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선물』

노동사회

『당신이라는 선물』

편집국 0 2,947 2013.05.29 09:26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힘들었다 피곤했다 투정도 해요. 민재 이야기도 하고 우리 보좌관 누구 얘기도 하고. 아주 소소한 일상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요. 그렇게 편지를 쓰고 나면 당신과 베개 맡에서 얘기하던 때처럼 행복해져요. …… 당신이 몰랐던 제 삶의 구석구석도 다 썼어요. 내 곁에 있을 때 눈을 보며 직접 말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얘기들이 많아서 아팠어요.”

book.jpg소박하지만 단련된 낙관성의 이면

“고 황주석 선생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의 에세이집이다. 최순영 의원이 남편 황주석 선생이 작고한 후에 부치는 당신들의 삶을 오롯이 담은 연서들, 그리고 “웃는 항아리(?)”가 되고자 했던 황주석 선생이 병상에서 새로 익힌 ‘미소’를 담아 부인 최순영 의원에게 보냈던 애틋한 쪽지들의 모음이다. 

사적인 관계에서 주고받은 언어들이 책으로 담겨 나올 때는 저자의 삶이 그만큼 주의를 모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1970년대 민주노조운동에서 90년대 풀뿌리시민운동을 거쳐 2004년 이후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으로 활약한 저자의 활동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가장 내밀한 관계망을 통해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조건을 충족시킨다. 보다 노골적으로 말해 지난 4년간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모범적인 국회의원이었고, 또 부천에서 2008년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저자의 삶은 이런 책들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치는 그런 도구적인 목적에 결코 가려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편견일 수 있지만 아니 편견이겠지만, 1970년대 민주노조를 통해 운동을 배우신 분들은 그 연배의 다른 이들에 비해서 또 80년대 이후에 노동운동을 통해 성장한 세대들에 비해서도 웃는 모습이 참 소박하고 선하다. ‘소박하고 단련된 낙관’이라 표현해야 할 어떤 긍정적인 힘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는 이념이나 의식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혹독하지만 따스한 경험을 통해 인간에 대한 긍정과 보편성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했다면 생길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 책은 최순영 의원에게서 ‘그 무엇’이 가능하게 했던 응축된 관계의 일부, 곧 남편인 황주석 선생과의 공동체적 사랑, 혹은 “당신이라는 선물”을 조곤조곤하지만 긴 호흡으로 담아놓은 보따리이다.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선물보따리

잘은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속살거리며 비춰주는 거울이었고, 씩씩한 웃음을 나누며 의지하되 존경이라는 벽을 두고 종속의 얽힘과 거리를 두었기에, 최순영과 황주석의 사랑은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웠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들의 사랑과 삶이 담긴 이 선물보따리는 ‘실용 정부’ 시대가 몰고 올 공격적인 불안을 맞이해야 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너무 높은 데서 비전을 찾는 노조활동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최순영 지음 | 해피 스토리 냄 | 10,000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