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진단과 과제

노동사회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진단과 과제

편집국 0 7,155 2013.05.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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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0년 6월15일 민주당 김영환 의원과 전국공기업노동조합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의 주제 발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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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부터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을 위한 실천과제의 하나로 공공부문 개혁을 제시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년 반 동안 공기업 정책이 민영화, 통폐합 등 주로 외형적인 구조 개혁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내부 체질 개선과 시스템 구축으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선진화 정책 2년의 평가 자료에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가져 온 성과를 열거하면서 앞으로도 선진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부는 공공기관의 문제점 파악과 대안 마련을 위해 2009년 말 ‘공공기관 정책연구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집권 후반기 공공기관 정책으로 △상시적 경영평가를 통한 효율화,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선진화, △표준 연봉제도 및 임금피크제도 표준모델의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집권 초 공공부문 개혁을 국정의 주요 의제로 제기하였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현 정부의 개혁은 ‘작은 정부’론에 뿌리를 두고 추진된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추진 속도나 폭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공기업 선진화 정책은 그 정책 목표와 방향을 둘러싸고 커다란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 ‘촛불시위’에서 표출되었듯이 일반 국민들은 정서적으로 공기업 개혁에  대해 공감하지만 그 대안이 반드시 시장과 민간 기업에 맡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폭넓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예컨대 전기, 가스, 철도)의 질과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따라서 공공기관 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추진되었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공과를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할 것이다. 

2.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방향과 추진 경과 

MB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5대 국정지표’ 중 하나인 “섬기는 정부”의 실현을 위한 21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다. “섬기는 정부”의 내용을 보면, “첫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부의 역할을 재설정해 민간의 자율성을 증대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킨다. 이를 위해 중복된 정부기능을 통폐합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공공기관의 효율화를 추진한다. 둘째,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한다. 이를 위해 국가예산을 절약하고 정부 조직을 ‘국민을 섬기는 기능’ 위주로 재편하며 행정 규제를 혁파한다. 셋째,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관계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하도록 한다. 넷째, 지방이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분권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경제권역 단위의 광역개발을 추진한다.” 등이다.

