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보장방안과 실천적 쟁점

노동사회

중소업체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보장방안과 실천적 쟁점

편집국 0 4,527 2013.05.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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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동부 비정규노동센터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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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도 어언 한해가 지나간다. 이명박 정부는 ‘신성장주의’를 내세우며 시장이 만능 해결사임을 강조했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국민들 삶의 질도 좋아진다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성장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경제가 살아나면 양극화가 해소되고, 일하는 빈곤층이 줄어들고,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 수준이 높아지는 것인가? 

주지하듯이 외환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다만 이전과의 차이는 성장의 속도와 폭이 줄어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와 사회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성장이 노동자와 국민의 삶의 질을 무조건적으로 보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주의가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더욱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크게 틀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단칼에 끊어질 수 없는, 뒤엉킨 비정규직 문제

비정규직의 문제가 심각하고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국민의 정부 시기부터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법의 성격 문제로 노동운동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고, 이른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난제로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이랜드·뉴코아의 비정규 여성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해고사태가 일어났고, 기륭전자에서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이 노동자에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비정규직에 대한 권리보장 방안을 둘러싼 쟁점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는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비정형한 노동계약 관계’를 둘러싼 권리보장과 관련된 갈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노동계약 관계에서 차별이 해소되고 고용보장이 유지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간제 계약을 하더라도 노동조건, 노동복지, 임금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기간제 계약 이후에는 정규직으로의 고용 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노동계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동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다변화와 고용관계의 다양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모든 노동계약 관계의 영역에서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는가의 문제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즉 하나의 법의 틀로 모든 노동계약 관계를 포괄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형한 노동계약 관계’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틀어쥐고 보다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범주의 형태와 업종은 너무나 다양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도 그 중 다수는 ‘노동계약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더욱더 심각한 경우는 ‘노동계약 관계가 왜곡’되어 있는 경우다. 이들은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로 불리고 있다.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화물차량 운전자, 퀵서비스 종사자 등이 그들이다. 노동시장이 다변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직종이 생겨난 결과, 전형적인 노동관계가 아닌 비정형적 고용 상태에 처해 있는 집단들이다. 비공식적 통계치이지만 이들의 규모만 자그마치 200만 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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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부지역은 서울의 대표적 제조업 밀집지역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금속공업사에서 한 노동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작업하고 있다.  ▷ 한겨레 ]

노동자성과 노동계약의 밖에 있는 사람들 

이들과 관련된 핵심적 이슈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다. 이들은 종속적 노동이면서 독립적 노동이라는, 이중적 성격의 노무제공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들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 입법안에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중 일부를 ‘유사근로자’로 간주하고, 노동계약, 해고 남용 금지, 계약 협의를 위한 단체 조직의 인정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향후 이 법안 제정과 관련하여 어떤 법률적 장치를 할 것인가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별법으로 규율하는 방안, △기존의 노동 관련법으로 규율하는 방안, △개별적 법률 속에서 규율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문제와 관련하여 ‘유사근로자임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법에 틀 속에 규정된 노동자임을 원칙적으로 고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노동운동 내부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향후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된 쟁점은 우선적으로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핵심적이고, 나아가 ‘어떤 성격의 노동자로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노동계약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 보장될 것인지는 비정규직 노동문제의 중요한 화두로 남아 있다.

한편, 중소제조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운동의 역사 속에서 중심에 있지 못했다. 1980년대 후반 노동자 대투쟁 시기와 전노협 시기를 제외하고는 노동운동 차원의 주요한 화두로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금의 중소제조업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 상황은 노동운동이 적극적인 저항을 조직해내지 못한 만큼의 결과라는 판단이 선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정부정책도 그리 눈에 띠지 않는다. 굳이 따지면 ‘근로자복지기본법’ 정도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의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피부로 다가올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이 글이 주제로 삼은 바는 중소제조업 사업체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계약 관계 실태와 그에 대한 권리보장 방안에 관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소제조업종 종사자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례로서 ‘구두 만드는 사람들’인 제화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축에 놓고 풀어가고자 한다. 대다수 제화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조건, 노동복지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50인 미만 중소제조업체에서 종사하고 있다.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신발 제작 개수에 따라 임금을 제공받는 개수임금제이며, 특수고용 형태 즉, ‘위장개인사업자’ 형태로 노동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 글은 먼저 제화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대해서 살피며, 다음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보장 방안을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실천적 쟁점과 운동적 과제를 제시한다. 

