고 싶다고 하면서 와 주셨습니다. 발표주제는 미국의 유통업입니다. 지금부터는 사회 겸 통역을 윤 실장님께 부탁드리면서 오늘 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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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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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_10.jpg틸리: 제가 노조활동가였을 때 항상 연구를 조직활동과 결합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학자가 된 이래로도 그런 결합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연구소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고 소개받았습니다. 연구소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발표하게 될 주제는 유통업입니다. 유통 부문을 살펴보면 자본과 기업 자체가 세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세계, 그리고 아시아의 유통업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개로 나눠서 발표를 진행하게 될 텐데요, 첫째는 미국의 전체 경제 부분에서 노동에 관련된 부분이고, 둘째는 미국 유통 부문에서의 일자리, 그 다음에 제가 연구한 바 있는 멕시코의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고, 마지막으로 아시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말하는 걸 들으시다보면 월마트에 상당히 집착한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월마트가 들어왔다가 실패하고 철수했기 때문에 한국의 여러분들은 잘 실감을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유통기업이고 전 유통 산업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월마트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에서 비슷한 예를 찾자면 월마트를 인수했던 이마트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한국의 유통 부문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마트를 보면 월마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건의 ‘상승’에 뒤이어 찾아온 ‘추락’

먼저 미국의 일자리, 직장, 고용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발표를 상황 배경설명 정도로 들으시고 나서 미국 유통에 대한 부분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의 일자리 중에서도 임금변화 추이를 보면,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40년대에서 70년대까지는 임금이 상승해오다가 그 이후로는 계속 하락했습니다. 최근 들어 약간 회복하고는 있지만 최대로 상승했던 시점의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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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들은 많은 노동의 변화들을 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약화되고 있고, 현장 작업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자율성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비록 약간 회복이 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노동조건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났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상승과 추락’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동 지원체계의 확대?강화와 축소·약화를 뜻합니다. 먼저 ‘상승’에 관해서, 노동에 대한 보호를 지원하는 지원체계의 강화의 측면에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에서 입법·제도화된 노동 보호법들과 정책들을 볼 수 있습니다. 1900년대에는 아동노동에 대한 제한 조치가 입법화됐습니다. 그 결과 일정한 연령 미만의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는 제도가 수립됐습니다. 또한 1930년대는 미국 노동자들이 상당히 큰 승리들을 획득한 중요한 기간인데, 노동조합이 합법화됐고 최저임금제도와 실업보험이 도입됐으며, 공적연금제도도 도입됐습니다. 1960~70년대에도 또 다른 보호법들이 도입됐습니다. 인종과 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입법됐고 작업장에서의 노동안전과 보건에 관한 제도가 수립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또 다른 형태의 상승, 그리고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면 재화시장의 경쟁이 완화되어 시장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이 일종의 과점형태로 구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독과점제도가 남긴 과잉된 잉여의 이익은 두 가지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나는 노동조합이 그러한 이익들을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업들이 자신들 고유의 자본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자본시장의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940~60년대의 또 하나의 현상은 실업률이 낮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컸던 것은 미국이 그 기간 동안에 세계 여러 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한국이었지요. 

그러나 이런 상승의 이후에 ‘추락’이 있었습니다. 기업 측면에서는 재정 압박을 들 수 있겠는데, 이것을 ‘월스트리트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기업이 주주들의 이익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게 됐다는 것인데, 이런 결과로 기업들은 10년 이후에 어떤 기업 형태로 발전할 것이냐보다는 지난 분기 동안에 얼마를 벌었느냐, 얼마의 이익을 남겼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큰 대기업들은 자신의 기업활동의 많은 부분들을 시장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작은 기업들에게 외주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노조에 대해서 반노조정책들을 강화시켜 나가면서, 이 기간 동안에 조직률은 35%에서 11%로 하락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06년도 최저임금의 실질가치는 1955년도 이후에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노동권 보장의 강도나 노동 분야에 대한 감독기능 등을 약화시켜 나갔습니다. 따라서 노동현장에서의 보건·안전이나 차별 등에 대한 법 집행이 약화되었습니다. 

