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노동 정책과제

노동사회

차기 정부의 노동 정책과제

편집국 0 3,502 2013.05.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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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7년 10월26일 (금)요일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발표: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이민우 한구노총 정책본부장

토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임영일 창원 노동사회교육원 이사장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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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지금부터 ‘차기 정부의 노동과제’를 주제로 제61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포럼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방적인 선거가 될 것 같다는 여론 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관심이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 보이는 정치적인 이합집산이나 혼란스런 양태를 봤을 때, 새롭게 들어설 정부에게 노동조합운동이 가질 수 있는 기대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이긴 합니다만 오늘 노동포럼이 지금까지 노사관계를 구체적으로 진단해보고 앞으로 노사관계의 방향을 정책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발제, 지정토론,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님께 발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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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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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_03.jpg김태현: 반갑습니다. 오늘 주제가 차기정부의 노동정책 과제인데, 사실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식 요구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공식적인 의결과정을 통해서 대선 정책요구안이 확정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정책담당자 논의를 통해 정리된 부분들을 중심으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 노동시장은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들의 56%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노동의 불안정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입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발제문을 참조하시면 될 텐데요. 특히 최근에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이후, 양극분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기간제노동자들이 일부는 정규직 또는 ‘중규직’으로 전환되고 그 외에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는 계약해지 및 외주·용역화를 통해 간접고용으로 노동조건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간접고용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와 중소영세사업장 문제가 결합되어 있는 영역이고, 비정규노동자의 85%가 100인 이하 사업장에 분포돼 있죠. 

더 나아가 노사관계 측면을 보더라도 현재의 기업별 노사관계체제하에서 비정규직의 조직률이 겨우 2.8%에 머물 정도로 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단체협약 적용률도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입법적인 측면이나 노동조합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다수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에 노사관계가 격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죠.    
  
이런 상황 인식하에 민주노총이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할 수 있는 요구의 기조로 ‘평등한 노동’을 잡아봤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크게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 최우선적인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차별해소이고, 두 번째는 중소영세사업장,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대안적 노사관계의 구축으로, 여전히 비준되지 않은 ILO 핵심조약 문제와 산별 노사관계 안정화를 통해서 대다수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일자리문제가 심각한데, 세계 최장 수준인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고, 사회서비스에서 일자리를 대폭 확보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방향에 따른 과제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방향과 관련된 것입니다. 차기 정부는 5년 동안 최소한 200만 명 이상을 정규직화 해야만 그나마 비정규직 비율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텐데요.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특별법’을 제정해 영업실적이 좋은 대기업이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기업, 그리고 정부의 부담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는 기업들에게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금 사용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에도 공공부문에서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대책 전담기구 설치 및 노조 참여 보장, 공공부문 외주화 중단 및 재직영화 등의 제도적 방안을 실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다음으로, 민주노총은 현재의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보기 때문에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개정될 법률에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도입돼야 하고, 노조가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며, 원청사용자성 책임 확대 등 간접고용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자료를 참고하십시오. 

이제 두 번째 방향과 관련된 내용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습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하회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고, 현행 미적용되고 있는 장애인, 가내노동자 등에게도 적용시켜야 하며, 특히 공공부문에서 계약을 체결할 시 용역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명시하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전체 노동자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시키고, ‘산업별 노사정 공동감시단’을 구성하는 등 원·하청관계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노동안전 분야에 있어서는 노동자 참여권 도입 및 규제 강화가 이뤄져야 하고, 산재보험제도 적용범위를 확대해 모든 노동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성 분야에 있어서는 ‘여성고용의 질 향상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실시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사회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일과 가족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토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단속·추방 중단과 노동권 인정, 노동허가제 도입이 필요하고, 현행 2%인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장애인 출현율인 5%까지 상향 조정해야 합니다.

