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7년 정세 전망
2017년 매우 불확실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지형은 탄핵심판과 대선, 헌법 개정이 맞물려 있어 그 결과에 따라서 상황이 요동칠 수 있기에 불확실하고 변동 가능성이 열려있다. 대통령 탄핵 가결로 조기 대선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시기에 따라 대선 일정이 결정되는데, 2월 말 현재 대선후보 구도는 연일 바뀌고 있으며, 다당체제로 바뀐 국회구조 하에서 대선 직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여소야대 구도 아래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여기에 개헌론까지 겹쳐 정치지형은 복잡하고 가변적이다.
경제환경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대내외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세계경제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과 비관세장벽 강화는 물론, 미국의 단계적 금리인상 예고로 금융시장의 변동 폭이 커지고, 금리인상이 1,300조 원이 넘는 국내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경우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2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제조업의 재고증가‧가동률 하락으로 인력구조조정이 예견되고 있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초반(경우에 따라 1%진입 가능성)으로 제시되는 등 저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회적으로는 박근혜 탄핵 정국 하에서 재벌과 보수권력 간 유착의 결과로 나타난 노동개악 등 ‘적폐 청산(재벌(정경유착), 검찰 및 언론(불공정), 외교통일정책(역사교과서, 사드, 개성공단))’이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우선 과제가 되었다. 적폐 청산은 탄핵 및 조기 대선과정에서 일시적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으나, 차기 정권에 대한 여론의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사관계는 불안정하고, 노사갈등 요인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정적인 경제전망과 대선국면이라는 불확실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으며, 구조조정 확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의 지속, 노동시간 관련 대법원 판결과 대선 이후 주요 노동관계법 개정 국면 등 각종 변수가 겹쳐 실업률은 상승하고 노사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 자동화 등 기술진보에 따른 제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급격한 일자리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까지 정세를 종합해 볼 때 한국노총이 직면한 정세는 여전히 엄혹하다. 노동개악 폐기와 노사‧노정관계의 개선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서 조기 대선 국면 진입 이전에 노동개악을 중단‧폐기하고자 한다. 또한 탄핵 결정과 조기 대선, 새 정부 출범으로 이어지는 2017년 질풍의 정세 속에서 노동개악 등 적폐청산, 노동존중과 경제민주화 등 경제사회 개혁과제를 완수시켜 노동존중 평등복지사회의 기초를 만들어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2. 한국노총의 활동기조와 운동방향, 주요과제
한국노총은 2017년 활동기조를 ‘투쟁과 연대’를 통한 ‘개입과 견제’로 세웠다.
2017년을 시기별로 분류하면 첫째, 3월 초‧중순까지는 촛불정국 하에서 헌재 탄핵 결정까지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노총은 국민 촛불항쟁의 목표인 헌재 탄핵인용, 노동개악 중단‧폐기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2016년부터 이어 온 ‘투쟁과 연대’의 기조를 유지한다.
두 번째 시기는 조기 대선 과정으로 5월 초‧중순으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 대선정책 어젠다 세팅, 대선방침 수립 등의 준비, 개헌에 대한 한국노총의 기본입장을 정리‧수립하는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하여 2월15일 중앙집행위원회 이후부터 대선 전까지는 대선기획단을 구성‧운영하고, 모든 역할을 총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대선후보들에게 한국노총의 대선정책 요구사항을 요청하고 이를 검증하며, 100만 조합원 총투표로 친노동 후보를 정하여 전략적 제휴방식의 정책연대를 수용‧관철시키고, 대선전(戰)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새 정부의 밑그림과 기본토대를 구축하는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세 번째 시기는 대선 직후부터 시작되는 새 정부의 출범이다. 새 정부의 정책편성과 최우선 국정과제에 한국노총이 제기하는 개혁과제가 중심적으로 포함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새 정부 출범 직후 최우선 국정사업으로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추진, 사회적 대화체제의 재구축, 대정부‧대국회 정책협의채널 확보를 목표로 했다. 이와 더불어 ‘노동’과 ‘사회개혁’의 과제를 결합한 대국민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사회 연대를 통한 범노동 시민사회 진영이 지속적인 여론화, 공론화를 해나가는 것은 물론, 대국회‧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통해 제도개선을 달성해야 한다.
