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2008년 교섭, 기업지부 다원적 통제가 핵심이다

노동사회

금속노조 2008년 교섭, 기업지부 다원적 통제가 핵심이다

편집국 0 3,758 2013.05.29 09:19

현대자동차 선거가 끝났다. 현장조직 연합파, 민투위, 그리고 이들로부터 ‘어용’으로 분류되었던 보수진영의 3파전의 결과는, 보수진영의 1차 탈락과 민투위의 약진, 그리고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현장조직 연합파의 패배로 끝났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선거결과가 주는 의미와 전망에 대해서만 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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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현대자동차지부 선거는 전 집행부에 이어 민투위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유세 모습 ]

산별전환 2년째, 현대차지부는 아직도 기업별노조?

선거결과의 첫 번째 특징은 1차에서 늘 1위를 하던 진영의 탈락, 그리고 민투위와 연합파의 결선진출로 요약된다. 특히 독자출마한 민투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두 번째는 결선투표에서 민투위를 제외한 연합전선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과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어용으로 규정되었던 진영은 다른 현장조직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되었고, 동시에 연합파는 집행부를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반(反)민투위 전선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선거과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은 나로서는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지금까지 누적되었던 현장조직의 이념적 탈각현상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반면 민투위의 약진은 선거가 끝난 뒤 “무분규 집행부의 연임에 따라 노사 해빙무드가 기대된다”는 몇몇 언론의 보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 강경한 노선을 걷는다고 평가되었던 민투위의 변신, 즉 3위 진영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판도를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파업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 연례행사처럼 할 이유가 없다”는 신임 당선자의 발언에 대해 시시비비할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파업을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그것인데, 현대자동차지부의 조합원만을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금속노조를 포함해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위한 수단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2007년 현대자동차는 ‘무분규사업장’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지부는 한미FTA 저지총파업에 참가했다. 그럼에도 무분규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돌발변수가 아닌 임단협이라는 상수에 의한 파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전히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를 분리해 사고하는 경향이 조직내외적으로 잔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현대자동차지부가 2008년에도 금속노조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움직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민투위의 연임을 가능하게 했을지 모르는 2007년 임단협에서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회장 구속에 대한 여론의 부담, 조합원의 실리적 경향, 산별노조의 출범과 산별교섭 참가요구를 비껴가기 위한 회사의 퍼주기 전략 등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배경은 이제 불법파업 엄단을 외치는 보수정권의 탄생, 조합원의 실리적 경향, 2008년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참가요구로 변화될 것이다. 그리고 신임 집행부가 이러한 배경에 걸맞은 그림을 그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변적이기는 하지만 전임 집행부의 행보를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금속노조의 2008년 투쟁은 이러한 현대자동차 신임 집행부의 선택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출발할 것이다.

완성사 산별중앙교섭 참가가 이뤄지려면…

금속노조의 올 상반기 임단투는 2007년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데다가 사회 전반적인 보수화의 경향 속에서 ‘불법파업 엄단’ 외에는 그 어떠한 노동정책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보수정권이 출범했고, 그 동전의 양면인 ‘경제살리기’의 여론몰이 역시 횡행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4월 총선이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열린 국면이었던 총선시기의 성격도 이제는 임단협 전선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에서 금속노조의 2008년 상반기 투쟁전선, 그 중에서도 특히 완성사의 산별중앙교섭 참가는 대체로 금속노조 자체의 조직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나, 그 전망은 2007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욱 어둡다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의 상반기 투쟁 방침을 정함에 있어서 명심해야 할 점은 대략 다음의 3가지이다. 첫째는 질서정연하고 합법적인 파업전선의 유지이다. 이는 2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대공장 조합원의 실리주의적 경향의 강화는 자연스럽게 정치파업과 조합원의 전체 동의를 구하지 않은 파업에 대한 ‘저항전선’이 형성되도록 만들었다. 이는 정부와 자본의 소위 불법파업에 대한 엄단의지를 강화하는 조직내부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질서정연하고 합법적인 파업전선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지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싸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앙교섭 참가를 거부하는 완성사를 비롯한 자본을 압박하기 위해 사전행동을 통일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둘째는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함께 장기적인 전략형성의 과제로 전체 노동자의 요구 차원에서 접근하는 교섭의제의 설정이다. 정규직 대공장 조합원의 이기주의는 15만 금속노조 출범 후에 더욱 교묘하게 관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금속노조의 전선에 묻혀 있으면서 내용적으로는 기업 내 조합원에 국한된 이해관계에 집중되는 경향이 눈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금속노조의 임단투 방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정서와 현실적 조건’으로 포장될 뿐이다. 물론 조직 내에 존재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2006년 산별전환을 성공시켰던 요인을 돌이켜보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답은 대충 나온다. ‘완성사 4사의 공동행보와 집행부-대의원-현장조직의 통일된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는 산별전환뿐만 아니라 금속노조의 방침을 정하고 산별노조로서의 중장기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여러 가지 논의에서도 그대로 관철되는 속성이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키’를 완성사 4사가 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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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6월에 실시된 산별전환 총투표에서 산별전환을 확정한 현대자동차노조가 총회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모습. ▶ 금속노조 ]


