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관계법 시행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노동사회

복수노조관계법 시행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편집국 0 6,126 2013.05.30 09:04

1. 들어가며

지난 2010년 1월1일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개정 노조법’)은 노동조합 전임자의 유급처우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타임오프(Time-off)’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를 그 주요 개정내용으로 한다. 전자의 타임오프에 관한 헌법합치성과 안정적인 제도 정착에 관한 의문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0년 7월1일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다가오는 2011년 7월1일, 우리는 또 다른 개정 노조법의 쟁점인 복수노조관계법의 시행을 맞이하게 된다.

전임자 유급금지와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이 두 가지 내용은 한국 노동조합의 핵심적 설계구조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 리나라 노동조합 형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에서 각 노동조합들이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단위를 넘어서는 노동조합 단위 즉, 노동조합의 연합단체나 총연합단체보다는, 기업단위 노동조합 내부에 많은 역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기업단위 노조의 전임자 확충이 생존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단위 노동조합 내 유급전임자를 확보함으로써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보다 안정적인 교섭력의 대등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설립과 사용자와의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논의되어 왔던 복수노조 허용에 관해서는,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단결형식에 어떠한 제한도 가해서는 안 되고, 나아가 교섭방식을 어떤 유형으로 특징지어서도 안 된다는 분명한 전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러나 현행 개정 노조법의 핵심은 기업단위 노동조합 유급 전임자의 축소를 실시한 이후, 노동조합의 복수화를 허용하지만 실제 노동조합의 단결형식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조합의 교섭을 ‘반드시’ 기업단위로 하도록 하여, 사실상 기업단위를 넘어서는 노동조합의 구성을 현실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을 취하였다. 이와 같은 개정 노조법이 동반하는 변화의 충격은 지난 수십 년 간 유지되어 온 한국의 노동조합 질서를 그 근간에서부터 변화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우리 노동조합운동이 취해야 할 대응방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더 많은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정 노조법이 가져온 변화가 단지 제도의 일부를 변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노동조합, 나아가 노동운동의 질적 변화까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노동조합운동의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논의를 위해, 제도의 변화에 따라 발생되는 몇몇 쟁점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대응 방향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2. 복수노조 관계법의 주요 내용

복 수노조 관계법은 말 그대로 기업단위에서 조직가입 대상이 중복되는 노동조합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한축으로 하고, 다른 한축으로는 기업(사업 또는 사업장)을 단위로 하여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즉 그 노동조합의 조직형태가 기업별 노동조합이든 초기업별 노동조합이든, 그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노동조합의 기업단위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다른 한 축으로 한다. 즉, 기업별 노동조합, 그리고 초기업별 노동조합의 기업분회, 지부, 현장위원회 등 그 노동조합의 유형과 무관하게 기업을 기준으로 교섭단위 단일화를 강제화 한 것이다.

다만,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모든 참여 노동조합이 자율교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자율교섭 요구를 사용자가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노동조합들은 ‘대표교섭노동조합’을 선정하여 교섭에 임하여야 한다. 다만 노동조합들은 이 과정에서 반드시 최대 혹은 과반노조에게 대표교섭노조의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수노조라고 하더라도 노동조합들 간의 합의가 있다면 대표교섭노조가 될 수 있다. 한편, 노동조합들 내부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해당 기업 내 전체 조합원 수(‘근로자 수’가 아님)를 기준으로 조합원 과반수를 차지하는 노동조합 또는 노조 간의 연합 등의 방식으로 단일교섭단위가 된 노조연합이 당연 대표교섭노동조합이 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으면, 교섭에 참여하기로 한 노동조합 중 전체 조합원 수 대비 조합원 비율 10% 미만의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공동교섭단’을 만들어 교섭에 임하게 된다. 여기서의 교섭위원 결정은 1단계로 자율적 결정단계를 두고, 자율결정단계에서 노조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노동위원회가 개입해 위원 수를 결정한다. 여기서 공동교섭단의 대표자는 최대노조의 교섭대표자가 담당한다(자세한 절차는 아래 [표] 참조). 이상과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최초에 사용자가 교섭 개시 공고를 통해 참여 신청을 받은 노동조합에게만 적용되고, 이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조합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미참여 노동조합에게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효력 이외에 다른 단체협약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무단협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chkim_01.gif

개 정 노조법은 이와 같은 노동조합 창구 단일화에 덧붙여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바로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그것이다. 교섭단위 분리는 원칙적 교섭단위(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 분리를 사용자 또는 노동조합이 요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가 이를 판단하여 교섭단위의 분리를 결정하면, 그 때부터는 창구 단일화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용자와 대표교섭노조가 교섭을 진행하면 필연적으로 이들은 소수노조에게 적용될 협약 내용을 포함해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이 경우 소수노조를 위한 교섭사항에 있어 충분한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 노조법은 ‘공정대표의무’를 도입했다. 즉,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고, 이를 위반하여 차별한 경우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교섭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미참여노조의 경우는 공정대표의무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노조 간의 차별이 합리화되는 것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쟁점 등이 남아있다. 

