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 관련 노동조합의 효과적인 법률대응 길라잡이

노동사회

노동쟁의 관련 노동조합의 효과적인 법률대응 길라잡이

편집국 0 8,424 2013.05.29 09:11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상대로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이것도 불법입니다.”, “그렇게 해도 판례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위의 답을 하게 될 때가 많다. 그런 말을 들으면 노동자들은 당장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직장폐쇄가 된 상태라 조합원들이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회사 앞에는 사측에서 집회신고를 해놨고…… 그러면 우린 집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가요?”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헌법이나 노동관련 법령들은 “쟁의행위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용자측의 직장폐쇄와 대체근로, 유령 집회신고, 손해배상 청구,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쟁의행위금지·업무방해금지 가처분, 형사고소 등으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이렇다 할 대항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노동조합 소속 변호사인 필자는 조합원들에게 곤혹스럽게도 간혹 이런 주문을 하기도 한다.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비록 이러할지언정, 어쨌든 형식적 민주화에 따라 노동조합이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법은 강자(자본가)의 편이다.”, “법에 기댈 생각이 없고, 종전에 하던 방식대로 투쟁과 파업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용자측의 날로 고도화되는 법적 대응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법률투쟁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과 그 방안을 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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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건설엔지니어링노조 만영지부는 법원의 건물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사업장 출입이 봉쇄되었다. ▶ 프레시안 ]

날로 날카로워지는 사측의 법적 공격과 그 배경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각종 법적 대응수단을 강구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수단들이 일상화, 정형화되고 있다. 그 배경 원인으로 여러 가지 것들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법적인 수단들을 통한 대응이 사용자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법제의 근본적 특성, 그리고 노동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재판부가 사측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 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들에 아울러, 최근에는 사측의 적극적인 대응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즉, 사내 법무 팀 확대를 통해 사내 변호사를 대거 고용하고 있고, 또한 경영자총연합회가 법률자문 활동을 한다거나, 외부 로펌 등을 통해 기업의 법률자문이 일상화됐다는 점 등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사용자들이 쟁의행위에 대해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법적 수단들을 본격적으로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각종 가처분의 남발이다. 그 종류도 참 많다. 사용자측은 노동쟁의와 관련하여,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여 달라는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업무방해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각종의 행위를 금지하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명예 및 신용을 훼손하지 말라고 하면서 각종의 표현을 금지하여 달라는 명예 및 신용훼손금지 가처분, 각종 현수막과 천막 컨테이너 등을 철거하라는 가처분, 직장폐쇄를 이유로 한 출입금지 가처분,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여 달라는 가처분, 앰프 등 확성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가처분 등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신청하는 가처분도 흔하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소속된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최근에 진행하였던 구체적인 사례만 해도, 사업장 주변 대부분에서 사실상 전면적인 집회 및 시위 금지의 인용(認容)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롯데호텔 노조 사례, 건물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으로 노조원의 사업장 출입이 봉쇄되었던 전국건설엔지니어링노조 만영지부 사례,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매장 앞 공터에서 천막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상대로 천막철거 가처분을 냈던 파주 연천 축산업협동조합 사례, 회사의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이 인용됐던 이랜드 노동조합 사례 등이 있었다. 이렇듯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가처분 신청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가처분-손배?가압류-형사고소의 연쇄작용

둘째, 일상화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들 수 있다. 사용자측의 손배?가압류는 비조합원과 조합원, 일반조합원과 적극적인 조합원, 조합원과 노조간부를 분리하여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손배?가압류를 통해 불법쟁의로 인한 손해를 실제로 보전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은 거의 없다. 최근 이랜드 노동쟁의에서도 사측은 핵심간부도 아닌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반조합원 60여명에게 약 1억 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역시 일반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로 압박을 가하여 지도부와 분리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것이었다.   

셋째, 각종 형사고소를 통한 노조 무력화 시도가 있다. 내가 자문을 맡고 있는 전국건설엔지니어링노조의 이야기다. 노조가 2006년 신설지부를 설립하면서 노조인정을 주요 안건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경영자총연합회의 자문계약과 외부 로펌을 통해 법률자문을 하고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응했다. 이후 교섭과정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다툼을 이유로 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고소가 남발됐고, 그 결과 쟁의 1년여 동안 주요 간부 및 조합원들은 개인당 20여 건의 형사고소를 당했다. 조합원들은 경찰서에 너무 자주 출석하게 된 나머지, 그것을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여기게 될 정도가 됐다. 이처럼 사용자가 남발하는 형사고소는 쟁의행위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되었음이 명백하다.

