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한미동맹 우선주의와 한반도 평화

노동사회

강화된 한미동맹 우선주의와 한반도 평화

편집국 0 3,584 2013.05.29 09:30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한미동맹 우선주의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한미동맹이 약화되었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적인 대외정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한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다.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게 남북관계를 더 좋게 만들 것이고,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북미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부로 흡수키로 한 것 역시 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를 우선시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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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은 한반도 운명의 타자화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1월10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차관보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북관계 누르는 한미관계, “미국에 포용되고 싶어라”

둘째는 북핵 폐기와 남북관계 연계전략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적인 대북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한-미-일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와 연계시킨다는 방침이다. 

셋째는 북한 인권 문제의 적극적 제기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해결 추구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과거 정권이 북한에 대해 비판을 삼가고 북한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그런 것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보편적 관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나갈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인수위 및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친북 기관’으로 낙인찍고 인권위가 “북한 인권을 신장시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며, 독립적 국가기관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명박의 정책 방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져 온 대북포용정책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북포용정책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의 균형을 강조했고, 북핵문제를 남북관계와 기계적으로 연결시키기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 사안 자체를 정치 쟁점화하기보다는 조용한 외교를 도모했었다.    

교착상태 빠진 6자회담 ‘이명박 변수’ 파장은?

일단 관심의 초점은 북핵 문제의 향방에 모아진다. 한국의 정권교체기에 북핵 신고를 둘러싸고 북미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북핵문제의 향방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관계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북핵 신고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2007년에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병행 발전’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2008년에서 둘 사이의 관계가 ‘병행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2008년 1월4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핵 신고 등과 관련 “우리는 사실상 자기 할 바를 다한 상태”라며 지체되고 있는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종료 등 미국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11월에 핵신고서를 작성하였으며 그 내용을 미국 측에 통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및 시리아 핵개발 지원 의혹도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받지 못했다며 핵 프로그램의 신고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이뤄지기 전에는 단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중재자 및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은 정권 교체기에 접어들어 사실상 ‘휴업’ 상태이다. 또한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는 남북경협과 북핵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한국 대외정책의 독자성과 자율성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남북경협을 북핵과 연계시키면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더욱더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명박 당선인의 ‘일방적 상호주의’는 북한과 미국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 이후 북한은 10·4 남북정상 선언을 비롯해 남북한의 합의사항 이행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종의 탐색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은 새로운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남북관계와 북핵의 연계로 나타날 경우, “처음부터 밀릴 수 없다”며 ‘역(易) 연계론’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가 10·4 남북정상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시키는 등 역공세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북한은 노무현 정부가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유로 쌀 지원을 중단하자 이산가족 상봉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이명박의 대북 상호주의가 미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더욱 중대하다. 북핵 신고 문제가 갈수록 꼬이면서 부시 행정부는 강경파는 물론이고 일부 온건파로부터도 대북정책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대북 상호주의를 앞세울 경우 미국 강경파들은 북한을 압박하고 봉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쾌재를 부르게 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강경파들은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인해 유실되어왔다며 이를 또 다른 의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인식해왔다. 대표적인 대북강경파 가운데 한 사람인 니콜라스 에버스타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일컬은 것은 이러한 기류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다가오는 갈림길, 2말-3초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

북핵 신고 문제로 인한 교착상태와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중첩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핵 신고 문제가 해결되고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한반도가 또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착상태가 타개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일단 관건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향방이다. 미국 내에서 ‘인내심’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핵 신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시의 대북정책이 다시 강경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그러나 2007년 초부터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을 선택한 부시 행정부는 이미 단추를 두 개는 끼워 놓은 상황이다. 2?13 합의와 10?3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다시 단추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바뀐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강경책으로 돌아가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당분간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선을 고수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에게도 최선은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상당 부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최선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언급한 2월 말이 될 수 있다. 이때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도 겹친다. 이에 따라 2월까지 핵 신고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미국은 대북정책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마냥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기다릴 수도 없고, 또한 ‘이명박 변수’의 등장도 대북정책 재검토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한국의 반발로 인해 효과적인 대북 압박과 봉쇄망을 구축할 수 없었지만 이명박 정부와는 상당 부분 코드를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일 삼각체제를 구축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도 높일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동조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국제여론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신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은 3월 말과 4월 초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는 강력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북정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북한에게 핵 신고 시한을 통보하면서, 불응할 경우 대북지원 축소 및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부과,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경고 등 강경 메시지를 담게 될 것이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및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등 한미동맹 강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압박 전술에 북한이 응해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면 가장 좋고, 그것이 안 되더라도 북한의 핵 위협 및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대확산(counter-proliferation)을 구축하게 되기 때문에, 이것을 차선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이명박 정부 역시 북핵문제에 대한 강경 기조를 확인함으로써 ‘북핵 불용’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고, 한미동맹이 강화되었다는 선전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볼 때 북한이 이러한 압박 전술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핵 시설 불능화 조치를 해제하고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실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맞불 놓기로 맞설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에 엄청난 ‘안보 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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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북핵문제를 남북관계와 연계해 해결하려 할 경우 북한은 역으로 남한이 지난 10·4 남북정상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연계해 이산가족 상봉 등을 문제화할 가능성이 크다. ]

남한 선미후북 대 북한 통미봉남의 충돌?

