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징’이 아니다”

노동사회

“우리는 ‘상징’이 아니다”

편집국 0 4,322 2013.05.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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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10월9일 열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65차 노동포럼 ‘노동운동과 연대’에서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이랜드-뉴코아 투쟁을 통해 본 노동연대와 시민-노동자연대의 성과, 극복할 지점들, 제언”이라는 주제로 토론한 내용과, 이후의 추가 질문에 대한 이남신 부위원장의 답변을 통합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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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lee_01.jpg투쟁 사업장 주체들은 시건방진 이야기를 해도, 조금 과격한 얘기를 해도 봐주지 않습니까? 그래서 좀 세게 얘기해라 하는 뜻으로 불렀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이랜드 투쟁은 뉴코아 투쟁과 떼어놓고 얘기할 수가 없어서 이랜드·뉴코아 투쟁을 좀 묶었습니다. 얼마 전에 뉴코아 투쟁이 끝이 나긴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의미가 굉장히 지대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가 싸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투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뉴코아 노조는.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희생도 너무 컸고요. 하지만 의미 있는 투쟁이라고 생각해서 같이 묶어서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연대 현황은, 아시듯이 나온 자료를 보니까 시민사회단체들까지 742개가 전국적으로 결합을 했더라고요. 정말 어마어마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생계비 지원까지 결의하고 각 산별연맹들이 지금까지 유례없는 생계비 모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연대의 폭과 깊이를 보면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그 자체로 굉장히 특이한 투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는 기독교의 교회들도 지원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같이 결합을 했고, 최근에는 기륭도 마찬가지였지만 촛불시민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오는 양상까지 보였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연대 폭은 시들해지고 있습니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시의성

어쨌든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연대라고 하는 걸 주목해 봤을 때 각별한 의미가 있는 투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연대가 없었다면, 이 투쟁 이어올 수 없었겠죠. 구속자만도 민주노총 지도부 포함해서 28명이고 벌금액이 약 7억입니다. 좀 줄어들긴 할 것 같지만 손해배상도 250억이 여전히 남아 있고요. 사실 이런 조직적인 어려움을 두 노조의 힘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었겠죠. 이런 연대의 힘으로, 시민사회단체들까지 함께 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우리가 돌파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왜 이게 가능했을까 보면, 일단 가장 중요한 건 투쟁 주체의 문제지만, 시기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비정규 문제의 뇌관을 건드린 투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러니까 저희가, 투쟁 주체들은 의도하고 했던 건 아니고요. 다만 2007년 7월1일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됐으니까……. 사실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비정규보호법을 핑계로 구조조정을 한 것이거든요. 비정규보호법을 ‘활용’한 겁니다. 사실은 그런 비위들을 저희가 폭로할 겸 해서 했던 건데,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생각을 못했습니다.

비슷한 조건의 정규직·비정규직들의 ‘인간선언’

저는 가장 중요한 건 투쟁 주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랜드·뉴코아 투쟁의 주체는) 비정규직,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저임금 여성 노동자, ‘주부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걸고 매장을 멈춘 거죠. 일반적으로 유통업체의 특성상, 주민들이 와서 보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전부 자기가 늘 보던 이웃들이거나 그렇습니다. 게다가 (유통업체 직원들이) 고객들과 늘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가깝고요. 그래서 실제 시민들도 자기 이웃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이랜드·뉴코아 투쟁이) 좀 다른 양상으로 연대가 확산될 수 있었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통부문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 이런 의미가 좀 있었다 하는 거죠, 생존권 투쟁과 함께. 그래서 특별한 관심을 받았던 것 같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했다는 건데요, 이건 유통업체의 조건과 좀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코스콤 같은 경우, 극단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부딪치지 않습니까? 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요. 9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정규직과 2천만 원의 비정규직이 함께 하기, 대단히 쉽지 않은 거죠. 그런데 저희 유통업체 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이랜드 홈에버 같은 경우에 정규직 급여가 여성이 한 1천 4백만 원입니다. 비정규직은 1천만 원이예요. (차이가) 크지 않고요, 그것도 보너스 차입니다. 실제 기본급 같은 건 거의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보너스 받을 때나 명절 때 좀 서운하지, 서로 간의 동질성이 기본적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정규직 비정규직이 단결될 수 있는 요건이, 업종 특성 때문에 그리고 전체가 다 저임금 노동자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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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업계 최초의 매장 점거 파업투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지역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연대의 힘이었다.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투쟁 당시 조합원들의 모습  ▷ 매일노동뉴스 ]