국정과제에서 보듯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작은 정부’의 실현을 위한 △정부기능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와 통폐합, 그리고 △효율화에 착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공기관 정책 방향은 “공공기관 운영의 방만성과 비효율성의 극복”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하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다음과 같은 공공기관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향후의 공공기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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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감시와 견제의 부족으로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 불리며 방만한 운영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됐다. 참여정부 5년간 45개 공공기관이 신설됐고 인력은 2만 7천 7명이 증가했다. 공기업의 이윤은 줄어들었음에도 직원과 부채 규모는 동시에 늘어나는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 돼 87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6. 10), 비상임 이사로 임명된 95명 중 37명이 정치권 또는 관료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존립근거는 국민에게 최고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시장에 이양하고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은 정부가 운영함으로써 일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시장경쟁 여건이 성숙된 분야는 민영화하고, 민영화에 따른 보완대책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으로 존치하는 경우에도 코드인사 연결고리를 해체하고 성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백서(2008.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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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공기관 정책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보다는 청와대 주도로 추진되었다. 청와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공공기관 개혁의 4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공공기관 개혁은 596개 공기업?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모든 기관에 적용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공기관도 예외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히 민영화한다. 공기업 민영화에 있어 ‘네거티브 원칙’을 적용한다. “원칙이 민간이고, 예외적으로 공공부문이라는 뜻”이다. 셋째, 공공기관 개혁은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닌 관련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공공부문 영역이 확대돼 민간의 창의력 발휘 공간까지 구축(驅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넷째, 공공성이 인정돼 존치될 공공기관도, △지자체에 넘길 기관은 중앙정부 간섭을 배제하고 지자체에 이관하고, △유관기관과 통폐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때에는 적극적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목적 달성 등 역할이 불분명한 때에는 폐지?청산도 불사하고, △유지되는 일부 기관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이상과 같은 인식 아래 MB정부는 집권 초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공기업·공공기관의 일대 수술을 위한 로드맵을 추진하였다. 정부는 2008년 2월27일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통해,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종전 2원 18부 4처 18청 4실 10위원회 등 모두 56개 기관에서, 2원 15부 2처 18청 3실 5위원회 등 45개 기관으로 감축하였다. 또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민영화 중심의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구조 개편 추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병행하였다. 그것은 감사원에 의한 특별감사를 통해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부각하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으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되었던 기관장들을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은 촛불집회를 통해 표출된 민심 이반에 직면하여 기본계획이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5월22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은 ‘공기업 민영화 관련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건강보험, 수돗물 등의 민영화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발표했고, 전기, 가스 등의 민영화 역시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렇듯 공기업 정책의 일정한 방향 선회가 있었으나, 촛불시위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자 공기업 구조 개편은 다시 ‘원안’을 토대로 하여 입안되었다. 정부는 7월22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은 1차(2008.08.11)부터 6차(2009.03.31)까지 발표되었고 현재도 추진 중에 있다. 제1차부터 제3차까지의 선진화 계획은 공기업?공공기관의 민영화, 통합, 폐지 청산, 기능조정 방안들이 중요 내용이었고, 제4차 계획에서는 69개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제5차 계획에서는 총 330개 공공기관 출자회사 가운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거나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57개 출자회사를 제외한 273개 공기업의 매각, 폐지 청산, 통폐합 및 관리방안이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제6차 계획에서는 기타 제4차 계획에서 제외된 60개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 방안이 중심이었다. [표1]은 지난 2년 동안 추진되었던 선진화 정책의 주요 내용과 추진 현황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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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진단과 평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추진된 지 2년이 경과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공공기관의 비대화와 경영효율성 저하, 그리고 국민 부담을 이유로 공공기관 선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은 정치적으로는 공공부문이 가시적인 개혁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방만경영 및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을 자극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국가재정을 보충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임기 말까지 강력하게 추진 할 정치적 의제로서 유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 선진화는 공공기관의 종사자 및 노동조합에게는 인력감축에 따른 생존권 위협, 임금저하 및 복리후생 축소에 따른 경제적 지위 하락을 강요하고, 시민사회에게는 공공서비스의 질과 공공성 약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기에서는 선진화 정책을 6개의 주요 쟁점으로 구분하여 진단 평가하고자 한다. 여섯 개의 쟁점은 △민영화, △인력감축, △노사관계, △보수 및 직급 개편, △경영평가제도, △공기업의 부채 문제 등이다. 이들 쟁점은 선진화 정책이 목표로 한 경영의 효율성, 국민 편익 증대, 선진적 노사관계의 정착 등을 가늠하는 준거 틀이다.  

1) 정치적 지지자 위한 민영화, ‘보여주기’식의 통폐합·폐지 

MB정부는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안은 ‘민영화’라는 정책 기조 위에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가능한 한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자 했지만 촛불시위에 따른 국민 저항에 직면하여 초기 정책을 상당부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어쨌건 지난 2년 동안 민영화와 통폐합 그리고 기관 폐지라는 강력한 구조 개편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농지개량, 안산도시개발, 한국자산신탁은 매각되었고,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전력기술, 지역난방공사는 상장되었고, 한국토지신탁, 뉴서울CC, 88CC은 매각 공고가 완료된 상태이다. 또한 통폐합 대상기관 36곳은 16개로 통합되었으며, 14개 통합기관이 출범하였다. 그리고 노동교육원, 코레일애드컴, 부산항?인천항 부두관리공사, 정리금융공사 등 폐지 대상기관(5개)은 모두 폐지되었다. 

이러한 민영화와 통폐합·폐지 등의 구조 개편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현 정부는 “공기업은 비효율이며, 민영화는 선(善)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이 정책이 전제하고 있는 공기업·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의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 10년 간 공기업의 재무상황 분석을 보면,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공기업들의 경영성과는 민간부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1996∼2006년 10년 동안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21개 국내 공기업은 평균 11.9%였다([표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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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 세계적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민영화 정책의 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어 있지만, 어느 곳에도 민영화의 순기능만이 강조되지는 않는다. 김대중 정부 당시 민영화 정책에 대해 정부기관에서조차 ‘소비자 후생’ 및 ‘고용을 비롯한 중간재의 영향’에서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고, ‘생산자 이윤’ 측면의 효과만이 확인되고 있다. 

