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며 키우는 연대의 씨앗

노동사회

공부하며 키우는 연대의 씨앗

편집국 0 2,866 2013.05.29 11:09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에서는 현재 몇 팀의 학습소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이른바 <세계노동운동사 세미나팀>. 첫 소모임은 2007년 6월 만들어졌다.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활동가, 철도노동자, 현직 교사 등 각기 일하는 곳이 다른 사람들 몇 명이 “공부 좀 하자!”고 뜻을 모았다. 한 달에 두 번 어김없이 모여 함께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1년이 훌쩍 넘어 햇수로는 3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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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3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세계노동운동사 학습소모임에서 마련한 김금수 명예이사장 특별강연 모습  ▷ 노동사회 ]

현실을 비추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이 소모임은 김금수 한노사연 명예이사장이 집필 중인 『세계노동운동사』 원고를 받아 돌려 읽고 모인다. 한 번 모일 때 읽고 오는 원고는 대개 약 30~40페이지 분량이지만, 내용으로 보자면 30~40년의 역사일 때도 있고 때로는 100여 년 가까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일 때도 있다. 이 소모임의 시간 여행은 자본주의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임금노동제도가 발생한 때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단지 과거로 거슬러 가보기 위해서가 아님은 자명하다. 과거의 시간은 그저 먼 옛날의 시간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시간 속엔 수십 년, 수백 년 전에 역사를 만들었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고통과 투쟁, 그리고 패배와 승리의 순간들이 들어있다. 

우리는 그들과 우리가 얼마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지를, 또한 그럼에도 그들 삶의 고통과 투쟁은 현재 우리의 그것들과 너무도 닮아있음을 역사로부터 알게 된다. 우리가 이 소모임에서 읽는 것들은 한참 과거의 시간과 사람들에 대해서지만, 소모임에서의 토론은 주로 현재의 시간과 우리의 현실에 대한 것들이다. 100년 전의 기계파괴운동을 보면서 21세기 기술혁명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영향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혁명을 준비하던 혁명가들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가 어떤 시기이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들의 투쟁과 좌절, 그리고 성공적인 투쟁과 실패한 투쟁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의 지도를 그려보게 한다.   

구체적인 관계 맺기에서 싹트는 연대의 씨앗

하지만 소모임에서 심각한 공부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소모임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고, 모두 노동운동에 복무하고 있긴 하지만 주력활동의 분야도 조금씩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양상들과 생각들을 나누게 된다. 소모임에서는 피상적으로만 생각했던 다른 현장의 일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조금은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며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구체적인 관계 맺기, 바로 ‘연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노사연 세계노동운동사 학습소모임은 1년이 넘게 꾸준히 모임을 지속하면서 또 다른 학습소모임들의 산파 노릇을 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한 팀을 꾸려 같은 내용으로 공부하고 있고, 한노사연을 중심으로 또 한 반의 학습소모임이 꾸려졌다. 역시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노조에서 온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서로 진도를 비교하며 ‘선배’니 ‘후배’니 설왕설래하며,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도 아직 100년이나 남았는데, 2반은 이제 러시아혁명이나 발발했나?”라고 농담을 주고받던 소모임 세 팀은, 지난 1월31일, 김금수 명예이사장의 특강 자리를 만들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팀별로 따로 모이지만, 같은 주제를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뭉쳐보자는 의기투합이 있었다. 모두 세계노동운동사를 공부하는 모임들이다보니 세계뿐만 아니라 한국변혁운동의 흐름도 한 번쯤 점검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결국 이 세 팀은 분기별로 한 번씩 특강을 마련하여 함께 공부하기로 했고, 또 세계노동운동사의 격전지를 탐방하는 ‘역사 기행’을 함께 가기로 계획하고 있다.  

연대의 씨앗, 같이 만들어 봅시다!

소모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각과 동지애의 나눔은 소모임 안에서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함께 하는 다른 소모임들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단위의 사람들끼리 소통이 잦아지고 지속될 수 있다면 우리 노동운동에서 아주 작은 연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마도 같은 단위 안에서의 소모임이었다면 조직 강화의 기초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한노사연은 또 다른 학습소모임으로 저자와 함께 공부하는 <김금수의 간부활동론·노동운동론> 학습소모임을 새로이 구성 중이다. 4월7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모인다. 관심 있는 분들은 주저 말고 한노사연 교육국으로 연락주시길.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