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장정을 마친 이석행 위원장에게 듣는 민주노총의 과제

노동사회

현장대장정을 마친 이석행 위원장에게 듣는 민주노총의 과제

편집국 0 3,244 2013.05.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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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2007년 9월17일 월요일 11시~12시
장소: 민주노총 위원장실
질문 및 정리: 이주환 『노동사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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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책상 위에는 앉은 상태에서는 팔꿈치를 올려놓지도 못할 높이로 결재서류가 쌓여 있다. 사무실 문 앞에는 공식 면담 사이로 끼어들어 잠깐 몇 마디 언질을 나누고 약속을 잡으려는 이들의 시선이 빈틈을 노리고 분주하게 오간다. 전날 새벽 2시까지 일정을 소화했다는, 눈이 충혈된 그는 “인터뷰하다 졸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을 말하고 ‘대중’을 말 할 때, 예의 쇳소리 섞인 그의 음성은 손짓과 함께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5개월여에 걸친 현장대장정을 막 마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꼭대기에서 벗어나서 보고 돌아온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석행 위원장의 민주노총 호는 좌표를 어디로 두게 될까? 그의 탁성을 떠올리면서 직접 들어보자. 

현장대장정을 무사히 마친 것 축하드립니다. 현장대장정 중에 가장 여러 번 들은 소리, 조합원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요구는 무엇이었습니까?

interview_01.jpg제가 현장대장정을 실시하겠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조합원들에게 주는 분명한 ‘메시지’를 들고 가야 한다고 조언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 침체된 조직 상황을 봤을 때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형식논리에 빠진 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제가 가서 조합원들에게 한 이야기는, ‘구경꾼’이나 ‘나그네’가 되지 말아 달라, 여러분들이 민주노총의 진정한 주인이니 주체의식을 갖고 매사에 능동적으로 임해달라는 기본적인 주문 하나였죠.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듣고 일했습니다.

우선 조합원들이 굉장히 반겨주고 좋아했어요. 10여년 민주노총 역사에서 위원장이 조그맣고 외진 사업장들, 조합원들도 진짜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던 곳까지 직접 찾아간 건 제가 처음일 겁니다. 가서 쓰레기도 치우고 허드렛일 마다않고 하면서 열심히 대화하려고 하니까, 처음에는 다들 부담스러워 하시다가도 금방, 아 민주노총 위원장도 우리 같은 노동자구나 하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저도 기뻤고 민주노총 상층부가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현장과 함께 가는 것이구나 하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현장의 피로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중앙과 지역본부, 그리고 산별연맹(노조)들이 각각 따로 소집령을 내리고 활동지침을 내리는데, 그걸 전부 따라가다 보면 너무 피곤하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지침이 떨어져서 영문도 모르고 파업이나 집회하러 다녀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모아서 체계적으로 정비해달라는 요구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제가 취임 직후에 재계나 정부와 대화를 시도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했다는 평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민주노총에서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단호하게 잡아달라는 요구들이 제기되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만 한마디로 ‘잘하라’는 거였죠. 관성을 넘어서는 활동을 보여 달라는 것, 그것이 우리 조합원들이 요구였습니다.   

현장대장정 과정에서 조합원 외에도 학생, 농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조합원이 아닌 이들을 만나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제가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서 전교조에다가 특별히 요청해서 실업계 고등학교 여덟 군데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거기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우선 느낀 것은, 우리 중고등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이 없긴 정말 없구나 하는 거였죠. 노조가 뭔지도 모르고 자기가 결국 노동자가 될 거라는 의식도 별로 없고…… 근본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정말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학교가 조금만 변하면 됩니다. 제가 어느 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강의를 했는데, 최저임금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까 애들이 잘 알아요, 액수까지 정확하게. 그러면 너희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그만큼 받으면서 일하냐니깐, 그런 거 바라다가는 사장한테 짤린대요.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 다음에 제가, 봐라 그런 게 비정규문제다 하면서 지금 우리사회에서 왜 비정규직이 그렇게 큰 사회문제가 되는지 설명하니까 너무 잘 이해하더라고요. 그 과정은 저한테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결국 노동문제는 그 아이들에게는 삶의 문젭니다. 그러니까 작은 자극으로도 깊은 교육이 이뤄졌던 거죠. 이렇게 아이들의 삶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교육체계를 만드는 데 민주노총의 역할도 매우 크다는 생각입니다.    

