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러시아 혁명은 역사상의 전환점이었다. 또 후세의 역사가들이 이 혁명을 20세기 최대의 사건으로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혁명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한편으로는 인류를 과거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킨 하나의 이정표로서 찬양받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범죄나 재난으로서 비난받기도 하는 평가의 양극화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러시아 혁명은 19세기 말에 유럽에서  최고 절정에 달했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최초의 공공연한 도전이었다(E.H. 카, 1983: 11).

1. 10월 봉기

1917년 10월24일(11월6일) 적위군 부대는 수도의 전략 지점인 교량, 우체국, 전신전화국 등을 점거하기 시작했고, 혁명의 본부 ―볼셰비키 당의 중앙위원회와 페트로그라드 위원회,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와 군사혁명위원회―가 들어가 있었던 스몰니로 집결했습니다. 수군과 육군부대도 이에 뒤질세라 행동을 취했어요. 전투행동의 실질적 지도는 군사혁명위원회가 맡았죠. 그리고 군사혁명위원회는 이 날 노동자와 병사들에게 무장봉기의 명령을 내렸습니다.


[ 동궁을 공격하고 있는 적위대와 병사들 ]

무혈에 가까웠던 러시아 사회주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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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노동자, 시민들이여!

민중의 적들은 어젯밤부터 공세로 전환했습니다. 참모 본부의 코르닐로프 일파는 융커와   지원병 부대들을 페트로그라드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 반혁명운동은 개회 직전의 전국 소비에트 대회와 제헌의회를, 즉 민중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페트로그라드 소비에  트는 혁명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군사혁명위원회는 음모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려 합니다. 페트로그라드의 모든 수비대와 프롤레타리아트는 민중의 적들에게 압도적 일격을 가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군사혁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지시합니다.
1. 모든 연대와 중대, 특수부대의 위원회, 모든 소비에트 위원과 혁명조직은 회의를 계속 소집해야 하며, 음모자들의 계획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입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 단 한명의 병사도 군사혁명위원회의 허락 없이 자신의 부대를 떠나서는 안 된다. 
3. 모든 군부대는 대표 2명씩, 각 지역 소비에트는 대표 5명씩을 스몰니로 파견한다.
4.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모든 일원과 전국 소비에트 대회의 모든 대표들은 즉시 스몰니의 긴급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반혁명이 그 수치스러운 머리를 내밀었다.
병사와 노동자의 모든 성취와 희망은 거대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혁명의 힘은 적의 힘을 압도하고 있다.
민중의 대의는 분명하다. 음모자들은 진압될 것이다.
주저하지도 말고 의심하지도 마라! 확고부동함, 규율, 그리고 결단!
혁명이여, 영원하라!

-군사혁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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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몰니의 통행증을 검사하고 있는 적위대 병사들 (1917년 10월) ]

혁명부대는 임시정부가 있는 동궁을 포위했습니다. 그러고는 전선에서 임시정부를 구원하기 위해 들어오는 군대를 저지하기 위해 수도의 길목 곳곳을 굳게 지켰죠. 민중들은 혁명적 봉기를 지지했고, 봉기는 계획에 따라 큰 차질 없이 신속하게 실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0월25일(11월7일) 아침 무렵까지 노동자와 혁명부대는 거의 전시(全市)를 장악했어요. 봉기는 다음날 밤에 완료되었죠. 10월25일 밤 9시 무렵에는 동궁이 점거됐고, 정부 각료들도 체포되었습니다. 

볼셰비키 세력의 압도적 우위와 봉기를 이끈 확고한 지도가 신속하면서도 무혈에 가까운 승리를 보장할 수 있었던 거죠. 2월 혁명 때는 사상자가 1,300명을 상회했지만, 10월 혁명에서는 수도의 경우 사망자 6명, 부상자 50명뿐이었습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73). 이렇듯 봉기가 완수된 1917년 10월25일(11월7일), 이 날은 ‘러시아 10월 사회주의 혁명 승리의 날’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날 아침 부르주아 권력의 붕괴와 혁명의 승리를 알리는 내용의 「러시아 시민들에게」라는 격문이 발표되었습니다(황인평, 1985 Ⅱ: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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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는 폐쇄되었다. 국가 권력은 페트로그라드 노동자·병사 대표 소비에트기관 ―페트로그라드 프롤레타리아트와 수비대의 선두에 선 군사혁명위원회― 의 손으로 넘어갔다.

