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노동사회

산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편집국 0 6,965 2013.05.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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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주노동당에서 발주한 『산별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가 임금불평등 해소에 미치는 효과 연구』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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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산업별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하는가? 

1)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의 비율 과다


통계청 ‘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1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1,515만명 가운데, 5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는 132만명(8.7%)이고,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취업자는 1,184만명(78.2%)이다. 5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는 1993년 17.2%에서 2000년 8.7%로 감소한 뒤 지난 5년 동안 변함이 없고,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취업자도 1993년 69.0%에서 2000년 78.3%로 증가한 뒤 변함이 없다([그림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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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 따르면 2006년 8월 현재 노동자 1,535만명 가운데 정규직은 691만명(45.0%)이고, 비정규직은 845만명(55.0%)이다. 비정규직 규모는 2001년 737만명에서 2006년 845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비정규직 비율은 2002년 56.6%를 정점으로 2003년 55.4%로 조금 하락했다가 2004년 55.9%, 2005년 56.1%로 증가했고, 2006년에 다시 55.0%로 하락했다([그림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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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2000년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은 취업자 10명 중 8명이 중소영세업체에서 일하고,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중심 노동시장’으로 고착화되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서 사업체 규모 및 고용형태별 노동자 분포를 살펴보면, 2006년 8월 현재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은 147만명(9.5%)이고,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은 1,284만명(83.7%)으로,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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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조건의 악화

500인 이상 사업체 임금을 100이라 할 때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임금은 2001년 58~73%에서 2002년 54~68%, 2003년 51~66%, 2004년 49~64%로 그 격차가 계속 확대되다가, 2006년에는 52~66%로 소폭 개선되었다([그림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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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 8월 53.7%에서 2003년 8월 51.0%로 하락했고, 그 뒤로도 51% 안팎에서 고착화되고 있다([그림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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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간에 임금격차는 2003년 이후 고착화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2006년 8월 현재 5인 미만 사업체 비정규직 임금은 94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임금(278만원)의 1/3밖에 안 된다([표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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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기업과 중소영세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조건 격차가 확대되면서,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서 임금불평등(하위10% 대비 상위10% 임금)은 2001년 4.8배에서 2006년 5.4배로 증가했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2005년 4.5배)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그림5] 참조). 이에 따라 저임금계층(중위임금 2/3 미만)은 2001년 23.1%에서 2006년 25.8%로 2.7% 증가했고, 고임금계층(중위임금 3/2 이상)은 27.1%에서 27.7%로 0.6% 증가한데 비해, 중간임금계층(중위임금 2/3 이상 3/2 미만)은 49.8%에서 46.5%로 3.3% 감소했다([표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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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동기본권조차 못 누리는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2006년 8월 현재 노동조합 조합원은 173만명(조직률 11.3%)으로, 정규직 조합원은 150만명(조직률 21.7%)이고, 비정규직 조합원은 24만명(2.8%)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은 조직률이 41.9%이고, 5인 미만 사업체 비정규직은 0.6%이다([표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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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직률이 11.3%밖에 안 되고 사업체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격차가 큰 것은, 1980년 노동조합법 개정 당시 기업별 노동조합을 법률로 강제했고, 1987년 11월 기업별 노조 강제조항이 삭제되었음에도 오랜 관행과 복수노조 금지조항으로 아직까지 기업별 노동조합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에서는 중소영세업체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기가 쉽지 않고, 설령 노동조합을 조직하더라도 정상적인 유지, 운영이 쉽지 않다. 더욱이 오랜 관행과 단체협약, 규약 등으로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은 노조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향유하지 못한 채,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4) 극도로 분권화된 기업별 노사관계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의 처지

OECD(2004)는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전 산업 또는 산업 수준에서 단체교섭이 이루어지고, 조정이 원활할수록 임금불평등이 낮다.”고 결론짓고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OECD 30개국 중 29위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30위로 가장 낮다. 단체교섭은 기업별로 분권화되어 있고, ‘전국-산업-기업’ 간 조정이 원활하지 않다. 