또 대장정 과정에서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하고도 만났습니다. 이들이 하나 같이 하는 이야기가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산업평화선언’을 해주면 외부에서 자본을 끌어오기가 훨씬 쉽다, 위원장이 힘써 달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무슨 소릴 하냐 지대나 기술투자 등을 지자체에서 지원하든지 뭔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지, 그냥 막무가내로 노동자들에게 양보 받아낸다고 기업 유치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죠. 아무튼 이렇게 현안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그분들에게 좀 더 노동친화적인 인식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아원 같은 복지시설에도 갔었는데 정말 사회적인 연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죠. 장애인들을 만나서 강제노역이라든지 여러 비인권적인 상황에 대해서 민주노총이 직접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합원도 조합원이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면서 우리 민주노총이 사회의 그늘진 곳에 좀 더 관심과 힘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장대장정을 돌입하게 된 문제의식 중 하나는 민주노총 현장과 중앙의 괴리가 심각하다는 인식이었습니다. 가서 보니 괴리는 정말 존재했습니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조합원들은 좀 더 실사구시적인 대응을 원하는 반면, 상층은 선명성이나 자기 주관에 상대적으로 매몰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발생하는 괴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100일 넘게 파업을 진행 중이더라도 조합원들 입장에서 분명한 성과를 남길 수 있는 지점에 오면, 요구를 100% 쟁취하지는 못하더라도 과감하게 투쟁을 중단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실제 전부 아니면 전무인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은 싸움은 있는데 도대체가 정확하게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건지 무엇을 남긴 싸움인 건지는 없을 때가 많다는 상당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현장대장정에 돌입할 때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조직화 등 민주노총 조직력 복원 역시 핵심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대장정은 어떤 성과를 거뒀습니까?

우선 처음부터 저는 현장대장정 한 번 한다고 뭐가 확 달라질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대장정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위원장이 멀리 있는 사람, 영등포 사무실에만 처박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즉 민주노총 중앙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는 데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현장대장정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산별연맹별로 주요사업장, 현안사업장, 각 노조 대의원대회 등을 방문하면서 대장정을 이어갈 겁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까 우리 조직이 동맥경화 현상이 아주 심합니다. 민주노총이 만든 포스터, 아니 팩스 한 장 받아보지 못했다는 단위조직도 많고, 산별대표자나 지역본부장이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조직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런 조직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찾아간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본부장이나 연맹위원장들도 가만히 구경만 할 순 없죠. 지금 전교조나 사무금융연맹, 일부 지역본부에서 실제 그렇게 해서 현장대장정, 교육대장정이 진행되고 있고요. 이렇듯 현장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노력들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면서, 민주노총의 총체적인 조직력을 복원시킬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편으로 어쨌든 현장대장정을 하기 전에는 이석행하면, ‘저 사람은 국민파’하고 우선 낙인찍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적잖았는데, 대장정을 통해서 그런 식의 편견 섞인 거리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부분들은 전체 조직이 새로운 힘을 만들어가는 데도 좋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장대장정 과정은 위원장인 제가 공공부문을 포함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금속만 하는 투쟁’이 아닌, 민주노총이 좀 더 큰 성과를 내는 투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취임 초 “파업을 위한 파업은 않겠다.”고 선언하셨는데, 현장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는 “내년 상반기 은행, 가스, 철도 등의 노조에서 파업권을 위임받아 총파업을 하겠다.”고 상반되게 선언하신 걸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문제의식의 변화가 있는 겁니까? 

임기 초와 지금 어떤 단절이나 생각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닙니다. 언론에는 앞뒤가 잘려서 보도된 측면이 있는데, 저는 예나 지금이나 파업을 위한 파업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했어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해야 될 때가 되면 잘 해야 한다는 거죠. 노동운동을 시작한 후 제 삶을 돌아보면 저는 한 번도 파업을 위에서부터 먼저 주도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연발생적인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대중 속에서 파업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고 반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소환장이 13개가 날아 왔습니다. 또 현장대장정을 시작하기 전에 정부와 재벌들에게 만나자고 특사까지 보내고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외면당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지만 대화란 게 혼자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렇게 노동을 사회적 파트너로 취급하지 않고 배척하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이를 깨부수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골간을 흔드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취임 직후부터 갖고 있던 터였습니다. 이를 위한 조직력을 만들기 위해서 현장대장정을 했다고 보면 됩니다.     

