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단속 당하는 이주노조와 한국 노동자운동의 연대

노동사회

표적단속 당하는 이주노조와 한국 노동자운동의 연대

편집국 0 3,355 2013.05.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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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8일 국제엠네스티는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했다. ▶ 이주노조 ]

“네팔 사람 토르너 림부씨 맞죠?”

지난 5월2일 저녁 8시30분경 토르너 이주노조 위원장과 필자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이 있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물을 나섰다. 밤이라 날이 깜깜했다. 주위를 살피며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앞에서 십여 명이 넘는 시커멓고 건장한 남자들이 모여들더니 이렇게 물었다. 필자가 아니라고 대답하고 연락을 취하고자 전화기를 들자마자 그들은 번개같이 달려들어 토르너 위원장의 팔을 양쪽에서 꺾고 소리치는 필자를 힘으로 제압했다. ‘공무집행 방해’라고 협박하면서.

이게 무슨 공무집행이냐고 항의해도 막무가내로 토르너 위원장을 차로 끌고 가서 싣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이주노조 일을 시작한지 두 달 만에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당황해 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무실로 올라와서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다. 그런데 9시까지 통화가 되던 소부르 부위원장이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동지들이 집으로 급히 찾아갔더니 옆방 할아버지 말씀이 경찰이 다녀갔다고 했다.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잡아간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사무국장 집 앞에서도 잠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무국장은 계속 집 안에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히 화를 면한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한 날 한 시에 또 다시 이주노조 지도부를 ‘표적단속’해 갔다. 

이어지는 표적단속, 벌써 네 번째

법무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주노조의 존재 자체가 정부 정책의 실패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평등노조 이주지부 시절에도 서머르 타파 지부장을 표적단속했고, 2005년 4월에 독자적인 이주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그 다음 달인 5월에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뚝섬역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아느와르 위원장을 잡아갔다. 작년 11월27일에는 까지만 위원장, 라주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을 동시에 연행해갔다. 그래서 이번이 네 번째 표적단속이다. 물론 조합원과 간부 활동가들에 대한 표적단속은 부지기수로 있었다. 그럴 때마다 법무부는 일상적인 단속과정에서 적발된 것이라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해댔다. 

표적단속을 해서 강제연행을 하면 법무부는 이들을 외국인보호소로 옮긴다.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와서 집회를 할 터이니 되도록 먼 청주보호소로 구금한다. 노조는 보호명령·강제퇴거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다. 그러면 법무부는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내는 것과 동시에 새벽에 보호소에서 동지들을 빼돌려 인천공항으로 보내고, 공항에서는 보통사람들이 접근 못하는 귀빈실 통로를 통해 귀빈실로 들어가서 출국시킨다. 지난 번 지도부 세 명의 강제출국 때에는 대책위 성원들이 새벽에 청주보호소 앞을 지키고 있자 보호소 뒤쪽 철망을 끊고 산길을 타고 내려가서 콜밴을 불러서 호송하기도 했다. 심지어 빵을 실어 나르는 탑차에 몰래 실어서 데려가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긴급구제결정을 했다. 이주노조에서 표적단속에 대한 인권침해로 진정한 사건에 대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출국을 유예시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마저도 무시하는 뻔뻔스러운 작태를 저질렀다. 도대체 법무부는 정해진 절차도 무시하고 인권위의 결정도 짓밟는 초법적인 기관인가? 이주노조 지도부를 잡는 것이라면 법도 지키지 않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민주노총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나요?”

