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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잡지 ZNet(www.zmag.org/ZNET.htm)에 2월 5일 실린 Zoltan Grossman의 「New US Military Bases: Side Effects Or Causes Of War?」를 필자의 허락을 얻어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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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은 이라크, 소말리아,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의 개입은 침략을 막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며, 테러리즘을 멈추기 위한 '인도주의적' 파견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졌다. 미국이 개입할 때마다,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 해당 지역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지만, 미국의 개입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는 무시했다.
냉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유럽과 동아시아라는 신흥 경제블록과의 경쟁에 직면했다. 미국은 마지막 군사 초강국으로 여겨졌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는 동아시아 경제블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경제력의 몰락에 직면해 있었다. 다시 말해,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전망에 직면했던 것이다. 1990년 이후 미국의 주요한 개입은 '인종 청소'나 이슬람 과격파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이러한 새로운 지정학적 판도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1990년 이후, 미국의 대규모 개입은 이전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지역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남겨놓았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미국 군부는 세계의 전략적 지역으로 밀고 들어가, 이들 지역에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유로 블록'과 '엔 블록'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경제력은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새로운 전략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는 경제적 경쟁자에 대한 균형추이며, 경쟁자들 사이에 지정학적으로 자리잡고 군사적으로 지원 받는 '달러 블록'이 만들어지는 것을 뜻한다.
군사기지를 위한 전쟁
군사개입을 계획할 때마다, 담당자들은 다가올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군사시설을 건설하거나 외국 시설에 주둔할 권리를 확보하는 데 열심이었다. 전쟁이 끝난 다음, 미군은 철수하지 않았고, 이것은 현지 주민의 의심과 적개심을 불러 일으켰다. 새 군사기지는 개입 지원을 넘어, 기지를 항구적으로 설치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새 기지의 설치는 전쟁 자체보다 미국의 전쟁계획 입안자들에게 중요하다. 9·11 테러가 걸프전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다. 걸프전 당시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근본주의 독재정권을 지지했고, 이라크의 세속 독재정권에 반대했다. 하지만, 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만의 여러 나라들에 군사기지를 계속 남겨놓은 미국의 결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발칸 반도와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새 군사기지를 항구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몇 년 후 비슷한 테러 '역풍'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일으킨 모든 전쟁이 미국을 보스니아와 파키스탄 사이에 자리잡은 전략적 요충지의 지배자로 만들려는 음모의 결과라는 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쟁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통해 서쪽으로는 유럽, 북쪽으로는 러시아, 동쪽으로는 중국 사이에 자리잡은 '중간 지대'에 미국이 첫발을 딛게 만들었으며, 이 지역을 미국의 "영향권"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개입 행위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유럽과 동아시아 두 지역에 대한 석유 공급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음모가 아니며, 일상적인 영업 활동일 뿐이다.
걸프전
아랍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애초 약속과는 반대로, 1991년 걸프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미국의 대규모 군사기지를 남겼고, 걸프만의 다른 나라들, 즉 바레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에서는 주둔권을 인정받았다. 또한 걸프전은 터키에 있는 미공군 기지의 필요성을 강화시켰다. 걸프전은 1970년 초반 영국이 물러났던 석유 생산 지역에 대한 미국의 상속권을 완결지었다. 미국은 페르시아만 석유의 5%만을 수입할 뿐이며, 그 나머지는 주로 유럽과 일본에 수출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정확하게 보았듯, 페르시아만에서 미국의 역할은 유럽과 동아시아 경제에 대한 석유 자원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폭격을 계속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석유가 풍부한 군주제 나라들의 잠재적인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미군 기지의 항구적인 주둔을 결정했다.
소말리아 전쟁
1992년∼1993년의 소말리아 개입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른바 "인도주의적인" 개입이 왜 일어났는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미국은 소련이 후원한 에디오피아와 전쟁을 벌이던 소말리아의 독재자 시아드 바르(Siad Barre)를 지원했다. 반대 급부로, 바르는 미해군에게 소말리아의 해군항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이 항구들은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홍해의 남쪽 끝에 있었다.
바르 정부가 전복된 다음, 미국은 잇따른 혼란과 기근을 빌미로 소말리아에 다시 진출했는데, 이때 모가디슈의 군벌 모하메드 아이디드를 반대하는 군벌들 가운데 한 그룹을 편드는 실수를 저질렀다. 영화 '블랙호크다운'(Black Hawk Down)에서 낭만적으로 그려진 모가디슈 전투에서, 미군 18명과 소말리아인 수백 명이 죽었다. 미국은 철수했지만, 결국은 미해군 함정의 아덴 항 정박권을 따냈다. 아덴 항은 홍해에 위치한 예멘의 수도로 2000년에 빈 라덴이 미 구축함 콜을 공격한 곳이다.