이명박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경시풍조 속에 ‘당근’과 ‘채찍’ 병행론으로 요약된다. 한미동맹 우선주의와 통일부 폐지안은 남북관계를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선택하면 국제협력기금 400억 달러를 조성해 10년 이내에 북한의 1인당 GDP를 3천 달러까지 높이겠다”는 ‘비핵?개방 3000’은 당근에,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대북지원 및 남북경협을 축소하고 강력한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채찍에 해당된다. 

먼저 남북관계 경시풍조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도 좋아질 것”이라는 접근법은 북한에게도 유사한 반응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즉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한미관계의 종속변수로 인식하면, 북한 역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인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통일부 폐지안이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외교부가 친미주의를 고수해온 상황에서 통일부는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통일부의 해체와 외교부로의 통합은 이명박의 한미동맹 우선주의 이념의 정책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고, 북한에게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줄 것이다. 이는 북한식 실용주의를 야기해 남한과의 관계를 신뢰구축과 전략적 관계구축보다는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에 한정하고, 핵문제 및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근본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선호하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선미후북(先美後北)과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야기할 문제점은 분명하다. 그것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정책에 한반도의 미래가 종속되어, 한반도 운명의 타자화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신뢰 구축이 가장 현실적인 북핵 해결 정책

비핵?개방 3000 구상으로 상징되는 당근론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이처럼 좋은 미래가 오는데 왜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주관적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북한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라 그림의 떡으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1인당 GDP 3천 달러”는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실현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이 구상을 믿고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름없다. 더구나 이명박 당선인 측과 북한 사이에는 최소한의 신뢰관계조차 부재한 상황이다. 

‘채찍론’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험적으로 실효가 없는 정책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명박 정부와의 기선잡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북핵과 남북관계 연계론’에 대해 ‘북한식 연계론’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부가 북핵을 이유로 남북경협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남북 합의사항의 불이행을 이유로 남북대화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중단하는 등 ‘역 연계론’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맥상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는 기계론적 연계론이나 일방주의적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신뢰구축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물론 북핵 해결은 대단히 중요하다. 차기 정부가 북핵 해결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의식이 정책 수단에 대한 신중함과 치밀함을 동반하지 못한다면 여러 부작용만 낳으면서 북핵 해결이라는 목적을 더욱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이명박 정부가 유력한 북핵 해결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비핵?개방 3000은 북한에게는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그냥 서랍 안에 있다가 5년이 지나갈 수도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이 구상의 진정성을 믿게 하는 것은 결국 신뢰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를 쌓는 방법으로는 각종 6자회담 합의와 함께 10?4 남북정상 선언을 비롯한 기존의 남북한 사이의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통일부의 폐지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재검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흔히 북한을 다룰 때에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을 채찍과 당근으로 길들어야 할 ‘말’로 보는 한 제대로 된 대북정책이 나올 수 없다. 북한은 국익을 우선시하는 일반적 의미의 국가이자, 민족 내부의 특수한 관계라는 이중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인 관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필요성도 여기에서 나온다. 

혼돈 속 진보진영, 낙인론과 색깔론 넘어서기 위하여

기실 이명박 후보의 대선 승리는 개혁·진보진영의 총체적인 패배의 다른 얼굴이다. 또한 이번 대선을 통해 국민들은 지도자의 도덕성이나 한반도 평화와 같은 큰 가치보다는 먹고사는 문제에 더욱 민감해져 있다는 것도 확실히 드러났다. 더구나 대선 이후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정치권의 개혁·진보세력은 너나 할 것 없이 내홍에 휩싸여 있어, 4월9일로 예정된 총선에서의 참패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권력-국회-지방권력까지 모두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더 이상 기우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정치지형의 급변은 한반도 정세의 교착상태와 맞물려 있다. 자칫 북한과 미국 문제와 관련해 한국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비판과 견제, 그리고 때때로 필요한 저항은 민주주의 국가의 덕목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등 이념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는 한국사회에서 건전한 토론과 합리적 정책공론의 장이 되기보다는 ‘낙인론’과 '색깔론‘의 소재로 전락해왔다. 더구나 제도정치권에서 개혁·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지가 축소되는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법과 질서의 확립”을 강조하고 있어, 또 다시 정부와 운동권이 충돌하는 ‘거리의 정치’가 부활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국가보안법도 엄연히 살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안팎의 정치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진보진영이 북한의 핵무장을 지지하거나 양해한다는 국민들의 오해와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진보진영이 내세우는 어떠한 대외정책도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 둘째,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이 역주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여론 형성을 통해 정부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