한국보다 조직률이 낮은 프랑스 등 유럽대륙 국가는 노조 조직률에 관계없이 단체협약 적용률이 80~90%에 이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 산업 또는 산업 수준에서 단체교섭이 이루어지고, 노사 간에 체결된 산업별 단체협약이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통해 동종 산업 미조직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한국 등 기업별 단체교섭이 지배적인 나라는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모두 10~30%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한국의 임금불평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은 노동시장 요인 이외에 극도로 분권화되고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그림6]과 [그림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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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인권과 산업별 노사관계의 필요성

한국의 노동운동은 지난 10여 년 동안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06년 12월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 77만명 가운데 59만명(76.7%)이 산별노조 조합원이고, 교원노조, 금융노조, 병원노조, 금속노조 등이 산별교섭을 추진하고 산별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별 노사관계 관행이 뿌리 깊고,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이유로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사례가 많아, 아직까지 산별교섭은 힘 있게 진행되지 못 한 채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12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천명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십 형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참여정부는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내지 전국-산업-기업을 잇는 중층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노사관계의 핵심인 단체교섭제도와 관련해서는, “산업별 단체교섭을 촉진하고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신설하여,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중층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기업단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방안”을 강구하는 데만 집착해왔다.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 국정과제를 립 서비스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 아니라면,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산업별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였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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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외의 사례

1) ILO 권고 제91호


ILO 권고 제91호(1951년 단체협약에 관한 권고) 제4조는, “단체협약에 적용을 배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단체협약 조항은 그 협약이 적용되는 기업에 고용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라 하고 있다. 제5조는 “적절한 경우에는, 이미 확립된 교섭 관행을 고려한 뒤, 단체협약의 산업 및 지역적 적용범위 내에 있는 모든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그 협약의 전부 또는 일부 규정의 적용을 확장하기 위하여, 국내 법령에 의해 결정되고 국내 사정에 적합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1항)라 하고, “국내 법령은 특히 다음의 경우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할 수 있다. ⒜ 단체협약이 이미 관련된 많은 수의 사용자 또는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있어 관계당국이 보기에 충분한 대표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 협약 당사자인 노사단체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이 협약의 효력확장을 요구하는 경우, ⒞ 협약의 효력확장으로 협약을 적용 받게 될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협약의 효력확장 이전에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제2항)라 하여, 산업별?지역별 단체협약 효력확장(extension of collective agreements) 제도를 권고하고 있다.

2) 유럽연합의 단체교섭 제도와 1990년 이후 변화

EIRO(2005a)에서 유럽연합 각국의 단체교섭제도와 1990년 이후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표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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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유럽연합 26개국 가운데 10개국이 중앙교섭과 산업별 교섭, 기업별 교섭을 병행하고 있고, 26개국 모두 산업별 교섭과 기업별 교섭을 병행하고 있다. 

둘째, 지배적 교섭수준은 중앙교섭이 4개국, 산업별 교섭이 11개국, 기업별 교섭이 10개국이며, 프랑스는 지배적 교섭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국가는 모두 중앙교섭 또는 산업별 교섭이 지배적이고, 영국과 동유럽 체제전환국은 기업별 교섭이 지배적이다.

셋째, 1980년대 영국(산업→기업)과 1990년대 초반 스웨덴(중앙→산업)을 제외하면 교섭구조 분권화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스페인에서는 거꾸로 매우 분절적인 단체교섭 시스템에서 산업별 교섭으로 교섭구조가 집중화되었다.

넷째, 중앙교섭 또는 산업별 교섭이 지배적인 국가는 기업 수준에서 보충교섭의 여지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분권화 압력에 대처하고 있다. 이것은 조정된 분권화(coordinated decentralization)라 할 수 있는데, 개방(opening), 곤경(hardship), 지불능력 부재(inability to pay) 조항은 중앙교섭이나 산업별 교섭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기업별 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고 있다.

다섯째, 노사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노동조합 조합원에게만 적용되는 국가는 8개국이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소속된 기업 내 노동자 전체에게 적용되는 국가는 20개국이다.

