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노동시간 단축 법 시행의 함의와 노동현장의 변화 및 대응

노동사회

실 노동시간 단축 법 시행의 함의와 노동현장의 변화 및 대응

정애경 0 5,412 2018.05.08 05:56
 
실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이 2018년 2월 28일 국회에서 의결된 데 이어, 3월 20일에는 대통령 명의로 공포되었다. 주당 노동시간 상한을 68시간으로 본 고용노동부의 잘못한 행정해석에서 비롯된 장시간 노동 체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정 다툼과 입법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인 제도 시행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연장노동을 포함한 1주간 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이라고 명시한 근로기준법이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는데,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경우 당장 오는 7월부터 시행대상이 된다.
 
주 52시간을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사업장의 노사는 제도 시행에 앞서 근무형태 변경, 실질임금 보존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대응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전해지고, 고용노동부도 노동시간 단축 조기 시행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어떻게 시행을 준비하고 대응할 것인가에 분주한 모습이다.
 
노사정 모두가 제도 변화와 함께 오랜 기간 관행화된 장시간 노동 체제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의 의미와 산업현장에 미치는 효과,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보완대책 및 노동조합의 대응방향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의 의의
 
현 시점은 우리나라의 관행된 장시간-저임금 노동체계의 변화를 위한 제도적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주 40시간을 넘는 휴일노동의 중복할증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적어도 2012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약 5~6년간 지속이 되었고, 국회 차원에서도 2013년 이후 법률개정을 논란이 5년 이상 진행되어 왔다. 2018년 2월 28일 국회는 적어도 노동시간 상한을 둘러싼 해석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2004년부터 법정 노동시간을 주 40시간 단축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던 연장-휴일특근 관행이 14년 만에 정상화 수순을 밟는 셈이다. 앞으로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연장노동은 주당 12시간만 허용되고 주당 노동시간 상한은 52시간이다. 요컨대, 이번 제도개선은 정부의 행정해석으로 관행화된 장시간 노동체계를 법률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법률 개정에서 주 40시간을 넘는 휴일노동에 대하여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게 되었다. 일부 학계 전문가들은 주 40시간을 넘는 휴일노동에 대하여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과 관련해, 앞으로 휴일노동에 대하여 금전보상이 아닌 휴식권 보장차원의 접근이 이루진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물론 입법 논의 과정에서 주휴일, 유급휴일에 일을 시키는 경우 가산수당과 함께 별도의 휴일을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하였으나 법 개정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결국 기업부담을 고려하여 주 40시간을 넘는 휴일노동에 대해서 50% 가산할증만을 인정함으로써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되었다.
 
다음으로, 이번 근기법 개정의 제도적 의의는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던 노동시간 특례 업종 26개를 5개로 대폭 축소한 것이다. 지난 2012년 노사정위원회에서 공익위원 의견으로 채택되었던 기존 특례 업종 26개를 10개로 축소한다는 안보다 개선된 내용이다. 버스운전기사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졸음운전으로 잇따른 대형사고를 야기했던 노선여객운수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로써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적용받던 노동자 453만 명 가운데 341만 명은 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제를 적용받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도변화의 또 다른 의의는 공무원·공공기관에만 적용되던 관공서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한 대목이다. 민간부문에 있어서 법으로 보장된 법정 유급휴일은 근로기준법상 주휴일과 5월 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전부이다. 설날, 추석, 각종 국가기념일 등 우리가 흔히 아는 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휴일로써, 엄밀히 따지면 공무원 및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다. 일반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이를 휴일로 정하고 있지 않다면 본래 유급휴일로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이런 규정조차 없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에서는 공휴일에도 일하고, 휴일 가산임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관공서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 보장하는 것은 법정 공휴일의 확대 및 민간 사업장 내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사업장간의 ‘휴일·휴식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관공서 공휴일의 유급휴일 보장을 계기로 일터의 휴일·휴가 관행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실질적으로 휴일은 휴일로써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은 문제들
 
이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은 앞서 언급한 의의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남기고 있다.
 
