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입니다-출범 1년 맞는 청년유니온

노동사회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입니다-출범 1년 맞는 청년유니온

편집국 0 3,071 2013.05.30 09:01

노동조합이 어떤 건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아니 잘 모른다고 답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드는 조직이 아니냐고 변명했다. 우리도 노동자인데, 대부분의 청년들도 예비노동자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몇 개월씩 띄엄띄엄 일을 하고 있는데, 노동자가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지금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노동자인가 아닌가, 라든지 그들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지 따위가 토론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 그러니까 ‘청년노동조합’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이야기는 “너희가 노동운동이 뭔지 아느냐?”라는 말이었다. 결국 우리는 당신들이 말하는 “노동운동”을 잘 알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었다. 노동운동,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수백 년간 한 번도 변하지 않았고 정해져 있는 것이란 말인가?

“너희가 노동운동이 뭔지 알아?”

처 음 청년유니온을 만들려고 했을 때 수도 없이 부딪혔던 상황들이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거창한 고민에서 시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의 삶이었다. 이미 ‘알바천국’이니 ‘알바의 여왕’이니 하는 별명들을 달고 있었던 현재의 청년유니온의 위원장과 사무국장의 삶이었다.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을 나오고서도 매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매달 학자금 융자 빚을 60만 원씩 갚아나가고 있던 한 20대 청년의 삶이었다. 그 당시 우리도 처음 깨달았다. 우리가 이미 노동자가 아닌가?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이것이 노동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왜 사회는 우리를 ‘백수’ 혹은 ‘청년실업자’라고만 부를까?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청년들이 이미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또는 예비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대 청년들에게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게 되었다. 다행히도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수도권 청년유니온’이라는 아르바이트생, 실업자,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져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직접 가보지도 못했지만 일본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너 듣고 관련 자료를 찾아가며 한국에서도 가능한지 여부를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처음 부딪혔던 문제는 ‘기존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당황스러운 말들과 시선이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청년운동, 학생운동의 영역에서도 비판적인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년’과 ‘노동조합’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실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에 주목하고 싶었다. 그들의 절대 다수에게 법정최저임금이 중요한 문제이며 비정규직 역시 청년층에서 비율이 더 높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말 그대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존재들이었으며,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실 한국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고민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지금 청년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조직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청년노동자들의 구체적인 나날의 삶에서 출발한다

2010 년 3월에 청년유니온이 출범하자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언론과 각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한국 사회가 드디어 노동하는 청년들, 노동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명쾌한 ‘이론’이나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론이 먼저 있고 활동이나 운동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요구에 기초한 활동과 운동이 있고 사후에 그것이 이론으로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청년유니온이 집중했던 것은 청년들의 구체적인 ‘노동’의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노동운동에서 주목했던 노동의 영역이 아닌 지금의 청년들의 다수가 경험하고 있는 노동의 영역에 주목하고자 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고민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노동운동이 집중하고 있는 산업과 노동의 문제와 청년들이 많이 괴리되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의 문제는 노동운동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문제다. 알바생들을 노동자로 보아야 하는지도 애매하고, 그들이 워낙 파편화 돼서 일하고, 또 근속기간도 매우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60만 명에 달하는 취업준비생들과 대부분의 청년노동자들에게는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청년들의 노동은 대부분이 3개월, 6개월의 띄엄띄엄 일하는 아르바이트의 성격이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의 다수도 이렇게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실제 청년노동자들의 큰 문제는 ‘사회안전망’에서 굉장히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고용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고 실제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기업에 다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복지의 혜택도 받을 리도 만무했다. 따라서 청년유니온이 주력했던 또 하나의 문제는 고용보험법 개정과 같은 문제였다.

새로운 모델 완성 위해 필요한 건, 비판보다 연대!

1 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청년유니온의 활동은 부족함이 많았다고 평가한다. 가장 부족했던 지점은 청년들의 노동실태와 상황을 이슈화시켜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업종이나 특정 직군에 대한 구체적인 조직화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기본적으로 일반노조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워낙 다양한 직종과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의 2011년 최대 목표는 청년들의 조직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전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법내 노조로서 인정받기 위한 활동에서부터, 청년유니온만의 새로운 교섭방식, 단체행동의 모델을 만드는 것까지 거의 모든 것이 새로운 영역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 런 부분에서 ‘기존 노동운동’(사실 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이나 간부들은 ‘기존 노동운동’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렇게 노동운동을 굳이 나누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도 선배들도 같이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의 도움과 조언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혹자들은 청년노동운동, 청년유니온과 같은 것들이 기성 노동운동을 더 세게 비판하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기성 노동운동이 주목하기 힘들었던 문제들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일 뿐이고, 이것은 당연히도 서로 연대하며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 나가야하는 문제라는 것이 명확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