한편 비정규직의 고용도 증가했습니다. 파트타임 노동, 임시직, 외주화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고용이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에게 더욱 더 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현상들을 ‘미국에서의 사회계약의 파기’라고 보고 있는데, 많은 측면에서 올바른 지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계화는 미국 노동조건의 추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추락’의 과정에서 세계화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을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의 영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는 그런 생각들이 세계화의 영향을 과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국은 굉장히 큰 나라이고 무역·통상에서의 개방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은 편입니다. 미국이 무역에 노출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는 재화생산 부분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재화를 생산하면서 무역과 교역을 하게 되면 세계화, 곧 경쟁에 노출되어 재화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 기간 동안에 재화생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을 보면 세계화와 무역이 ‘추락’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세계화가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대한 조사연구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론펜브레너(Bronfenbrenner) 교수의 연구작업에 따르면 노동자들에게 생산시설의 이전을 강제하게 될 때 노동조합의 대응이 약화되는 결과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통업에서 나타난 ‘추락’의 경향들

이제 미국의 유통 부분의 고용문제로 초점을 옮겨보겠습니다. [그림2]에서 파란 선은 유가나 물가상승률을 통제한 상태에서의 유통 부문 실질임금입니다.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최근 들어 약간 회복했지만 그 이후로 지체되어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추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라색 선이 좀 더 재밌는 내용인데, 이것은 전체 평균임금 대비 유통업의 임금을 보여줍니다. 전체임금 대비 유통업의 임금이 계속 하락했고 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유통업의 임금이 전체임금 대비 90% 정도 됐지만 이제는 전체임금의 8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유통업의 일자리들이 미국의 일자리들 중에서 가장 열악한 일자리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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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추락의 경향들은 저임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다른 비임금 지급, 여러 가지 복지혜택들을 살펴봐도,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의료보험 부분에서는 유통업 노동자들의 31% 정도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노동자들 중에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받는 비율인 51%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미국 노동자들이 사용자로부터 제공받는 훈련시간이 연간 11시간인데 비해 유통 부분은 연간 4시간이 채 안됩니다.

왜? 노동조건이 악화할수록 성공하는 ‘월마트 모델’

이런 임금을 비롯한 전체적인 노동조건의 추락의 원인을 여성의 비중이 높아진 데서 찾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유통업에서의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1960~90년대까지 여성의 구성 비율은 10%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경제 차원에서의 여성의 노동력 구성 비율의 증가율보다는 떨어집니다. 전체 경제에서의 여성 참가율이 더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여성의 참가율의 증대가 저임금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조건의 하락에 대한 다른 설명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노동조합의 조직률입니다. 유통업 내의 노조 비율을 보면 다른 업종보다 크게 낮습니다. 이렇게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떨어진 원인은 기업들이 반노조 정책으로 원래 있던 노조들을 다 몰아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비노조 정책으로 시작한 기업들의 성장률이 다른 기업보다 높았던 데에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최저임금의 가치 하락입니다. 말씀드렸듯이 2006년도의 최저임금의 실질가치는 19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유통 부문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을 확률은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보다 2배나 높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실질가치 하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 다른 요인은 저가로 많은 양을 팔면서 양으로 승부하는 할인매장의 확산입니다. 지금 저는 노동문제에만 한해서 말씀드린 것이지만 할인매장의 확장은 노조뿐만 아니라 소비자, 그리고 공급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자들은 싼 값에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조기피 경향 등의 피해를 보게 됩니다. 한편 할인매장의 공급업체들은 대형 할인매장의 압박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월마트가 유통업체의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할인매장들 가운데서도 다양한 전략을 따르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다음 표는 바로 그런 다른 업체와 할인매장의 전략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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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라는 월마트의 경쟁업체는 평균임금이 시급 17달러인 반면 월마트는 월마트 전체로는 10달러가 안되고 샘스클럽이라는 멤버십 제도로 운영되는 할인매장은 코스트코와 유사한 업체인데도 12달러 정도입니다. 유통업에서는 대부분의 이직들이 1년차에 나타나는데, 1년 이후의 이직률을 살펴보면 코스트코는 6%인 반면 월마트에서는 4배에 이르는 21%의 이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비교해보면 코스트코는 80%의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지만 월마트에서는 5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약간의 상황설명을 부가하자면, 두 업체 간의 규모 차이는 엄청납니다. 월마트는 1년에 코스트코 전체가 하나 더 불어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즉, 할인매장의 확산이 임금 저하를 주도한다는 것은 코스트코 모델이 아니라 월마트 모델이 훨씬 더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건의 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월마트 모델이 할인매장 전체의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파트타임 고용을 늘려!

