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의 즐거운 소통을 기대합니다.

노동사회

노동운동과의 즐거운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국 0 2,810 2013.05.29 10:09

 

first_01.jpg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87년 6월 항쟁이 떠오른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앞장섰던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고도 하며, 그리고 누군가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민중 저항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석이든 간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는 지지받기 힘들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민과의 소통 문제가 지적되었고,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민과의 소통 부재가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정작 소통이 문제라고 인정했던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여 촛불집회 관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양초는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하는지 보고하라”고 질타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 정부는 정말 답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던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있지도 않는 배후세력을 캐라는 둥 선동하는 무리를 찾으라는 둥의 모습을 보인 것은 소통에 대해서 무지하고 기본 인식조차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자세로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100일이 아니라 5년 내내 국민과 계속 대치하고 싸우게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정체된 운동, 변하고 통해야 한다

소통 문제는 운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변화를 모색하는 운동이야말로 사회와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텐데, 요즘에는 같은 테두리 안 사람 이야기에 보다 더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테두리 밖의 이야기를 잘 들을 필요가 있지만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툴다는 느낌입니다. 곧은 생각과 굳은 신념을 가지고 책임 있게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운동이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와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세를 불리고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던 선배 한 분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단체의 요청으로 강의를 하러 갔는데, 강의 중에 단어 하나를 잘못 선택해 말했던 모양입니다. 강의 주제가 ‘예산감시’였는데, 이에 대한 질문은 없고 잘못 사용한 단어에 대한 문제제기만 계속됐다는, 그래서 상처를 참 많이 받았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야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단어를 잘못 사용했다면 문제긴 하겠지만, 그 선배의 마음을 읽는다면, 그렇게 질책할 일만은 아닐 텐데 말이죠.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운동이라면 벽을 치고 구분 짓기보다는 이해하고 끌어안는 노력이 우선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다른 운동과 만날 때 참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여성운동과 대면하게 되면 내가 가부장적인 모습이 있는 건 아닌지 하며 위축되고, 환경운동과 만나면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지 못하는 듯해 부끄럽고, 그리고 노동운동과 부딪치게 되면 내가 삶을 치열하게 살지 못하는 것 같아 불편해지곤 합니다. 그만큼 내 스스로 다른 운동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사람을 모으기 보다는 자꾸 배제하는 것은 아닌지, 운동이 그렇게 되면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을 텐데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곤 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선배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라는 의미로, 주역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운동들을 잘 표현하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래저래 과거의 운동방식과 내용이 다했다는 느낌이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변화와 소통이 지금의 정체된 운동을 더욱 성장시킬 것입니다.

소통하는 노동운동 칭찬받는 노동운동

그 길이 쉽진 않겠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어느 날 촛불문화제에서 노동운동 활동가가 단상에 올라 광우병 소고기가 유통되지 않도록 투쟁하겠다며 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사회자가 그러더군요. “최근에 노동운동이 가장 칭찬을 받을 때가 아닌가 싶다”고……. 노동운동이 오랜만에 사회와 즐거운 소통을 했다는 것이겠죠? 운동과 운동 간에도, 그리고 운동과 사회 간에 잘 소통되어, 지치지 않는 운동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노동운동과의 즐거운 소통을 기대해 봅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