민영화 논의는 일단 해당 산업의 시장구조, 재화나 서비스의 성격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경제적 합리성’ 문제와,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요구 등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를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정태인, 2008). 하지만 현 정부는 초기부터 공항,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공기업과 가스, 전력, 지역난방 등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무차별적 민영화의 맹신에 빠져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발(發) 경제위기에 의해 산업은행, 우리금융 등 금융기관 민영화가 속도조절 중이고, 대우조선해양 등의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민영화는 예정대로 추진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의 필요성과 근거는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난방공사, 한전 기술과 한전 KPS, 가스 공사도 동일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MB정부의 선진화 정책은 주되게는 “공기업의 효율성과 성과 제고”를 표방하고 있으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즉, 현 정부가 시장주의적 접근을 옹호하는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공기업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참여정부 당시 공기업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코드 인사’를 비판해왔음에도,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기관장 및 임원에 대한 정치적 ‘보은인사’(낙하산 인사)를 반복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또한 폐지 기관으로 알려진 한국노동교육원을 비롯한 5개 기관은, 별다른 조정 없이 다른 기관으로 그 업무가 대부분 이전하는 방식으로 조치되었다. 이는 대표적인 ‘보여주기 행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2) 신규채용 막는 하박상후(下薄上厚)의 인력감축 

다음으로, 정부는 “방만경영”의 표상이었던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 정책을 추진하였다. 정책의 추진 결과 2009년 말 공공기관의 정원은 2008년 말 대비 1만 9,185명(7.3%)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는 정원 감축이었고 정원과 현원 간의 차이에 따라 인력 감축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는 크지 않았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공공기관의 신규 고용채용은 급감하였고, 앞으로도 정원 축소에 따라 신입직원 충원이 상당 기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표3], [표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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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표4]에서 보듯이 2009년 말 ‘정원’은 2008년 말 대비 1만 9,185명 감소하였으나, 2009년 말 ‘현원’은 전년과 비교해 16명이 늘어났다. 그 이유는 선진화 대상 기관들은 정원과 현원을 함께 줄였으나, 선진화 대상이 아닌 기관들의 현원이 증가하여 현원 감소 효과가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선진화 대상기관의 경우 2009년 말 정원 및 현원은 각각 전년 말과 비교,해 21.0천 명과 2.3천 명 감소하였으며, 향후 2012년까지 현원을 10.2천 명 축소할 예정이다. 2009년 공공기관 전체 신규 채용 규모는 8,524명으로 이는 2008년(1만 1,052명)에 비해 22.9% 감소한 수준이다. 정원 감축 현황을 보면, 상위직급보다는 하위직급의 인력 감축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도공사와 도로공사의 경우에는 각각 2급 이상, 3급 이상에서는 단 한명의 감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선진화 정책 2년 동안 정원은 감축되었으나 실제 인력 감축은 뚜렷하지 않다. 또한 인력 조정의 주된 대상이 하위직에 집중되어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지적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의 획일적이고 실적 위주의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경쟁력 강화에 역행하고, 기관과 노조의 반발만 더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10% 인원감축”의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조직 슬림화를 잘 해오던 기관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 역(逆)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이종훈, 2010). 

마지막으로 공기업의 정원을 감축하면서 고용 창출의 대안으로 제시한 청년인턴제는 사실상 단기간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확대하였을 뿐, 아무런 고용효과를 창출하지 못하였다.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따른 정원감축 계획으로 청년인턴의 ‘정규직화’는 불가능함에 따라, 청년인턴제도는 그 한계를 노출했다.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20개 대형 공공기관 중 청년인턴을 정식직원으로 전환할 기관은 거의 없고 신규채용도 3개 기관만 실시하였다. 

3) 책임지지 않는 정부 개입, 노사 ‘선진화’ 아닌 ‘파탄’만 부추겨

공공기관의 담합 구조가 공공기관 비효율성의 주범이라 판단한 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관계의 선진화 정책을 통해 ‘노사관계 정상화’(?)를 꾀하고자 한다. 공공기관들의 노사관계 항목의 외부공시를 시행했으며, 경영평가에 있어 노사관계 선진화 관련 평가 항목을 강화하였다. 또한 경영 측의 인사권을 침해하거나 노동조합의 과도한 개입 여지가 있는 단체협약안의 전면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2009∼2010년 공공기관 노사관계의 갈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 정책 수립, 예산편성지침, 경영평가제도의 운영 주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노사관계를 좌우하고 있지만, 노사관계의 책임 있는 주체로는 나서지 않고 있다. 