이런 원인들로 인해 악화되는 유통업에서의 노동조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파트타임 고용의 확대입니다. 고용형태의 면에서 전체 미국 노동자에 비해 유통업 노동자에서 파트타임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습니다. 전체 노동자들 중에서는 17%인 반면 유통업에서는 35%가 파트타임으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규모 업체들에서는 파트타임 노동자의 비율이 60~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임시 파트타임이 아니라 상용 파트타임이만, 이직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임시 파트타임으로 간주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유통 부문에서 파트타임 노동자들은 일하는 시간이 적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위와 관련된 문제들이 있습니다. 20년 전에 유통 부문의 파트타임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일하느냐 물었을 때 “40시간도 일할 수 있다.”고 대답하더군요. 40시간이면 풀타임 정규직과 똑같습니다.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큰 차이는 임금이 낮으며 다른 혜택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요즘 파트타임 노동은 노동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고용상의 지위의 차이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유통업체에서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임금과 혜택 부재 등을 다 감안하면,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노동비용이 풀타임 노동자들의 50%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파트타임 일자리의 확산이 유통업 일자리 악화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유통업 부분에서 가장 크게 경쟁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큰 상자로 물건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규모 창고 매장들입니다. 대형 할인매장들은 유통체계, 즉 생산자와 판매자 간 전달체계의 혁신과, 공급자들에게 더욱 더 강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은 지금 현재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포화상태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형 박스형 할인매장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 업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즉 기업 간 경쟁에서 중소업체들의 대응 문제가 하나이고, 또 하나는 대형업체들은 이미 자신들이 시장을 다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곳에 새로운 판매지, 활동영역을 개척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경쟁의 격화에 대한 대응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용절감’이 하나이고 두 번째가 ‘서비스 질의 개선’이며 또 하나는 ‘품질의 개선’ 또는 ‘다양한 재화의 제공’입니다. 이 각각의 대응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할인매장 싸움에 노동자 등 터진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크고 분명한 영향을 미치는 대응이 비용절감인데 그 전략으로서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우선 인력을 속도에 맞춰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배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장 시간대에 소비자들이 많이 가는 곳에 직원들을 많이 배치하고 적게 있을 때엔 적게 배치하거나, 아예 전체적인 속도를 증대시키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은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보험과 같은 각종 비임금 혜택들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의료보험 같은 경우 사용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비용이 되는 부분인데 이런 것들을 없애나가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전략은 파트타임의 비중을 높이고 보다 더 낮은 직급의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것, 즉 보다 하층으로 평준화하는 것입니다. 종합하자면, 비용절감 대응은 분명하게 일자리의 악화로 나타납니다.

경쟁에 대한 두 번째 대응은 서비스 질의 개선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제 동료인 아카네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비스와 관련해서 두 개의 하위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하나는 식료품 유통업체이고 하나는 전자제품 유통업체입니다. 이 두 개의 부분에서는 서비스의 내용 또는 개념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식료품 유통업체의 서비스는 편의의 증대, 즉 자기가 원하는 것을 빨리 찾아서 빨리 매장을 나갈 수 있는 속도의 증대입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에게 직원들이 붙어서 보다 많은 상담도 해주고 제안도 하면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소비자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파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런 서비스의 강화를 위해서는 훈련을 증대하는 방법들이 많이 사용됩니다. 대부분 컴퓨터에 기반한 훈련들인데 이런 방식의 훈련이 노동자들의 숙련에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치는지는 정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이런 훈련을 강요받음으로써 컴퓨터 기반의 훈련을 받기 위해 컴퓨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시간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참여와 동기부여도 강조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크게 부정적 동기부여와 긍정적 동기부여의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부정적 동기부여는 일종의 암행어사를 투입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하는지 평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긍정적 동기부여는 팀제도나 제안제도 등 노동자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을 연구한 학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동기부여의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임금 인상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일반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런 정책들은 노동에 있어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감시의 강화나 혹은 약간의 협력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품질 강화와 다양화 전략도 노동에 영향들을 미칩니다. 우선 여러 가지 차별화 전략이 있습니다. 고급 와인이나 치즈를 쓴다든가, 맞춤 부품 제공이라든가 이런 방법들을 통해서 높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지식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보다 흥미 있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비용절감을 위한 전략이면서도 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모순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사례조사를 한 게 있습니다. 월마트가 압박해 들어오는 상황에서의 Freshland라는 임의의 이름을 붙인 한 지역사회에서의 기업입니다. 이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와 품질의 질을 높이고자 하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예전에는 몇 년만 일하면 노동자 가족임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산층에 필요한 소득을 이 일자리를 통해서 확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저임금 일자리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은 이런 정책을 통해서 이직률의 상승을 경험하게 됐고 그래서 최근에 노동자 참여의 활성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인사담당자들에게 노동자 참여 촉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고 물었는데, 노동자들에게 “동료 노동자들과 서로 칭찬을 많이 해줘라”는 얘기를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전 이런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승리를 위한 변화’는 자기변혁부터

