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민주화 ‘무노조재벌 조직화’에 함께 나섭시다!

노동사회

21세기형 민주화 ‘무노조재벌 조직화’에 함께 나섭시다!

편집국 0 3,391 2013.05.29 09:13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이건희 일가의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비자금 사건을 양심고백한 이후, 삼성그룹의 한 노동자가 민주노총을 찾아왔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직후 삼성그룹의 사내전산망에는 ‘배신자’라며 그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는데 조금 후 이에 대한 비판적인 댓글들이 하나 둘씩 달리더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급기야 삼성은 댓글달기 기능을 없애버렸다.”고 전했다. 

그 노동자는 “삼성의 조직문화는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군대문화와 다를 바가 없다.”며 “만약 삼성에 노조가 있었고, 이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었다면 이런 비자금 사태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ada9957_01.jpg
[ 12월1일 개최된 제2차 민중총궐기.   ▶ 민중의 소리 ]

꿈이고 자랑이며 희망이었던 삼성, 알고 보니…

젊은이들에겐 ‘꿈’이고, 부모에게는 ‘자랑’이며, 한국사회에는 ‘희망’이었던 삼성이 2007년 말 한 변호사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재벌의 거대한 불법행위가 하나 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국사회가 들끓고 있다. 세계적 그룹인 삼성은 상식 이하의 변명으로 일관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사를 하지 않기 위해 버티기로 일관하던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렸고, 이건희 일가와 그의 가신들을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삼성증권과 SDS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행동’을 구성하고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고, 결국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가 임명될 예정이다. 

이건희 일가의 더러운 돈을 받았던 정치권과 관료들, 법조계와 언론인까지 권력의 핵심들이 살아남기 위해 삼성을 비호하겠지만, 지난 1987년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양심선언처럼 이번 양심고백은 ‘이건희 공화국’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떡값 검사 명단’ 등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고백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건희 일가 불법비자금 사태는 대통령선거 이후에도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한국사회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100억 ‘행복한 눈물’과 130만 원짜리 노동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가 100억에 이르는 ‘행복한 눈물’을 포함해 600억 원의 불법비자금으로 고가 호화미술품을 구입했다는 폭로가 터지자 삼성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삼성에서 집단 해고돼 250일 넘게 투쟁을 벌이고 있고, 11월 16일부터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SDI 하이비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세상에 알리게 만들기도 했다. 삼성SDI 부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로 휴대전화 LCD를 만들던 이들은 지난 3월 해고돼 250일 넘게 투쟁을 계속했으나 언론에 한 번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600억대의 호화미술품과 13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삼성 이건희 일가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금속노조는 집단해고된 삼성SDI 하이비트 노동자 18명 원직복직과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12월7일 울산지부 세종공업, 한일이화, 한진중공업, 한국프랜지 등 11개 사업장 2천여 명이 오후 4시간 파업을 벌이고 삼성SDI 공장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다. 

또 같은 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간부들이 서울로 집결해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규탄 및 이건희 회장 구속, 노동탄압 중단,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2차 결의대회'를 열어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의 구속과 구조조정,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특별대책팀을 꾸려 삼성의 비자금 불법조성 문제를 핵심적인 과제로 싸우기로 했으며 삼성 피해자 고발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bada9957_02.jpg
[ 11월28일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울산지부 총파업선언 기자회견     ▶ 참세상 ]

계속되는 삼성의 구조조정

삼성의 불법비자금 사건에서 보듯이 삼성은 ‘철의 장막’보다 더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협박하고 돈으로 회유해 정리해고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지 않도록 만들어왔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삼성SDI 부산공장이 정규직 노동자 1,050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이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통해 알려졌다. 명예퇴직, 배치전환, 계열사 발령 등의 구조조정 강행에 대해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삼성은 “계열사 전환배치 350명만 하면 하면 정리해고는 없다.”며 약간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이미 삼성은 올 한해에만 하이비트, 영성전자, 명운전자, 이노전자 등 10여개 하청업체 1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업체 폐업으로 집단 해고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대략적인 집계로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해고한 노동자만 2,700여 명에 이른다. 폐업이 아닌 강제퇴직으로 해고된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강제적인 폐업에 반발해 하이비트, 그린전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자 삼성은 이들의 투쟁을 법과 돈으로 봉쇄하고 이다.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 매일매일 벌어지는 투쟁을 연이어 고발했다. 

