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을 통한 새로운 산업민주주의 가능성

노동사회

사회적 기업을 통한 새로운 산업민주주의 가능성

편집국 0 3,935 2013.05.29 09:44

지난 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8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5%이며, 청년실업률은 7.3%이다. 전반적으로 농림어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이 계속 감소되고 있고, 서비스업에서는 고용이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경우 경기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2천 명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추진되면 아마도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고 건설 분야에서 고용이 창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이 투자되는 모든 사업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경우에도 이미 정부예산의 투입이 다양한 명분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 일시적으로 고용을 만들어낼 뿐이다. 문제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유형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이 글은 ‘사회적 기업’의 육성을 통해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노동조합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산업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shin_01.jpg사회적 목적과 참여 민주주의 방식의 결합, 사회적 기업 

최근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많이 제기되었다. 한국에서도 이제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갖는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고령화 추세 및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은 점, 그리고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비중이 낮은 점 등을 주목할 때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즉, 고령화 추세는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 등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고, 여성이 사회서비스 분야 노동시장의 주된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서 사회서비스 및 사회서비스 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의료, 교육, 환경,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서비스 공급이 그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원리에 맡겨둘 때 이러한 분야들은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충분한 이윤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러한 분야에서 고용이 창출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서비스분야의 고용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사회적기업육성법은 그 운영 목적이나 방식 면에서 기존의 기업과 달리,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참여 민주주의적 방식’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함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 진영 역시 그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1조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여 우리 사회에서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통합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서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기업의 부지구입비, 시설비 등을 지원할 수 있고(11조), 공공기관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 및 서비스를 우선해서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2조). 또한 노동부 장관은 사회적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운영경비·자문비용 등의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14조), 국세 및 지방세의 감면조치,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 등의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13조). 즉, 이 법은 시장경제하에서 이윤추구를 주된 목표로 행동하는 기존의 기업과 다른 행동원리를 지닌 기업의 존재를 상정하고, 이러한 기업에 대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7조), 그 인증요건 가운데는 △당해 조직의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것일 것(8조 3호), △회계연도별로 배분 가능한 이윤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할 것(「상법」상 회사인 경우에 한한다.)(8조 7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기업의 주된 목적이어야 하며, 또, 이윤도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법 취지를 노동행정이 따라가야

그런데 이 법이 시장경제의 대체, 혹은 경제적 기업의 사회적 기업으로의 대체를 의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의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취약계층에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은 사회적 기업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부정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사회적 기업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사회복지 책임을 방기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유형의 기업과 부문이 시장경제 내에서 확장되는 것의 의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회적기업육성법과 시행령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교육·보건·사회복지·환경 및 문화 분야를 비롯하여 보육, 예술·관광 및 운동, 산림 보전 및 관리, 간병 및 가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이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계층에게 시장원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기업이 제공할 것이 기대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 사회적 기업의 경영이 ‘참여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법의 제8조 제4호는 사회적 기업의 인증요건으로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사회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매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때 사업 실적과 함께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참여내용도 함께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노동부령에서 제시된 사업보고서 서식에는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참여내용에 관한 항목이 누락되어 있다. 법의 취지를 보면 주주자본주의 모델과는 다른 이해당사자 참여모델을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바, 이러한 법의 취지를 적극 살리는 방향으로 노동행정 개선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노조운동이 ‘산업민주화’ 돌파구로 활용해야

이미 2007년의 경우 총 55개 기관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월13일 노동부 업무보고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회적 기업은 계속 확대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는 17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여 약 4천 명에게 일자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2012년까지는 약 1천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육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장경제하에서 이윤추구를 주된 목표로 행동하는 기존의 기업과 다른 행동원리를 지닌 기업의 존재 형태를 상정하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처럼 영향력이 확대될 계획으로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는 사회적 기업의 확대가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의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합의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고용의 ‘질’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참여정부에서 추진됐던 사회적 일자리사업에 대해서도 창출된 일자리의 대부분이 시간제·기간제·계약직 등 비정규직이며, 월 평균 임금 수준도 100만 원 이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사회서비스 분야가 낙후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의 재정적 책임을 증대시킴으로써 이러한 분야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의 서비스의 공급이 국가나 민간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3의 형태로 모색되는 것 또한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운동은 지금까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해왔다. 지금도 여전한 장시간 근로 상황을 감안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앞으로도 계속 추구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와 더불어서 일자리 창출 정책의 하나로 해당 산업의 사회적 기업의 육성에 대해서도, 각 산별노조와 연맹 차원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적극 검토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근로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지역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과 참여근로자, 소비자들 간의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과정은 새로운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