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산별투쟁으로 맞이하는 복수노조시대

노동사회

15만 산별투쟁으로 맞이하는 복수노조시대

편집국 0 3,392 2013.05.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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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7월3일 산별전환가결 금속연맹 기자회견 / 금속노조 ]

금속노조는 2007년 이후 민주노총 내 가장 큰 규모의 산별노조로서 많은 부분에서 한국식 산별노조의 길을 먼저 가고 있고, 이러한 행보는 다양한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예 컨대 정부산하 노동 관련기관들은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지부교섭, 보충교섭 등 교섭구조에 대해 논쟁하고, 중앙교섭의 유용성에 대해 평가했으며, 산별적 방식이 옳다 그르다 등등의 평가와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부조차 각종 질의회시 답변을 통해서 산별적 관점을 반박하고 기업별 노조식 답변이 ‘모범답안’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산별노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노동부도 금속노조에 대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별노조를 이해해야만 금속노조의 사업 방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 산별노조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금속노조

노 동운동 내에서도 금속노조가 가려는 방향과 내용들은 많은 분야에서 연구대상이다. 산별최저임금의 확대 범위와 효용성 등 각 쟁점에 대한 산별노조의 대응 방식은 노동운동 내 논쟁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나 타임오프 관련해 금속노조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는 다른 산별노조 및 연맹 단위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금속노조는 한국형 산별노조의 어느 한 길을 보여주는 전형이자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금속노조가 산별노조의 운동성, 즉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이라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천명하고 이를 실행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노조는 비정규 조직화 및 확대에 당연히 헌신하고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론이 아닌 한 다른 반박의 여지없이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속노조의 실패는 산별노조 전망 전체의 실패와 좌절이 될 수 있고, 금속노조의 승리는 노동운동을 혁신으로 이끄는 명확한 좌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속노조는 ‘매해 임단투를 어떻게 하면 잘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쟁점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산별노조를 잘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중장기적인 쟁점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11년 금속노조의 임단투 방침 및 사업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산별노조의 조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전제가 된다.

제1과제: 15만 산별투쟁과 조직 신뢰도의 복원

현 재 금속노조가 처한 산별적 전망의 가장 큰 난점은 내부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낮은 신뢰 문제다. 지난 2009년, 2010년 금속노조 대의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속노조의 신뢰도는 고작 7~8%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산별적 교섭구조 및 산별투쟁의 현실적 괴리와 긴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무엇보다 산별노조의 민주적 기풍을 세우는 데 주력해 왔던 구(舊) 4만 금속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은 중앙집권적 투쟁과 교섭구조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완성차 4사가 금속산별노조에 가입하면서 그러한 중앙집권적 투쟁과 교섭구조 기풍은 완성차의 기업별노조 방식(연방적 방식)과 긴장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긴장은 특히 지역연대를 수월하게 하려는 산별적(횡단적) 조직 재편, 즉 ‘지역지부 개편’을 둘러싸고 3년 동안 되풀이된 논란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교섭 및 투쟁 과정에서도 괴리와 긴장이 존재한다. 산별투쟁은 ‘시기 집중투쟁’이기도 하지만 ‘교섭구조를 집중하는 투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속노조는 조직 방침을 통해 중앙교섭으로 사회정치적 과제와 요구를 먼저 해결해야, 지부 및 지회 단위 임금 및 노동조건 관련 요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러한 타결방침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앙교섭 타결 없이 지부?지회 타결 없다”는 구호다.

그런데 그로 인한 현실적 괴리는 타결방침은 2006년 가입한 완성차지부들의 교섭 관행과 차이가 있는 것이었고, 이러한 괴리는 기존 중앙교섭 대오와 완성차지부 간 시기집중투쟁이라도 해보자는 방식으로 봉합되었다. 어쨌든 그러한 ‘15만 산별투쟁’은 산별노조가 사회정치적 과제를 놓고 함께 투쟁을 하자는 사회정치적 노동운동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상을 실제 현실 조건이 뒷받침하지 못할 때는 조직 내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기존의 중앙집권적 교섭구조와 완성차지부들의 교섭관행의 해결되지 못한 불일치가 조직 구성원들의 불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15만 산별파업’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해 놓고 실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대단히 높았다. 올해 금속노조 대의원들이 “금속노조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15만 산별투쟁과 교섭”을 압도적인 비율로 제1순위로 응답한 것은 그러한 현실적 맥락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별노조체계에 기반해 각 사업장별로, 혹은 사업장끼리 연대투쟁 등의 방식으로 활동해 왔던 조직들에게 산별적 방식의 필요성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대의원들은 15만 산별투쟁을 통해서 산별노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 부분의 금속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은 산별노조, 단일노조 등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헌신할 자세도 갖고 있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산별노조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기보다 사회운동적 산별노조로 나아가라는 비판적 자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자극을 받고 일어서서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이명박 정권의 파견노동자 확대 정책 분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산별파업 등 금속산별투쟁의 쟁점은 사실 너무도 많다.