이제 세 번째 대안적인 노사관계 구축과 관련된 과제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정부가 비준한 ILO 국제협약 20개는, OECD 국가 평균인 71개나 ILO 177개국의 평균인 4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입니다. 특히 4대 핵심노동기준 중 결사의 자유 및 강제노동 금지 등과 관련된 협약들조차 비준하지 않고 있는데요. 차기 정부에서는 국제적 노동기준에 따라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기본협약 중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ILO 87호, 98호 협약을 비준하고, 이와 더불어 공무원·교수노조·교사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고 대체근로나 필수업무유지 등 공공부문의 노동권을 가로막는 제도들을 철폐시켜야 합니다. 또한 복수노조 자율 교섭 및 노조 전임자 임금의 자율지급을 보장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산별 노사관계를 제도화하고 전체 노동자에게 단체협약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중소영세업체·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 제도화를 통해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장되도록 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의무부과라든가 하는 제도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산업정책에 대한 협의권을 보장하는 등 산별노조가 활동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한편, 현재와 같은 ‘노사정 대타협’식의 형식적이고 허구적인 3자 틀이 아니라, 비정규직 해소, 사회양극화 극복 등의 사안별로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총리급으로 격상된 정기적인 노정 대화틀을 구축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일자리문제와 관련된 과제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시할 수 있을 텐데요. 현재 OECD 1위인 우리나라의 실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하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연장근로에 대한 제한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 단위, 월 단위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연속 2주 이상의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서비스업의 영업시간을 제한해, 제대로 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동시간단축운동 추진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 및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은 13.7%인데, 이는 다른 선진국에서 국민소득 2만 달러가량일 때 이미 20%를 상회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공립보육시설 및 요양인프라 확대나 건강보험 간병급여 제도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의 법적 지위 보장 등을 통해 이러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들이 저임금 일자리가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 역시 함께 강조돼야 할 것입니다. 한편, 현재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수혜 대상자가 28%에 그치는 등 다수가 배제돼 있고, 실업급여 수준도 많이 낮아 사회보장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기도 한데요. 실업에 대한 공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40% 이하인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을 70%까지 상향조정하고 최소지급기간도 6개월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평생학습시스템을 도입해, 학습휴가권제도를 실시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평생학습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다시 한 번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동정책의 핵심 방향은, 먼저 비정규·중소영세업체·이주·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기존 노동시장의 차별을 해소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노사관계에 있어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단체협약을 보장할 수 있는 산별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 마지막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서비스 분야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만 발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수고하셨습니다. 따로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한국노총 이민우 본부장님의 발표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forum_04.jpg이민우: 반갑습니다. 한국노총 이민우입니다. 오늘 발표할 대선정책과 관련해서 한국노총에서는 지난 8월부터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아직 의결기구의 확정을 거치지는 않았는데요. 정리와 보고는 거의 마친 상태입니다. 총 85개 과제가 있고 13개 회원조합에서 올라온 별도의 과제들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노총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후보를 열어놓고 ‘정책연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조합원 ARS 전화투표를 통해 한국노총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확정될 텐데요. 제가 속한 정책본부에서는 결집된 한국노총 정책요구사항의 핵심방향들을 각 후보들에게 전달하여 답변을 받고, 이렇게 받아낸 답변서들이 조합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보고 계시는 발표문은 ‘한국사회의 현실 진단’,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진단’, 그리고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 순으로 되어 있고, 핵심요구로는 △사회양극화 해소 및 차별 없는 사회 구축,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구축,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의 대폭 강화, △저출산·고령화 대응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도록 하죠. 우선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진전됐으나 소수 엘리트와 관료, 지역주의 등에 발목이 잡혀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기본 시각입니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갖게 됐지만 소득대비 주택가격에서는 세계 1위, 생활물가 세계 6위를 기록하는 등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는 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죠. 또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1987년 이후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노사관계 시대가 열렸으나 조직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0% 남짓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부분적으로 이념에 얽매인 낡은 전투적 조합주의 또는 구시대적 어용노조 행태로 인해 노동운동이 노동대중과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죠. 그리고 사용자들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고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노동배제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 역시 노사에게 불신을 초래하는 일방주의 노동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노사정 모두에게 중대한 변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날로 심각해져 가는 비정규직문제와 청년실업문제, 그리고 장시간 노동문제 등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이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현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아시다시피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죠. 10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78.2%에 이르고, 비정규직 규모 역시 56%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러한 중소영세업체·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임금노동자의 숫자와 비중은 계속 늘고 있는데 전체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자들의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4%를 정점으로 하락해 2004년에는 58.8%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객관적 지표들이 양극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별노조 전환 등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정규직 중심의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는 여전합니다. 10% 남짓한 조직률 보이는 가운데서도 전체 조합원의 84.6%를 정규직이 차지하고 있고, 단체협약 적용률이나 집중도와 조정도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죠. 이런 조건 속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은 당해년도 실적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는 눈앞의 실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했고, 그 결과 갈등과 불신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고착화됐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파업손실일수,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등의 객관적 지표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죠. 