인민이 투쟁목표로 해온 사업, 즉 민주주의적 강화의 즉시 제의, 지주토지소유 폐지, 노   동자의 생산관리, 소비에트 정부의 수립이 보장되었다. 노동자, 병사, 농민의 혁명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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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로그라드에서 열린 병사 대표 소비에트 ]

제2회 노동자·병사 대표 소비에트 전 러시아 대회 개최  

이날 밤 늦게 스몰니에서 <노동자·병사 대표 소비에트 제2회 전체 러시아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대회는 각 지역 단위에 걸친 402개 이상의 소비에트를 대표하고 있었고, 대의원 650명 가운데 약 400여명이 볼셰비키 소속 대의원이었죠. 나머지 대부분은 사회혁명당 좌파 소속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소비에트를 지배했던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 우파는 이 대회에서는 70~80여명의 소수파가 되어 있었어요. 이들은 볼셰비키 봉기에 대한 반대를 선언한 뒤 곧바로 대회장을 퇴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대회는 지속돼 이틀에 걸쳐 중대한 결의들을 채택했습니다. 

먼저 첫째 날에는 「노동자, 병사, 농민 여러분들에게」라는 선언문이 채택되었습니다. “모든 지역의 권력은 노동자?병사?농민 대표 소비에트로 이관된다. 이들 소비에트는 진정한 혁명적 질서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73)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다음 날, 10월26일 대회 이틀째 회의에서는 「평화에 관한 포고」, 「토지에 관한 포고」, 「권력 조직에 관한 포고」 등이 채택되었습니다. 

평화에 관한 포고는 전쟁을 “인류에 대한 최대의 범죄”라고 규정하고, 모든 민중에 대해 평등하고 공정한 조건으로 무병합 무보상의 강화를 즉시 체결한다는 결의를 천명했죠. 또 토지에 관한 포고는 지주 소유지 무상몰수, 토지 사유권의 폐지, 토지 매매 금지, 지주 토지의 소비에트 및 토지위원회로 이양 등을 선언했습니다. 한편, 토지에 관한 포고는 사회혁명당이 작성한 「농민요망서」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었어요. 이 요망서는 토지사유제의 폐지, 지주 토지의 무상몰수와 더불어 평등한 토지이용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토지 집단화를 목표로 하는 볼셰비키의 방침과 다소 어긋난 것이었죠. 그렇지만 당시 정세에서 새로운 소비에트 정권에 대한 농민의 중립 또는 지지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볼셰비키는 어느 정도 타협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황인평, 1985 Ⅱ:179). 마지막으로 권력조직에 대한 포고를 통해서는, 국가권력의 최고기관은 전 러시아 소비에트 대회이고, 대회기간에는 전 러시아 소비에트 중앙집행위원회라는 내용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제2회 소비에트 대회는 레닌을 수반으로 하는 인민위원회를 창설했습니다. 다시 말해 프롤레타리아트가 통치계급이 된 국가체제가 역사상 최초로 출현한 것입니다. 이 국가의 최초의 행위는 모든 노동자계급의 가장 깊은 열망 ―평화, 토지, 소비에트 권력―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일이었습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74).  



2. 사회주의 건설 계획 

페트로그라드 및 모스코바에서의 혁명 승리와 소비에트 정권의 성립, 그리고 평화와 토지에 대한 포고 등은 러시아 전역을 혁명의 기운으로 들끓게 하고 모든 노동자들이 해방투쟁에 나서게 했습니다. 또한 1917년 11월2일(11월15일) 채택된 「러시아 제민족의 권리 선언」은 모든 민족의 동권과 주권, 분리와 독립국가의 형성에 이르기까지의 자결의 권리, 일체의 민족·종교적 특권 및 제한의 폐지, 모든 소수민족 및 인종그룹의 자유로운 발전 등을 밝혔죠. 그리고 2개월 뒤에 나온 「노동 및 피착취 인민의 권리 선언」은 “모든 권력은 전면적이고 독점적으로 노동대중과 그 전권 대표인 노동자·병사·농민 대표 소비에트에 속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사회주의 국가의 근본원칙과 기본적 임무를 선언한 것입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76).  