한국노총의 2017년 운동방향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확실하고 변동 가능성이 높으며 불안정한 정세 하에서 한국사회 노동을 대표하는 제1내셔널센터로서, 비정규직‧미조직노동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를 중심으로 조직노동의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를 위해 불안정,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3가지 연대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현장 임단투와 연계한 연대교섭이다. 단위노조 임단투에 있어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의제를 필수교섭 요구로 제기하고, 이를 쟁취하는 현장 연대교섭을 전개할 계획이다. 둘째, 노동과 시민 연대를 통해 범사회적으로 ‘노동개악 등 6대 적폐 청산’, ‘비정규직과 차별 없는 일터 만들기’, ‘최저임금 대폭인상(1만원)’ 등을 추진한다. 셋째, 노동과 새 정치권력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경제민주화, 복지사회, 노동기본권 보장 등 ‘경제사회 노동개혁과제의 정책 및 제도개선’을 추진‧쟁취할 방침이다.
2017년은 대선 공간이라는 역동적 정치 지형과 맞물려 87년 헌정체계의 개편을 앞둔 전환기이자, 보수권력-친재벌 간의 정경유착-반노동체계를 심판하고, 이명박근혜 9년간 보수정권의 반노동정책을 청산하며, 노사관계 질서 회복과 노동존중 평등복지사회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한국노총은 조기 대선 국면 속에서 노동기본권 및 현장 교섭력 강화를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하여 정부의 2대 지침 무력화 및 폐기, 재벌 특혜 입법청산과 경제민주화법 및 복지사회 실현, 노조법 전면개정, 새로운 노사관계 재편 등의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노동운동 관점에서 한국노총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정규직(기간제, 파견, 파트타임 등), 사내하청, 특수고용직 등으로 다변화되는 모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대표조직이요, 사회연대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노사관계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연대 기능의 상실에서 비롯된 저성장‧저고용‧노동시장 양극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비전을 제시‧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 한국노총의 주요과제는 첫째, ‘친재벌-반노동 청산’을 위하여 △재벌의 뇌물 상납을 대가로 추진된 5대 노동악법 및 불법 2대 지침의 폐기, △공공부문 및 공직사회의 성과연봉제‧퇴출제 도입 정책 폐기,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을 중단시키고, 둘째, ‘국제수준의 노동권 확보’를 위하여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 △타임오프 전면개정 등 부당한 노동조합 활동 제약 및 쟁의권 억압의 해소, △초기업단위 교섭 촉진 및 협약 적용률 확대, △ILO협약 비준을 확대하고, 셋째,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실현’을 위한 △미조직․취약계층노동자 보호 및 지속가능한 노사관계 실현을 위한 노동회의소법 제정, △사회적 대화기구 전면 개편 및 중층적 노사관계 기반 조성, △민주적 종업원대표제도로의 개편, △노동자 경영참가를 통한 산업민주주의를 실현하며, 넷째, ‘현장 단위 노동권 회복 및 연대교섭 실현’을 위해 △정부의 2대 지침 무력화 및 고용안정 쟁취, △사업장 단위 인사․경영참여 확대, △노동시간 단축․일자리 나누기․노동과 삶의 질 제고, △비정규직과 외주용역 차별 철폐․정규직 직접고용․연대교섭을 실천할 계획이다.
