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시정제도 활용과 외주화 남용 금지를 위한 법률 대응 방향

노동사회

차별시정제도 활용과 외주화 남용 금지를 위한 법률 대응 방향

편집국 0 4,078 2013.05.29 09:10

비정규직 3법이라 일컫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정, 이하 ‘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 이하 ‘파견법’)」, 「노동위원회법(개정)」이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시행과 동시에 비정규직에 대한 대규모 계약해지, 계약직에서 파견직으로의 대체, 광범위한 외주(용역)화 추진, 직군분리를 통한 이른바 ‘중규직’의 창설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고착화?악화되고, 비정규직 고용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주화가 널리 악용되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더 열악한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 경제단체는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간주조항이나 직접고용의무 조항 및 차별금지 조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외주화를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일부 기업들은 공공연하게 외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지경이다. 

정부는 비정규직법이 차별시정절차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선전해왔다. 기업들이 외주화를 추진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비정규직법상의 차별시정절차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별시정절차가 제대로만 작동된다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여지도 엿보인다.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한 기업들의 탈법적인 외주화를 방지하면서 차별시정절차를 통해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를 개선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차별적 처우의 금지’는 많은 사례의 축적을 통해 법리가 발전되어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잘 활용하면 약이 될 수도 있는 ‘차별시정제도’

sskim_01.jpg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차별적 처우를 받은 자는 관할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차별시정 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는 조사 및 심문을 거쳐 시정명령을 발할 수 있고, 시정명령에 불복하는 사용자는 재심신청 및 행정소송의 방법으로 다툴 수 있다. 사용자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지되는 ‘차별적 처우’에 대해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중에서 ‘임금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바로 비교대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가 하는 업무가 동일가치노동인지의 여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일가치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차별적 처우의 대상은 임금 이외에도 근로시간 및 휴가, 상여금 특히 성과상여금, 가족수당이나 체력단련비 또는 경조사비 등 복리후생적 급여, 작업복의 지급, 교육훈련 등 제반 근로조건이다. 위와 같이 눈에 띄는 근로조건상의 차별은 금지되므로 차별시정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차별시정절차는 과태료를 무기로 한 시정명령을 그 수단으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시정명령이 확정되기까지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시작해서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최대 5심 과정을 거쳐야 하며,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의 과태료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법 준수를 강제하기 어려워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리고 시정명령이 확정되더라도 집행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근거로 해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가 임의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강제집행을 하려면 결국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차별대우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는 노동위원회 시정절차를 이용하는 것과는 별도로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차별적 처우 금지조항을 근거로 해서 임금 차액 등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바로 제기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조항을 근거로 해서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을 시정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었으나,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차별적 처우 금지 조항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민사소송을 바로 제기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면, 지방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있었음에도 사용자가 불복하는 경우 지노위의 시정명령을 근거로 민사 가처분 또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사소송에서 판결이나 결정을 받으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차별시정제도가 ‘그림의 떡’이 되지 않으려면

그러나 기간제법과 파견법에는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는 당사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은 노동자’로 한정되어 있는데, 본질적으로 기간제의 속성을 가진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절차를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근로자가 소속된 노동조합에도 신청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보통 차별적 처우는 비정규직 근로자 집단에 대해 행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그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에 신청권을 인정하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차별시정절차 진행 중 근로계약기간 또는 파견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사용자가 계약갱신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해고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차별시정신청을 이유로 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계약갱신거부가 시정신청 등을 이유로 하여 행해진 것이면 무효이다. 

한편 차별시정신청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그 종료일)로부터 3월이 경과하기 전에 해야 하는데,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의 여부가 쉽게 판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신청기간의 기산점을 ‘차별적 처우가 있음을 안 날’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정명령의 대상이 신청 전 3개월 기간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그 이전의 차별적 처우까지로 확대되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후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데, 만약 노동위원회가 전자의 입장을 채택한다면 그 이전의 차별적 처우 시정을 위해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므로 노동위원회에 의한 차별시정절차의 효용이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다.

