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 『다른 세상을 향한 로그인』

노동사회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 『다른 세상을 향한 로그인』

편집국 0 3,746 2013.05.29 10:20

인천에서는 해마다 가을 초입이면 펼쳐지는 연중행사가 있다. ‘인천노동문화제’가 그것이다. 노동문화제라고 하면 흔히 열리는 뻔하고 그저 그런 행사처럼 느끼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인천 지역의 노동문화제는 1년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열려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다시 말해 1988년에 시작되어 2008년까지 올해로 21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전국 각지에서 이런저런 이름의 노동문화제가 열리곤 했지만, 인천의 경우처럼 이렇게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노동문화제가 열리는 곳은 전국에서 울산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saramsari_01.jpg‘인천노동자대잔치’로부터 20년, 세상은 변했다

인천노동문화제는 1988년 ‘인천노동자대잔치’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알다시피 1988년은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이기도 하지만 1987년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던 바로 다음 해이기도 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6월 항쟁은 지난 20여 년 한국 민중운동 사회를 지탱해온 커다란 자양분이었다. 우리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그러나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들불처럼 일어나 전국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었던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해방, 평등세상이라는 열망에 불을 질렀고, 또한 그것은 노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되었으며 서로의 몸을 맞대어 타오르는 장작불과도 같은 연대정신의 바탕이 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고, 뭔가 시절은 하 수상하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세상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기륭전자를 비롯한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보고 있자면 세상은 전태일이 분신을 하던 시대나 동일방직 노동자들이 똥물을 뒤집어쓰던 시대의 현실과 조금도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는 방식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달라졌고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삶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바뀌고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해졌으며,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의 조건이나 취향을 중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 되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변화의 속도나 방식에 따라가거나 적응하기조차 벅찬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한 때 뜨거움으로 하나가 되어 함께 어깨를 걸고 세상에 맞섰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각자의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노조' 중심 문화제에서 노동자 '개인'의 자발적인 축제로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천노동문화제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왔다. 인천노동문화제는 원래 11월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시기쯤에 노동조합들을 중심으로 목적의식적으로 노동자들의 결집을 도모하고 힘을 다지는 문화 축제로 시작됐다. 하지만 점차 “노동운동은 곧 노동조합운동”이라고만 여기던 발상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 문화운동단체들, 그리고 가치지향이 일치하는 다양한 노동자 개인들의 참여가 오히려 노동조합 단위의 조직적 결합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2004년부터는 노동대중이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만들기 위해 200여 명의 노동자, 시민과 지역의 단체 활동가, 예술가 등이 참여하여 상설적으로 운영되는 인천노동문화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인천노동문화제를 주최하고 있다. 조직위원회에는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시민사회단체에 소속된 사람들도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뿐만 아니라 문화제에 참여하는 공연팀이나 문화패의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가령 인천지역 노동조합 노래패연합으로 출발했던 <철의노동자>의 경우 현재는 노동조합 노래패연합이라기보다 인천지역에서 일하면서 함께 노래하고자 하는 지역노동자노래패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인천노동문화제에도 ‘직장인 밴드’가 두 팀이나 참여한다. 노동자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방식이나, 노동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방식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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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인천노동문화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직장인 밴드 ‘고베인’의 모습.  ▶ 인천노동문화제 조직위원회 ]

“다른 세상을 향한 두드림”으로 접속하라

2008년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에서든 부정적인 입장에서든 말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이제 촛불이 사위어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촛불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8년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촛불로 분출된 민중들의 직접행동이 그동안 틀에 얽매여 관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한국 민중운동 사회에게 새로운 변화와 실천을 요구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100차를 넘어선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민중들의 직접행동은 수직적인 의견수렴 구조와 형식화 되어버린 조직 질서를 깨트리고 있다.또한 민중들은 촛불 속에서 스스로 자발적인 주체가 됨으로써 관성화된 민중운동 사회의 상상력의 한계를 암묵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연약하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때로는 불안하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일시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열정은, 그러나 분명히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근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 흐름에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6월 항쟁은 지난 20여 년 한국 민중운동 사회를 지탱해온 커다란 자양분이었음에 틀림없지만, 그러나 시대는 새로운 자양분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21회 인천노동자문화제 조직위원회는 이번 노동문화제 모토를 “다른 세상을 향한 두드림”으로 정하고 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한다. 

△다양한 네트워크 단위의 주체적 결합, △이에 적합한 프로그램 구성을 강화하여 대안 사회 구성과 지역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한 실험을 시도할 것, △노동문화 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구현하는 토대를 구축할 것, △축제와 놀이 공간으로서 인천노동문화제의 본원적 성격을 재구성해가는 과정으로 삼을 것, △환경과 생태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일방적 변형과 개발을 반대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삶에 대한 가치를 지향할 것 등이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에서 새롭게 고민하고 있는 기획 목표라고 한다. 

‘지역’에서 버무린 ‘노동’과 ‘문화’가 궁금하다면

물론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했어도 절대로 달라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인천노동문화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지역’이라는 코드와 ‘노동’이라는 코드, 그리고 ‘문화’라는 코드가 만나는 축제다. 그 중에서도 ‘밥과 일’이라는 화두로 요약할 수 있는 인간 삶의 생존과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권리 회복 운동의 생장을 가치 지향으로 삼아, 새로운 20년에 대한 미래적 가치 생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목표는 그래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노동’이라는 가치 지향을, 발랄한 ‘문화’적 소통과 어우러짐이 함께 하는 놀이 축제로 만들겠다는 것이 인천노동문화제의 본원적 성격임인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노동조합운동이 곧 노동운동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 새로운 노동운동을 모색해야할 때”라는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 조직위원회 조광배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새로운 지역 노동문화제를 고민하고 있는 인천노동문화제의 변화 모색과 양상이 우리의 노동운동에 어떻게 기여할지는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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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8년 9월6일(토)~7일(일) 이틀간
장소 : 부평공원 일대
주최 : 인천노동문화제 조직위원회
주관 :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 사업단

※ 자세한 내용은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 홈페이지 
http://ilcf.co.kr/를 참조하시거나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 조직위원회(032-874-1479)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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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