진정성으로 쌓아 온 지도부의 신뢰

또 하나 간과하지 않아야 될 것은 지도부의 노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뉴코아노조는 전형적인 유니언 숍입니다. 전원이 정규직인 유니언 숍인데, 외주화 문제를 시작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싸안을 수밖에 없던 시기에 대부분의 정규직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선택에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이 비정규직 문제 싸안으면 힘든데(어떻게 하겠느냐 그런 거죠). 그 문제에 대해 뉴코아노조 지도부가 당시에 굉장히 어려운 과정들을 통해서 교육하고, 결국은 박양수 당시 위원장이 집회에서 -저도 그거 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요- 무릎을 꿇고, “비정규직 함께 싸워야 된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렇게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보인 굉장히 진정성 있는 모습들, 이런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입시켰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여러 가지 인식들도 더 바뀌게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랜드일반노조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정규직들의 요구를 양보하면서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단협으로 쟁취해낸 과정들이 쭉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비정규직들의 노조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두터웠습니다. 그래서 이랜드가 인수한 이후에 비정규직들의 노조 가입이 굉장히 많이 이뤄졌고, 저희 투쟁을 앞두고서도 월드컵분회 같은 경우 100명 이상이 집단 가입하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파업 투쟁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비정규직 철폐해라”로 했으면 못했을 것

결국은, 시의성이 있긴 했으나 어떤 측면에서는 투쟁 주체들이 준비된 만큼 가능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업종의 특성도 있었고, 정규직 비정규직 함께 해 온 관행들, 이런 조건 속에서 시민 연대가 확장이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이것 때문에 연대가 확장됐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비정규직 철폐해라”, “비정규직보호법 개선해라” 이렇게 했다면 저는 연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요구를 중심으로는 싸울 수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저희 요구는 쉽게 얘기하면 ‘고용보장’과 ‘차별 시정’인데, “비정규직보호법 취지대로 하라”는 거죠, 취지대로. 2년 넘어가면 정규직화하고 최소한의 차별시정해라.

그래서 세간에서 얘기하듯이 비정규직보호법의 문제점을 저희가 제기한 건 전혀 아닙니다.  단지 이랜드 자본이 악용했기 때문에 문제제기했을 뿐이고, 오히려 비정규보호법을 저희도 활용해서 “이 취지대로 해라, 너희들 노동부, 그렇게 좋은 법이라고 한다면, 이랜드는 이것도 지키지 않고 있는 거 아니냐” 그랬던 거죠. 그런데 이게 현장에서도 공감을 얻었던 겁니다. 