여섯째, 유럽연합 26개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그리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18개국이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실시하고,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몰타, 키프로스 등 동유럽 4개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등 서유럽 4개국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서유럽 4개국 가운데 영국은 임의주의 전통 때문에 단체협약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둘 수 없기 때문이고,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는 겐트 시스템(실업보험을 노조가 운영) 등으로 노조 조직률이 70~80%에 이르고 있어 굳이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곱째, 지배적 교섭수준과 협약적용률,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와 협약적용률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복수사용자 교섭이 지배적인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협약적용률이 안정적이지만, 독일은 하락하고 스페인은 증가했다. 이에 비해 단일사용자 교섭이 지배적인 동유럽 체제전환국과 영국에서는 협약적용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3)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의 의의

Traxler(1998)에서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의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그림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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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복수사용자교섭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 및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가 필요하다.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사용자들은 사용자단체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단체에 가입할 유인이 높다. 그 결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실시하거나 협약적용률이 높은 나라는 사용자단체 조직률이 높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는 일종의 무임승차(free-rider)를 의미하기 때문에, 동 제도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유인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단체협약 적용률과 노조조직률 간에 상관관계는 미약하다. 그렇지만 사용자단체가 없거나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서 노동조합은 산업별 교섭을 추진하고 유지하는 데 따르는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실시하던 국가에서 동 제도가 폐지되면 복수사용자교섭은 빠른 속도로 쇠퇴한다. 중소기업 단체협약 적용률이 낮아지고, 대기업은 사용자단체에 가입할 유인이 감소하고 기업별 교섭이나 개별계약으로 이행하려는 유인이 증가하며, 사용자단체는 약화된다. 조직부문과 미조직부문 사이에 임금격차가 확대되어, 조직부문 사용자들의 반노조 정책이 심화되며, 그 결과 노조 조직률은 하락한다.

영국에서는 단체협약 효력확장의 여지를 제공하던 고용보호법(1975년)과 공정임금권고(1946년)가 1980년과 1983년 폐지되자, 1984년에 이미 단일사용자교섭이 지배적이 되었다. 1980년대에 단체협약 적용률은 70%에서 47%로 하락했고, 노조조직률은 50%에서 39%로 하락했으며, 사용자단체 조직률은 절반 이상 하락했다. 

뉴질랜드에서는 1991년 고용계약법에 의해 중재재정,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노동조합의 배타적 교섭권이 폐지되자, 복수사용자교섭은 1990년 76.5%에서 1992년 23.0%로 하락했고, 단일사용자교섭은 23.5%에서 76.5%로 증가했다. 단체협약 적용률은 67%에서 42%로 하락했고, 노조 조직률은 1991년 3월 41.5%에서 1992년 12월 28.8%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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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단체협약 효력확장(extension) 절차

EIRO(2002)에서 유럽연합 15개국의 단체협약 효력확장 절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표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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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스페인에서는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곧바로 해당 부문 미조직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적용된다. 벨기에, 덴마크,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네덜란드는 협약 당사자 일방이 신청하면 효력확장 절차가 개시되고, 프랑스, 그리스, 폴란드,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에서는 노동부장관이 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둘째, 대다수 국가에서 단체협약 효력확장은 모든 단체협약 조항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아일랜드에서는 최저임금과 노동조건 관련 조항만 효력확장 대상으로 하고, 벨기에와 헝가리, 독일에서는 단체협약 중 일부 조항만 대상으로 한다.

셋째, 효력이 자동 확장되는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노사 또는 노사정 3자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협의 절차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노동부 장관이 법령 또는 결정 형식으로 효력확장 여부를 공표하고 있다. 

넷째, 핀란드,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은 협약적용률 또는 협약체결 당사자의 대표성을 기준으로 단체협약 효력확장의 최저요건을 정하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는 공공의 이익, 슬로바키아는 노동자 또는 사용자의 불이익 제거를 최저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5) 단체협약 효력확대(enlargement) 제도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은 단체협약 효력확대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예컨대 스페인에서는 네트워크 기업, 자회사, 협력업체, 하도급, 프랜차이즈 등의 증가로 중소영세업체 비중이 증가하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하락하자(2000년 80%→2002년 70%→2003년 60%), 단체협약을 적용받지 못하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 유사한 부문 또는 활동영역에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확대 적용하는 제도(Royal Decree 718/2005)를 신설했다. 즉 “단체교섭 권한을 갖는 노사 쌍방 중 어느 일방의 부재로 특정 부문 또는 지역에 단체협약이 부재한 경우, 유사한 부문의 단체협약 효력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초기업단위 단체협약이 부재한 경우, 예외적으로 기업협약을 경제적·사회적 조건이 유사한 부문 내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모든 노동자가 헌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권의 성과를 향유함으로써 중소영세업체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EIRO 2005b). 이밖에 프랑스에서는 중소영세업체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종업원 대표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대표성을 갖는 노조로부터 위임받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한 뒤 전체 근로자가 참여하는 인준투표에서 승인을 받는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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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책적 대안

1) 산업별 단체교섭 촉진방안
 

첫째, 산업별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이유로 사용자들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다든지 산별교섭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노동계 일각에서는 “산업별 사용자단체 구성을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ILO 조약 제87호(결사의 자유)에 배치된다. 

