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정부의 대북외교정책

노동사회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정부의 대북외교정책

편집국 0 2,754 2013.05.29 09:59

 

leecki_s.jpg이명박 정부 출범 세 달 만에 국가가 총체적인 파국 상태를 맞고 있다. 대통령 잘못 뽑았다고 자책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국익과 국민의 건강을 무시한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정권 말기 현상을 방불케 한다. ‘경제 살리기’라는 대국민 사기로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가경제의 희망은 빛을 잃어가고 있고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쪼들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남북관계와 외교안보정책 역시 파탄 일보직전에 이르렀다. 잘나가던 남북관계는 일체의 당국 간 회담이 중단된 채 단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또한 ‘창조적 실용외교’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국익만 손상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미 정상회담 등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외교적 행보에 대해서는 “대미 조공외교”, “미국 퍼주기 외교”, “왕따 외교”, “외톨이 외교”라는 혹평이 뒤따르고 있다.

취임 세 달 만에 ‘남북관계의 IMF사태’

남북관계의 파탄은 불과 한 달 만에 찾아왔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어렵게 쌓아 놓은 공든 탑이 이명박 정부 출범 1개월 만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가히 ‘남북관계의 IMF사태’라 할만하다. 10년 전, 그동안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경제성과가 ‘IMF 경제위기’로 인해 하루아침에 날아 갔듯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룩했던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당국 간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대화 단절의 공백 기간은 매우 길 것이다. 북한의 강경 반응은 일시적이거나 감정적인 대응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입장과 대남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이미 정해졌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처럼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는 데는 이미 세 가지 점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자신들이 남한에 비해 전략적으로 우위에 서 있고,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첫째, 남측의 지원이 없더라도 북한체제가 충분히 버텨낼 수 있고 다른 대안 모색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크게 오판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북한이 식량과 비료 등 남쪽으로부터 얻는 대북지원 때문에 남한정부와 관계를 장기간 단절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북한이 먼저 손을 벌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판이다. 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핵시설 신고를 마치게 되면 중유 100만 톤에 해당하는 원조를 얻을 수 있다. 남한 정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주어야 한다. 미국은 이밖에도 북한에 대해 추가로 50만 톤의 식량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게다가 이후에도 핵 폐기 협상 과정에서 그 대가로 얼마든지 6자회담 참여국들이나 국제사회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도 북한에 대한 원조를 통해 북한을 달래야 한다. 이처럼 북한은 굳이 남한정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낙동강 오리알 된 이명박 정부

둘째,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베를린 합의’와 ‘싱가포르 합의’에 의해 이미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를 비롯해 대북경제 제재 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약속을 받아낸 북한은 남한을 배제한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선택한 것이다.

셋째, 북한은 남북한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남한 정부에 불리하지 자신들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최고의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남쪽 정부 입장에서,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파탄에 직면하게 된 것은 상당부분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 통일외교안보팀의 아마추어리즘과 무능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고와 시각은 여전히 1970, 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남북관계에서 이룩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무시하고,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사고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새 정부 대북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는 ‘비핵·개방·3000구상’과 ‘나들섬 개발계획’ 등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이라는 협상상대의 존재를 무시한 일방적인 구상에 불과하다.

특히 대북정책을 ‘비용 대비 성과’의 원칙에서 접근하겠다는 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의 장래가 걸린 남북문제와 통일문제를 시장바닥 장사꾼의 논리와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시대착오적인 ‘동맹 강화’ 주장

외교안보 분야의 파탄도 심각하다.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내준 쇠고기협상은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는 부시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키로 한 것을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우리의 안보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독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21세기 전략동맹은 미국의 세계 전략 틀로의 공고한 편입과, 외교안보정책의 대미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3각 안보체제’에 편입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지역분쟁에 휘말려들게 되고, 중국과의 불필요한 군사적 대립을 유발시킬 수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동맹 강화’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우리는 6자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협상하고 있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을 통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에 다자 틀의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동맹 강화라는 편 가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자적 틀에서 논의되고 접근돼야 할 문제다. 

일본을 방문해서도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한일관계를 역설했지만, 불과 며칠도 못가서 일본으로부터 ‘독도 되치기’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MB’ 메모리에 ‘MS도스’ 운영체제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철학,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는 즉흥적 정책과 임기응변식의 대응만을 낳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1970, 80년대식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과 인식으로 남북문제와 외교안보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메모리가 ‘2MB’ 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운영체제로 여전히 ‘MS도스’를 탑재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은 단순히 정권의 실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고 국민과 민족의 장래에 심대한 악영향과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