첫째, 국회는 이번 입법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적용을 확대하는 논의에 매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이번 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적용대상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무려 57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이들 전부가 주 52시간을 넘는 초과노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상으로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노동시간 적용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향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공휴일조차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그림에 떡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가운데 노동시간 법제나 법정 공휴일 적용에 있어서 해당 업종이나 사업의 특성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이유로 적용을 배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둘째, 특례 업종에 대한 대폭적인 축소에도 특례 업종으로 여전히 남겨진 5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들은 올해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보장받았지만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의 적용이 배제되는 특례 업종의 특성상 남겨진 업종들의 경우 노동시간 규제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과 수상운송업·항공운수업·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보건업 등 5개 업종 112만 명의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5인 미만 사업장과 근기법 특례적용 5개 업종 노동자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700만 명에 이른다. 근기법 개정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적용 제외 또는 예외로 남은 노동자가 적지 않은 만큼 노동시간 양극화를 우려된다. 이들을 제도권 내로 포용하기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연장노동을 포함한 주 52시간제의 조기 정착을 위한 보완대책이 법·제도 개선과 함께 제시되지 않는 점도 문제점이다. 오랜 노동시간 단축 관련 입법 논의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앞둔 사업장들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생산직은 100~20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영업직 또는 사무직 노동자를 합치면 금년 7월부터 시행되는 300인 이상 대상 사업장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이미 다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업장들이 꽤나 많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금년 7월 1일부터 특례 업종에서 제외된 노선여객운수업의 경우 2019년 7월 1일 이전까지는 기존 주 68시간제로, 2019년 7월 1일 이후 52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인력수급 대책이 아직까지 전무한 상황이다. 당장 제도가 시행되면 안정적인 버스운행에 차질을 빗게 된다는 현장의 우려에도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간의 문제의식과 이견조정도 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원인은 실 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가 지연되면서 기존 장시간 노동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디. 이에 장시간-저임금노동체제에 안주하던 노동현장에서는 최장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급작스러운 임금감소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법 개정을 해놓고 제도시행을 늦출 수도 없는 문제이다. 자칫 중소사업장 경영사정을 이유로 제도시행을 지나치게 늦출 경우 실 노동시간 단축의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현실적인 고려에서 최장 주 52시간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관공서 공휴일 민간으로 확대 적용하는 제도개선 논의를 했지만, 이와 함께 산업현장에서 제도를 연착륙, 정착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지원제도 및 실질임금 감소에 대한 보존대책도 마련됐어야 했다. 제도 시행을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과 예산 배정 등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의 불안감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대책 마련이 지나치게 한발 늦어지고 있다. 제도 시행의 출발점에서 효과적인 정부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사업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노동현장의 변화 및 보완대책의 필요성
 