저희가 비정규보호법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투쟁 전에 조합원들에게 정말, 교육 많이 했었습니다. 파업 준비는 시원찮았지만, 비정규보호법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비정규보호법 자체가) 문제점이라는 면도 교육을 했지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많이 교육을 했고, 그런 것들이 실질적인 요구로 받아들여졌다는 거죠. 굉장히 현실적이고 절박한 요구라는 공감대 때문에 저는 이런 연대가 확장될 수 있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그리고 유통업종은 특성상 대부분 전국에 편재해 있고, 시민과 직접 접촉하는 사업장이고, 특히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입니다. 비정규직이 70~80% 이상이기 때문에……. 한편으로 이런 특징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가 갖고 있는 폭발력이 이랜드·뉴코아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역적 이익, ‘회장님’의 공로, 취약한 조직력의 역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서울’에서 싸웠기 때문에 연대가 이렇게 확장됐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방에서 싸웠다면 이런 전국적인 연대, 이런 사회쟁점화가 됐을까, 그렇지 않았을 거다는 거죠.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에 의해서, 서울이라고 하는 정치·사회·경제의 중심지에서 거대한 매장이 멈추었다는 것. 이게 너무나 상징적인 투쟁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좀 몰두하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중파가 직접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중계를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가능했다고 생각을 하고요. 점거 투쟁 자체의 폭발력, 이런 것들이 많이 주목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성수 회장의 ‘공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성수 회장이 아니었다면 이 투쟁은 아마 이렇게 연대가 확장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랜드가 워낙 M&A 성공사례로도 많이 논의가 됐던 사업장이기도 하지만, 박성수 회장은 기독교계에서는 언터처블(건드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가장 선망받는……. 그렇게 어려움을 겪고도, 작년 연말에 기독교계 대표적 잡지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가장 존경할 만한 크리스천 정치인 이명박, 가장 존경할 만한 크리스천 기업인 박성수,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이럴 정도로 사실 알게 모르게 관심의 초점이 됐던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대와 관련해서도 좀 증폭이 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저희 같은 경우는 워낙 노조 자체가 조직력이 취약하다보니까, 이랜드노조는 오히려 활동가들이 결합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았어요. 저희가 많이 요청도 했고. 저희가 민주노동당을 찾아간 이유도 그런 이유였고요. 그래서 사회적 연대나 노동연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사실) 다 별로 없죠. 너무 깊이 연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랬으면 아 못했을 거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저희로서는 역량도 취약하고 이랬기 때문에, 지역의 활동가들이나 각 부문의 활동가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동지들 같으면 다 회의로 결합하도록 하고 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후에 큰 힘이 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대의 성과, 어떻게 수치로 재겠습니까?

연대의 성과 관련해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릴 것은, 함께 농성하고 투쟁하다 구속되고 수배되고 부상당한 많은 동지들, 옥중에서나 출소해서도 변함없이 저희 투쟁 승리를 위해 마음을 다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신 동지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려야 합니다. 개인이나 조직으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도 오히려 우리 조합원들 격려하고, 투쟁 길어진 걸 자기 책임으로 여기며 미안해하는 모습이, 저나 조합원들 마음 여러 번 울렸습니다. 특히 투쟁과정에서 다쳤는데도 전혀 챙기지도 못한 많은 동지들을 생각하면 정말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게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성’ 있는 연대. 이랜드·뉴코아 투쟁 하면서 얻은 성과라면 그거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신 투쟁이니까 더욱더 그랬던 것 같고요. 거의 2년 동안 지속돼 온 월드컵 홈에버 금요문화제만 해도 그렇죠. 저희가 파업투쟁 시작할 수 있었던 거점이 월드컵 홈에버 아니었습니까? 그 홈에버 조직화에도 크게 기여했던 월드컵 지역대책위원회 동지들이 주축이 돼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어온 문화제는 그 자체로 정말 감동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금요문화제는 조합원들 힘들 때마다 늘 힘 받게 해줬고, 조합원들에게 연대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를 일깨워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주민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지역 명물로 자리잡아가고 있고요. 특히 두어 달 전 빗속에서 진행된 그야말로 ‘광란의 문화제’는 정말 흥겨웠고 재미있었더랬습니다.

오가는 길마다 들러서 천막농성장 지지방문하고, 과일·과자 같은 먹거리를 수십 차례 시도 때도 없이 가지고 온 동지도 있습니다. 실명을 밝혀도 될지 모르겠지만(웃음), 현대자동차 판매지부의 최종배 동지라고 계십니다. 우리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더 감동일 수 있겠지만요, 늘 잔잔한 미소로 우리 투쟁 지지해주는 모습, 뭐라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일상적인 연대’가 이런 것이구나 느낌을 받았고요. 일상적 연대라는 말이 나왔으니 하나 더 말씀드리면, 저 구치소에서 나오고 나서 우연히 투쟁기금 입금 통장을 봤는데 말이죠. “힘내세요”, “투쟁 승리” 같은 익명으로 수십만 원에서 백여만 원까지 입금된 내역이 쫙 찍혀있더라고요. 가슴이 콱 막히면서 얼마나 찡했는지 모릅니다. 잊지 않고 챙기는 거, 잊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함께 하는 거, 그런 연대를 받고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합니다.