2. 제화노동자의 노동계약: 구두장이는 ‘노동자’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서울동부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제조업 밀집지역이다. 서울을 권역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조업종의 규모를 분석하면, 사업체 수나 종사자면에서 가장 많은 곳이 중구를 포함한 서울동부지역(중구, 성동, 광진, 동대문, 중랑구지역)이다. 의류봉제업은 동대문지역에, 금속제조업은 성동구 왕십리와 성수동 지역에, 제화업종은 성수동 지역에 가장 많다. 

이중에서 우리가 관심 갖고 있는 제화업종의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1,279개 업체에 모두 13,916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서울에 종사자의 38%(5,283명)가 있다. 또한 서울 제화업을 살펴보면 성수동에 종사자 수의 58.5%, 사업체 수로는 44.4%가 존재한다. 즉, 서울 성수동이 제화업종의 집적지인 셈이다. 이러한 연유로 성수동 공장단지에는 ‘제화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누구나 구두 한 켤레쯤은 갖고 있다. 그 구두들 중 상당수가 이곳 성수동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외국산 OEM 제품을 신고 다니거나, 아니면 값비싼 외제 ‘명품’ 구두를 신고 다니지 않는다면 말이다. 제화업종은 제조업종 중에서 가장 기계화가 안 된 분야 중의 하나이며, 기계화가 힘든 업종이라고 한다. 가죽이라는 원재료가 열에 약하고, 기계화된 시스템과 표준화된 공정을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두를 만드는 일은 대부분 수작업에 의해서 진행된다.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임자로부터 2~3년간의 견습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화노동자들은 주로 인간관계에 의해서 일자리를 찾게 된다. 즉 선임 기술자가 팀의 형태로 3~5인을 구성하여 제화업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화업의 직무는 디자이너, 재단, 미싱(재봉틀), 저부기술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가장 핵심적 기술력은 수작업에 의해 구두를 실제 조립·제작하는 저부기술자이다. 통상적으로 ‘구두장이’라고 하면 이 저부기술자를 말하며, 현재 성수동에 일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20~3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제화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장인 정신과 기술적 자부심이 강한 편이며, 고용관계는 인적인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제화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알아보고자 성수동에서 경력 20년이 되는 저부기술자를 인터뷰를 했다. 그 분과의 인터뷰 속에서 기존에 들었던 것보다도 제화노동자의 노동실태가 훨씬 더 심각함을 확인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제화업종에는 노동자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분이 전하는 제화노동자들의 노동실태다. 

“근로계약은 거의 100% 구두계약입니다. 영세사업장의 관행이 크죠. 금강 같은 큰 메이커에서는 일부 근로계약관계가 있지만,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구두장이(저부기술자)가 아니고 주로 관리나 영업직이거든요. 고용관계에서 근로계약은 거의 없고, 구두로 한 족당 얼마라고 말로 하고 일 합니다. …… 제화는 소규모고, 기술자 배출 시스템도 도제식이고, 여러 가지가 들어가는데 온정주의가 들어가다 보니, 임금체계가 전근대적인 개수임금제로 굳어졌어요. 쉽게 말하면 성과급제라고 할 수 있겠죠. …… 소규모이고 기술 배운 사람이 선배고 사장이고,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소위 노동자 의식이랄까 그 의식이 타 업종보다 떨어져요. 대신 기술자로서의 프라이버시가 세죠. 남보다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하죠. …… 비수기 때는 그냥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요. 관리직이라 해도 비수기 때는 그냥 해고됩니다. 당연히 불법이죠. 그런데 그걸 부당해고 신청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시장이 좁으니까 불이익을 항의하면 결국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되니까 참는 거죠.”

한마디로 전근대적인 고용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사장제’(개인사업자)라는 것이 등장하여 노동자들의 노동관계 왜곡이 더 심해진 상황이다. 업체 사장들이 정부 세금정책의 영향으로 고용관계를 기피하고, 사업장 내에 하청관계로 노동자에게 사업자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제화사업장이 규모가 작으니까 보험, 세금 압박이 없었죠. 근데 요즘에는, 특히 사업주들이 그러는데 노무현 정권 들어 온 이후 세금 많이 걷어가려고 세금계산서 추적을 많이 한대요.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무등록으로 되어있던 노동자들이 자꾸 드러난대요. 노동자들 임금이 회사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그래서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개인사업자’로 바꾸라고 유도를 합니다. …… (사업장 내에서 세금 납부 방식은 노동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갑근세를 내는 방법과 사업자등록이 있는데, 세무사 사무실에서 사업자등록이 편하다고 사측에게 부추겨요 …… 제화는 개수임금제니까, 갑근세 할래 소사장제 할래, 그렇게 자꾸 부딪치다가 노동자는 힘이 약하니까 밀렸어요. 소사장을 하면 자기가 장부정리를 다 해야 해요 …… 세금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심각한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회사가 문을 닫게 될 때, 회사에서 노동자가 5,000만 원 번 걸로 올려버려요. 그럼 회사는 낼 돈이 적어지고, 노동자는 5,000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하잖아요. 이렇게 세금 덤탱이를 쓴 사람이 많아요. …… 회사 입장에서 연 소득 2,000만 원 등록자가 있으면 매입 자료에 갑근세, 소사장제, 기타소득제로 모두 등록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장난치기 쉬워요.”

