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양질의 공공서비스” 요구하는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

노동사회

“모두를 위한 양질의 공공서비스” 요구하는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

편집국 0 4,122 2013.05.29 09:21

국제공공노련(PSI: 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와 제28차 세계총회가 지난 9월24일부터 28일까지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의 메세젠트룸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렸다. 국제공공노련(PSI)은 전 세계 150여 개국의 600여 가맹조직, 2천만 명 이상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산별노조연맹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비정부 기구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등 여러 UN기구에 참관 자격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공무원노조, 공공운수연맹, 그리고 한국노총의 전력노조, 공공연맹이 가입되어 있으며, 이들은 국제공공노련 한국가맹조직협의회(PSI-KC)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여성, 청년, 성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진 사전행사

ybkang_02.jpgPSI는 1907년 결성된 국제공공종업원(Public Servant)연맹을 그 기원으로 삼고 있으며, 최고 의결기관인 세계총회는 5년마다 열린다. 지난 제27차 총회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바 있다. 이번 제28차 대회에는 651개 가맹조직 대표 1천5백여 명이 참가했으며, 사무총장과 집행위원을 선출하고 규약을 개정하는 한편, 2012년까지의 정책방향과 사업계획 및 20여 개의 결의안을 채택하였으며, 여러 가지 다양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총회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향후 5년간의 사업계획과 사무총장 선거였다. 통상 국제산별노조연맹의 사무총장은 단독 입후보하여 추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PSI 사무총장선거에는 두 명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한스 엥겔베르츠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영국 공무원노조(UNISON) 사무부총장인 키스 소네트와 덴마크공무원노조(HK) 위원장인 페터 발도르프가 출마한 것이다. 

개막식과 공식행사는 9월24일 아침부터 시작되지만, 그 사흘 전부터 각 대륙별 집행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사전 행사가 개최됐다. 특히 흥미를 끈 것은 성 다양성 포럼과 여성위원회 및 청년노동자회의였다. 남녀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성 다양성 포럼은 9월21일과 22일에 개최됐고, 여성위원회와 청년노동자회의는 9월23일 개최됐다. PSI는 진행하는 모든 회의에 전체 참석자 중 여성이 5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가맹조직·국가·지역별로 이를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심지어 회의도중의 발언 순서도 남녀별 순번제로 진행하는 등 철저하게 양성 평등을 지향한다. 

청년노동자회의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조직화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청년 노동자들을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시킬 것인지를 논의했다. 그 와중에 PSI의 모든 의사결정 단위에서 50%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의사결정 기구에 30% 이상 청년노동자할당제를 실시하자는 제안과, 각 지역별 청년포럼을 조직하자는 방안 등이 제시돼 논의됐다. 한편, PSI 본부 주최 측은 매일 열리는 여러 가지 워크숍과 공식행사 일정을 소개하는  대회속보(Congress Express)를 아침마다 발행하여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대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누구나 공공서비스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 

ybkang_03.jpg9월24일 본회의가 시작되는 날 비엔나의 아침은 낙엽이 뒹구는 한국의 늦가을이 연상될 만큼 싸늘했다. 아침 10시가 가까워지면서 총회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공공부문 노동조합 대표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화환에 둘러싸인 연단을 중심으로 가로로 길게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전면에는 다섯 개의 커다란 스크린이 연사들과 참석자들을 비췄다.

이바 위원장의 개막사 후 대회를 주관한 오스트리아 가맹노조 대표의 환영인사가 이어지고, 오스트리아 총리의 환영영상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이어 오스트리아 여성·미디어·행정부의 도리스 장관이 연단에 섰다. 그는 오스트리아에는 오래 전에 사회적 협력관계 전통이 자리 잡았으며, 정부는 노사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사들의 축사와 환영사 중간 중간 경쾌한 바이올린 연주가 대회장에 울려 퍼진다. 특히 장애인들로 구성된 밴드의 힘찬 연주는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가이 라이더 세계노총(ITUC) 사무총장의 축사에 이어,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우리의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연합(Our World is Not For Sale Coalition)의 대표가 연단에 오른다. 그는 PSI가 사회운동세력 및 NGO와 함께 힘을 합쳐 공공부문의 사유화를 막고, 자유무역협정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국가의 노동자들과 굳건히 연대하자고 발언했다. 