이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노사관계에 있어 민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정부는 적극적 지원과 협력을 모색해나가는 노사정 대타협과 패러다임 전환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기조 속에서 기존 정부 주도의 노사관계 및 노동정책을 노사 주도로 전환시키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할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과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사회양극화 해소 및 차별 없는 사회 구축을 위한 과제들입니다. 우선 비정규직의 편법적 남용을 규제하는 방안이 제시돼야 합니다. 2007년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한 계약해지 및 도급·용역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집단적 계약해지 등이 이뤄질 경우 해당 사유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 그리고 기간제한에 있어 6개월에서 1년의 휴지기 도입, 기간제 노동자가 교체로 근무하더라도 동일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했다면 해당 업무를 상시적 일자리로 간주하는 지침 등의 보완적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편법 도급·용역 전환 및 위장도급 규제입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상시적인 핵심업무에 대해서는 사용자 일방에 의한 외주용역을 제한하고, 용역도급으로 전환되더라도 일정 기간 임금 및 노동조건을 보장해주는 정책 수단(독일은 3년간 보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연대책임 부여 역시 강조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 인정 및 노동기본권 보장이 필요합니다. 외형상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종사자들에게 노동법적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 및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개념의 정의를 알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이 요구됩니다. 사업체 수 기준으로 99.8%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과 이에 종사하는 86.7%의 노동자들을 대기업의 횡포와 시장질서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간 기술혁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하도급관계가 지금과 같은 착취구조가 아닌 상호 협력적 관계로 재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납품가격의 적정성 감시, 불법파견 철저 단속, 납품단가의 원가연동제 실시, 납품계약 시 표준하도급 계약서 작성 의무화, 하도급거래 정보공개 의무화 등이 실시돼야 하고, 납품대금에 대한 어음결제 폐지 및 현금결제 방식 의무화, 불공정 거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 기능 확대 및 내부고발자 보호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둘째,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과제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층적 노사관계 구축, 특히 산별노조의 강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중소영세업체·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누릴 수 있고 노동조합도 연대의 원리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은 새삼스럽게 강조하지 않아도 되리라 봅니다. 산업 등 초기업수준 단체교섭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사용자단체가 구성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들은 자료집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업별, 지역별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가 확보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프랑스, 스페인 등의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의 전면 확대 개편이 필요합니다. 현재 노동계가 참여하고 노사정 3자 기구로 존재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의제의 범위나 참여의 폭, 기구의 위상 측면에서 여전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양극화나 저출산·고령화 등 핵심의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법률상으로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측면에서 노동부 산하 기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현재 사회적 대화 기구로 존재하는, 헌법상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대통령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그리고 총리훈령에 의해 설치된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를 통합해 아일랜드나 프랑스의 경제사회위원회와 유사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창설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새롭게 개편될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핵심주체로서 참여하되 좀 더 다양한 집단들이 포괄되도록 하고 예산 역시 대폭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노조 전임자 임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지급하도록 보장해야 하고, 노사공동결정제도가 도입돼야 합니다. 