하이비트 노동자 22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가처분신청을 내 피켓을 들고 있으면 하루에 10만원씩 벌금을 물도록 만들었고, 지난 11월에는 16명에 대해 간접배상청구액소송까지 제기했다. 온갖 불법, 탈법을 저지른 자들이 노동자들을 법으로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분출하는 노동자들의 저항

수천억, 수조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노동자들이 청춘을 바쳐 만들어놓은 돈으로 호화 미술품을 구입하고, 아들에게 불법 상속을 일삼은 이건희 일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지난 11월24일에는 삼성SDI 부산공장 노동자 120여 명이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등반대회를 가졌다. 그 동안 삼성과 구조조정 협의를 해왔던 노사협의회 차원에서도 별도의 등반대회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삼성SDI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집단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며 10여 차례에 걸쳐 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삼성이 이를 막기 위해 업무방해 가처분신청을 내자 울산지부는 노동자들 집으로 편지를 발송하며 삼성의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해 끈질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SDI 하이비트 노동자들은 삼성의 법적 소송에도 불구하고 공장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SDI 천안공장에서도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며 노조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의 역사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모임’(삼역모)를 꾸려 등반대회와 모임 등을 하고 있으며 삼성의 회유와 탄압을 뚫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삼성의 노조탄압 백서인 『무노조 삼성, 왕국은 없다』에 자세히 나와 있는 것처럼, 삼성은 △어용노조를 이용한 노조건설 원천봉쇄, △납치, 감금, 협박, 회유 및 노조탈퇴 강압, △구조조정을 통한 강제사직, 정리해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설립을 원천봉쇄해왔다. TV를 통해 알려진 핸드폰 위치추적은 물론 강제납치와 감금, 강제 해외출장 등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삼역모’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해외출장을 보내 사실상 노조설립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포스코도 삼성과 똑같다. 지난 10월13일 금속노조는 삼성과 포스코 등 무노조재벌사에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수련회를 가졌다. 포스코 사측에서는 이날 포스코 노동자들이 수련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행을 했고, 수련회 장소에까지 따라왔다. 일부 삼성의 노동자들은 수련회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포스코에서 온 한 노동자는 『무노조삼성 왕국은 없다』라는 삼성의 노동자 탄압 백서를 보며 “어쩌면 이렇게 포스코와 똑같을까?”라고 혀를 내둘렀다. 삼성의 노동자탄압 수법을 포스코가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돈 몇 푼과 가족들을 동원한 협박에 ‘찍소리’ 한 번 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났던 노동자들이 이제 쉽게 조금씩 모임을 갖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포스코에 민주노조를 세우겠다는 노동자들의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모임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차근차근 민주노조 준비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11월5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조문제 등 삼성 관련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된다면 내가 치를 죗값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삼성플라자 노조설립 시도 분쇄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불법비자금뿐만 아니라 무노조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핸드폰 위치추적, 불법감금, 강제해외출장 등 상상을 초월하는 삼성의 불법행위가 이번에 또 다시 폭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시절 삼성과 포스코에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시도들은 적지 않게 있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고, 주체들은 ‘돈’으로 정리되기 일쑤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떨어져나갔고,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재벌’이라는 왕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재벌의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삼성SDI 현장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서 일어설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사내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하청으로 떠밀린 노동자들이 삼성에 맞서고 있다. 금속노조가 삼성에 민주노조 건설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희망하며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속노조는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준비를 거쳐 삼성과 포스코 등 무노조재벌에 민주노조를 세울 계획이다. 무노조 재벌에 대한 사회여론화와 국제적 압력을 통해 사용자들을 압박하고 고립화시키며, 현장의 노조 건설 분위기를 확산시켜내, 기필코 민주노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도 배정해놓았다. 

무노조재벌 조직화는 21세기형 민주화

금속노조는 비공개적인 민주노조 건설 사업과 함께 공개적인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의 공장이 있는 곳에서 지속적인 캠페인과 선전전을 통해 주체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민주노조 건설로 나아갈 계획이다. 핵심적인 사업장을 선정해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삼성의 공장에 금속노조의 깃발이 휘날리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전국의 삼성 사업장에 21세기 민주화의 바람을 일으켜낼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견고해보이던 이건희 왕국의 성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건희 일가의 천문학적인 불법행위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노동자들이 굴종과 침묵을 깨고 일어설 것으로 확신한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인 삼성을 이건희 일가가 아닌 삼성노동자들의 손에 돌려주기 위해 금속노조는 작지만 소중한 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자 한다. 한국 최대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권리를 가로막고, 인권마저 철저하게 유린하는 삼성재벌의 무노조경영을 깨뜨리고 자주적인 민주노조를 반드시 건설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