이어 한스 엥겔베르츠 사무총장이 지난 5년 동안의 PSI 활동에 대해 보고했다. 지난 5년간 가맹 조직 수가 612개에서 650개로 확대되고 5개 국가에서 새롭게 가맹조직이 탄생하였다는 내용의 보고 후, 그는 “오늘날처럼 이기주의적이고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세계는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다른 세계는 가능하며,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곧 생명이라는 것을 25년의 PSI 사무총장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은퇴를 앞둔 한스 사무총장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오후에는 규약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08년 이후 PSI의 활동 방침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터키, 영국 등의 대표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각국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연대를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북유럽을 대표하여 발언한 스웨덴 대표의 ‘반부패 운동’에 대한 강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투명성과 민주성이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정책결정자와 집행자가 분리되어야 하고, 재원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투명성은 일반 시민들에게 공공부문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공공부문에 대해서 익명으로도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부패 운동이 결국 공공부문의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PSI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100년을 위한 약속 

다음날인 9월25일에는 PSI 창립 10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1907년 유럽의 대표 17명으로 창립된 PSI는 파시즘, 독재, 전쟁 등의 시련을 겪었으며,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1천여 명의 대의원이 참석하는 거대조직으로 발전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무대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영화 「모던 타임스」를 연상케 하는 흑백 필름이 돌아가면서 세기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의 장면들을 비춘다. 포효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대규모 군중집회, “만델라에게 자유를!(Free Mandela!)”이라 외치는 남아공 군중들의 모습,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어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활동했다는 미국의 빌루시 전 위원장, 만델라와 함께 투쟁한 남아공 공무원노조 패트로 매서시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사회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매서시 위원장은 “인종차별 정책은 끝났지만 노조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백인정부든 흑인정부든 언제나 노동조합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노동자의 권리가 더 보장되고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자”고 강조한다.

이어 한스 사무총장이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처음 일을 시작한 25년 전 냉전시대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당시를 회고했다. 동유럽에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칠 당시 루마니아를 방문해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더니, 그곳 노조 지도자들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한스 총장은 또 영국의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각국 노조에 전보를 보내 소통을 했고, 그 후에 팩스 시대를 지나 컴퓨터 시대가 왔는데, 이제는 3년마다 컴퓨터를 바꾸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하루에 백 개 이상의 이메일이 오고, 예전에는 팩스를 보내면 일주일 넘게 답장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이제는 하루 만에 답장이 오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탈리아의 IBM 노동자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가상 파업을 벌이는, 급속한 변화의 시대라는 것이다.