이미 13년이나 유예돼 사실상 법 규정으로서 현실 적합성과 실효성을 상실한, 게다가 ILO로부터 수차례 철폐를 권고받은 노조법 제24조 제2항 및 제81조 제4호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폐기되든지 근본적으로 개정돼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노동자 경영참가법’을 제정해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고 사업장 단위에서 경영참가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 경영참가법에는 정리해고 및 감원 등 주요 인사사항에 대해 노사가 의결을 하도록 하는 내용과,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보장, 사외이사에 대한 노조의 추천권 확보, 노무담당 이사에 대한 노조의 거부권 인정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할 것입니다. 한편, 공공부문에서는 공기업 경영의 자율성 보장 및 노정 직접교섭을 진행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기획예산처를 폐지하여 그 업무를 재경부로 이관해야 하고, 또 과도기적으로는 공기업 예산편성지침을 폐지하고 총리실 내 부서를 둬 공기업 단체교섭을 담당케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노사관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마 논쟁이 가장 많이 될 주제로 생각하는데, 노사 주도의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진기지인 노사발전재단의 활성화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기존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정책 주도가 그동안 노사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어왔다는 인식하에, 이제는 ‘대립과 갈등에서 참여와 협력으로’, ‘분배 중심에서 고용·인적자연개발·복지 중심으로’, ‘정부 주도에서 노사 주도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사 주도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한 전략적 추진기구로서 노사발전재단을 설립하고 역할과 사업영역 등을 뒷받침하라는 요구죠. 노사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재단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취약계층 지원사업과 고용·인적자원개발이 재단의 주요 목적사업이라는 점에서 소요예산은 노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전액 출연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셋째,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의 대폭 강화와 관련된 과제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1가구 1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저축이자 자율연동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노총 표준생계비를 갖고 계산해봤더니 4인 가족에게 일반적인 25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융자를 받으면 월 82만 8천이 들어갑니다. 부담이 크죠. 따라서 다가구 주택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하되, 1가구 1주택 구입 시에는 담보대출 조건과 이자율을 대폭 완화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80%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국고지원 비율을 50%로 확대하는 것, 그리고 연간 실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줄이고 월 2일의 유급교육훈련을 부여해 OECD 최하위인 직무관련 훈련참여율을 높이고 평생학습체제를 갖추는 것 등도 사회안전망과 관련하여 요구되는 과제들입니다.

또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연금제도 일원화 및 퇴직연금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내년부터 기초노령임금제도가 실시돼 65세 이상 인구의 60%에게 월 8만 원 정도의 수당이 지급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하면 이는 연금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국민연금 역시 재정불안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이 40%까지 인하돼(가입 기간 40년 기준), “용돈 연금”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여  명실상부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여, 조세를 재원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20% 이내에서 기초연금을 지원하고 국민연금까지 포괄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60%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노사 공동으로 운영하는 퇴직연금 관리기구를 설치하고 퇴직연금소득세를 종합소득세에서 제외하는 등의 혜택을 줘야합니다.