연대 성과 바탕으로 홈플러스와 신중하게 교섭 중

그리고 저희가 이랜드 홍콩증시 상장 때 원정투쟁 갔던 거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홍콩원정투쟁 일주일 동안 계속 함께 했던 홍콩노총 지도부 동지들과 홍콩 사회단체 동지들도 있습니다. 삼보일배, 단식, 선전전, 기자회견, 간담회 등등 그 때 저희가 홍콩 가서 참 다양하게 했는데, 그 동지들 아니었으면 정말 할 수도 없고 시도도 힘들었을 겁니다. 국경을 넘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걸 실감하게 됐죠. 귀국하기 며칠 전에 유일하게 한 번 회식을 했는데, 말은 안 통해도 진정으로 의기투합이 되더라고요. 아마 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술자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대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현재 계속 홈플러스 사측과 교섭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제 하고 싶은 말을 좀 해야 할 테니(웃음) 미리 상황을 좀 말씀드리자면, 10월1일 홈플러스가 완전히 경영권을 넘겨받고 나서 2차례 집중교섭 마치고 3차 집중교섭 앞두고 있고요. 외주화나 비정규직 고용보장, 차별시정 핵심요구 관련해선 합의에 이를 정도로 진전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계약 해지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복직 문제,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는 파업 과정 중에 생긴 징계해고자 복직 문제, 파업조합원에 대한 경제적 피해보상 문제들과 관련해서 이견이 워낙 커서 일괄타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좀 답답한 상황이고요. 조합원들의 생계고 등을 감안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타결한다는 목표 아래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하면서 홈플러스를 좀 더 압박할 수 있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대사관 앞 1인 시위, 홈플러스 매장 앞 집중 선전전, 그 밖에도 집회나 문화제, 다양한 여론전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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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일반노조는 연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홈플러스 압박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고 있다. 6월 13일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교섭 촉구 집회  ▷ 이랜드일반노조 ]

“조합원 설득 못 한다”던 어느 대기업 노조의 씁쓸한 변명

이제 좀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말만 좀 한 것 같은데요. 노동운동의 연대와 관련해서 극복해야 하는 건……. 제가 사실 할 얘기는 참 많이 있었는데 정리가 잘 안 된 것도 있고, 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특히 노동 내부의 연대와 관련해서는 말씀드렸듯이, ‘진정성 있는 연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에 -민주노총 생계비 모금률이 70%가 넘는다는 데 대해서 굉장히 기록적인 모금을 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 노조와 관련해서는, 정말 “아 이게 소위 말하는 ‘대공장 노조’, ‘민주 노조’로 얘기되는 노조의 한계구나” 하고 느꼈는데요. 현대자동차노조, 금속(소속)인데……. 저도 직접 찾아갔고 주위에서 정말 애를 많이 썼습니다. 왜냐면 기아자동차까지도 이랜드·뉴코아 기금을 냈었고, 대공장 사업장 중에서는 특기할 만한 게 현대자동차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역본부장도 굉장히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결국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까 그 이유가, 이랜드·뉴코아 투쟁기금을 내면 그 전에 내지 않았던 민주노총 비정규조직화 기금도 내야 하고, 지역본부에서 요청하고 있는 기금들도 다 내야 된다, 조합원들 설득할 수 없다, 대의원들 설득할 수 없다, 지도부 자신 없다, 이게 이유였어요. 그래서 그 때 그 지역의 우리 분회장이 격분해 가지고 굉장히 흥분하고 이런 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걸 보면서 굉장히 서글펐습니다. 