3. 복수노조제도의 주요 쟁점

가. 복수노조제도의 내부적 쟁점


아래에서는 개정 노조법 아래서 도입된 복수노조제도 내부적인 쟁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기업단위 노동조합체제의 강제

개 정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에 따라 그 교섭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는 집단적 노동법의 일반원칙에 근거하여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그 전제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단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법제화함으로써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강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입법 방향은 2000년대 후반기에 들어오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조직형태를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고 있고, 현재도 노동조합의 산별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그 현상의 대립이 발생한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민주노총에게는 매우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8년도 상급단체별 초기업단위 노조 비율로 볼 때 한국노총은 전체 조합원의 61.7%가, 상급단체가 없는 미가맹 노동조합은 67.1%가 각각 기업별노조 소속으로 기업별노조가 주류인 반면,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의 77.6%가 초기업단위 노조 소속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구성 목적, 결성 취지 등과 무관하게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초로 하는 단일창구의 대표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노동조합의 기본기능인 “사용자와의 대화”를 수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결국 초기업 단위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산업별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조합들에게는 더 이상 산별교섭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발생 원인은, 이번의 개정 노조법이 ‘노동관계의 선진화’와 ‘노동관계의 안정화’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고, 나아가 전자의 방향성을 입법 정책적으로 포기한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2) 창구 단일화 결정 절차의 복잡성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최초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창구 결정에 많은 절차가 놓여있다. 더불어 서로 경쟁적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참여노동조합들 사이에서는 그 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많은 시비 거리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아 울러 창구 단일화의 초기단계에서 자율교섭에 관한 사용자의 동의가 특정 노조에게만 이루어져서, 어느 노조와는 직접교섭으로, 다른 노조들과는 창구 단일화를 통한 교섭으로 진행된다면, 이와 같은 교섭이 전적으로 사용자의 교섭전략, 나아가 ‘노동조합 통제전략’ 아래서 이루어지는 셈이 되어, ‘교섭권 평등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들이 무기력하게 초기 교섭을 마친 후 그 다음 교섭에 임할 때까지 상당수의 교섭권 없는 노동조합들은 그 존재가치 자체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상황에 따라 노동조합의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복수노조의 허용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

3) 교섭단위 분리제도와 부당노동행위

교 섭단위 분리제도는 현실적으로 하나의 기업 내에 교섭의 질적 질서를 달리하는 교섭단위들의 인위적 통합이 가져올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순기능적 측면이 존재하지만, 그에 반해 우리의 노동권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정적인 작동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교섭단위 분리는 창구 단일화에 참여하는 노동조합만이 그 신청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도 그 신청권을 갖는다. 즉, 노동조합들은 각 노동조합별로 분리하여 교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도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하여 교섭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예 를 들어보자. 정규직으로만 채용된 사무직과, 정규직 및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생산직이 각각 다른 노동조합을 설립해 놓았는데, 사업장 조합원 과반수에서는 생산직 노동조합이 그 교섭권을 갖는데 반해 정규직으로만 보면 사무직 노동조합이 과반수가 되는 상황이라 치자. 이 경우 사용자가 생산직 노동조합의 정규직 교섭권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 교섭단위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눌 것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하여 결정을 받게 되면, 생산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에 대한 교섭권을 갖게 되겠지만 정규직 조합원에게 적용될 단체협약은 사무직 노동조합이 그 교섭권을 행사하게 된다. 만일 이와 같은 과정이 사용자의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배제의사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주장이 기존 법리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난한 논의를 거치는 동한 노동조합이 그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4) 쟁의권 행사의 단일화

개 정 노조법의 핵심은 창구 단일화를 통해 교섭의 단순화를 이루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쟁의권의 단일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보다 유리한 협약체결을 목적으로 교섭권과 쟁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에서, 창구 단일화는 필연적으로 쟁의권의 단일화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쟁의권의 제한은 현실적으로 소수노조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단 1명의 차이로라도 소수노조가 된 노동조합은 교섭권은 물론 쟁의권도 행사할 수 없고, 합리적 범위 안에서는 차별적 협약이 체결되더라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어서, 이와 같은 무리한 단일화가 과연 노동 3권을 보장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나. 복수노조제도의 외부적 쟁점

이상에서 복수노조제도의 도입에 따른 그 내부적 쟁점들을 살펴보았다고 한다면, 이하에서는 기존 노조법상의 제도가 복수노조제도 아래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노동조합 아님 통보

복 수노조 창구 단일화의 쟁점에서 우리가 꼭 다시 챙겨봐야 하는 쟁점은 바로 ‘노조 아님 통보’ 제도이다. 얼마 전 공무원노조에 대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설립신고서의 보완요구 등)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조 아님 통보가 즉시 사법상의 효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상의 논란이 있겠지만, 최소한 노동조합의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그 분쟁을 처리하는 노동위원회의 기준으로 볼 때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는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 위 제도가 얼마 전 국내의 한 유력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해당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적격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는 경우, 설사 그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조라고 하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다.