그럼 노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국의 유통업의 노동조합을 보면 주도적인 노동조합은 식품상업노동조합(UFCW)입니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은 방어적입니다. 기업의 의도를 저지하지는 못하고 어느 정도 기업의 전략이 확산되는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식품상업노조와 국제서비스노조는 월마트에 대한 반이미지 작업을 위한 홍보활동을 많이 하는데 여기에 연간 1,100만 달러 정도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동조합들은 월마트의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노조를 건설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에 미국 노동조합은 두 개의 부류로 나눠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SEIU를 중심으로 한 ‘승리를 위한 변화(Change To Win)’라는 이름으로 연맹을 탈퇴한 그룹인데 이 그룹이 조직화에 대한 활동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통업의 주요 노동조합인 식품상업노조가 ‘승리를 위한 변화’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이 노동조합은 지난 50년간 조직화에 큰 노력을 하지 않았던 노동조합이고 이 조합이 ‘승리를 위한 변화’라고 자신의 노선을 부르지만 자기변화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 모델의 압축성장, 멕시코

다음으로 멕시코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으나, 저는 멕시코와 한국의 유사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둘 다 중간 규모의 국가이고, 중간 수준의 소득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다만 한국에서 비공식부문, 작은 구멍가게 같은 소매점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와서 본 결과 그런 작은 소매점들이 사라져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어쨌든, 멕시코의 지난 20~30년간에는 유통 부분에서 두 개의 큰 파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멕시코 소기업들, 기간테 같은 작은 유통기업들의 현대화입니다. 두 번째는 월마트 같은 대형 다국적 할인매장들을 통한 유통업 부문의 세계화입니다. 우선 그 결과는 미국에서 70년 정도 걸렸던 유통업의 변화가 멕시코에서는 20년 동안 압축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할인매장들의 확산은 미국에서와 비슷하게 소비자들이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것과 노동자들의 일자리 열악화, 그리고 공급업자들에 대한 압박 세 가지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배경설명을 드리면, 월마트는 멕시코에서 가장 큰 민간기업이자 유통업에서도 가장 큰 업체입니다. 월마트 바로 아래의 2,3,4위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매출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전체 할인매장 유통업에서 월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나 되지만 멕시코에는 작은 소규모 비공식 유통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이것까지 합한 전체 유통부분에서 월마트의 비중은 10%가 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 세계화, 무역자유화 등의 확산은 이에 대해 멕시코적인 대응을 낳았는데, 그 과정에서 널리 확산되어 있던 비공식 부문, 비공식 소매점 같은 경제활동이 확산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유통업체들이 모색한 대응방식은 4가지 정도로 나타납니다. 먼저 품질, 다양한 서비스 등의 고급적인 부분에서 월마트와 경쟁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아까 말씀드렸던 2?3?4위의 월마트 경쟁업체들은 모두 월마트보다 더 월마트적인 업체로서의 전략들을 활용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종합유통 할인매장인 월마트의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특정 재화에 집중하는 유형으로의 대응이 있습니다. 이들은 월마트와 같은 할인 전략을 쓰진 않지만 특정 재화를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 전략으로 대응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응 형태이긴 하지만 가장 비인간적인 형태가 비공식화입니다. 건물도 보유하지 않고 노동자들도 고용하지 않고 가족들끼리 물건을 파는 비공식 부문으로서의 대응입니다. 그리고 이런 업체들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이런 전략을 통해서 대형 할인매장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유형으로 대응하고 있는 업체들 간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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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두 열악한 일자리들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미국자본의 할인매장의 임금은 126페소, 멕시코자본의 할인매장은 132페소, 작은 가게들은 93페소, 시장의 좌판의 작은 가게들도 102페소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재밌는데, 멕시코 어린이들이 월마트에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팁으로 주는 돈을 받으면서 계산한 물건을 받아 종이백에 넣어주는 일을 하는데, 이 돈이 실제로 정규노동시간으로 환산해서 보면 실제 노동자들의 급여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싹트는 노동조합운동