통제되지 않는 키, 누가 움직일 것인가

그런데 전환의 키를 잡았으면 배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몰고 가야 함에도, 오히려 여기서 각종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세 번째는 당연히 금속노조의 방침이행에 결정적 키를 잡고 있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15만 금속노조의 동력동원에서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완성차 등 기업지부의 행보를 어떻게 조정, 통제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이는 조직 내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우선 완성차지부의 조건을 보면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쌍용자동차는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상태에 빠져 있고, GM대우는 인원정리 이후 복원되고 있는 생산물량의 확대에 따른 조합원의 기업 내적 보상심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여기에 산별교섭에 대한 회사의 부정적 태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집행부와 현장조직의 역량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기아자동차는 2007년 상당히 완고한 투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크지 않다. 현대자동차지부와 비교하면 성과가 없다는 심리적 불만은 더욱 크다. 이로 인해 2007년과 같은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가가 검토해야 할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가 현대자동차지부의 행보이다. 

완성사를 포함한 중앙교섭 성사 여부는 현대와 기아를 중심으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고, 그 중에서도 결국 현대자동차지부의 역할이 관건이다. 현대자동차지부가 금속노조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현대자동차지부가 가지고 있는 규모와 위상 자체에서도 나타나지만, 현대자동차지부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형성되지 않는 데서도 비롯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서로 엮여 나가면서 최소한의 실천적 영역에서라도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과정의 부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논의는 여전히 완성차지부장으로 표현되는 소수에 국한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입장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지부를 둘러싼 일정으로 보면 2007년과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1월 집행부 구성과 1월 말 대의원선거는 금속노조의 방침과 일정을 수립하는 데 객관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임 집행부가 이러한 일정상 장애요인을 주체적으로 극복하면서 금속노조의 방침에 집중하려는 태도와 입장을 보일 것인가가 결정적일 텐데, 전 집행부의 경험에만 비추어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제해야 할 것이다. 사실 완성차지부 모두가 내용적으로는 기업 내 교섭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지부의 입장과 태도를 견제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형성되지 않을 것이고 여기에 금속노조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금속노조의 조직력으로 판단되는 것이라면, 안타깝게도 현재 금속노조의 조직력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다원적 참여로 ‘압박’해보자

이러한 조직력 상태를 염두에 두면 금속노조의 방침결정과 이행을 위한 행보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중앙의 논의를 압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앙의 논의 내용을 하루라도 빨리 하나로 정리하고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처럼 1안과 2안으로 제출해 하부의 견해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안을 제출하고 이의 현실화 방안,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 방안을 논의에 부치는 방식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이를 소화하기 위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되 참석단위는 전·현직 간부를 총동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집행부의 주도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장조직의 역할과 대의원과 현장조직의 중첩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집행부만을 상대로 한 방침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부집행부의 지부독자성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을 금속노조 임원과 지부장과의 협상이나 타지부 지부장들과의 논의만으로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이미 2007년에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금속노조 전체의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기업지부 집행부를 ‘압박’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집행부는 교섭방침과 의제의 설정과 관련해 지금까지 내부에서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임금교섭을 중앙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것은 산별교섭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전제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이유가 아니라 실질적인 논의가 되고 최소한 다음 단계에서는 한 발짝 전진할 수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2008년 금속노조가 처한 여러 가지 조건을 모두 극복하는 것은 단기과제가 아니라 최소한 2~3년은 걸려야 그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중기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기과제의 실현에는 앞서 말한 대로 여러 주체들의 공동작업이 필수적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중앙 지도부의 핵심적 역할과 함께 현장조직들의 참여 확대가 놓여야 한다. 공식-비공식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 현재의 구도에서 벗어나 공식-비공식 영역을 넘나드는 논의 단위의 확대와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 반(半)공식화되어 있는 현장조직의 이름을 걸고 참여확대를 꾀하는 방식은 아니며 전·현직간부의 참여확대라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은 금속노조의 선거에서 나타난 분할구도가 방침논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면서 사업장 수준에서는 무원칙한 이합집산이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과 현장을 잇는 관계에서의 긴밀함도 필요하다. 중앙과 현장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아무런 관계도 없이 자기 사업장의 이해를 중심으로만 형성된 연결고리를 중앙과 현장의 연결고리로 서로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지부에서 형성되었던 선거연합이 금속노조 수준에서 상반기 투쟁전선 구축을 위한 연합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해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