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건설노조, 임단협 승리를 넘어 건설현장 혁신을 꿈꾸다

노동사회

플랜트건설노조, 임단협 승리를 넘어 건설현장 혁신을 꿈꾸다

편집국 0 5,648 2013.05.29 09:18

이제는 울산을 넘어 전국으로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의 깃발을 힘차게 휘날릴 때가 되었습니다. 올해 7월과 8월, 울산의 많은 동지들은 제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나는 “올해 SK 공사에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다. 이때가 기회다. 올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장을 보자!”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3년 동안 일자리가 없어 돈도 못 벌었다. 올해는 돈 좀 벌어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질문은 이랬습니다. “니는 어떻노?” 바로 파업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게 그렇게 묻는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지도부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고, 그 질문은 곧 올해 투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는 문제를 자신의 마음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결정하고 싶은 바람이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사실 노동조합에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상근을 하면서 많은 질문을 받아봤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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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7일 울산시내 행진 모습  ▶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

가야만 하는 길, 전국단일노조 건설

그리고 11월1일, 우리는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3년 연속 파업이 확정되는 순간”, 이런 식의 문구가 스포츠선수에게 붙는 수식어였다면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울산의 플랜트건설노동자들에게는 취업거부와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그리고 가정의 아픔과 눈물 혹은 가정파탄까지도 뒤로 한 채, 또다시 거리로 머리띠를 매고 나서 죽기를 작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승리해야만 하는 필승의 목적을 가지고 전국플랜트건설 노동자들과 함께 2007년 투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올해는 정말로 실질적인 단체협약을 쟁취하고 노동조합이 울산의 현장에서 자리잡도록 하자는 것이 모든 간부들의 중론이었고, 우리의 파업이 올해 8월5일 새로 출범한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의 첫 발걸음이었기에, 어느 때보다도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에게는 중요한 투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1989년 포항의 건설노동자들이 생존권과 현장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 깃발을 올린 이후 2002년 여수투쟁, 2003년 포항투쟁, 2004년 포항·광양·여수의 공동투쟁, 2005년 울산연대투쟁, 2006년 포항 공동투쟁 등 힘들고 어려운 투쟁들을 해왔습니다. 그 투쟁의 중심에는 항상 ‘전국적 단일노조 건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주민칠, 하중근 열사를 보내면서 더 이상 지역적 투쟁에 머물러 각개격파 당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 속에 우리는 자랑스러운 ‘전국플랜트단일노조’의 깃발을 세워냈습니다. 그리고 울산지부는 2004년 초 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05년 전국적 투쟁, 2006년 포항과의 공동투쟁, 그리고 2007년 투쟁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탄압 속에서도 강도 높은 투쟁으로 노동조합을 지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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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2일 열린 전국플랜트노조 울산지부의 07 임단협 체결과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  ▶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 

‘현장사수’와 ‘단일노조’의 힘으로 이뤄낸 승리

올해 울산지역의 투쟁은 울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바로 포항, 여수, 광양의 문제이고, 서산 당진을 중심으로 새롭게 노동조합을 건설한 충남의 문제이며, 나아가 전국 건설노동자들의 문제로 전국의 건설현장을 바꾸는 핵심적인 투쟁이었습니다. 또한 올해 10여 년 만에 찾아온 대규모 공사 등 울산지역 현장의 여건으로 볼 때, 2004년 노동조합 결성 후 자행되어 왔던 사측의 온갖 탄압을 뚫고 노동조합을 완전하게 정상화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으며 새롭게 출범한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의 첫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초코파이 한 개와 우유 하나로 아침을 때우고 새벽 3시부터 현장을 통제하며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옆에 함께 하고 있는 동지들을 보면서 투쟁을 결의하고 힘을 얻었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파업선포와 함께 현장을 비우고 거리에서 파업투쟁을 진행하였지만, 올해에는 파업초기에 현장을 비우지 않고 현장을 사수하면서 파업투쟁을 벌여나갔습니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 내에 약간의 혼란이 있긴 했지만 현장활동의 정형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실제 원청 현장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투쟁은 울산지부의 동지들뿐 아니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위원장과 사무처장, 각 지역의 방송차와 상근 간부들 및 조합원들이 함께 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여수를 비롯한 전국의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이 울산에서 각 지부별 현장모임 및 현장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아직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완전한 조직적 틀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각 지부들이 각개약진하는 속에서 다져진 조직적인 힘을 바탕으로, 그리고 플랜트협의회를 통한 연대의 틀을 유지하는 속에서 보다 완결된 조직적 결집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국 건설현장의 싸움으로

결국 울산지부는 지난 3년간 만들어진 조직적인 힘과 외부적인 정세요인, 그리고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의 힘으로 32개 업체를 대상으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쟁취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전국의 건설현장들이 다 그렇듯이 현장에서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이 지켜지기 위해선 현장에서의 투쟁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단체협약일지라도 노동조합의 현장활동과 조직적인 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한낱 종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또다시 울산지부는 단체협약 사수투쟁을 현장에서 벌여나가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조가 내년 1월 지부 임원 및 각 분회별 간부선출을 통해 한 단계 높아진 투쟁을 만들어갈 것이라 믿습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울산지부의 이번 투쟁을 시작으로 해서, 지난 수년간의 투쟁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적 차원의 조직을 건설하고, 건설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쟁으로, 전국의 건설현장이 동일한 근로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투쟁으로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 전국의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서 투쟁하고 계신 많은 동지들, 그리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을 지지·엄호하고 연대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기에 건설노동자들의 희망도 밝습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도 전국의 노동현장을 바꾸어가는 투쟁,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