다음으로 노동조합의 대응을 보면, 할인매장의 노동자들은 유통 부문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교원노동조합에 속해 있습니다. 유통 부문의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사실 말하기가 힘든데, 대부분의 경우 노동조합이 멕시코에서는 보호협약이라고 부르는 단협을 체결해도 노동자들은 단협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약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한 지역에서 멕시코 다른 지역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던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임금인상 등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보호협약을 맺는 공식 노동조합들 중에 다른 노동조합들의 조직화를 위해 활동하는 곳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노동조합들은 조용하게 활동합니다. 그 이유는 월마트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었는데 그 소식이 들리자마자 월마트가 그 곳의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했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하게 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시아 유통시장

이제 아시아의 유통 부분에 대해 약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표는 아시아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유통업체들의 목록인데 몇몇은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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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그림은 유통부분에서 기업들의 집중도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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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5대기업, 10대기업, 20대기업, 30대기업, 100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보여주고 있고 색깔들은 과거?현재?미래의 시장점유율 추이를 나타내는데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고착화되는 경향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세계적인 차원에서의 집중도 추이인데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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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GDP에 따라서 집중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라가 부자일수록 집중화가 더 높아집니다. 한국은 1인당 GDP가 15,000 정도이니 그리스나 포르투갈 정도의 집중화를 보일 것입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보면 한국이 가운데 정도로 나타납니다. 뉴질랜드가 가장 높고 인도는 최근에 월마트가 진출했는데 많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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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아시아에서도 집중화, 현대화, 할인매장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유형들이 한국이나 아시아에서도 나타난다고 하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에게는 일정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공동체들에게는 많은 압박이 가해질 것이며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게 될 것입니다. 노동에 나타나는 영향과 변화들은 이렇게 전망이 되는데,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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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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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그럼 질문들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유통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종진 연구위원 같은 경우엔 한국의 상황을 간단하게 소개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들으신 내용들 가지고 자유롭게 질문해주시지요.

참가자: 보통 한국에선 신자유주의 얘기하면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세계화의 영향이라고 얘기가 됩니다. 그런 면에서 처음 설명하실 때 세계화가 과장되어 있다고 하시면서 든 예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틸리: 세계화의 효과가 못 사는 나라에는 매우 크고 세계화에 선진국들의 영향이 크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미국은 워낙 개방도가 낮아서 미국에서의 세계화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계화라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기 위한 배경으로 얘기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에 관해서 세계화를 냉정하게 보자는 얘깁니다. 

‘보조적’인 일자리가 ‘필수적’인 역설적인 상황

참가자: 미국의 유통업 노동자들 구성에 관해서 궁금합니다. 한국의 경우 유통업 할인매장의 전형은 주부 노동자들, 파트타이머이고 일본도 그런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유통업의 저임금 구조 같은 것들이 젠더 관계 등에서 규정되는 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인종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지요?

틸리: 미국 유통업에서는 여성, 학생들이 많습니다. 어느 정도 파트타임을 선호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또한 다른 노동에서는 인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유통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통업자들은 일종의 인종차별주의자들입니다. 소비자들 중에 백인들이 많은데 흑인들이나 유색인종을 노동자로 많이 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통업의 숨겨진 일자리들이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청소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외주화하면서 불법 멕시코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문제들은 있습니다. 

참가자: 유통업체의 일자리들이 보조적인 소득을 위한 일자리 형태인지 궁금합니다.

틸리: 이 일 하나로는 가족의 생계를 절대 꾸릴 수 없지만 가족 입장에서는 이 보조소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일자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조적인 일자리’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옛날에는 유통업도 평생직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면이 있었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시작해서 풀타임으로 전환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지나면 가족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