먼저 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자의적 기준으로 노사관계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보이지 않게’ 개입하고 있다. 예컨대 2008년 경영평가에서 정부와 경영평가단은 “노사관계 합리성”의 주요 평가내용으로, “△정부의 선진화 정책 수용, △노사상생(화합) 또는 무분규 선언, △단체협약의 ‘합리적 개정’(선진화·경영효율화 반영), △노사관계에서의 법과 원칙의 적용, △노조의 활동내용(상급단체 활동 등)” 등을 설정했는데, 이러한 세부평가 내용은 결국 공공기관 선진화·경영효율화 추진 과정에서 공공기관노조의 역할과 지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전제(즉, “방만경영의 공범”) 아래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박용석, 2010).   

한편, 기관 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로 자율적 노사관계가 파괴되고 있다. 2010년 4월 말 현재 단체협약 해지 사업장은 총 15곳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단협 해지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적 목표는 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 및 개입 원천 봉쇄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측은 2009년 2월6일에 “기존 단체협약은 당 연구원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 및 인사권을 침해하는 다양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음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당 연구원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면서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단협 해지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파탄을 의미하며, 무단협 상태는 노동조합을 기능 정지의 ‘식물노조’로 만들어버린다. 단협이 해지된 상태에서는 임금,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규범적인 근로조건은 유지되지만 집단적인 노사관계의 효력은 상실된다. 예를 들어 유니언 숍 제도, 조합비 일괄공제 대행, 노조 사무실 제공 등 노조활동과 관련된 회사의 채무적 부문을 규정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사라지게 된다. 발전노조의 경우 2010년 5월, 단협 효력 상실 이후 12명의 전임자 전원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통신과 노조 사무실 임대관리비를 비롯한 모든 편의제공을 중단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노사관계 개입이 공공기관에서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는 경영평가제도와 함께 도입된 ‘기관장 평가제’에 있다. 2009년 기관장 평가를 통해 정부는 4명의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17명을 무더기로 경고했다. 공기업의 기관장이 가질 수 있는 노사관계의 최소한의 자율성과 재량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4) 노사자율, 정책방향 무시하는 정부의 일방적 근로조건 결정

정부는 공공기관의 과다한 보수 수준 및 복지후생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등 방만경영을 차단하였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성과가 있었음을 제시한다. 먼저, 기관장?감사의 기본연봉 하향조정, 252개 공공기관의 대졸 초임 인하(평균 15% 인하), 금융공기업(9개)의 기존직원 보수삭감(5% 이상 삭감) 등을 통해 공공기관의 보수수준을 조정하였다. 둘째, 민간기업에 비해 과도한 사내복지기금 출연율을 하향조정하고, 자녀학자금 무상지원을 융자로 전환하는 한편, 주택대출을 시중 금리수준으로 인상하고, 예산을 통한 경조사비 지원을 폐지하였다. 

이상의 조치들에 기초하여 정부는 공공기관의 보수, 직급, 사업구조의 ‘3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2단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준비 중인 ‘개인별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의 표준모델 도입이다. 이들 제도들의 기본 골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별 성과연봉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공기업에 연봉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차등 수준이 미미하고 상위직에게만 적용되는 “무늬만 연봉제”이다. 2009년 기준으로 공공기관들의 동일 직급 내 연봉 격차는 평균 3.8% 수준으로 사실상 연봉제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연봉제의 골격은 △기존 호봉 체계를 없애고, △성과에 따라 연봉이 20~30% 차이가 발생하며, △수당체계도 최소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에 실적 부진자에 대한 자동퇴출제가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봉제의 형식은 플러스 섬이 아닌 ‘제로 섬’으로 공기업의 인건비 총량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경쟁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다. 연봉제 운영방법을 보면 기본연봉은 누적식이고 성과연봉은 비누적식이다.

둘째, 임금피크제의 도입이다. 정부는 각 공공기관별로 임금피크제도 논의가 확산되고 단체협약을 통해 세부 내용을 결정하자, 공기업 전체에 통용될 수 있는 표준모델을 확립하고자 한다. 기본 방향은 “단체협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 연장을 합의하더라도 전체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력 수요와 경력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되도록 하는 방침이다. 이는 임금피크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중간퇴직이나 명예(희망)퇴직 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도록 퇴출시스템을 보완해, 공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계획이다.