넷째, 저출산·고령화 대응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과제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출산과 보육의 사회화, 교육개혁, 정년연장 및 노인 일자리 확충이 시급합니다. 먼저 국공립 보육시설을 50%까지 확충하고, 보육료 상한선을 폐지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지난 2006년 6월 저출산·고령화연석회의에서 현재 시설 기준 5.2%인 국공립 보육시설을 30%까지 확충하기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여성가족부는 최근 보육료 상한선 폐지를 위해 ‘영유아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7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국공립 보육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연령차별 금지 및 65세 정년보장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우선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고 이후 노령연금제도 정착과 연동하여 수급연령인 65세까지 점차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지역고용 거버넌스 통합체제를 구축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역 고용·인적자원개발 사업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이 1조 6천억 원 정도가 됩니다. 복지사업까지 하면 5조 5천 원쯤 되는데요. 그런데 이게 정부 11개 부처별로 따로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노동부는 지방고용심의회를 운영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직업교육훈련협의회를 운영하고, 또 산자부는 지역혁신협의회를 운영하고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되는 체제를 개편하고 예산을 통합하여 지자체에서 고용·인적개발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용보험의 전반적 개혁을 요구했는데요. 현재 정부가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정책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노사가 대폭 참여하는 고용정책심의기구로 개선하고, 노사정 동수의 고용보험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한국노총의 핵심 요구안을 크게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눠 발표해주셨습니다. 민주노총은 복지정책을 따로 발표하시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양 노총의 요구안이 큰 방향에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비정규직법안 대책문제라든지 노사발전재단문제,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상문제 등 사이사이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이제 지정토론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님부터 시작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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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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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_05.jpg김유선: 사회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양 노총의 요구안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어 군데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요구안을 크게 살펴보면 노동시장정책과 노사관계정책으로 나뉠 텐데요. 먼저 노동시장정책과 관련하여 기존 정당들이 내놓은 것들을 보면 핵심적인 내용은 일자리의 문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나라당이나 통합신당 같은 경우 ‘성장을 통한 일자리 양 늘리기’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노동조합운동 입장에서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쟁점은 ‘일자리의 질’이라는 측면에 초점이 둬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노총이 제시한 요구들 중 첫 번째 방향으로 제시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보장과 차별해소’와, 두 번째 방향 중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및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요구가 묶여서 제시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노사관계정책을 살펴보면 저는 산별 노사관계 정착 등과 더불어 이제는 ILO 협약 87호와 98호 비준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판단을 강하게 제기하고 싶습니다. 1991년 ILO 기본협약 비준을 추진하기 위해 ‘ILO 공대위’가 만들어진 지 벌써 16년이 넘게 지났습니다만 흐지부지 됐었거든요. 그 이후 정치활동 금지나 복수노조 금지 등이 조금씩 풀리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기본권적 과제들이 일부 남아 있는데, 이걸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ILO 기본협약 비준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크게 털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요구안에는 이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비중이 그리 크진 않지만 들어 있는데 한국노총의 요구안에는 전혀 없거든요. 한국노총이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 문제 때문에 이 문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이므로 조건만 되면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회자께서 잠깐 언급하셨습니다만 노사발전재단 내지는 사회적 협의체 관련해서 양 노총의 요구가 차이가 있는데요. 민주노총은 자료에서 노사발전재단에 대해 “노동배제의 새로운 양산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고, 또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사안별 사회적 대화체제 구축”을 요구하고 있어 지금보다 사회적 대화 기구를 느슨하게 가져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노총은 기존의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나 국민경제자문회의까지 포괄해 현재보다 기구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자 하고 있고, 또 고용보험기금에서 예산 전액을 요구하는 등 노사발전재단의 활동에 상당한 무게 중심을 싣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집권해도 노사발전재단의 기금을 전부 정부에서 가져오기는 어렵다고 보는데 어쨌든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먼저 민주노총에게는 노사발전재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리고요. 