혁명 승리 이후 3~4개월이 지나면서 러시아 전역에서 소비에트 권력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와 개별 지역에 존재하는 사회·정치적 상황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시간은 결코 긴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비에트 권력의 ‘개선행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혁명은 애초 노동자계급 주력의 집결지였던 산업중심지에 한정돼 있었습니다만, 승리 후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러시아의 대도시 97개 가운데 80개에서 소비에트 권력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수립됐습니다.

이렇게 수립된 전국 각지의 소비에트들은 혁명적 질서의 경호를 임무로 하는 상설적인 노동자 민병대를 편성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구들이 설치돼 11월에는 새로운 재판제도의 조직 ―소환권이 부여된 재판관의 직접민주주의적인 선거제도, 피고인의 변호권과 재판의 공개제도―에 관한 법령이 채택되었습니다. 또한 12월7일(12월20일)에는 반혁명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특별기관인 전 러시아 비상위원회(체카)가 창설됐죠. 한편, 1918년 1월에는 제3회 소비에트 대회가 열려, “소비에트 러시아공화국은 소비에트 민족공화국의 연방으로서 자유로운 제민족의 자유로운 동맹의 기초 위에서 확립 된다.”는 규정에 법적 효력을 부여했죠.

노동자통제를 통한 관리 양성 및 경제재건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서 가장 복잡한 과제 중 하나는 관리기관들을 창설하는 문제였습니다. 혁명을 반대하는 측은 노동자계급이 주축이 된 권력의 관리능력 부족과 경험 부재 때문에 혁명은 종국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죠. 하지만 소비에트는 노동자들이 관리에 필요한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실제적인 경험도 없다는 사실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교육시설을 통해 전국적 규모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죠.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한가지밖에 없었어요. 이러 저러한 오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제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가운데,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하는 방법이었죠. 결국 노동자들은 교육은 충분히 받지 못했지만 무진장한 힘의 원천을 보여주었고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또 그러한 과정에서 지도적인 활동을 벌일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발견되기도 했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러시아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장악하는 동안, 가장 먼저 부딪친 운영상의 문제는 경제분야에서 사회주의적 개조를 실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은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그 일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죠. 러시아의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경제는 4년 동안의 전쟁으로 한층 더 피폐해진 상태였고, 또한 세계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적대적 포위망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혁명 전의 낡은 관리방식과 기관들을 철폐하고 새로운 경제장치와 관리조직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평상시보다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소비에트 공화국이 물려받은 국민경제는 ‘다원적 구조’였습니다. 즉, 사(私)경영자본주의, 국가자본주의, 소상품생산, 심지어는 현물경제적인 가부장제경영까지 뒤섞여 있었죠. 이렇듯 다양한 경제구조가 혼재하기 때문에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일정표, 속도, 방법을 규정하는 데서, 또 국민경제 운용의 형태와 방법을 끌어내는 데서 상당한 신중성이 요구됐습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115). 특히 새로운 경제관리 조직의 형성을 위한 과도적 조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과 분배에 대한 노동자통제’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1917년 11월14일(11월27일), 소비에트 정부는 조례를 통해 기업의 전체 활동에 대한 통제 권리를 중앙과 지방의 ‘노동자통제위원회’에 부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활성화된 노동자통제는 혁명을 가로막는 낡은 경제관리 장치의 파괴와 기업활동의 조정을 촉진했죠. 또한 국민경제 전체를 지도하기 위한 인재 및 관리의 양성을 위한 학교 구실을 했습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100~101).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뒷받침하고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각급 소비에트 집행위원회 내에 경제부가 설치되었으며, 노동조합과 공장위원회의 참가를 통해 국민경제회의(sovnarkhoz)도 설립됐습니다. 또한 1917년 12월2일(12월15일) 전 러시아 중앙집행위원회 법령은 인민위원회 산하에 최고국민경제회의를 창설할 것을 결정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국민경제회의 체제 창설은 은행과 주요 산업의 국유화 조치를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하는 사회주의적 경제 개조 실시에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었죠.