이상과 같은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공기업의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에 연동된 임금체계 도입이라는 장점이 지적되는 반면, 공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컨대, 공기업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그 성과가 정부의 정책과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 개인별 성과 산출의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별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할 임금체계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금피크제 표준모델은 고령화 사회에 본격 들어선 우리나라의 정년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와 연동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는 그 동안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며 공무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선호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도 아닐 뿐 아니라 공무원의 정년연장과 비교할 때 형평성도 없다.    

5) “성과급 획득수단”이 된 수익성 중심의 경영평가제도 

공공기관의 평가 도구인 경영평가제도의 위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경영평가제도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는 정부가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을 해임하고, 기관 운영의 인센티브와 자율성을 보장하며, 직원의 성과 보상이 차등적으로 이루어진다. 

공기업·공공기관이 기관의 고유 목적과 역할에 부합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공공기관의 구성원들이 맡은 바의 소임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여부를 판단하고 점검하는 경영평가제도는 시행상의 여러 문제에도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현재의 경영평가제도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현재의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상업 관리적 평가에 치우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수익성, 상업성만을 추구하여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들이는가’의 여부만을 측정해 왔다(김철·김경근, 2009).”거나, “현재의 경영평가제도가 단기 경영성과 창출에 치중되어 있어 각 기관으로 하여금 중장기적 사업 추진보다는 단기성과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게 만들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 2008).”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경영평가제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으며,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 첫째, 현행 경영평가는 그 대상이 공공기관임에도 기업 중심의 경영효율화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의 본래 목적을 존중하고 확장하는 방향이 아니라, 상업적 경영을 강요하여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효율성은 공공성과 함께 병행될 평가 기준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방공사의료원의 경영평가사례를 통해 효율성과 공공성 평가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1년 단위 평가 주기는 너무 짧으며 평가 결과는 성과급 획득 수단으로 변질되어 있다. 경영평가는 1년 단위로 추진되는데, 1년 주기는 평가단이나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면서 평가의 졸속성, 공정성 논란을 겪게 한다. 평가단은 짧은 기간의 작업으로 공공기관의 사업 전반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또한 경영평가가 평가 작업을 통해 공공기관 운영을 개선하는 컨설팅 효과를 도모하기보다는 결과에 따른 사후적 조치에 머무르게 한다.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들도 1년 주기 평가작업에 대한 부담이 크다. 공공기관은 경영평가를 받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경영평가 지원업무를 위해 기관 인력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경영평가의 서열화에 따라 기관들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경영평가가 ‘성과급 획득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상업성 이외에 일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비용 삭감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따라서 기관들 간 반목이 심해지고 평가결과의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며, 평가단에 대한 불신과 함께 평가단에 대한 음성적인 로비, 평가단의 기관에 대한 청탁 등 비생산적이고 탈법적인 문제도 발생한다(박하순, 2005). 이는 어떻게 하면 공적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는 현 경영평가의 근본적인 결함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공기업들 간 최고와 최저 사이 성과급 차등 폭인 ‘기본급’의 300%는 공공기관 구성원의 실적 차이를 보상하는 금액으로는 지나치게 큰 규모이다

 6) 사상 최고의 부채규모… ‘선진화’ 정책 아래 ‘부실화’된 공기업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의 필요성으로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비효율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업의 민영화, 통폐합 등 구조 개편과 함께 인건비 삭감 및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하지만 선진화 정책 집행 2년이 지난 현재, 정부의 목표와는 거꾸로 공기업의 경영상황은 우려할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09년 회계연도 23개 공기업 결산’에 따르면 공기업의 총부채는 213조 20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4%(36조 1,000억 원) 늘어났고, 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고 평균 부채비율도 153.6%로 전년 대비 20.1%포인트 상승했다.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2005년 99조 원이었으나 2006년 119조 원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이래로 3년 만에 두 배가 됐다. 특히 MB정부 들어 2년 만에 공기업 부채가 74조 8,000억 원 늘었다. 공기업 총부채 중 준시장형 공기업 부채는 149조 3천억 원(70.4%), 시장형 공기업 부채는 62조 7천억 원(20.6%)으로 자체 수입액이 낮은 준시장형 공기업의 부채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이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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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의 증가는 정부 정책을 공기업이 대신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토지주택공사(LH)의 2009년 부채는 총 103조 9,614억 원으로 전체 공기업 부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는데, 부채비율은 525.5%이다. 토지주택공사의 빚이 급증한 것은 보금자리주택, 세종시, 임대주택, 혁신도시 추진 등 정부정책 때문이다. 공항철도를 인수하느라 2조 원의 부채가 늘어난 철도공사,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채가 급증한 수자원공사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의 부채 급증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주목된다. 먼저,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잠재적 위험요소이다. 정부 기능을 무리하게 공기업에게 떠넘기다 보니 공기업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는 공기업의 독립적인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빚이므로 국가 채무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공기업이 상환에 실패하면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무관하지 않다.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킬 경우 2009년 말 국가 채무는 580조 원에 달한다. 둘째, 공기업의 부채 급증은 다시 민영화의 촉진이나 공기업 구조조정의 부메랑이 될 위험성이 크다. 공기업의 독립적 의사결정이나 효율성과 관계없이 정부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부채가 증가하였지만, 이에 대한 재정건전화 방안은 어디에서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일부 보수신문들은 공기업의 부채 급증의 해결 방법은 ‘민영화’밖에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공기업의 왜곡된 경영현실은 공기업노조의 경영참여와 시민사회의 개입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더 요구하고 있다. 