앞에서 언급한 이러한 수단들은 개별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은 이와 같은 쟁의행위 무력화 수단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며, 그 절차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시작되면, △우선적으로 ‘직장폐쇄’를 통해 노동조합원들을 회사로부터 분리시킨 후, △각종 ‘가처분’들을 통해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고,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라도 하면 사소한 내용이라도 채증하여 ‘형사고소’와 ‘손배?가압류’를 통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즉, 앞에서 언급한 각종 법적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면서 시간 끌기에 들어가 무노동 무임금에 따라 쟁의행위를 지속시키기 어려운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최종 타결 과정에서 손해배상과 가압류 취하 내지는 형사고소 취하를 전제로 사용자측에 유리한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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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이젠텍 분회는 교섭에 참가하지 않는 사측을 상대로 교섭거부 1일당 3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이런 사례가 쉽게 있는 것은 아니다. ▶ 금속노조 ]

가끔은 노조가 적극적으로 써먹기도 하지만… 

물론 노동조합에게도 법적인 대응 수단이 있다. 노동조합이 사측에 걸 수 있는 가처분으로는,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직장폐쇄금지 가처분, 대체근로금지 가처분, 단결권방해배제 가처분, 전직명령효력정지 가처분, 종업원지위보전 가처분 등이 있다. 또한 사측의 위법한 직장폐쇄를 이유로 직장폐쇄 기간 중의 임금 청구소송, 불법 대체근로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노동부 및 수사기관 고소, 더 나아가 헌법재판 청구 등의 수단 역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노동조합의 법적 대응은 사용자의 적극적인 청구나 소송에 피고로서 수동적으로 참가하는 데 머무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법 대응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소속된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다. 이 금속노조가 신규로 사업장에 지회나 분회를 설립하면, 해당 사업장의 사측은 기존에 기업별노조가 있었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금속노조 법률원은 동희오토, 이젠텍 등 여러 개의 사업장에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 가처분이 인용되었다. 그 결과 이젠텍의 경우에는 사측의 교섭거부 1일당 30만 원의 간접강제금 결정을 받아내, 실제 회사가 다른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채권을 압류하여 7천5백여만 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쉬운 일도 자주 있는 일도 결코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노동조합의 의뢰들은 대부분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각종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형사고소를 제기한 이후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는 것이 전형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노조가 법적 대응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사전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또한 사용자측 법적 대응의 대부분은 신생노조나 비정규직노조의 장기투쟁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쟁의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은 수십 건의 소송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때문에 노조들은 재정적 취약성으로 인해 법률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 소송이 대부분 장기간 진행됨에 따라 그 과정에서 버티기 어려운 조합원들에게 고소 취하를 미끼로 노조 탈퇴 시도가 진행된다. 이처럼 노동조합들의 법적 대응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조건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단적으로, 끈질기게, 과학적으로, 집요한 교섭으로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또한 무턱대고 나설 수도 없다. 노동조합이 사측에 비해 어려운 조건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집단적 대응을 해야 한다. 쟁의행위가 사용자에 대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대응전략인 것처럼, 사측의 법적 공격에도 집단적인 대응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가압류 및 손배 청구를 당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도록 방치하는 순간, 자주적인 노조활동은 더 이상 불가능해지고 사측의 가압류와 손배 청구를 막아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쟁의결의 시부터 ‘공동대응과 공동책임의 원칙’을 확인하고 이를 전 조합원에게 결의, 서명토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송에서는 보조참가신청을 통해 공동으로 참여하게 하고, 향후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둘째, 장기적 대응을 각오해야 한다. 손배 청구를 최종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한다. 피고측이 불복하면 1심, 2심, 3심까지, 확정판결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재판을 방치하고 치밀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불과 몇 달 만에라도 확정될 수 있다.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사측은 최대한 빨리 소송을 진행하려고 할 것이다. 노조는 지연전술을 구사하고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과학적,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쟁의가 오랜 경험을 통해 단련된 노조간부와 적극적인 조합원의 결합을 통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재판도 노조활동과 노동사건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노조 및 당사자들의 치밀한 결합이 있을 때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넷째, 가능하면 교섭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한다. ‘불법쟁의’였다면 그 손해배상 청구는 책임의 범위가 문제일 뿐,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시간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교섭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임금?단체협상투쟁 등 사측과의 교섭이 있을 때마다 가압류와 손배 청구의 취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쟁의행위 법률 대응, 그 사전 준비와 교육의 실제