작년 11월27일 이주노조 3인 지도부가 표적단속 되었을 때, 이주노조와 연대단위들은 ‘강제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 이주노조 탄압 분쇄! 비상대책위원회(이주탄압분쇄비대위)’를 결성하였고, 12월5일에 기독교회관에서 농성투쟁을 시작했다. 2003년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380일간의 명동성당 농성투쟁, 2005년 아느와르 위원장 석방을 위한 국가인권위 농성투쟁에 이은 세 번째의 농성투쟁이었다.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3월11일까지 99일간 농성을 진행하면서 표적단속의 부당함을 한국사회에 알려내고 이주노조의 정당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주노조를 어느 정도 재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국제노동기구, 유엔, 국제노총, 국제 이주노동자단체 등에 표적단속 이슈를 제기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5월2일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이 표적단속 된 직후 이주탄압분쇄비대위가 재가동되었다. 표적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출입국관리소 앞 집회와 릴레이 단식농성, 출입국관리소장 면담 투쟁, 촛불집회와 노숙투쟁 등을 이어갔고 청주보호소에 내려가서 밤샘 감시를 하기도 했다. 긴급히 조직된 각계 인사 선언에는 이틀 만에 1,500여 명이 서명을 하기도 했다. 또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도 참석하여 발언도 하고 서명운동 캠페인도 벌였다. 국제앰네스티에서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양심수로 지정하여 석방을 촉구하였고 강제출국 중단을 요구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건설한 것은 피부색과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단결해 목소리를 내고 요구해야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측에 요구하는 권리와 우리의 요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한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고 단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의 산하 노조로 출발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탄압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한국 노동자운동에 대한 믿음, 민주노총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민주노총과 많은 조합원들이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해 왔지만, 이주노조 조합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노조를 설립하고 나서 위원장과 지도부를 뽑을 때마다 표적단속 당하는 현실, 더욱이 이번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 앞에까지 와서 연행해 갔는데도 한국 노동자운동이 이렇다 할 투쟁을 벌이지 못하는 현실에, 이주 조합원들은 실망감을 느끼고 격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민주노총 소속의 노조, 그것도 이주노조가 무참히 탄압받고 짓밟히고 있는데 대응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묻는다. “민주노총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나요?” 이 물음은 민주노총 총연맹에 묻는 것이 아니다. 전체 한국 노동자운동에 대해 묻는 것이다. 이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물론 이주노조가 힘이 세고 조합원도 수천 명 되면 이주노조만의 힘으로 탄압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강력한 투쟁을 조직할 수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연대의 힘이 너무나 절실하다. 노동자운동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진보운동 전체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거세지는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탄압

5월2일 이주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 표적단속은 5월부터 시작된 정부 합동단속의 신호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연일 전국 각지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 단속반원들에 의해 강제단속을 당하고 있다. 공장, 기숙사, 집, 버스터미널, 지하철역, 대형마트 앞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간사냥’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보호소는 잡아온 이주노동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최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역별로 단속 할당량까지 있다고 한다. 5월 한 달에만 3천 명이 목표라고 하니 얼마나 무리한 과잉단속이 자행되고 있는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1월에는 단속을 피하려다 중국동포 여성 한 명이 추락해서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고, 4월에는 마석에서 단속을 피해 도망치던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추락해서 허리, 다리 등을 크게 다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영장도 없이 공장이나 주택에 들어가고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잡아가는 반인권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고 연행 과정에서 폭력이 행사되는데도 법무부는 정당한 단속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배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 등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관련 사건이 법원에 올라가 있는 것은 세계에 유례없는 일”이라면서 불법체류자를 ‘제로’로 만들라고 했다. 법과 원칙, 질서를 내세우면서 이주노동자를 범죄집단화하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를 강제단속하고 추방하려는 것인가. 그걸로 이주노동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주민 전체 숫자가 1백만 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60만, 또 그 중에 23만 명이 미등록이주노동자인데, 그 사람들을 다 잡아갈 수 있다는 것인가. 

한국 정부가 겉으로는 다문화사회를 내세우지만 이는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권,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폭력적으로 탄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결혼이주민 같이 한국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하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다문화니 사회통합이니 하면서 ‘동화정책’을 쓰면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배제정책’을 쓰고 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고, 노동3권도 실제로는 없으며 3년 지나면 출국해야 하는 단기체류 정책인 고용허가제 역시 ‘노예허가제’로 불릴 만큼 반인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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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러므로 연대만이 살 길

이주노동자들은 기계도 아니고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도 아니다. 똑같은 사람이자 시민이고 노동자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난다. 올해만 해도 고용허가제로 13만 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필요해서 들여오는 것인데, 왜 합당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인가. 권력과 자본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운동이 중심이 되어 진보운동 전체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이주노조 조합원들은 더 이상 지도부들이 표적단속 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주 동지들이 노조활동을 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넓고 깊은 연대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간략히 제안해 본다.

첫째, 민주노총의 구조에 체계적으로 이주노동자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특별위원회’일 수도 있고 혹은 사업부 형태일수도 있다. 노동자운동으로서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둘째,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야만적이고 무자비한 정부 집중 합동단속에 대해 강력한 대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최소한 각 지역별로 출입국관리소 앞 규탄집회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 대한 선전전, 현수막 게시 등 필요한 것은 많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의지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이주노조 합법화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 것이다. 현재 이주노조 설립신고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고등법원에서 이주노조가 합법 판결을 받았으나 노동부에서 불복하여 상고한 것이다. 이주노조에서는 현재 국제적인 캠페인과 국내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 운동의 시작을 1994~95년경으로 본다면, 그 역사는 벌써 15년 가까이 되었다. 상담소나 지원단체 운동에서 시작하여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주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노동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그 저변이나 역량은 미약하다. 그렇기에, 그래도 연대만이 살 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