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이 곧 예술이다

노동사회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이 곧 예술이다

편집국 0 5,490 2013.05.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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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노동자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세상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직 세상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아진 이유도 그냥 세월이 흐른 덕분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당한 권리도 투쟁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운동을 만들고 파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 ‘별꽃’을 준비하는 우리 예술 노동자들의 내일과 보건 노동자들의 내일이 다르지 않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 산별의 모범으로 우뚝서는 보건 동지들의 마음에 ‘별꽃’이 지지 않는 힘으로 계속 피어나길 바랍니다.” 
- 창작뮤지컬 ‘별꽃’ 연출의 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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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

jini_01.jpg5월 어느 날 소위 민주노총 제2청사를 찾았을 때 보건의료노조 서울지부에서 조합원 교육용으로 기가 막힌 뮤지컬을 공연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만 해도 속으로 ‘조합에서 하는 공연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되바라진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공연에 대한 입소문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고, 지난 6월30일 사회보험노조에서도 여성조합원 교육에 그 공연을 초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가서 보리라 결심하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막상 가서 접한 ‘별꽃’은 “조합원 교육의 신기원이요, 민중예술의 발전된 모습”이라는 소문이 헛소문이 아님을 확인하게 해줬다.

‘별꽃’ 공연을 본 후 채 가시지 않은 감동을 품고서 노래극단 ‘희망새’ 조재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신길동 희망새 둥지를 찾았다.
애초 노래극단 ‘희망새’에 들어온 전국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의 의뢰는 산별에 관련한 공연이었다고 한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주어진 시간은 1개월 반. 2월 말부터 시작된 각 지부 조합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거듭된 창작단 회의, 그 과정 속에서 단순한 선전·선동을 뛰어넘어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조망과 현장에서 살아가는 모습, 생활과 투쟁을 그려내는 창작 뮤지컬 ‘별꽃’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노래극단 ‘희망새’, 민족 춤패 ‘출’, 그리고 ‘우리연극 덧뵈기’, ‘문화예술 청년공동체’ 등이 함께하게 되었다.

공연 시작을 일주일 남겨두고 보건의료 간부들과의 첫 시연회. 창작뮤지컬 ‘별꽃’의 모델이 된 카톨릭중앙의료원(CMC)의 간부는 눈물을 흘렸고, 구성과정에서 산별노조에 관련한 내용이 적다며 불평을 하던 많은 간부들도 시연회를 보고 현장에서 조합원 조직을 다짐하기도 했다고 한다.

6월22일 열린 전국보건의료노조 대의원대회 공연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직접 출연도 했다고 한다. “좋은 공연을 흐렸다”는 악평(?)도 있었지만 “실제 조합원들이 출현하니 생동감이 있어 좋았다”는 조합원이 많았다는 즐거운 에피소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현장의 호흡을 그대로 전하는 새로운 공연문화

창작뮤지컬 ‘별꽃’을 무대에 올린 지 얼마 안 돼, 졸업 이후 처음 무대에 섰다는 우리연극 덧뵈기 객원배우 송희복 군을 병으로 잃는 커다란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함께했던 이들은 먼저 간 이가 지지 않는 별꽃이 되어 ‘별꽃’을 보신 분들의 가슴에 언제나 좋은 배우로 남았으면 하는 말을 잊지 않는다.

“‘별꽃’을 준비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물에 집중하는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운동진영에서 창작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죠. 또 교육 프로그램 같은 현장과 함께하는 새로운 공연문화를 창조하는 것과, 현장의 호흡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고 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 과제입니다.”
- 조재현 노래극단 ‘희망새’ 대표


‘별꽃’으로 새로운 동력을 제공받은 노래극단 ‘희망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다룬 창작극과 평택문제를 다룬 창작극을 준비 중이다. 1993년 첫 울림을 터트린 후 강산이 한번 변했고 <노래패 ‘희망새’>에서 민족가극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래극단 ‘희망새’>로 변화도 겪었다.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단원이 구속되는 탄압 속에서 새롭게 날개 짓을 시작하기도 했다.

예술로 이 땅 민중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 안는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희망새’의 날개 짓이 투쟁의 현장에서 항상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지친 하루 포기하고픈 수많은 시간들 서로의 아픈 가슴도 별꽃으로 피어나기를……”

* 노래극단 통일의 노래 희/망/새 - http://www.heemangse.com/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