또한 소비에트 권력은 성립되자마자 일찌감치 노동자계급의 물질적 상태와 노동조건의 즉각적인 개선을 위한 방책을 실시했습니다. 1917년 10월29일(11월11일) 인민위원회는 ‘8시간 노동일’에 대한 결정을 채택했어요. 18세 이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6시간 노동일이 정해졌고, 야간노동이나 지하노동 그리고 시간외노동에는 여성과 미성년 노동의 이용을 금지했죠. 1917년 12월22일(1918년 1월4일) 전 러시아 중앙집행위원회의 포고는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질병과 일시적 노동능력 상실의 경우 금전상의 부조를 지급하는 국가보험을 설치하도록 했고, 특히 여성노동에 대해서는 출산 시 유급휴가제와 육아 여성 6시간 노동일제도를 도입하도록 했죠. 그리고 국가는 불구·질병·노령으로 생활수단을 잃은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연금, 부조금, 의료를 보장한다고 밝혔습니다. 

농촌의 변화와 독일과의 강화조약 체결 

이렇듯 산업부문에서 사회주의적 개조를 위한 과업이 추진되고 있는 동안, 농촌 지역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임무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혁명은 곧바로 봉건적 관계, 즉 농노제적 관계들을 일소했습니다. 특히 혁명정부가 발표한 토지에 관한 포고는 농민들의 장기간에 걸친 소망을 실현하는 것이었죠. 이를 통해서 토지의 사적 소유에 대한 권리를 폐지하고, 토지를 경작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겁니다. 즉, 지주, 황실, 수도원, 교회의 토지가 보상 없이 몰수되었는데, 이런 조치들은 지주들의 격렬한 저항을 낳았죠. 빈농과 부농 사이의 투쟁도 격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농민들은 토지 1억5,000만 헥타르를 수취했어요. 또 지주들에게 매년 지불했던 지대와 7억 루블 이상의 토지매입 자금 지출, 그리고 농민토지은행 채무(13억 루블 이상)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지주 소유의 농기구도 농민들에게 인도되었는데, 그 가격은 약 13억 루블 정도였습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105~106). 

평화를 위한 소비에트의 투쟁 역시 매우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10월 혁명과 소비에트 권력이 행한 최초의 법 행위가 「평화에 관한 포고」였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죠. 포고는 모든 국가의 동권과 주권,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무병합과 무배상의 강화, 비밀 외교나 비밀조약 없는, 그리고 민족자결에 기초한 즉각적이고도 전반적인 강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협상국 열강들은 소비에트 공화국의 강화제안을 거부했어요. 그리고 소비에트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직접적인 군사행동까지 조직했죠.

이런 상황에서 소비에트 정부는 12월2일(12월15일) 브레스트리토프스크에서 독일 및 그 동맹 국가들과 휴전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독일 통치자들이 노린 것은 동부전선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서부전선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었죠. 한편 소비에트에서는 강화조약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이론적·실천적(정치적)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그 논쟁 속에는 10월 혁명의 승리와 유럽에서의 혁명 지체에 따라 야기된 새로운 역사적 상황에서, 사회주의 혁명의 민족적 임무와 국제적 임무 및 그 상호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죠.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1718년 3월3일 결국 독일과의 강화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3. 내란의 격화

10월 혁명이 승리하여 노동자·병사·농민 대표 소비에트가 권력을 장악하자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으려는 반혁명이 곧바로 일어났습니다. 북부전선 사령부의 관할지역으로 도주했던 케렌스키는 P.N. 크라스노프 장군의 코사크 부대 몇 개 중대를 앞세우고 페트로그라드로 진격했죠. 같은 시간 수도에서는 사관학교 생도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코사크 부대는 카치나 주와 차르스코예셀로 시를 점령한 뒤 풀코보 언덕으로 육박해 들어갔습니다. 이 당시의 기세만으로는 혁명세력이 위험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페트로그라드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어 있었고, 소비에트 정부의 요청에 따라 노동자, 병사, 발트 함대 수병 등 수만 명이 수도방위에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반란은 급속히 진압되었죠.

1918년 들어서도 안팎에서 반혁명 공격이 계속해서 가해졌어요. 1918년 3월15일, 모스코바에서 소비에트대회가 브레스트리토프스크 강화조약을 비준한 그날, 영국 런던에 모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수상?외상 회의는 이 조약을 승인하지 않고 협상국 군대의 러시아 침입을 즉시 개시한다는 결정을 채택했습니다. 협상국측은 소비에트 공화국에 대한 경제봉쇄를 실시했죠. 또한 소비에트 권력을 반대하는 세력에게 무기나 자금을 제공했고, 대사관이나 사절단 등을 통해 반(反)소비에트 세력을 지지했습니다. 한마디로 러시아 내란을 부추겼던 거죠. 