소위 민주파 집행부로 구성된 민주노총 최대 단위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인 이랜드·뉴코아 투쟁기금 납부를 하지 않았을 때, 말로는 ‘비정규직 철폐’, ‘노동해방’을 입에 달고 다니는 활동가들이 지도부가 되었는데도 공조직 결정사항도 이행하지 않고 많은 단위와 동지들의 노력에도 아무 소용없었을 때, 정말 분노했고 참담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내지 않는다면 이해하지만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정서……. (현대자동차 자신의) 사내하청도 비정규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데……. 이렇게 비켜가는 모습 보면서 아 이렇게 해서는 정말 못 이긴다, 현대 자본도 못 이긴다, 이런 절실한 생각이 좀 들었는데, 어쨌든 진정성 있는 연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좀 하고요. 

앙상한 정파 대결구도, 시정잡배가 더 낫다

이제 좀 더 노동 내부 연대(에 관해) -제가 시민사회 연대에 관련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면, 저는 솔직하게 좀 얘기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습니다. 뭐냐면, “비정규직 문제 연대 문제, 너무 심각하고 중요하고 우리 운동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사활적인 그런 중요한 부분이다”라는 건 다 인정하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게 왜 안 되는 거냐? 저는 ‘솔직하지 않기 때문에’ 는 생각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연대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어렵지만 이겨야 될 게 뭐냐, 먼저 민주노총 정파 대결구조, 정파 담합구조 이런 거부터 깨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1년 수개월 동안 투쟁해오면서요, 이놈의 정파구조 때문에, 이것 때문에 저희, 굉장히 어려움 많이 겪었습니다. 도대체가 일이 잘 안 돼요. 정파가 나누기 시작하면 일이 안 되고 -저희는 정파가 없기 때문에 그나마 좀 자유로웠지만- 한 번 또 꼬리표로 낙인찍히면 일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가지 부담과 짐을 안게 됩니다.

이런 겁니다. 어쩌다보니 제가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됐습니다. 그 후 싸늘해진 상급단체와 일부 주변 활동가들의 태도를 봤을 때, 평가할 건 평가하고 잘못은 지적하고 시정해야 하는 게 맞지만, 투쟁의 승리를 위해 투쟁주체를 지원하고 적극 연대해야 하는 원칙은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걸 봤을 때는, 차라리 시정잡배가 더 낫겠다 싶은 생각에, 소위 ‘운동판’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투쟁 주체의 요청을 묵살하면서까지 투쟁기금을 제대로 지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는 모든 기대를 접기도 했었고요.

한 번 결정하면 함께 하고 역량만큼 같이 나누고, 또 같이 그런 아픈 상처에 대해서는 쓰다듬어 주는 이런 것들이 좀 함께 가야 하는데, 저는 이런 것들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게 정파 대결구도라고 생각합니다. 정파는 의미가 있으나, 대기업이나 담합구조 이건 정말 부숴야 된다는 겁니다. 현장조직이 어디에 속했든 상관없이 이런 문제들이 특히 큰 데 가면 더 많이 드러납니다. 더더군다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게 정규직 이기주의와 맞물려 가지고요, 정말 앙상하고 위악스럽게 드러납니다.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봤고요, 투쟁 과정에서……. 그래서 이것만큼은 반드시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징’이 중요한가, 주체 문제의 ‘해결’이 중요한가

그 다음에 당사자의 처지와 입장을 고려해서 정치력을 키우고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희 조합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뭐냐면 첫 번째, ‘상징’이란 말 싫어합니다. 상징이라는 말. 예, 상징. “비정규투쟁의 상징이다” 이 말 되게 싫어합니다 이것 때문에 길어졌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두 번째로 “비정규직 폐기를 선도하고 있다”, 굉장히 싫어합니다. 우리가 무슨 비정규법…… 관련도 없다, 오해하지 마라는 거죠. 그리고 세 번째로 “민주노총 배후조종”. 제일 싫어하는 게 이 세 가지예요. 