또 한국노총에게는 지금 지금 노사발전재단에 민주노총이 안 들어가고 있는데, 노사발전재단 예산으로 책정한 3천억 원 중 민주노총의 사업에는 얼마나 투여할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싶은데요.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50%를 하회하지 않도록 법제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또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계비를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구체적으로 지금과 어떤 점에서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인상 회피를 목적으로 한 상여금의 수당화 등 임금체계 왜곡 방지”라는 내용을 넣었는데, 제 생각에는 최저임금계층은 대개의 경우 상여금을 전혀 못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산정에 상여금도 포함되는 게 오히려 약자 보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양 노총에게 한 가지씩 더 물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보니까 민주노동당이 공약으로 ‘국가고용책임제’를 내세웠는데 민주노총 공약에는 없네요.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자 간 공약을 세울 때 조정이 있었는지 묻고 싶고요. 한국노총에게는 정책연대 조합원 총투표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실제 조합원 투표 과정은 사실 공약 검증보다는 이미지 선거가 되기 쉬울 테고 그럴 경우 한국노총 운신의 폭을 상당히 좁힐 수 있는 후보가 한국노총의 지지후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렇게 어떤 식으로든 한 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막상 선거 국면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될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이나 고려는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자: 상당히 많은 질문거리와  확인거리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연속해서 노동사회교육원 임영일 이사장님의 토론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forum_02.jpg임영일: 김유선 소장님이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세부적인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요즘 드는 생각과 느낌을 중심으로 큰 방향에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차기정부가 지향해야 할 노동과제들을 발표해 주셨는데, 내용이야 큰 방향에서 비슷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를 실제 제기하고 수용되는 방식은 서로 다르리라 봅니다. 우선 한국노총은 현재 다수당들을 대상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민주노총은 물론 토론과정에서야 다른 당들에게도 제기하겠지만 결국에는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동당을 통해서 제기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보수정당들의 경우 노동 이슈보다는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하게 될 것이고, 경제 이슈에 종속된 형태로 노동 이슈를 수용하게 될 겁니다. 이런 경우 노동조합이 제기한 수십 가지 과제들은 선별적으로 선택될 것이고 노동조합운동은 자신이 제기한 과제들을 더 많이 수용하는 측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을 하게 되겠지요. 물론 민주노동당이 여기에 시비를 걸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선거를 가져가고자 할 것입니다만, 어쨌든 여건을 돌아보면 이번 선거의 큰 구도가 경제 이슈가 중심이 되고 노동이슈가 거기에 종속되거나 배제되는 형식이 되리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노동조합운동을 대표하는 조직에서 노동과 관련하여 뭔가 사회 전체적으로 이슈가 되는 고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앞서 지적해주셨던 것처럼 보수정당들이 제기하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에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로 대응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한편 지금 상황에서 노동이 제기해야 하는 이러한 고리들은 경제 이슈와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해 양 노총이 제기해야 할 고리들이 한국 자본주의의 전망과 관련된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지금 노동시장에 중첩되어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크게 묶어서 노동체제라는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상당히 추상적인 지적일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상황이 어려울수록 경제 이슈를 포괄하는 노동담론으로 문제제기하고 소통하려는 단결되고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노력을 양 노총이 함께 만들어가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운동은 이번 대선에서는, 아니 차기 정부에서도 명백하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존 경험을 돌이켜 본다면 선거 국면에서 양 노총이 함께 하기보다는 서로 어긋나는 게 상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 상황을 인식한다면 그에 합당한 능동적이고 대범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제가 중점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이 외에 세부적인 질문들은 토론을 진행하면서 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현재 대선 국면 속에서 노동 이슈가 소멸될 위험성에 대한 지적, 양대 노총이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셨습니다. 이제 지정토론을 모두 들었는데요. 