내외 반혁명세력의 줄기찬 공격

한편, 소비에트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관계도 악화되었습니다. 독일군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후 크리미아에 침입했으며, 소비에트의 흑해 함대를 나포하려 기도했어요. 또한 독일군은 돈 지역에 침입하여 5월8일 백위군 코사크와 더불어 로스토프-나-돈을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18년 5월 말에는 러시아 영내에 있었던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반(反)소비에트 폭동이 발발했습니다. 이 반란은 국내 반혁명 무장행동의 신호가 되었어요. 볼가 지역 왼쪽 기슭에서 부농-백위군의 봉기가 시작됐죠. 카데츠와 사회혁명당, 그리고 멘셰비키 역시 중앙 러시아의 많은 도시에서 반란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1918년 여름 소비에트 공화국은 전선의 포위망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협상국의 간섭군이 무르만스크와 아르한게리스크를 점령했고, 체코슬로바키아 군단과 백위군은 동부에서 전선을 형성했죠.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일본군과 미국군이 상륙했습니다. 투르키스탄은 백위군 코사크가 지배하고 있었고요. 우크라이나, 벨로루시아, 발트해 연안 지방은 독일 점령군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는데, 이 점령군은 돈의 크라스노프 군을 지지했습니다. 트란스카우카시아에는 가을에 독일군 대신 영국군이 도착했죠. 당시 소비에트 권력의 통치하에 남아 있는 것은 인구 6천1백만 명에 이르는 중앙 지역뿐이었습니다. 혁명의 운명이 군사문제에 달리게 된 것입니다. 


[ 코사크 부대의 모습 ]

적군의 창설과 혁명세력의 반격

결국 1918년 7월29일 전 러시아 중앙집행위원회, 모스코바 소비에트, 모스코바 공장위원회, 모스코바 노동조합의 합동회의는 “사회주의 조국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선언하고, “죽음인가 승리인가”를 슬로건으로 내걸게 됩니다(USSR  Academy of Sciences, 1980, volume 4: 131). 또한 이렇듯 외국의 군사간섭과 내전의 격화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적군(赤軍)의 창설을 불가피하게 했습니다. 적군 지원자, 그 가운데 특히 노동자의 적군 참가는 독일군이 1918년 2월 후반에 페트로그라드를 위협할 때부터 이미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었죠. 그 당시 페트로그라드에서는 2만 2,000명, 모스코바에서는 약 2만 명의 지원자들이 입대를 신청했습니다. 5월 후반에 들어서면 적군은 벌써 32만 명 이상의 전사를 확보한 상태였어요. 그러나 그것으로도 불충분했습니다. 결국 1918년 5월29일 전 러시아 중앙집행위원회는 지원제로부터 병역의무제로 이행하는 결정을 채택해야 했죠. 

적군의 건설·강화에서 큰 역할을 수행한 것은 군사인민위원들이었습니다. 1918년 4월에 군사인민위원 전 러시아 뷰로가 창설되었습니다. 군사인민위원들은 군대 내에서 당을 대표하고, 당의 사상을 견지하며,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규율과 용기와 견고함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죠. 1918년 9월에는 공화국, 전선, 군 규모의 혁명군사위원회가 창설되었어요. 이 위원회는 당 중앙위원회의 통제 하에서 당의 지시에 따라 활동했습니다. 

당은 국내전쟁과 외국간섭이 행해진 매우 어려운 시기에 국가를 전쟁진지로 전환시키고 수만 명에 이르는 당원을 전선으로 내보냈습니다. 그 결과, 가을에는 적군이 백위군 체코군단의 공격을 격퇴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9월10일에는 카잔이 해방되었죠. 9월12일에는 페 아 슬라벤과 엠 엔 투카체프스키가 지휘하는 군대가 레닌의 고향인 심비르스크를 해방시켰습니다. 11월에는 동부전선군이 우랄 강 쪽으로 진격했고요. 북부전선에서는 볼로그다를 향해 진격한 간섭군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남부 전선에서는 차리츠인의 방위에 성공했습니다. 혁명 1주년을 맞아 소비에트 정권은 국내전쟁과 외국간섭을 제압하고 물리치는 데 일정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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