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국노총 위원장 김주영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기관지 『노동사회』 200호와 단행본 『한국노동사회구소 30년사』 발간을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의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노동자들은 경제 발전의 과실을 나누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고, 노동이 소외되면서 노동을 연구하는 일 역시 특별한 사명감과 열정, 그리고 헌신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자본과 권력을 등에 업은 경제연구소들이 사용자와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연구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정부의 연구용역에 길들여진 학자들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옹호하며 곡학아세曲學阿世 할 때 노동의 관점에서 노동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해온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계의 소중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노동시장, 노사관계 등 노동의 문제를 다루어 온 『노동사회』 200호 발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와 세미나를 통해 노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으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여성·노동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2계단 순위가 상승한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분야의 의미 있는 연구와 활동을 해 오신 연구자 여러분에게도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의미 있는 변화가시작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편법, 꼼수가 산업 현장에 만연하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재계와 일부 정치권의 공세가 거센 상황입니다.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언제가 될지 기약조차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노동권리 지수에서 최하위 등급인‘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에 해당하는 5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세계 노동권리 지수가 처음 발표되었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참담한 현실입니다.
노동을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그릇된 노동관으로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돈벌이에만 집착한 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한국노총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위해 노동의 문제를 뛰어 넘어 의료와 노후생활, 보육, 교육, 주거, 조세, 사회안전망 등 노동자와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문제를 논의하고자 제안했던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그래서 어떠한 예측도 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노동자의 미래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역시 노동을 배제한 채 기술진보와 산업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이처럼 노동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힘만으로 이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없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앞으로도 노동의 관점에서 노동의 문제를 심도 깊게 연구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한국노총에게도 많은 조언과 대안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노총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함께 대한민국 노동자와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다시 한 번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노동사회』 200호와 『한국노동사회구소 30년사』 발간을 축하드리며,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