세계경기 둔화, 주력산업 저조 등으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어 전방위적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바, 총노동 차원의 총고용보장 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한국노총은 ‘구조조정과 고용안정’에 있어 △부실기업과 경제위기 원인규명 및 책임자 처벌, △노동시간 단축과 총고용 보장(일자리 나누기), △실업급여 확대 및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사회안전망의 획기적 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소득불평등과 임금격차 확대, 저임금노동의 확산을 개선하는 유력한 수단은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국민과 함께하는 최저임금 협상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위한 정치‧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국회 결정권고 및 법 개정(2월 국회), △최저임금 주간 및 기금 조성, △청년‧학생‧비정규직과 함께하는 최저임금 캠퍼스 캠페인, △최저임금 당사자 비정규직 증언대회 등의 사업을 계획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경제‧사회는 물론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까지 저해한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주된 투자가 금융상품에 집중되어 금융시장 변동 시 막대한 기금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통한 복지국가 건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연기금의 공공투자 확대를 대선 정책의제로 정하고 새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하도록 참여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 547조 원의 연기금 중 5년간 125조 원(연간 25조 원)을 공공사회서비스 인프라에 투자하여 보육, 요양, 보건의료, 임대주택 등 공공분야에 투자하게 되면 ①공공임대주택, ②국공립 보육 및 장기요양 기관을 총괄하는 사회서비스공단, ③국공립 병의원 및 건강생활지원센터를 총괄하는 공공보건의료공단을 설립하고, 총 200만개의 신규 및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분야에 있어서는 출퇴근재해 인정, 중대재해처벌법, 산재 인정범위 확대, 적용대상 확대 등 주요 정책 및 제도개선과제를 추진하고 달성하는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노동입법과제의 제도화는 탄핵 국면인 2월 국회부터 노동개악 중단을 위한 국회의 결의를 이끌어 내고, 국민적 공감대가 큰 최저임금법, 국민생명‧안전관련법의 개정 등 시급한 일부과제의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대선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6월 또는 8월 국회(이후)에서는 주요 노동관계법 및 민생과제 입법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2017년 상반기에는 조직적으로 100만 조합원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대선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2월23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주요 사업에 대한 심의‧의결 직후 3월부터 지도부 및 사무총국 간부 현장순회 및 조직화, 3월 말 전국 단위노조대표자대회, 5월 메이데이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서 100만 조합원의 힘을 결집하고, 정치권 및 대선운동 공간에서 노동존중, 노동가치를 전파하는 활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대선 이후 열리는 국회에서는 노조법 등 주요 노동관계법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투쟁에 임하고자 한다.
아울러 한국노총의 조직 확대를 위해 사무총국의 기본체계를 정비하여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을 설치하였고, 현장 내 미조직단위의 조직화‧중소영세비정규‧청년 등 미조직사업장 조직화, 중간노조 조직화 등 조직 확대사업을 최우선적으로 병행할 계획이다.
사회적으로는 불평등‧양극화 해소, 재벌중심 사회 개편을 위한 노동과 시민사회 간의 범사회적 연대를 구축하고, 자주적 외교권 확립, 평화적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상 건립 등 대중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3. 마치며
한국의 경제‧사회는 불안정, 불평등, 불공정으로 대표되는 ‘3불 시대’에 접어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래 한국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밑그림과 각종 정책 및 제도개선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권위주의적인 정치권력을 배제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인수위 과정에서 임기가 개시되고 조각‧개각을 하는데 2개월가량 소요될 것이므로, 임기 초에 국정 추진 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직후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열어 지속가능한 한국 경제‧사회를 목표로 노동존중과 경제민주화를 축으로 하는 소득‧임금주도 성장, 복지인프라 정비‧확대, 양질의 일자리 보장, 노동존중을 위한 기본권 확대 및 노동자 보호제도를 논의해야 한다. 더불어 국회가 조각‧개각 시점에 맞추어 이 사회적 합의 결과를 제도화하도록 논의를 제기‧견인하고, 참여전략을 세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격변기이자 전환기인 2017년, 한국노총은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결사체이자 한국사회 최대 민간조직으로서 100만 조합원의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2천 만 전체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리를 확대하여야 할 역사적 책무를 부여받으며 당당히 선언한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은 100만 노총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