따라서 산업별 사용자단체 구성과 관련해서, 사용자들 스스로 산업별 사용자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별교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 쌍방이 산업별 사용자단체 구성에 합의한다든지(예: 금속산업, 의료업),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통해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별 노사정위원회, 노사협의회, 직업훈련위원회 등의 협의기구를 활성화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산업별 사용자단체 구성을 촉진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라 하고, 제30조 제2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라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초기업수준에서 복수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여, 헌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 따라서 교원노조법 제6조 제1항을 준용하여 “노동조합이 복수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해당 기업 사용자들은 연합하여 교섭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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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개정, 신설 

가. 사업장 단위 일반적 구속력 조항 개정


노동조합법 제35조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된다.”라 하여 사업장 단위 일반적 구속력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조합원의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들은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받는 동종의 근로자라 할 수 없다.”(대판 2003. 12. 26, 2001두10264)라 하고, 노동부 행정해석은 “단체협약의 직종별 적용범위가 특정되지 아니하여 단체협약이 모든 직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직종 구분 없이 사업장 내의 모든 근로자가 동종의 근로자에 해당된다.”(1998. 12. 24, 노조 01254-869)라 하고 있다. 따라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가 아닌 임시직이거나, 규약으로 노조가입이 제한되거나 단체협약으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는 일반적 구속력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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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1]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노조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고용형태 및 직종별로 비교한 결과이다. 정규직은 노조가입률이 56.1%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78.0%로 비조합원 절반이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노조가입률이 28.7%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47.0%로 비조합원의 1/4만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전문직은 노조가입률이 37.0%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67.5%로 비조합원 절반이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노무직은 노조가입률이 44.2%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53.5%로 비조합원의 1/6만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이상은 ⑴ 정규직과 전문직 등 상위직종은 설령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확률이 절반가량 되지만, ⑵ 비정규직과 단순노무직 등 하위직종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확률과 비조합원으로서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확률 모두 낮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따라서 비정규직과 단순노무직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ILO 권고 제91호와 유럽연합 국가 예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속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방향에서 노동조합법 제35조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와 같은 표현은 삭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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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초기업단위 일반적 구속력 조항 개정

노동조합법 제36조 제1항은 “하나의 지역에 있어서 종업하는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행정관청은 당해 단체협약의 당사자의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에 의하거나 그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당해 지역에서 종업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와 그 사용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을 적용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 하여, 지역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 동안 노조 조직률은 10%대를 넘어선 적이 없고, 기업별 노조 및 기업별 교섭체계가 강제되어 온 한국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과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 요건은 동 조항을 사문화시켜 왔고,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는 근거 조항조차 마련되지 않아 왔다.

국가는 노동조건의 통일성을 도모하고,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 노사 쌍방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곧바로 초기업단위 일반적 구속력 조항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최종적으로 행정관청이 결정하는 것임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여 결과적으로 동 제도를 사문화시킨 것은 국가 스스로 자신의 책무를 실현할 수 있는 주요한 정책수단을 포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유럽대륙 국가들은 산업별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통해 노동조건의 통일성을 도모하고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는 소수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다수노조가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확대 적용하여, 조직률은 우리보다 낮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90%에 이르고 있다. 스페인은 조합원 과반수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대 적용하여, 조직률은 16%밖에 안 되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80%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영세업체 하도급업체 증가로 단체협약 적용률이 낮아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업수준 단체협약이 부재한 경우에는 유사한 산업이나 지역 또는 예외적으로 기업협약을 적용하는 제도마저 신설하고 있다.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의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스페인 등 유럽대륙 국가의 입법례에 따라 해당 산업 또는 지역 내 조합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대표성 있는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산업이나 지역 수준에서 그 효력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노동부장관이 결정”하면 될 것이다. 또한 초기에는 단체협약의 모든 조항을 효력확장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아일랜드, 벨기에, 독일 등의 예에 따라 최저임금 등 일부 조항만 효력확장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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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