이러한 원칙들이 경험 속에서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전준비와 교육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강조할 것은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손배?가압류를 제한 및 금지한다는 규정을 넣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의 모든 불법쟁의에 대하여 일체의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신청을 금지한다는 식의 규정은 추후 법원에서 그 효력이 문제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폭력 및 파괴행위 없는” 쟁의에 대한 가압류와 손배 청구의 금지, “노조 이외의 개인”에 대한 가압류와 손배 청구 금지, 가압류 손배 금액의 범위의 제한 등, 사측의 가압류 및 손배 청구를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 재정의 분리 관리 등 재산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법쟁의로 가압류 및 손배 청구가 예상되는 경우, 노동조합 재정을 사측이 파악하고 있는 조합비납부 통장에서 분리하여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불법파업이라는 몇 가지 소명자료만 있으면 사측의 가압류를 법원에서 바로 받아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또한 일단 가압류 결정이 있으면 그 가압류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노조의 쟁의행위가 자금문제로 힘이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인 노조활동가, 노조간부들에게 사측의 개인적인 가압류 및 손배 청구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역시, 사측이 파악하고 있는 급여이체 통장에서 미리 예금을 회수하여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회사의 부당?불법행위 자료 등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당연한 사항인데 잘 실천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조는 쟁의를 전후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불법대체근로, 위법한 직장폐쇄, 불법적인 용역깡패 투입 등 각종 불법행위와 불성실한 교섭,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관련된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추후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측의 책임을 반소(反訴)로 청구하거나 과실상계(過失相計)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사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노조 역시 적절한 쟁의 전술 구사를 통해 사측이 불법쟁의자료를 확보치 못하도록 운용할 필요가 있다. 쟁의과정에서 사측은 미리 계획한 후 자료 확보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휩쓸려 앞뒤 고려않고 대응했다가는 사측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또한 노조는 평소부터 각종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 자료가 유리한 것이라고 판단되든 불리한 자료로 판단되든 관계없이 모두 보관하고 있어야, 추후 사측의 청구에 대응할 수 있다. 회사에 사전에 통보할 만한 것은 미리 알릴 필요도 있다. 회사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는 공문발송, 노조 유인물에 쟁의기간 중 생산물 및 시설물 보호지시를 게재하는 것(이는 우발적인 시설물 파손행위로 인한 책임까지 노조가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등은 아주 작은 조치로 나중에 벌어질 엄청난 결과를 미리 막는 효과가 있다.

넷째, 아무리 사소한 형사사건이라도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불법쟁의에 대하여 회사가 노조 또는 조합원을 고소하면 입건되어 기소유예, 약식기소, 불구속기소, 구속기소 등으로 처리된다. 여기서 처벌이 경미하다고 하여 별다른 생각 없이 검찰이 약식 기소한 사건과 관련된 벌금액을 납부해서는 안 된다. 이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이 손해배상 청구사건의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한 형사사건이라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조사단계부터 재판까지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교육의 중요성과 면책에 관한 합의를 강조하고자 한다. 사측으로부터 가압류 및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때 사측의 회유에 넘어가는 조합원이 조금이라도 생겨나면 노조의 파업은 급격하게 약화되게 된다. 조합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서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노사 교섭타결 시에는 반드시 민?형사 면책에 대한 합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합의서의 문구를 작성할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에 의뢰하여 검토를 받은 후 서명 날인해야 한다. 합의 당사자 모두가 합의서에 날인토록 하며, 면책합의는 가압류, 손배 청구 이전 이후라도 상관이 없다.

노조운동이 좀 더 품격 있게 법률싸움을 하기 위하여

이제 좀 더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노동조합이 법률대응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는 구조를 갖춰나가기 위한 과제들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조합 법률원의 확대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노동 및 시국사건에 대한 대응이 주로 노동인권 변호사들을 통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금속노조 법률원과 민주노총 법률원이라는 조직이 존재함에 따라, 이를 통해 노동사건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금속노조 법률원은 1999년을 개원하여 현재 서울에 본 사무소와 창원, 울산, 수원에 각각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변호사 12명과 노무사 8명, 직원 13명의 조직으로 규모가 확장되었다. 현재 노조 소속 법률원들은 주로 개별적인 사건 수임을 통해 운영되는 상황이라 상시적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다 안정적인 법률대응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노동조합 법규담당자들의 교육 및 조직화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에는 법규부장이라는 직책의 노동조합 간부가 존재한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은 노동조합에서는 전임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리는 법규부장인데 노동조합의 법률적 대응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법률대응을 위해 법규담당자에 대한 교육체계 마련 및 조직화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 민사면책 법리 쟁취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면책문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외국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논의된 것으로 오늘날에는 이와 관련된 논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즉, 쟁의행위 자체를 형사처벌하는 예가 없다.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 등은 그 행위자에 대하여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경우처럼 쟁의행위 과정에서 폭력행위 등이 발생하였다고, 쟁의행위 자체를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누구도 평화로운 파업을 조직하고 참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제재를 받거나 그들의 자유를 박탈당해서는 아닌 된다.”고 결정했다. 특히 한국의 업무방해죄에 대해서 결사의 자유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을 수차례 권고했다.

노동조합운동은 아직 확보되지 않은 쟁의에 대한 형사면책, 민사면책의 법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사측의 가압류, 손해배상 청구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만으로는 수세적인 대응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없다. 노동운동의 권리를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투쟁이 있어야 한다.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그리고 민사책임의 진정한 면책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