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불도저 대통령과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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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불도저 대통령과 한국사회

편집국 0 4,119 2013.05.29 09:27

이 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리더십 스타일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정치에 대한 전망해 보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 내지 정책기조와 리더십은 향후 4년여간 한국정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우선, BBK특검이 지난 2007년 12월 검찰수사 결과와 별다른 결론을 얻을 것 같지 않다. 또한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을 무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당인 통합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이 강력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노선이나 대선자금 등을 둘러싸고 탈당 내지 분당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내분에 휩싸여 있는 반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한때 분당 위기까지 초래했던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싼 내분을 무사히 잘 넘겼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어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향후 수년간의 한국정치를 전망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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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정부의 약한 고리는 공천 갈등과 부패 비리 등으로 내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선진화’로 포장된 대기업 우선 경제정책

먼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주의의 심화나 남북협력을 통한 자주통일국가의 실현 또는 보편적 사회복지국가체제의 구축 등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당선 확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제는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야 합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성장전략은 ‘분배 우선’도 아니고 ‘분배와 성장의 병행’도 아닌 ‘성장 우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노동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 △법인세와 소득세 등 직접세의 감세, △탈규제와 민영화를 통한 선진국 수준 규제개혁 등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투자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할 때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다른 한편,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듯이 ‘자유무역론’이다. 따라서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되면,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도 곧바로 추진할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다음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국가로 중국보다는 인도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무역협정은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대기업의 수출확대를 위한 측면이 더 크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자유무역론도 결국은 대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성장제일주의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시장논리 관철되는 신세계가 눈앞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앞에서 본 대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영원칙을 정당과 행정조직의 운영, 교육과 사회복지 등 다른 정책에도 그대로 확대 적용하려고 한다. 이 당선인이 정당과 선거운동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치인보다 조직?선거 전문가를 선호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정당이 비대하고 첩첩이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도 없는 일”이며, “당도 기업 최고경영자(CEO)형이 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수위원회의 주도의 정부기구 통폐합(안) 마련으로 시작된 행정개혁은 행정비용 절감 또는 국가규제 축소라는 관점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의 개혁도 시도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현행 18부-4처-17청-기타 17개 조직으로 편제된 56개 중앙행정조직을 대부처-대국(大局) 체제로 재편하고, 416개에 달하는 정부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고 이를 인수위가 대부분 정부조직개편안에 반영했다. 특히 재정과 조세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지방에 이양,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또한 공공기관의 경우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비대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기업 통폐합 및 민영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 방침은 이미 공약으로도 제시됐었다.

또한 교육의 자유시장화 및 ‘세계화’도 적극 추진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한국교육은 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 대학 등 교육주체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장 논리에 맞춰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자립형 사립고(특목고)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초등학교의 영어교육 강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코리아’를 실현하기 위해 국어나 국사도 영어로 수업토록 하겠다고 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로 시장논리 또는 성장우선주의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상에서처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정당-선거-행정-교육-복지 등 다른 영역에도 시장의 효율성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신자유주의적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외교정책과 남북관계