차별시정절차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불충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 확실하므로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입법적 대안을 제시하여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함께 차별적 처우 금지에 관한 사례를 축적하고 법리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노동현장에서 차별적 처우 금지가 확실하게 정착되면 비정규직 사용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법 회피의 귀착점, ‘외주화’

외주화(外注化, 아웃소싱)는 기업 내부에서 수행되던 사업의 일부를 떼어내 외부의 독립적인 사업자에게 도급, 위임, 용역 등의 형태로 그 일을 넘기는 사업행태를 말한다. 외주화는 당해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직접고용이 아니라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고용의 형식을 취한다. 직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이 일치하는 데 반하여,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고 그에 따라 중간착취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중간착취의 가능성 때문에 간접고용 및 외주화는 일정하게 제한될 필요가 있는데, 헌법 및 노동법으로부터 몇 가지 규제원리가 도출된다. 첫째, 헌법상 근로권 보장에 근거한 ‘직접고용 원칙’이다. 이는 기업의 통상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위하여 필요한 인력은 직접 고용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둘째, 노동법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사용자책임 회피방지의 원칙’이다. 근로자의 노무제공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자는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하며, 계약형식을 달리하거나 외형상의 사업주를 따로 두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셋째,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근로자의 자기결정권’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반대로 사회적 강자와 다수자 일방에 의한 결정을 국가가 개입하여 규제하여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비정규직 및 외주화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에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기간제 또는 파견노동자들을 도급이나 위탁 등으로 외주화하는 일들이 ‘남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기간제근로계약 또는 근로자파견계약의 기간만료 후 갱신 또는 재계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를 해고하고 외주화하는 것이다. 외주화 자체에 대해 법률적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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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주화에 대해서는 외주업체의 독립성 여부와 원청사업주의 사용자성 측면에서 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원청인 코스콤의 직접고용이 쟁점인 코스콤 사태 역시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

‘법 회피’ 대응은 ‘법대로’!

첫째, 단체협약 등에 사내 업무를 외주화할 때 노사합의 또는 협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그러한 절차에 위배하여 외주화를 진행한다면, 그 규정에 근거하여 외주화 진행의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등의 형태로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간제근로계약의 갱신거절에 대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게 되었거나 갱신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권이 형성된 사정 등을 들어 계약갱신 거부를 해고로 보고 법률적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간제법이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근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근로자 개개인을 기준으로 그 근로자가 ‘기간제로 일한 기간’이 2년이 되었는지를 따져서는 안 되고, 기간제근로 사용기간 제한의 취지에 비추어 ‘업무’를 기준으로 2년이 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즉, 2년 이상 유지되는 업무의 경우 해당 기업의 상시업무로 보아 2년 이후에는 기간제근로를 사용할 수 없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셋째, 외주업체가 진정으로 독립한 사업주인지 여부를 따져 그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원청 사업주가 근로자의 노무제공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는 관계라면, 외주업체 근로자와 원청 사업주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 아니면 적어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는 전제 위에 법률적 구제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청 사업주가 외주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적어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원청 사업주도 외주업체와 더불어 중층적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고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리투쟁이 채워주지 못하는 2%는 ‘법개정’으로

그러나 현행법의 해석만으로 비정규직보다도 열악한 근로자층을 만들어내는 외주화에 대해 충분히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대안으로는 △상시적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및 외주화 금지 원칙의 명문화(근로기준법 제9조의 중간착취의 배제 조항에 신설), △외주화 시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 또는 성실한 협의 절차 도입, △원청 사업주의 연대책임 명시(근로기준법의 사용자 정의 조항에 신설), △원청 사업주의 노동단체법상의 책임(특히 단체교섭의무 및 부당노동행위 책임) 명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근로자공급 또는 근로자파견과 도급 등 구별기준의 법령화(직업안정법 및 파견법 개정), △외주화 시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 금지와 차별적 처우 금지 및 차별시정절차의 도입, △외주화 중에서도 가장 차별이 현저한 형태인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비정규직법이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법률투쟁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정의 규정, 차별적 처우 금지, 근로자파견과 도급 등의 구별 등 관련 쟁점들에 대해 법원이 올바른 입장을 취해주기만 하더라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이 올바른 입장을 채택할 수 있도록 법리를 개발하고 또 필요한 때에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석론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은 입법을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법률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외주화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 것은 탈법을 저지르는 기업가에게 부당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정도(正道)를 걷는 기업가에게 상대적인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강력한 법률안을 제시하면 경영계 내부에서 탈법적인 외주화를 남용함으로써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기업에 대한 내부적인 자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