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 실태와 그 해소방안 모색

노동사회

소득 양극화 실태와 그 해소방안 모색

편집국 0 7,968 2013.05.30 12:15

1. 들어가며

최근 1~2년 사이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 악화 추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부유층·대기업 중심적인 정책에 몰두하던 정부가 반색하고 나섰다. 이 모두가 자신들이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글은 현 정부의 이런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검토해 보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또 우리나라 지니계수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또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은 지니계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고, 더불어 소득 양극화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소할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 보기로 한다.  

2. 소득불평등도 변화 추이와 소득재분배 정책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이탈리아의 통계학자 지니(Corrado Gini)가 창안했다. 이 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또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은 지니계수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학자들은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 집행 이전의 지니계수를 ‘시장소득 지니계수’라 하고, 그 이후의 지니계수를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라 한다. [그림1]은 필자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1979년 이후 우리나라의 근로자 가구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산출해서 그 변화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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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보면 근로자 가구 지니계수가 1987년 이후 개선되었다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7년 이후 개선된 것은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 이후 과다하게 낮은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었기 때문이고,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것은 초대형 기업들이 도산한 중견기업들을 인수하여 비대화된 반면, 실직한 근로자들이 영세소기업·자영업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어 이 부문 과잉현상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무분별한 노동유연성 강화정책도 지니계수 악화를 가속화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사이의 격차가 점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도 목격되는데,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복지재정이 규모는 작지만 점차적으로 늘어나 소득재분배 정책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 정책 관련 예산은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6.9%(2005년)로 OECD 30개국 평균 20.6%의 3분의 1 수준으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심지어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낮은 멕시코의 7.4%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복지예산이 충분하지 못하면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따른 지니계수 개선율도 작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9.7%(2005년)로 25개 선진국의 평균 45.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3. 이명박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 평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1~2년 사이 지니계수 악화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현 정부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의 부유층·대기업 중심적인 정책이 오히려 소득불평등도를 개선시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의 세부내역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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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을 보면 2006년과 2007년 사이 1분위 소득증가액 대비 5분위 소득증가액의 배율이 7.6배에서 9.2배로 증가했다가 2008년 5.7배로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지니계수 악화율 또한 2007년 높아졌다가 2008년 둔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와 현 정부의 정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2008년 1분위 소득증가액 대비 5분위 배율이 개선된 것은 5분위 소득증가세에는 둔화된 반면 1분위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고, 이 시기 1분위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은 노무현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8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전체 근로자 수가 22만 1천 명 증가할 때, 정규직 근로자 수는 47만 9천 명 증가하여, 경제위기 속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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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지니계수가 오히려 개선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표1]을 보면 그 주요 원인이 5분위 근로소득 감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 초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와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져 5분위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1분위의 경우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정부의 추경 편성으로 근로소득 증가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소득불평등 악화를 막아주었다. 요컨대 최근 1~2년 사이의 소득불평등 악화 현상이 둔화된 것은 현 정부의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과거 노무현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한 비정규직보호법이 소득불평등 악화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이다.

또 하나 [표2]에서 주목할 부분은 2009년 1분위의 이전소득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 정부의 감세정책의 부작용이 마침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5. 소득 양극화 해소방안 모색

(1) 감세 철회, 복지지출 확대


정부가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철회하고, 서민들에 대한 복지지출을 늘려 서민경제의 시장수요기반을 넓혀주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한계소비성향을 산출해 보면, 정부가 최고소득층에 1조 원의 감세혜택을 줄 경우 3,500억 원 정도의 소비가 늘고, 최저소득층에게 1조 원의 복지혜택을 줄 경우 1조 원 대부분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내수를 살리고자 하는 정부라면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철회하고, 서민들에 대한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지출을 낭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복지지출이 늘면 서민들의 소비가 늘고, 서민들의 소비가 늘면 자영업자의 매출이 늘며, 자영업자의 매출이 늘면 그들의 소득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2) 복지인력 확대로 저소득층의 고용 창출

영세자영업자 과잉상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의 고용을 늘리려면,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복지인력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선진 21개국보다 16.7%포인트 더 높다. 전체 취업자 2,350만 명 중에서 16.7%인 392만 명이 과잉상태라는 이야기다. 