이에 대한 발제자들의 답변을 먼저 듣고 종합토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태현: 총괄적인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오늘 주제가 차기정부의 노동과제였기 때문에 제 발표에는 다른 정책과제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은 ‘빈부격차 없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사회복지세 신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 주거, 교육, 복지 정책과제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오늘 발표에서는 제외됐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으로 지정토론에서 지적된 것들과 관련해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가 제시하는 공약들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통로는 민주노동당과의 관계입니다. 우리 위원장님이 민주노동당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참석하고 계시기도 한데요. 그런데 당이 지금 선거와 관련해서 체계가 복잡하고 어수선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책협의를 통해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과제들을 넘기고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좀 더 다른 형식의 협의도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합니다. 어쨌든 그러한 소통들을 통해서 힘 있게 상호작용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이번 선거과정에서 ‘경제성장이냐 노동이냐’를 두고 크게 제시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담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우선 일자리 만들기라는 주제에 모인 초점이 결국 경제성장의 문제로만 귀결되는 왜곡된 담론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진행 중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뭐랄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대비해서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제시하면서 크게 치고 나가자는 등의 제안들이 있는데, 어쨌든 후보와 위원장의 면담이나 정책협의 등의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이러한 부분들을 진행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국가고용책임제’에 대해서 지적을 하셨는데, 얼마 전 민주노동당의 노동공약 토론회에서 저도 개인적으로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어쨌든 공약의 핵심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인데, 그러한 내용을 담아내는 방식이 너무 거친 것 아니냐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그냥 핵심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강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민주노동당 경선 과정에서 ‘국가고용책임제’와 ‘일자리공개념’ 등의 공약과 개념들이 제시됐고 이것이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후 선거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넷째, ILO 핵심조약 비준을 중심으로 노동기본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우선순위와 관련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후에 토론 속에서 함께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노사발전재단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이 뭐냐고 물으셨는데… 한국노총이 공식화해서 이야기하는 내용, 즉 고용인프라나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의 영역에 노동조합의 참여가 필요하고 또 노사발전재단을 통해서 하겠다는 내용 이상으로 판단내리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의견은 있습니다만, 대선 과제를 제시하는 데 들어갈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발표문에서 제외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민우: 먼저 노사발전재단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드리겠습니다. 지금 3,000억이라고 하는 노사발전재단 기금과 관련해서 정치권에서 난리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처럼 이를 받아 안겠다고 해서 저도 놀랐어요.  노사발전재단이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는 모르겠지만, 정기대의원대회까지 찾아와서 정치권 인사들이 노사발전재단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노사발전재단의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영역, 즉 지역 고용 및 인적자원 개발사업과 취약계층 복지사업 그리고 노사 공동연구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영역에 맞춰 다양한 사업들이 준비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 바로 그 3,000억 예산입니다. 그 돈을 우리 노동자들이 낸 돈 10조 원, 즉 고용보험기금에서 출연하라는 것이 한국노총의 요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돈을 낸 주체의 대표에는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민주노총도 포함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노사발전재단은 사실 한국노총만의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뽑을 때도 한국노총이나 경총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 채용 공고를 통했고, 또 최초에 출범할 때도 민주노총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을 드린 바도 있었고요. 민주노총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출범하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리는 열려 있습니다. 3,000억이 됐든 1조가 됐든 민주노총이 들어오기만 하기만 한다면 노사발전재단에 투입된 기금으로 함께 사업을 펼쳐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정책연대와 관련된 문제인데… 어쨌든 정책단위의 고민거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1월28일부터 ARS 투표가 진행되는데요. 우선 공약 요구안이 확정이 되는 대로 각 후보 선대본부의 관계자들을 만나서 한국노총이 제시하는 핵심 공약안이 어떤 내용인지 알리고, 반드시 그 쪽에서 수용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또 후보들의 답변서가 오면 일자리문제, 사회적 대화문제, 노사발전재단의 문제 등에 각 후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기자회견을 통해 크게 알릴 생각입니다. 텔레비전 토론회도 추진 중이고요. 11월24일에는 한국노총 노동자대회가 있는데 여기에도 후보자들을 모두 부를 생각입니다. 