한스 총장의 연설이 끝나고 PSI 역사를 정리한 책자 『공공서비스를 위한 투쟁: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Fighting for public services: better lives, a better world)을 집필한 저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100주년 기념식을 장식하는 마지막 무대는 비엔나 어린이 합창단의 차지였다. 이 무대가 오르면서 행사는 절정에 달했다. 열광하는 참가자들의 환호 속에 비엔나 어린이 합창단이 앵콜송을 부르는 것으로 기념식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환한 어린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PSI의 또 다른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오후에는 각 영역별 워크숍이 열렸다. 나는 보건서비스에 관한 워크숍에 참석했다. 여기 그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한다. 노르웨이에서 온 랄프 한슨 씨는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나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과 같은 공공부문은 파업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력 충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노동조합에서 2주일가량 노인요양 시설에 직접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한 결과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실례를 제시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칠레에서 온 보건의료노조 대표는 자신의 국가에서 의료부문을 관할하는 정부부처가 산업부이며, 그 결과 의료도 철저한 시장논리에 지배받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교원노조 보건담당 켄디시 대표는 “미국의 의료제도야말로 시장화가 초래한 가장 나쁜 사례이며, 4천7백만 명이 의료보험이 없이 살고 있고 영아 사망률도 대단히 높다”며, “PSI가 미국의 이러한 실패 사례를 널리 알려 의료에 대한 시장화 논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전히 병원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며, 의료보험 적용률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미국의 양대 정당은 모두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주장한다고 한다. 책으로만 읽었던 미국 의료제도의 현실을 직접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영국에서 온 카렌 씨는 환자단체나 모성보호 단체, 시민단체들과 함께 활동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보건부문 노동자들의 노조가 ‘이기적인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와 동반자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조대표는 보건부문에서의 인력유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녁에는 PSI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리셉션이, 비엔나 중심부 호프부르크 겨울궁전에서 열렸다. 여기에는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연설했다. 대략 1천여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저녁식사를 하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제국의 궁전은 거대하고 웅장했다. 또한 흐르는 오페라의 선율만큼이나 실내 장식이 화려했다. 마치 왕궁에 초대된 귀빈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거대한 문화유산인 궁전을 만찬장으로 사용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상업적인가?

여전히 목숨과 맞바꿔야 하는 노동조합 활동 

다음날 아침에도 각국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국제노총 보고에 의하면 지난해 144명의 노조 지도자가 살해되었고, 800명 구타, 8천명이 해고되었다고 한다. 또한 콜롬비아에서는 2천 명 이상이 지난 20년 동안 민병대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보고했다. 인도, 네팔, 필리핀에서도 그러한 폭력에 대한 증언들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공무원노조 대표는 노동권도 인권인데 점령군에 의해서 제한되고 있다며, 미국의 편견과 이스라엘에 대한 옹호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왜 4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령치하에 있어야 합니까? 왜 우리들의 권리를 박탈당해야하고 종교행사, 일자리를 구할 권리, 가족들을 방문할 권리가 없는 겁니까? 왜 600개가 넘는 군사 체크포인트가 있어야 합니까? 왜 차별적인 인종차별의 벽이 있어야 합니까? 왜 국제사법 재판소에서도 부당하다고 판결이 났음에도 400만 명의 희생자가 나와야 합니까? 왜 F-16 전투기가 우리 노조사무실을 부수고 왜 10만 개의 올리브 나무를 죽여야 합니까?”라고 물으면서 절규하였다. 가슴이 아프다. 연설이 끝나자 모두가 긴 박수를 보낸다. 

일본에서 온 가스히 사코 대표는 소방노동자의 단결권에 대한 결의안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으며,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 법무 공무원노조가 강력한 지지 발언을 했다. 우리나라 소방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면 이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ybkang_01.jpg페터 발도르프 PSI 신임 사무총장의 선출