연대의 뜻을 국어사전 찾아보니까 여럿이 함께 일을 하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게 “함께 책임을 진다”는 건데요. 이기는 연대를 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연대투쟁을 하다보면 이런 게 있습니다. 연대를 많이 받으면 ‘상징’이 돼요. 근데 상징이 되면 있잖아요, 현장의 요구와는 괴리된, 굉장히 추상적이고 굉장히 정치적인 요구, 이런 것들이 더 부각이 됩니다. 나중에는 타협하려고 해도 활동가들 눈치 보느라고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이기는 연대’를 해야만 그런 문제도 잘 해소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연대 확장에만 애를 쓰다보면 실제로 조직은 남은 게 없고, 그렇게 실제 노동조합은 다 붕괴되어 버렸는데 의미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그런데 또 굉장히 과도하게 평가되는, 이런 것들이 있어서 저는 이런 불균형을 극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좀 이길 수 있는, ‘실사구시 연대’를 해야 한다, 이런 고민이 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노동조합 주체들도 고민을 해야 되고, 시민사회단체에 계시는 분들도 같이 고민을 해서 대항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게 비정규직 당사자로 가면 특히 그렇습니다. 너무나 소박하게 시작한 투쟁인데, 이게 정말 우리 요구하고는 다른 지형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목표가 아니었거든요. 연대를 하자는 게 우리 목표가 아니었잖아요. 원래 목적은 ‘자기 문제 해결’이었는데, 이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조합원들이 좌절하고 복귀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어쨌든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둔다면 민주노총이나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도 ‘당사자, 비정규직 입장에서 그러면 뭐가 좋겠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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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비정규직 할당으로 비례대표에 출마했다. 지난 3월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기자회견 모습  ▷ 매일노동뉴스 ]

‘정규직 이기주의’를 깨기 위해서

연대하는 건 좋은데, 활동가들이 투쟁 주체들의 입장이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함부로 개입하거나 조직 내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총회 등에서 공식 결정이 됐는데도 그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폄하하거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일들. 이런 건 소박하지만 절박하고 인간적인, 조합원들의 요구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요구 자체를 추상화시키는 겁니다. 그것도 매우 무모하게 주관적으로. 이렇게 비민주적인 태도에서 비롯되는 잘못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사회연대전략’, 저는 이거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규직, 양보해야죠. ‘정규직 이기주의’라고 하는 이데올로기는 깨야 되지만, 정규직의 양보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거든요. 가장 큰 책임은 정권과 자본에게 있지만 2차 책임은 정규직한테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그 2차 책임을 비켜가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당사자 처지에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총 지금 어리바리한 상태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난다는 겁니다. 지금 중앙에서 비정규직 담당 상근자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정규 사업을 다 왜 이렇게 그만두고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활동가들 비정규 사업, 잘 안 하려고 합니다.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전 이런 것들을 좀 깊이 있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또 조금 엇나가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우리 여성조합원에게 치근덕대다가 제가 직접 경고하고 아예 투쟁대오에서 격리시키고 쫓아낸 남성활동가도 있었습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조합원에게 연대라는 이름 걸고 와서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은 주체들의 상황이 어떻든 얼마나 힘들든 전혀 고려 안 한단 얘깁니다. 이런 일들은 여러 맥락에서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 땐 정말 화가 나기보단 우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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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일반노조가 홍콩원정을 떠나던 4월30일 기자회견장에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응원을 왔다.  ▷ 참세상 ]