금속노조 내외부 조건 모두가 15만 산별투쟁으로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2011년 임단투의 핵심사업으로 “이명박 정권의 노동유연화 저지, 불법파견 정규직화,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15만 산별파업투쟁”을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 완성차지부와 지역지부 간 일정을 맞추기 위해 7월 초 15만 집중파업 및 집중투쟁을 벌일 것이다.

제2과제: 민주노조 사수, 산별노조 강화

복수노조시대는 금속산별에게 많은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함으로써 산별노조의 사업장 개입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복 수노조 창구단일화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노조법 개악이 노리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형 산별노조가 사회정치적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는 산별노조와 민주노조들의 현장장악력을 분쇄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임금 및 노동조건과 직접적으로 무관해 보이는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을 노사관계로부터 분리하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것은 사업장단위 노동자들이 오로지 눈에 보이는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에만 관심을 두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아마도 사용자의 지원 또는 묵인하에 탄생할 제2노조들과 이를 두고 경쟁하게 하려는 노노분열 전략이고, 또한 노동조합을 공장 울타리 내에 가두려는 반정치투쟁 전략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별노조에게 있어 지금 열리고 있는 복수노조시대는 이러한 전략에 대응해, 기존의 전투적인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사회정치적 산별노조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편, 자본과 정부는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강제함으로써 소수노조에게 교섭권과 파업권을 주지 않고 ‘유령노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특히 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 사업장들에서는 노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 소수노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2노조가 사측노조로 세워지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노조다운 교섭권과 파업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는 이렇듯 일정 부분 현장의 통제권 약화, 노조 약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성패와 노동의 대응 결과는 향후 2~3년간의 치열한 현장단위 투쟁의 결과로서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렇듯 복수노조시대는 교섭권과 파업권을 쟁취하기 위한 현장단위 투쟁과 파업을 내포하고 있으며, 물가인상, 인플레이션 등 이명박 정권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영향은 그러한 투쟁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적극적이고 낙관적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산별노조가 복수노조 시대에 명확한 자기 전망을 보여주고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사업장별 투쟁에 대한 이렇다 할 개입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금속산별노조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강화, 결국 신뢰도 회복을 위한 15만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이를 통한 자기 확신과 자신감 회복이 복수노조시대 조직확대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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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26일 현대차 비정규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금속노조 강정주 ]

제3과제: 사회적 임금 및 주간 연속2교대 쟁취

금 속노조의 올해 세 번째 과제는 임금이다. 산별최저임금은 사실 금속노조 내에는 적용되는 사업장이 많지 않다. 그렇지만 산별최저임금 상승 투쟁은 사회연대를 위해 산별노조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한편, 금속노조는 짝수 해에 단체협상을 하도록 맞춰놨기 때문에, 홀수 해인 올해는 거의 대부분 임금교섭만 하게 된다. 현대차를 비롯한 몇 개 지회만이 단체협약 갱신 투쟁이 있을 예정이다.

일상적인 임금인상 투쟁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정부, 자본, 보수언론들이 제조업, 특히 금속노동자들의 ‘고임금’을 공격해 왔기 때문에 임금을 세 번째 과제로 삼는 것에 대해 산별노조 내에도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물 론 실제 임금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산별중앙교섭이기보다는 대부분 지부, 지회교섭이다. 그러나 복지논쟁이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올해는, 임금총액을 늘리는 양적 임금 상승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사회임금 확대로의 전환을 주장하기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은 모두 사회임금 확대 방안들이다.

사실 ‘무상복지 시리즈’는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작품인데, 민주당이 우리 쟁점을 가져가서 자기들 것인 양 하고 있다. 늘 한나라당과 결정적 순간에 화해해온 민주당 역사를 볼 때 무상복지 시리즈의 실질적인 쟁취를 위해서는 진보진영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운동진영은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실천투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금속노조 내부적으로는 성과급 같은 변동성 임금을 줄이고, “압도적으로 높은 기본급 인상”을 따내는 것을 강력히 제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지부에서 성과급을 거부하고 이에 준하는 기본급 인상을 따낸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 임금상승 효과를 누릴 것이다. 기본급 인상은 시급제와 할증률, 고정 상여금, 나아가 퇴직금까지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량이 부족하면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정급 인상은 생활임금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일정 해소할 수 있다.

2011년의 임금 요구는 또한 근무형태 변경 즉,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 2교대제 사업과 연동돼 있다. 생산직의 시급제 임금 체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생활임금을 전제한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하기 어렵다.

정리하자면, 산별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사회연대임금정책과, 변동급을 줄인 고정급 인상 투쟁, 나아가 사회임금 쟁취를 위한 연대 투쟁이 올해 임금 요구의 주요 내용들이다.

금 속노조는 2011년 이명박 정권의 노동유연화 저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15만 산별투쟁을 통해 금속산별노조를 확대, 강화할 것이다. 또한 복수노조 시대에 산별노조를 강화하고,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조직확대 사업을 주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안정적 생활임금 확보와 사회연대임금인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통해 실질적 삶의 개선을 쟁취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