2) 노동조합 교섭단위 분리와 제9조 조합원 차별금지

창 구 단일화의 예외조항으로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용자의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우대 혹은 배제의사에 의해 본래의 입법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 또 한편으로, 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비정규직 집단에 대한 분리교섭을 의도한 것이라거나 혹은 그런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노동조합의 ‘평등대우의무’와 관련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즉, 현행 노조법 제9조(차별대우의 금지)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종교, 성별,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고, 따라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그 조합원이 다른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비해 불리한 단체협약의 적용을 예정하여 그 노동조합이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그 러나 노조법상의 교섭단위 분리가 특정 고용형태집단에 대한 차별적 교섭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이는 최소한 노동조합에게는 조합원에 대한 차별의 문제로, 사용자에게는 기간제법 또는 파견법상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의 문제로 이어져 복잡한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3) 사용자의 노조 간 차별행위의 부당노동행위 해당여부

개 정 노조법은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 대해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소수노조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은 노조법 제81조가 금지하고 있는 불이익처우 또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의 불공정대표행위에 대해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다스릴 수 있는가도 장차 중요한 법적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판단된다.

4. 결론을 대신하여: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서 두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복수노조체제의 돌입은 노동조합 운동의 중요한 골격을 변경하는 것으로 상당한 파괴력을 갖는다. 이와 같은 변화는 결국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상당한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그 변화에 적절히 조응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전체적인 재설계는 필수적이다. 역사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노동조합운동의 목적과 방향, 중장기적인 발전방향과 입법적 과제들을 총체적으로 놓고 논의해 나가야 하고, 전체적인 계급적 역관계의 비대칭적 구조 아래서 절대적 열세라는 접을 감안하더라도 새로운 노동운동의 극복방안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가. 경쟁과 차별에 대한 투쟁

앞 서 본 바와 같이 복수노조 체계는 노동조합의 기업 내 복수화와 교섭 일원화를 기본 틀로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노동조합은 즉물적으로 노동조합 간의 경쟁에 휩싸이게 되고, 그 경쟁에서의 승자와 패자는 다시 차별의 우열의 위지를 점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우열의 지위를 탈환하거나 수호하기 위한 경쟁에 빠지는 악순환의 혼돈상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노동운동의 발전적 전망을 세우는 데 전혀 유익할 리 없고, 따라서 노동조합운동은 이와 같은 노동조합 운동 내부의 출혈적인 경쟁과 노조 상호 간 차별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한 내부적 활동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지만, 최소한 총연맹을 단위로 하여 1사 1교섭단위의 원칙을 확인하고, 그 내부적인 노동조합 단위들 사이의 출혈 경쟁을 방지하고 차별적 교섭을 예방하기 위한 노동조합 내부적 방안을 명확히 할 것이 요구된다고 판단한다.

나. 노동조합운동의 초기업화

앞 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행 개정 노조법은 모든 교섭단위를 기업과 그 하위단계에서 설정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우회적으로 노동조합의 초기업적 결성과 유지를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존에 복수노조 설립 제한이 적용되지 않던 초기업단위에서의 교섭 과정에서 산업 또는 업종을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하여 근로조건의 통일을 추구해오던 노동운동의 정책적 방향에 전적으로 반하는 것으로, 산별노조 건설운동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단위 노동운동의 생존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유급전임자 금지와 타임오프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중간허리’를 탄탄하게 지지해 주고 있던 기업단위 유급전임자제도가 근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개정 노조법의 의도된 결과였다고 보고, 그 의도된 바가 연착륙에 성공하게 된다면, 결국 개정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기업화와 기업단위 노동조합의 체질 약화를 병행 추진하면서 전반적인 노동조합의 교섭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실질적인 산별노조의 강화와 이를 통해 산별교섭의 법적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노동조합운동의 기업단위의 안착’은 대안적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정 노조법의 전임자 유급금지 및 실질적인 전임자 축소 상황에서, 기업단위 노동조합의 역량 약화를 대체할 수 있는 초기업 단위의 역량 강화 역시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어서, 결국 노동조합운동의 산별화 추구와 산별교섭의 법제화 추진은 피할 수 없는 노동조합운동의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