3. 영세업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리 보장 방안

특수형태 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법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도 △제도 및 정책적 장치 마련, △이행 모니터 체계 마련, △민간 차원의 자생적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는 입법적 차원의 권리보장을 중심으로 제시하도록 하겠다.

1) 특수고용노동자 개념과 판단기준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무제공 상대방(사업주)에 대하여 전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계약이 해지될 경우 실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경제적 종속성이 있으며,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다소 약하긴 하지만 사업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자”이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는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으므로 자영인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특수고용노동자는 “특정한 노무제공 상대방(사업주)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수입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그 사업주에게 의존하는 자로서, 근로자와 유사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자”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한 “근로자”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현행 권리보장에 대한 입법 쟁점의 핵심도 이 부분이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차원으로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특별법 형태로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다. 또한 일정한 수입 이상을 얻는 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별도 규정을 두는 것이 검토가 될 수 있다.

2) 특수고용노동자의 법적 권리보장 방안

①개별적 관계 및 사회보장제도의 보호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국제노동인권 기준과 외국의 사례를 고려할 때, 특수고용노동자와 사업주와의 개별적 관계에 대하여는 “계약의 존속 보호, 보수의 지급 보호, 휴일·휴가의 보장, 성희롱의 예방·구제, 산업안전·보건, 모성보호, 균등처우, 노동위원회에 의한 권리구제·분쟁해결 및 근로감독관에 의한 감독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노무제공자가 산업재해 또는 계약해지 등으로 인한 실업상태 등에 빠질 때 사회보험기금을 통해 부조하거나 일정한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일원으로서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전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여 생활하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있어 사업장(직장) 가입자로서 사업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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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화노동자들의 특수고용노동자로 편입하는 방법은 소사장제를 합법적으로 인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2007년 3월 국가인권위 주최로 열린 '특수고용 종사자 노동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공개토론회'  ▷ 참세상 ]

②집단적 관계의 보호

열악한 노무제공 조건과 경제·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특수형태고용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3권은 근로자들이 단결체를 결성하여 사용자와 자치적 노사관계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교섭력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헌법」 제33조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특수형태고용노동자는 노무제공 상대방에 대하여 개별적인 교섭 시 경제적 종속성으로 인하여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지위에 있으며, 교섭력의 불균형 상태에 있으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대법원도 판결(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8568 판결)에서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들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를 조직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직업별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배제적 정책을 고려했을 때, 그러한 단체에 관한 규정으로는 집단적 교섭을 통한 경제·사회적 지위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집단적 권리 보장에 관한 국제인권규약 및 ILO의 국제노동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에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집단적 권리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③위장된 고용관계의 규제

위장된 고용관계에 있는 자, 이른바 ‘위장자영인’의 존재는 노동관계법이 규정한 사용자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생겨났으며 고용관계의 외양을 변화시키는 사회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을 경우 노동법의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현재 특수형태고용노동자로 지칭되거나 분류된 대상자 중 일부는 외형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일 뿐 실질적으로는 일반 근로자와 다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근로자와 동일하게 노동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자들이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노동단체 등의 다양한 실태조사들이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 자 중에는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에 노동행정기관은 위장된 고용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판단기준과 실행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행정력을 동원하여 이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중요하게는 법원이 이들 위장된 고용관계에 있는 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노동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함으로써 노동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제화노동자 권리보장의 실천적 쟁점과 운동적 과제

1) 실천적 쟁점

①‘노동계약’ 요구 운동은 가능한가


제화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적인 측면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계약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다. 그런데 오랜 도제식 전통을 갖고 있는 제화업종의 관행은 공식화된 계약 과정 없는 구두계약(口頭契約)이라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두 만드는 사람들인 제화노동자는 과연 ‘구두계약’을 거부하고, ‘근로계약서’ 맺기로 나설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오랜 전통과 관행을 깬다는 노동자들의 정서 문제, 대기업이나 납품업체에 강한 종속관계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로 인한 경영상의 문제, 그리고 중국산 도입 및 대형 제화 제조업체의 독점화 등으로 국내 영세 제화 제조업종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문제 등 여러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여하튼 제화업종에서 노동계약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제는 가장 원칙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 원칙을 견지하면서 영세 제조업의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는 것은 결국 당사자와 노동운동이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지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위장자영업자인 ‘소사장제 거부 운동’이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순간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교육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②개수임금제를 월급제로 대체할 수 있는가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도 초반 제화노조는 상당한 조직력을 갖추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제화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한번이라도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 당시 핵심 이슈 중의 하나가 ‘월급제 쟁취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구조적 문제가 그 근저에 있다고 판단된다. 