금년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제도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현장에서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하여 노동의 강화를 높이면서 임금보전을 하는 방안이나 교대제 개편 등 근무형태 변경에 관한 노사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2016년 통계를 보면 52시간 초과하는 사업장 비율이 숫자로 118만 명 정도가 추산된다. 최근 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검토되었던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52시간 초과해서 일하는 노동자가 107만 명 된다고 파악된다. 실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게 되면 평균적으로 12.8% 가까이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고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 한국노총 산하 제조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300인 이상의 제조업에서 14~20% 가까이 임금이 줄어드는 곳도 있다고 파악되고 있다. 물론 국제노동기준에 따르면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거나 그 이하로 단축하는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은 임금수준(임금총액)의 저하가 없도록 해야 하지만(ILO협약 47호, 1935년), 노사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휴일노동-연장노동시간의 단축은 노사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관행화된 상시적 장시간 노동 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의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 관행은 정부의 위법한 행정해석에서 비롯됐다는 점, 노사 간 합의로 가능했던 초과노동의 법정한도가 정부의 법 개정에 의하여 갑작스럽게 단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노사가 부담해야 할 연장근로 수당감소에 따른 임금감소 부담과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비용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노동현장으로 제기되는 주된 문제는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하여 지나치게 시간당 노동강도의 강화됨에 따른 어려움, 신규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기존 노동자의 실질 임금보전 방안, 즉 일하는 시간이 줄게 되니 임금감소를 일부 감수한다 하더라도 이에 수반되는 퇴직급여 등의 감소문제 등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등에 관한 것이다. 이제 노동현장도 장시간 노동 체제로 야기된 일과 삶의 부조화, 건강권 위협, 비생산적인 노동과 일자리 창출여력의 훼손 등의 문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적정노동과 적정임금, 일과 가정의 양립과 균형 등 노동자의 행복추구권 관점에서 장시간노동 체제의 극복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도 외면되어서도 아니 된다. 기업의 지불능력 한계와 실질임금 감소로 생활수준의 위축을 초래하는 계층에 대한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오래 관행화된 장시간-저임금 체제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도 시행을 첫 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요구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축척하고 제도 정착이 원활히 이루어지게 되면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서도 제도정착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무환경의 개선도 시급하다. 특히 일할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근간이라는 뿌리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의 경우 장시간 노동 관행의 개선이 시급함에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하여 신규채용 확대, 교대제 개선의 어려움이 야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일부 발표한 지원대책에 따르면 ‘청년고용장려금’을 주거나, 노동시간 단축하면서 신규인력을 채용할 경우 인건비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주가 기존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보전을 할 경우 임금보전액의 40만 원까지 지원을 2년간 하는 등의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대책만으로 제조업 등 근무환경이나 복지여건 등이 취약한 사업장에 신규인력이 제대로 들어오고 노동시간 개선이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우리 산업현장이 장시간노동 체제에서 벗어나 적정 노동시간, 적정임금, 열악한 복지 등이 개선되어야 신규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대기업 협력업체에서조차 현장 실습생이 장시간 노동으로 쓰러지고 산재사고가 빈번한 현실에서, 노동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법 제도 변화에도 현실은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도 도입 추진, 재고해야
 
지난 4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현장의 수요, 외국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로시간제도 확대방안도 함께 모색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청와대의 언급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문제점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발표된 입장이 아닌가 싶다. 현재의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및 유연근무제 확산 논의는 그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OECD국가들처럼 연평균 노동시간 1,800시간 미만인 국가들에서 계절적 수요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제도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 도입 논의는 그 동안 주 60시간을 넘는 상시적인 장시간 노동을 해 왔는데, 갑자기 제도가 주 52시간 상한제로 바뀌니까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활용해 일정기간 주 64시간을 넘는 연속적인 장시간노동을 시킬 수 있도록 어떻게 해볼까 방식으로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현행 제도상으로도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운영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1.5개월은 52시간을 하고 1.5개월은 28시간을 하면 지금 1일 8시간을 넘는 일을 시켜도 연장가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상한 꼼수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계나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여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할 경우 6개월 동안을 주 64시간 장시간노동이 가능해지고 6개월은 주 40시간의 노동을 시킬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상시적 연장노동이 관행되어 있는 상황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될 경우 연속적 장시간 노동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 노동시간이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진 이후에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체제를 실질적으로 개혁하기 위하여
 
이번 노동시간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후진적 장시간-저임금 노동체제의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제도적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 입법과 제도 시행이 장시간 노동 관행으로 초래된 우리 사회와 노동시장의 각종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새 일자리를 늘리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실 노동시간 단축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및 노사정 간의 협의구조의 변화도 요구된다. 특정 업종별 업무 패턴에 맞게 노동시간단축 및 근무형태 개선에 관한 노사정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자동차업종에서 기아나 현대 완성차 업체들이 주간 연속 2교대라는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해당 업종의 1차 밴더, 2차 밴더에서 따라오도록 했을 때 주간 연속 2교대가 자동차제조업 현장에 확산된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해당 업종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대기업-중소기업, 원·하청 기업 간의 노사정 협의모델을 만들어가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향후 중소 사업장에서의 실 노동시간 단축의 제도적 안착 및 노동시간 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에서 소외된 5인 미만 사업장과 여전히 특례 적용으로 남아있는 5개 업종의 노동자들을 고려한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근기법 사각지대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특히 일반사무직, 영업직, 공공기관에서 조차 만연된 장시간노동 문화와 실제 일한 시간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게 하는 포괄임금제 금지 및 남용방지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 법제의 준수와 제도 정착을 위해서 엄격한 근로감독이 실시되어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노동시간 제도의 정상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특히 중소기업 및 저임금노동자들을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2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