4. ‘공공성 강화’ 위한 공기업 개혁의 방향과 과제 

공공부문의 구조 개혁 및 혁신은 세계화 시대 모든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정치 현실이다. 구조 개혁의 방향은 민영화와 통합, 아웃소싱, 재(再)사회화 등 하드웨어 개편에서 지배구조 개편, 민간협력 및 공공서비스의 질 강화 등 다양하다.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모토로 공공부문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민사회 및 노동조합은 민영화 반대와 공공성 유지·확대로 맞서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의 반대는 현재와 같은 공공기관의 현상 유지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공공기관의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의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먼저, 공기업 개혁의 기본 방향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설립 목적과 기능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잡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정치권력은 공공기관을 그 설립 목적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루어왔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 및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되어 왔고,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사업도 자의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 정부의 민영화 중심의 공기업 개혁과 시장 중심의 효율성 강화 방안은 1980년대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었던 정책들이다. 하지만 민영화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고 있으며, 필수기간사업의 민영화에 대한 국부 유출과 서비스 질 저하의 사례는 널리 확인되고 있다.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를 반대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공적 소유 영역으로 지켜져야 할 부분이 있다. 물, 전력, 가스, 의료, 교통, 안전 등 필수공익서비스 및 철도, 공항, 항만, 도로, 환경, 댐 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사적 소유로 이전되어서는 역효과가 더 크다. 우리의 경우 공공성을 상실한 몇몇 기관을 제외하면 더 이상 민영화의 필요성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기업 개혁 방안은 민영화 등 시장 중심의 개혁에서 공기업의 제자리 찾기인 공기업의 ‘공공성 강화’와 이를 위한 ‘지배구조 및 경영 혁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방향에서 제시될 수 있는 공공기관 개혁의 기본 방향과 정책 과제는 [그림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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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본 방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기업의 평가와 감독을 위한 독립기구를 설립한다. 현재 공공기관들은 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정책국이 통합관리하고 있다. ‘OECD 공기업 가이드라인’이 지적하듯이 공공기관의 소유권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해당 업무를 어디에서 관장하고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다보니 공공기관을 지나치게 효율성 중심으로 재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부처의 산업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이를 보완하는 방안은 공공기관의 평가와 감독을 위한 독립기구를 국무총리 산하에 독립적으로 설립하는 것이다. 
재무적 실적 중심의 평가와 심사를 바꾸려면 기획재정부와 같은 재정당국이 아닌 국정 총괄기구인 총리실 직속으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렇게 될 때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는 기능을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공공성 기능을 유지 확대해 나갈 수 있다. 

둘째, 국민일반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운영의 국민의 요구를 담기 위해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의 최종 선정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일정하게 독립적으로 공공기관을 운영·감시할 수 있도록, 운영위원들은 국회의 추천 또는 각 직능단체가 직접 추천하는 자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공적 서비스의 직접 이해관계자인 공공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OECD의 가이드라인은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이해관계 정책이 공기업의 장기적 전략목표 및 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하고,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하거나 근로자나 소비자 대표가 자문기구로서 협의나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과 같은 명확한 이해관계자 정책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