이렇게 조합원 투표 전에 언론을 통해서든 조직사업을 통해서든 공약을 중심으로 변별력 있게 내용을 알리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토론자께서 제시하신 우려에 대해서는 저도 걱정이 있습니다. 어쨌든 조합원 투표가 끝나고 나서가 문제인데요.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면 답을 낼 수가 없고, 결국 이 사업을 펼치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여기까지밖에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셋째, 선거 국면에서 노동조합의 이슈 제기, 담론화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서입니다. 한국노총 차원에서는 우선 조합원 투표까지 최대한 언론작업을 할 생각이고요.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양 노총이 기발한 착상과 끈끈한 연대로 힘 있게 풀어가야 할 문제인데 작년 9월11일 이후 아시다시피 상황이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조합원 ARS투표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될까도 참 걱정입니다. 노조활동가로서 저 개인에게도 가슴 아픈 부분이지만 어쨌든 정책 단위끼리는 비공식적이더라도 깊이 있게 소통할 기회들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넷째,  ILO 87호, 98호 협약 문제는 어떤 고려 때문에 공약에서 뺀 것은 아닙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야 3년 유예됐습니다만, 이후에 더 이상 연기 등의 논의는 어려운 문제라 판단되고, 또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공약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ILO 87호와 98호 협약 비준을 공약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요구안에 일부러 안 넣었다기보다는 놓쳤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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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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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일: 고충은 짐작을 합니다만, 노사발전재단이 발표문 틀 안에서도 돌출되어 있고 아귀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대화 틀의 위상을 높이자고 하는 요구와 고용·인적자원 개발사업을 노사발전재단이 전국적 차원에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과연 상호 조화하는 건지, 또 노사발전재단이 하겠다는 사업들이 잘 되든 못 되든 기존 기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인데 이것과 노사발전재단의 관계도 매우 불분명합니다. 잘못하면, 뭐라고 할까요, 한국노총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아래로부터 크게 비판을 받을 소지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듭니다.

참가자: 김태현 실장님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오늘 발표하신 내용을 보면 민주노총이 기존 노사정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그렇습니까?

김태현: 오늘 발표한 내용은 아직 의결기구를 통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정책실 차원에서 논의된 내용입니다. 다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기존 노사정위원회의 틀은, 모르겠습니다, 한국노총이 참여하고는 있지만 노동측에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정부에서 노동부 외에는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요. 아직은 정부나 사용자가 사회적 대화를 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문제나 사회 양극화문제, FTA문제 같은 중대한 사회적 의제 같은 경우에는 비상시적인 틀을 만들어 서로가 정치적 의제를 갖고 모여 협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신뢰가 구축되면 상시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를 운영할 수 있겠죠. 물론 우리 내부 공식적인 논의과정에서 이러한 내용과는 다르게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노사발전재단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임영일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노사발전재단과 관련한 요구가 굉장히 비논리적인 논리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사발전재단이 네덜란드에서처럼 사회적 교섭 틀이라면 거기다가 예산을 3,000억씩이나 출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근거가 없죠. 또 이게 대화의 틀이 아니라 발표하신 대로 취업알선이나 직업훈련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기구라고 하더라도, 기존 고용보험의 틀 안에서 해당 사업들을 진행하는 주체들에게 걸맞은 요구를 각각 제시하는 것이 각 사업들을 노사발전재단으로 집중시키려고 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요구일 겁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내 건설부문에서 비정규직들에게 취업알선을 하고 있는데 노사발전재단이 사업을 독식하겠다면 앞으로 건설노조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건지… 이렇게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가 다양한 사업들을 노사발전재단이 독식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독단적인 관료기구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듭니다. 고용문제가 중요하다면 노사발전재단에 3,000억 원을 출연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관련 사업에 예산 투자를 더 늘리라고 요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우: 마지막으로 제가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노사발전재단은 노사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아니라 집행기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요. 사회적 대화와 관련된 한국노총의 요구는 좀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해서 확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역에 가면 고용이나 인적자원개발 관련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협의회가 난립해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노사발전재단이 모든 사업을 가져올 수는 없겠죠. 어쨌든 같은 사업이라도 노사 대표기구가 함께 하면 좀 더 경쟁력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노사발전재단이 출발했다는 것이고, 또 민주노총에게는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사회자: 이제 일단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부족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의 정책적 요구안들을 명료화할 수 있었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사실 노동조합의 정책요구보다는 정치적 역량과 정치활동의 극대화, 개입력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올해 내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오늘 나눈 정책요구들이 그와 관련된 기초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들 늦은 밤까지 긴 시간 토론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