개수임금제는 구두 제작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임금제이다. 일거리가 항상 일정하지 않고, 일거리가 몰리면 야간 노동까지 해야 하는 변형적 노동과정을 동반하는 구두 제작업의 상황으로 만들어진 임금제다. 현행 임금형태에 적용하자면, ‘기본급 없는 인센티브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제화노동자는 성수기에는 타 부문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비수기에는 반대의 상황이 된다. 

개수임금제가 아닌 다른 임금 형태로 접근하려면, 우선 제화노동자의 노동가치에 대한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상품 공급량이 일정하지 않은 업종의 특수성도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전형적인 월급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안은 없을까? ‘기본급 + 인센티브제’ 정도는 검토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임금 체제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노동조합이 이러한 부분에서 의제를 형성하고 조직화하는 방안을 수립할 수 있어야 현재 침체된 노조운동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③특수형태근로자 관련 입법화에 대해 입장

사실 제화노동자의 권리 운동이 노동계약 관계 정상화 운동, 월급제 쟁취 운동 등의 형식을 취한다면, 이는 ‘정규 노동시장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이러한 운동 목표를 견지하고 나설 경우 특수고용노동자로 편입되는 문제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제에 제화노동자는 동의하고 나설 수 있는가? 현재 제화업의 산업적 현실에서 타당한 것인가?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렵다면 최근 입법화가 진행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로 편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 이럴 경우 제화업종의 특수한 노동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역으로 소사장제 도입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또한 영세 제조업종이라는 현실 속의 소사장제도 아래서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으려면 반드시 국가의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즉 사회보장과 관련되어 정부가 보장해주는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소사장제는 노동자의 권리보장 측면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영세 제조업에서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관련하여 구조적인 문제의 핵심에는 ‘기업의 지불능력 부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제화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는 소사장제도에 편입되어 있는 노동자보다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가 더 많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악한 제화노동자의 권리 보장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2) 운동적 과제

제화노동자들의 권리문제를 정리하면서 노동계약 측면에서 우리사회 최악의 상황이 집약되어 있음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된다. 구두 만드는 노동자는 노동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노동자, 열악한 50인 미만 영세 제조업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위장자영업자로 강요당하는 노동자, 정상적이지 못한 임금 형태를 갖고 있는 노동자이다. 전근대적이고, 비정형적이고, 거기에 영세하기도한 이 얽히고설킨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만일 국가가 시장만능주의로 접근한다면 이 노동자들의 끝은 안 봐도 훤할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으로 제화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쟁점을 형성해나간다면, 아마도 노동자들은 노동운동에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대안이 너무도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전략이 원칙적으로 견지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 노동자의 권리보장 방안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노동정책적 측면에서 중소제조업체 및 종사자들의 육성과 보호가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생산체제 지속의 위기, △지불능력의 위기, △안정적인 일자리의 위기 등에 처해있는 제화제조업 종사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역으로, 노동자와 사업주 등 당사자들의 자생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시장위기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제화거리’는 비용이 더 적은 곳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노동자들의 삶의 위기가 도래하게 된다. 현재 기술을 갖고 있는 노동자들 대다수가 40대 후반들이다. 이들이 또다시 생산 터전을 옮길 경우, 자식들을 키우는 가장의 처지에서 풀어나가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의 산업 현장에서 지역산업을 육성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중심에 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노동운동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제화노동자를 포함한 영세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의제형 지역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노동계약 맺기 운동, 소사장제 거부운동 등이 있을 수 있다. 둘째,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해주는 운동에서 나아가, 당사자가 의제를 결정하고 노동의 주체가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가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 운동의 사례는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흩어져 있는 영세제조업 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조적 노동자 모임’을 조직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지역노동운동의 실천을 집중하자. 

넷째, ‘노동자 자주적인 경제운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노동자 자주기업 등의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들을 긍정적으로 중소제조업에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제 제화업은 향후 사양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두를 만들 기능인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과 산업을 재생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는 바로 ‘현재의 제화노동자들’일 수 있음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