이어서 신임 사무총장 선거 입후보자들의 정견 발표가 있었다. 영국 공무원노조(UNISON) 출신인 키스 후보는 19년간 대처 정권하에서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 상업화에 맞서 싸우고 빈부격차와 에이즈를 없애고 도전에 맞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페터 발도르프 후보는 유럽차원의 경험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평등을 강조했다. 투표는 블록 투표방식으로 각 조직별 대표 1명이 전체 조합원 숫자만큼의 투표권을 행사하였다. 접수 당일 받은 투표용지에는 조합원 수가 적혀 있었고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X표를 하여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다음 날인 9월27일 아침 회의에서 전날 치러진 사무총장 선거결과가 발표됐다. 총투표 수 1천 145만 표 중 키스 소네트 후보가 468만 표, 페터 발도르프 후보가 546만 표를 얻었다. 무효표는 3,518표였다. 새롭게 당선된 페터 사무총장이 “새로운 단결로 PSI의 새로운 의제 달성을 위해 노력하자”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총회에 제출된 결의안에 대한 지지와 의견 발표가 진행되었다. 터키 대표는 이라크 노동자들을 지지하면서 이라크 노동자와의 진정한 연대는 미국을 비롯한 점령군의 철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외국의 점령을 끝내야 학살이 끝날 것이며 외국 점령군이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후세인 정부가 대량살상 무기를 갖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이런 학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라크 노동자에 대한 연대는 이들에게 독립의 의지를 부여해주는 것이라고 발언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날에는 버마 민주화에 대한 지지행동이 있었다. 총회 마지막 날 연단 스크린에는 민주화 시위를 하고 있는 버마 스님들의 사진과, 버마 민족민주동맹(NLD)을 상징하는 공작새의 휘장이 비춰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버마 스님을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버마 민주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버마 민주화 지지행동이 끝나고, 총회 기간 중에 개최된 보건, 공공기간설비, 지방행정서비스, 공공행정, 국제연대 등 5개 공식 워크숍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200여명이 참석한 보건의료 관련워크숍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가 보건의료를 상업화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의료부문의 신자유주의 현상이 의료산업을 인간 기본권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음을 보고했다. 또한 모든 사람은 보건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는 질 좋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 따라서 PSI는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 국가 차원에서 발언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 문제가 주요 논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보건의료부문의 요약 발표가 끝났다.

이후 위원장 선거가 이어졌는데, 현 위원장 일바 쇠른(스웨덴 지방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단독 출마하여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또한 지난 25년간 PSI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한스 엥겔베르츠 퇴임식과 마이크 웨그혼 사무부총장의 퇴임식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남아공 경찰 및 교정 노조 위원장과 대표일행이 흥겨운 노래들을 부르며 함께 연단에 올라, 2012년 PSI 총회 개최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하여 인사했다. 

슈테판 성당 앞을 거닐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돌아보며 

ybkang_04.jpg총회가 끝난 오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시내를 둘러보았다. ‘빈의 혼’이라 일컬어지는 슈테판 성당을 찾았다. 이 성당은 12세기 중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립되었다가 1258년 불에 탔고, 이후 1263년 보헤미아 왕이 재건한 뒤 1359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고딕양식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137미터의 첨탑과 청색과 금색 벽돌을 이용한 23만 개의 모자이크 기와지붕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1540년에 만들어진 지하 유골안치소에는 오스트리아 황제들의 장기와 흑사병으로 숨진 2천 명의 유골이 놓여 있다고 한다. 널따란 광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거대한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다른 한켠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이라크 점령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작은 집회를 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눈길을 두는 이들이 드물어 보였다. 

돌아보면 PSI 총회는 민영화 반대와 공공성 강화, NGO와의 적극적 연대 모색이 논의되는 등 여타 국제산별회의에 비해 진보적인 내용이 많았다. 각국에서 온 대표들은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라크 침공, 중국의 인권문제, 팔레스타인 문제 등과 관련해 대단히 과격해 보이는 정치적인 선동과 주장도 서슴없이 펼칠 만큼 역동적이었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한국 가맹조직 대표들도 결의안을 제출하거나 대회에서 의미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점들이 아쉽다.  

단순히 회의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후 시간에는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참가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보건부문이 주요한 영역으로 취급되고 있었으며, 보건의료 상업화와 보건인력의 국제이주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PSI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모든 회의에서의 50% 여성 참가 원칙, 의사결정에서 여성 대표권의 인정, 청년노동자 할당, 성 다양성 워크숍, 노동운동과 환경문제 워크숍 등은 신선한 고민거리들을 대단히 많이 안겨 주는 자리였다. 아프리카, 필리핀, 남미,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곳에서 모인 노조 대표들이 제각각 다양한 발언과 제안을 했지만, 각국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무모함과 폐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하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지금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저들에게도 약점이 있고 대처도 자신이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고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이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아이슬란드 대표의 발언이 오래 귓가에 남는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로 확대되어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고 민중의 삶에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는 목소리 또한 커질 것이다. 밤에는 낮에 볼 수 없던 별들을 볼 수 있는 법이니까.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