반면 복지인력 비중은 선진 21개국보다 7.4%포인트 더 낮다. 2350만 명 중에서 7.4%인 172만 명의 복지인력이 과소상태란 뜻이다. 복지인력 비중을 당장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진 못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3) 노동유연성 만능주의 극복, 고용안정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노동 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가 간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필자가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환경보고서」(Doing Business 2004~2008)를 주의 깊게 검토해 본 결과, 이 보고서 어디에서도 이 대통령의 주장이 맞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반대로 이 보고서는 노동의 유연성과 성장률 간에는 특별한 관련이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우리나라와 슬로베니아, 대만, 핀란드, 그리스, 룩셈부르크 등은 노동유연성 순위는 낮았지만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미국, 덴마크, 스위스, 일본 등은 노동유연성 순위가 높았음에도 성장률은 매우 낮았다.

이와 관련하여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8월 「장기적 소비부진의 원인분석」이라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그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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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 회복을 가로막는 핵심요인.
ㅇ 특히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주요 요인.
  - 소비자들은 생애기간 중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질 때 현재소비를 억제.
ㅇ (물론) 고용불안감 해소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포기하고 단순히 고용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 다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과정에서 고용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소비부진이 지속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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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기업 연구소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노동의 유연성에 대한 그들의 강한 집착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과도한 고용불안사태가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주게 될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4) 급진적 개방정책 철회, 개방속도조절론 필요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각국이 고도 성장한 주요 요인으로 ‘점진적인 개방’과 ‘적절한 정부개입정책’을 지목한 바 있다. 모든 개방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개방이 다 좋은 것도 아니다. 경제 수준에 맞는 적절한 개방, 선별적이고 점진적인 개방이 좋은 개방이다. 1996년에 이뤄진 유통업 개방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이렇게 심각한 후유증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선진국들과 달리 조세부담률이 극히 낮고 사회안전망이 극히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급진적인 개방은 영세자영업자의 추가적인 과잉사태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영세자영업자 과잉사태는 한정된 시장에서 그들 간의 출혈경쟁을 가져와,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여력, 연구개발 여력, 인력양성 여력을 소진시킨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여력 등의 소진은 성장잠재력 확충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5)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적절한 규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지나친 확산을 막아야 한다. 대형마트와 SSM의 지나친 확산은 중소상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전체 수입과 소득을 큰 폭으로 줄여놓기 때문에 영세자영업자 과잉사태를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시킨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02년과 2008년 사이 재래시장 매출액은 41조 5천 억 원에서 25조 9천억 원으로 15조 6천억 원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17조 4천억 원에서 30조 7천억 원으로 13조 3천억 원이나 늘었다. 무차별적인 대형마트 진출로 인해 재래시장의 타격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청은 대형마트 영향으로 재래시장 매출이 전국 평균 42.8% 감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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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기업이 직영하는 유통점포에 대한 규제를 영원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이 직영하는 점포와 영세상인들이 운영하는 점포 사이의 경쟁력 차이가 지나치게 큰 상태에서는 무차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6) 대학개혁을 통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북유럽식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을 통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이 높아야 국내시장을 덜 뺐기고 더 많은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핀란드는 대학을 유니버시티와 폴리테크닉으로 절반씩 나누고, 폴리테크닉의 교수들을 현장실무경험이 뛰어난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로 채우는 등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에 박차를 가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대학개혁은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의 소중한 자산을 사장시키지 않고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충실하게 후배들에게 전수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1990년대 이후 각광받고 있는 ‘내생적 경제성장론’에서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현장의 실무교육’을 꼽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과학기술혁명으로 현장의 실무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을 통한 현장감 있는 양질의 대학교육이 가능할 것이고, 당연한 결과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폭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높아지고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