‘페이퍼’ 속의 변화로는 실천적 모범사례 불가능하다

그 다음에 현장과 지역에서 다시 출발해야 되는데, 저는 작은 사례부터 만들어 보는 게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랜드·뉴코아도 했는데 왜 다른 데는 못할까? (하는 겁니다.) 이랜드·뉴코아는 정말 조직력이 취약한 곳이예요, 금속이나 공공에 비해서는. 그리고 활동이 없습니다. 저희, 거의 없어요. 그럼 수천 명의 활동가가 있고 상근자가 정말 많고, 그리고 축적된 투쟁 역량도 있고 정책 역량도 있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의 자기 계기와 관심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왜 그런 조직들은 이런 싸움 못할까 비정규직 문제 가지고. 그런 곳에서 투쟁을 한다면 훨씬 더 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 쉽게 쟁점화될 수 있는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이랜드·뉴코아도 있는데 해야 된다, 그런 실천적인 모범사례들을 좀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촛불로부터 좀 배워야 된다는 생각이 좀 많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운영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부분, 이런 것들을 어깨에 힘 빼야 된다, 그리고 정말 많이 바꿔야 된다, 그러니까 말로만 바꾸지 말고, 페이퍼 속에서 바꾸지 말고 실제로 바꿔야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제는 연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또는 연대가 필요한 제 사회적 의제와 관련해서 주체들이 아마 점점 더 주도권을 잃어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 촛불과 관련해서는 저희 김경욱 위원장이 “촛불 보며 절망을 느낀다” 해서 좀 여러 가지 파장도 일으키고 했었는데, 사실 제가 촛불을 참가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뭐냐면,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 비정규직 요구 이런 것들은 거기서는 굉장히 데면데면해요. 피켓은 용서하는데 구호 외치면 용서가 잘 안 되는, 눈총을 받아야 되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사회 경제적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촛불도 굉장히 한계가 있구나 하는, 이런 걸 되게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투쟁사업장들 함께 하면서. 

처음에는 굉장히 힘 받았는데, 나중에 가면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그건 아마 정규직 비정규직 막론하고 노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동지들은 비슷한 느낌이 있었을 텐데, 저는 그거는 같이 좀 접근하고 바꿔야 된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촛불도 이런 생존권 요구,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요구, 이게 삶의 요군데 여기에 좀 더 천착해서 의제를 확장하는 작업이 있어야 되고, 주체는 주체대로 이런 노력들을 좀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있습니다.

가슴으로 하는 일상적 연대여야 한다

하여튼 제가 좀 두서없이 그냥 말씀을 드렸는데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로, 저는 연대는 가슴으로 하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로. 이건 머리로 해서는, 머리도 필요하지만 정말 가슴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그 연대의 의미가 살아남고 성과로 고정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실 연대와 관련해서 투쟁사업장들이 연대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왜냐면 공조직 상급단체나, 더욱 힘 있는 노조들이 사실 연대의 주체가 되는 게 마땅하거든요.

저희 홍콩원정투쟁 떠나던 4월30일 당일에, 이랜드 그룹 신촌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륭 동지들이 왔더라고요. 최장기 투쟁사업장이던 기륭의 동지들이 미안해하면서 투쟁기금 10만원을 전달하는데, 너무 마음이 시리고 고맙더라고요. 차마 받을 수 없는 돈이어서 안 된다고 안 된다고 고사했는데, 결국은 기륭 동지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았습니다. 같이 있던 저희 간부들 모두 눈시울 붉어지고 저도 눈물 감추느라고 혼났고요. 개인적으로 힘들 때마다 그 때 기륭 동지들이 수줍게 돈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로 큰 힘이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뉴코아노조가 합의한 뒤 일부 활동가들이 함부로 뉴코아 동지들의 투쟁을 최악의 표현으로 평가하는 것도 정말 가슴 아픕니다. 연대라는 건 동지애, 인간애가, 기본, 근본인데, 가장 열심히 싸운 동지들의 투쟁마저도 함부로 ‘평가’라는 이름으로 난도질할 때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끼고요.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연대를 요청하고, 사회적인 어떤 계기를 맞아서 연대가 확장되는, 이거는 어떻게 보면 악순환입니다. 사실 이거는 별로 권장할 만한 그런 사례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랜드·뉴코아 사례조차도.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천착해서 이제는 제대로 된, 그런 좀 일상적인 연대,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마치겠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