뭐냐 하면, 이젠 금속만 하는 투쟁, 관성적인 총파업으로는 더 이상 저들을 긴장시킬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 대장정 중 가스나 발전 같은 데 가서 정말로 조합원들에게 호소했어요. 세상을 흔들어놓을 테니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정하면 여러분들이 나한테 파업권을 인계해달라고. 그렇게 우리 민주노총의 영원한 선봉대 금속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등도 실질적으로 함께하는 투쟁이어야, 파업을 위한 아닌 파업이 아니라 정말로 뭔가를 쟁취하는 파업일 될 수 있을 거란 겁니다. 하반기에 산별연맹별로 이어질 현장대장정은 이를 준비하는 과정인 거죠. 그래서 저는 아까 말씀드린 사업장들에는 무슨 행사가 있으면 당분간 직접 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 파업의 시기를 일정하게 못 박고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필요하면 당장 한 달 내에도 할 수 있는 거고 조직력을 복원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그만큼 준비해야죠. 내년 상반기라고 언론에 보도된 건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 상반기쯤 되면 내가 못 참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게 기자들에게 와전된 부분이 있는 거죠.    

민주노총은 현재 산별노조 전환에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대장정을 하면서 구체적인 실상을 봤을 텐데, 산별노조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 총연맹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가고 있는 산별노조운동에는 모범답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형태야 어쨌든 가장 주체적으로 투쟁이든 조직이든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또 이번에 현장대장정을 하면서 지역일반노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사실 일반노조가 그 취약한 자원으로 정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는 편이었는데, 직접 찾아가서 보니 조합원 수가 적고 힘이 없는 사업장들 사이에서 몇몇 일반노조들이 보여주는 대단한 파급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전체 조직 차원에서도 모범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받아 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사업계획을 제출하도록 총국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취임 초 인사탕평책을 실시하려 했다가 성사되지 못하게 되자 현장대장정이 마무리되는 9월 이후 다시 실시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계획은 어떻습니까? 

취임 초 다른 정파 활동가들까지 사무총국 주요업무에 배치하는 인사탕평정책을 실시하려 했지만, 각 정파들에서 동의가 구해지지 못해 실시 못했습니다. 이번 9월 말 사무총국 개편 때도 이러한 부분을 정파들에게 요구는 하겠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조건상 이뤄지지 어렵다고 봅니다. 그냥 위원장으로서 내 스스로가 탈계파, 정파중립적으로 가는 게 인사탕평책의 문제의식을 받아 안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나중에 조금 힘들어지더라도, 한쪽 계파의 보스로 남기보다는 전체 운동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한 사람으로 남는 운동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9월12일 성원부족으로 유회된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동운동혁신위원회 설치 건도 다뤄질 계획이었습니다. 지금 민주노총에서 ‘혁신’의 핵심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선 노동운동혁신위원회가 의견을 달리하는 각 정파그룹들의 의견을 쏟아내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들이 ‘동지’에 대한 올바른 상을 제대로 세워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혁신위원회는 의견들을 달리하는 정파그룹들의 대표들과 노동운동의 원로들이 참여해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개입 없이 무엇이든지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출되고 모아진 의견들은 이후 공식적인 의결기구를 통해 제안되고 다뤄지도록 해야겠죠.     

현장대장정 직후 인터넷 신문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독단적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9월12일 대의원대회가 성원부족으로 유회된 것과 관련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그날 대의원대회 성원이 안 된 것은, 물론 따져보면 여러 가지 어쩔 수 없는 이유들도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당신들이 준비할 수 있는 만큼 더 준비해 와라 그 때 가서 평가해주겠다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9월 이후 산별연맹별 현장대장정을 열심히 준비하고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되지 못했더라도, 한국진보연대문제라든가 지도부 입장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치고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의결되지 않은 것들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해야 할 것이 많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을 평가해 주십시오.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까.

제가 강점이라고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마찌꼬바 출신으로 역대 어떤 위원장보다도 조직적 뒷받침이 취약하다는 게, 제가 갖고 있는 한계이자 유리한 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민주노총이 처한 상황에서는 대중들을 존중하는 리더십, 대상화하지 않고 존중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중들이 진짜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고 관철하는 데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거죠. 큰 조직의 뒷받침이 없는 저의 조건은 활동에 제한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대중과 토론하고 호흡하는 리더십을 만드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봅니다. 

사실 그런 게 지금껏 제가 활동해온 방식이기도 하고요. 저는 임기 동안 1년에 3개월은 현장에 가서 살 생각입니다. 가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욕도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현장에 밀착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더 가까이 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노동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이석행 개인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화두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처럼 1980년대 초반 현장에서부터 노동운동을 배워 온 사람들이 이제는 전체 민주노총 안에도 거의 없습니다. 저에게도 그 세월 동안 살아오는 과정마다, 사실 운동을 포기하고 떠나도록 압박하는 계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딴 데 눈 안 돌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렇게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삶을 사는 것, 노동자 이석행의 이름으로 무덤에 들어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사는 것, 이게 제 소신이자 철학이라면 철학입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