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퇴직’도 정당한 사유 없으면 부당해고

노동사회

‘당연퇴직’도 정당한 사유 없으면 부당해고

편집국 0 6,200 2013.05.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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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되면 당연퇴직 된다는 규정은 실질상 해고에 해당되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 2007두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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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근로기준법 제2조 제4호)이다.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통상 “사직”이라 하고,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해고”라 한다. 즉, “해고”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사직이나 해고 모두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특별히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를 금지(근로기준법 제23조)하는 조항을 둠으로써 사용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부당한 해’가 법률적으로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법률행위가 해고에 해당되는지의 여부가 법률상 쟁점이 되어 왔다. ‘해고’로서의 요건이 성립되어야만 그 해고가 부당해고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달라도 실제로는 모두 ‘해고’

사업장에서 해고를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직권면직”, “당연퇴직”, “당연면직”, “자연퇴직”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직권면직” 등의 행위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모두 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법원도 이러한 관점에서 직권면직 등의 성격이 해고라고 판단해 근로기준법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함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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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 한 경우, 그 당연퇴직 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여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은 근로기준법 제2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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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구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으로 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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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보아야 할 것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다43904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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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라면 그 명칭이 무엇이든지간에 해고에 해당된다는 점은 이미 판례로 정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연퇴직의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각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취업규칙에 “대기발령 사유”에 대한 규정과 “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해도 복직되지 못한 경우 자연퇴직 된다.”는 규정이 정해져 있고, 그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당연퇴직 시킨 경우 이를 정당한 해고라 할 수 있는지가 그 핵심이다.

대기발령 되면 당연퇴직이 가능하도록 한 취업규칙

사용자측은 특정 노동자가 위 취업규칙에 정한 “대기발령” 사유에 해당되어 대기발령을 시켰고, 그 사유가 정당하다면 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해도 복직되지 못한 것은 특정 노동자의 무능이나 불성실에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취업규칙에 따라 당연퇴직 시키는 것 또한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용자측의 논거는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사용자측의 주장은 특정 노동자가 대기발령이 된다면 당연히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기발령과 해고가 동일한 평면에서 그 정당성을 판단할 정도로 정당성 판단이 유사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대기발령이 당연히 해고로 이어지려면, 대기발령을 낼 수 있는 요건과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요건이 비슷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기발령과 해고는 정당성 판단 요소가 다르다. 즉 실무에서는 해고의 정당성 요소를 보다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대기발령을 낼 수 있는 요건보다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요건이 훨씬 더 엄격하다.

둘째, 위 취업규칙에 따르면 사용자가 일단 특정 노동자를 대기발령 시키게 되면,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복직시키는 것 외에는 당연히 자연퇴직, 즉 해고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위 취업규칙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때에는 노동자가 대기발령 기간 중 성실히 근무하였다는 반증을 들어 해고를 무효화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책임은 법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노동자가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셋째,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보다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주장·입증하는 것이 훨씬 쉽다. 해고의 요건이 훨씬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취업규칙에 따르면 대기발령이 곧 해고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였다.

당연퇴직 당시에 정당한 해고사유가 없었으면 부당해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해 복직발령을 받지 못한 경우 당연퇴직 된다는 내용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 포함돼 있더라도, 당연퇴직 당시에 해고사유가 없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일단 대기발령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의 당연퇴직 처리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처분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발령 당시에 이미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존재했거나 대기발령 기간 중 그와 같은 해고사유가 확정되어야 한다.”라 판시하여(2007두1460판결), 사건을 고등법원에 파기환송시켰다.

위 사건은 대법원이 “대기발령 후 일정기간이 경과해 복직발령을 받지 못한 경우에 당연퇴직한다.”는 취업규칙 조항이 있다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당연히 해고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지극히 정당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