이명박 당선인의 외교노선은 남북관계 등 대외정책에서의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및 국제공조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그가 말하는 글로벌 코리아는 한국적 가치와 제도를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에 적용, 확산시키겠다는 의미다. 보다 중요한 점은 그가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또는 보편적 가치는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식 민주주의와 영미식 자본주의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공조의 강화’는 미국의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노무현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지난 5년간 대체로 남북관계 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노선을 고수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국제관계와 국제기준의 틀, 즉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관점에서 북한문제와 남북관계에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180도 방향전환인 셈이다. 이렇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할 경우 남북관계의 특수성보다는 국제적 기준, 특히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따라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럴 경우 향후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인수위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그간 참여정부가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한 2006년을 제외하고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 내지 불참했던 사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인수위가 외교부에 대해서 안보와 인권, 경제협력에 있어서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문제에도 적용할 것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명박 정부가 헬싱키 프로세스의 한반도 적용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 납북자·국군포로 등 인도적인 문제, 안보문제의 해결을 남북경제협력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러한 대북정책의 변화와 함께 이명박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 나아가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참여정부에서는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대신 한일관계는 악화됨에 따라 한·미·일 3각 협력관계가 크게 느슨해졌으나, 이명박 정부는 전통적인 한·미·일 남방 3각 안보협력으로 대 북한 등 안보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를 해체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외교통상부로 흡수한다는 인수위의 구상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완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통일부가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가 주축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우익 포퓰리즘 향기 풍기는 이명박식 전문가 정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에 대한 인식은 기존의 의회정치가 민생은 뒤로 하고 때로는 이념논쟁, 때로는 당리당략과 소모적 정치공방에 매몰되어 왔다는 인식에서 잘 나타나 있다. “국민은 이미 미래로 나가 있는데 정치권은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 국민들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을 선택하셨습니다.” 따라서 그는 국회든 정당이든 ‘이념’이나 ‘당리당략’보다는 “일하는 분위기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는 당리당략에 따라 소모적인 이념논쟁 대신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화합적인 분위기에서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 하고, 정당은 인맥·계파나 학벌 또는 위계질서보다는 능력이나 업적에 따라 직책과 역할이 주어져야 하며, 공직후보 공천도 친분관계에 좌우되는 밀실공천이나 야합공천이 아니라 계량화되고 객관적인 능력이나 업적에 근거한 시스템공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이 이러한 정당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당내 경선에서 당원투표에서는 패했으나 국민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승리했고, 선거에서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 특히 ‘구주류’에게 빚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의 잘못된 정책 또는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서 항거하는 일체의 집단행동에 대해 기초질서와 법질서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태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배경이나 그간의 발언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이명박 당선인의 정치관은, 다양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타협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갈등과 논쟁을 허용하고 어떤 면에서는 장려하는 다원주의적 정당정치를 ‘전문가 정치’(technocracy)로 대체하려고 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다원주의적 정당정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그가 혐오하고 개혁하려는 ‘여의도식 정치’는 실제로는 자신이 속해 있는 한나라당과 다른 보수야당이 지난 10년간 행해왔던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에서 주5일 근무제를 추진했을 때, 한나라당에서는 그것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계량화되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토론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곧바로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낙인찍어 이념논쟁으로 몰아갔다.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청산 등 다른 정책을 다룰 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점에서는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보수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였고, 일부 진보인사들도 그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들의 태도를 비판하거나 중단시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거나 악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인이 이렇게 여의도 정치에서 탈피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총선 이후 형성될, 아마도 일당 우위의 다당제 정국에서 나타날 야당으로부터 퍼부어질 ‘반신자유주의’와 같은 이념공세를 사전에 무력화시키고, 자신과 신자유주의적 전문가에 의한 권위주의적 정국운영방식을 관철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당정분리’보다는 ‘당정일체’를 통한 대통령에 의한 여당장악, 내각으로부터 대통령실로의 국정조정기능 이전 등을 추진하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또한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여당과 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강한 비판과 저항이 나타나 자신이 원하는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때에는 경제를 중시하는 국민여론의 이름으로 가차 없이 탄압하거나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제왕적 대통령’, ‘위임민주주의’, ‘신권위주의’ 또는 ‘포퓰리즘’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영국 보수당의 대처수상이 그랬고, 민주화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를 살린’ 남미국가들의 보수당 출신 대통령이 그랬듯이. 

혹시라도 이명박 정부 임기 중 747공약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게 대형비리사건 등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한 개헌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헌정질서와 관련하여 “4년 중임제를 고려할 수 있으나 정·부통령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불도저식 리더십, ‘법과 질서’는 피해갈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혐오는 ‘성공의 신화’를 축적해온 자신의 ‘불도저식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임은 새삼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서울지하철 파업 대응방식, 단말기 부착 등을 통한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선,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 등이 불도저식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불도저식 리더십은 단기간의 외형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는 적합할지 모르나, 환경이나 유지비 등의 다른 기준이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단기의 외형적인 성과를 위주로 하는 박정희식 산업화방식이 초래한 부작용은 1970년대 초반의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등 집권 당시 또는 이후에 발생한 수많은 대형사고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재직 당시에는 무탈할지 몰라도 후속 정권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명박 당선인의 불도저식 결과지상주의적 리더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그가 세우려는 기초질서와 법질서가 오히려 더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바로 BBK사건이다. 

김종필 고문은 이날(지난 대선 기간 중인 2007년 12월17일) 충북 충주 지원유세에서 비비케이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를 변호하는 취지로 연설을 하면서 “금년 초 이명박 후보를 만났을 때, 이 후보에게 다짐을 받은 바 있다. 비비케이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관여를 했는지 나에게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을 때, 이명박 후보는 ‘내가 개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망에 걸릴 정도의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한겨레』, 2007년 12월18일).

그러나 그에 대한 각종 비리의혹이 단순한 의혹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다. 자신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방법을 알지 몰라도 다른 한나라당 의원이나 관료들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민주적인 과정보다 단기적인 결과만을 중시할 경우 특히 자신이 임면권을 가진 관료들이나 여당의 인사들이 비민주적이고 불법한 방식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단기성과를 중시할 경우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그만큼 줄어 권위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그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동시에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민주적 설득의 미덕을 보이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을 섬기겠습니다. 경제를 꼭 살리겠습니다. 국민통합을 이루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국민’의 범주에는 조직화된 국민, 특히 노동조합이나 진보적 시민단체, 야당 등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집단은 귀를 기울이고 섬길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개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가 귀를 기울이고 섬기겠다는 국민은 정체도 불분명하고 자신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저항하지 않는 ‘온순한’ 국민 또는 사회집단, 예를 들자면 기업인·보수단체 등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만 동시에 법으로 다스리고 정책의 혜택에서 배제할 집단도 생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런 만큼 국민통합이라는 약속은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압도적인 우익권력 시대… 그래도 구멍은 있다!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로 출범할 이명박 정권도 약한 고리가 있다. 일부는 초기부터 부각될 것이고, 다른 것들은 집권 중반기 무렵부터 나타날 것이다. 

첫째, 한나라당과 지지·동맹세력 간, 또는 내부갈등이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지배집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내 비주류집단(김두언 의원, 박형준 의원 등 최근에 입당한 의원집단)을 핵심으로 하고, 이들은 한나라당 내 주류그룹(박근혜와 지지 의원)과 뉴라이트전국연합 및 선진국민연대 등 뉴라이트 그룹 등과 함께 국회를 장악할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 내 주요 지지·동맹세력으로 재벌집단, 보수언론, 보수적인 기독교집단, 고려대동문회 등 학연·혼맥 집단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친미반북 신자유주의라는 큰 틀에서 하나로 묶여 있으나, 구체적인 정책 부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거나 공직후보자 공천 지분, 관급공사의 배정 등 정치·경제적 자원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직후보 공천의 경우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최근 공천을 둘러싼 주류-비주류 간의 갈등에서 보듯이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이다. 

둘째, 통합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주요 야당들이 총선 전까지 현재 겪고 있는 내분과 서로 간의 갈등 사태를 해결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국정철학이나 정책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지 못할 경우, 총선 이후 이명박의 한나라당 정권은 대통령에서부터 지방정부까지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다. 즉 강한 여당과 약하고 분열된 야당의 상황이 향후 4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은 크게 약화될 것이고, 역사적 경험이 말해 주듯이 집권당은 부패와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한나라당 내부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포크배럴(pork barrel, 정치적 선심 공세)식 정책결정이나 재벌 대기업, 보수언론, 뉴라이트그룹 등 시민사회 내 주요 지지집단에 대한 보상지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자신이 “법망에만 걸려들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를 확산시켰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더욱 크다.

셋째, 이명박 정권은 단기성과 위주의 결과지상주의를 지향하고 있는데다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의 주요 근거가 되었던 747공약의 가시적인 성과를 임기 중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부실정책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넷째, 임기 중 매년 7% 경제성장의 실현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설령 그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성장의 과실이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분배될 때까지 시차가 생긴다는 문제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성장의 주요 수혜집단인 재벌 대기업을 포함한 부유층이 성장의 과실을 자발적으로 서민들에게 분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경우 노동자 등 서민층은 단체행동 등 이명박 당선인이 기초질서와 법질서 차원에서 규제할 것이라고 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저항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노골적인 권위주의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만큼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방식과 차기 대권을 둘러싼 지배집단과 지지세력 내부 또는 각 집단 간의 갈등과 분열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

이외에도 대미종속성 강화, 중국과의 갈등 심화, 남북관계의 긴장 제고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비판세력의 무기, 연대와 공공성 

현재까지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통합신당은 물론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 주요 야당세력은 총선 때까지 내부분열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야당들이 내부분열을 수습하여 총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정권의 국정철학이나 정책에 대항할 만한 국민적 설득력을 가진 대안이나 대응방식을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설령 야당세력이 이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명분이 충분하지 않거나 국민이 제대로 납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상점거나 옥외투쟁의 방식을 되풀이할 경우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정당성을 높여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민사회의 잠재적인 저항세력 중 가장 중요한 집단인 노동조합의 경우 양대 노총 간의 경쟁·대립관계가 격심한데다가 내부분열조차 심해서 노동조합의 총단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국민여론이 최악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비판과 저항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책무는 상당한 기간 동안 주로 진보적 시민단체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시민단체의 활동과 관련하여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조금 전에 지적한 이명박 정권의 약한 고리를 의정감시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가 비민주성이나 부패비리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폭로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야당(국회나 행정부의 내부사정에 대한 정보 제공 등), 노동조합(필요 시 파업)을 비롯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저항·비판세력과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의 경우 자신이 부족한 사회적 정당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으로서 ‘사회공공성 투쟁’을 강화하면서 진보적 시민단체와의 실질적인 연대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