발칸 전쟁
1995년 보스니아, 1999년 코소보에 미국이 개입한 명분은 세르비아계가 자행한 '인종청소'에 대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우방인 크로아티아계나 알바니아계가 자행한 유사한 형태의 '인종청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입하지 않았다. 옛 유고슬라비아 영토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모두 다섯 개 국가에 미국이 군사 기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다섯 개 국가에는 헝가리, 알바니아, 보스니아, 마케도니아, 그리고 확장일로를 걷고 있는 코소보 동남부 지역의 캠프 본드 스틸이 포함된다. 미국과 정치적 목적이 늘 일치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토 동맹국들도 발칸 전쟁에 참여했다. 걸프전과 아프간 사태에서 보듯이 유럽연합 국가들이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순한 연대의 발로라기보다는 냉전 이후 새로운 질서의 판을 짜는 데서 완전히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 특히 코소보 사태는 종전 직후 미국이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나토와는 별도로 유럽연합이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무력을 갖추려는 시도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유사시에 중동으로 출격할 수 있는 요충지가 되는 유럽 연합의 동부 국경 지역에 미국이 대형 군사 기지들을 배치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유럽 군대들이 독자적인 행보를 취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아프간 전쟁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은 표면적으로는 9·11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고, 어느 정도 탈리반 정권의 전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은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걸쳐 있어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한, 이 나라는 카스피 해에서 인도양까지 이르는 유노칼(Unocal) 석유 파이프라인을 따라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9월22일 전에 이미 이웃한 옛 소련 공화국인 우즈베키스탄에 병력을 배치했다. 전쟁 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즈스탄,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타지키스탄에서 새로운 군사기지를 사용하고, 기지 주둔권을 활용했다.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그랬듯이, 군벌에 대항해 다른 군벌을 세운 결과 일어난)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고 있는 불안정 상황을 빌미로 이 지역에 항구적으로 병력을 주둔시키려 하고 있으며, 아프간의 새로운 화폐로 달러를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기지들은 카스피 해 주변의 석유 인프라를 보장하는 항구적인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왜 전쟁인가?
워싱턴이 평화적인 길이 열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여러 나라에서 전쟁이라는 방법을 택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인 우선 순위를 고려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1991년 당시 사담 후세인이 이미 쿠웨이트에서 철수하고 있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를 상대로 지상전을 시작했다. 1992년에는 기근을 명분으로 소말리아에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때는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기근 문제가 이미 어느 정도 해결된 시점이었다.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은 랑부이예 회담에서 그가 요구한 철수 조항의 상당 부분을 유고슬라비아가 이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세르비아를 코소보에서 철수시키기 위한 대 세르비아전을 개시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의 항복을 탈리반이 받아내도록 탈리반에게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거나, 역으로 반 탈리반 세력(파쉬툰 지도자 압둘 하크와 같은)들이 독자적으로 탈리반을 전복시킬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바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워싱턴이 전쟁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최후 수단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다 편리한 기회가 전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인 우선 순위는 이러한 국지전들에서 미국이 승전을 선포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1991년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축출했었다면 걸프만 지역 국가들은 당연히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세인이 계속 집권해 있는 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정당화 될 수 있으며, 따라서 걸프만 일대의 석유 지대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프간 침공 이후 네 달이 지났는데도 오사마 빈 라덴과 뮬라 오마르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중앙 아시아와 남아시아 일대에 미국이 군사 기지를 배치하는 것을 편리하게 정당화시킨다. 이 세 사람(후세인, 빈 라덴, 오마르)은 모두 살아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편이 미국에게 훨씬 더 유용하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다.
준비중인 전쟁
이라크는 아버지 부시가 미완성으로 넘겨 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아들 부시가 일으킬 새 전쟁에서 일차 목표가 될 것이다. 미국이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에 놓인 '중간 지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관심은 유일하게 잔존하고 있는 지역 세력이자 걸림돌인 두 나라, 즉 이라크와 그 적대국이었던 이란에 쏠릴 수밖에 없다.
부시는 반 이라크 세력이 북부동맹이나 코소보 해방군처럼 친미 세력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지도 모른다. 또한 이란에 대한 자신의 위협이 이란 내 '온건 중도' 개혁파들에게 힘을 실어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위협이 이슬람 강경파들을 이미 자극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란 또는 이라크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은 상대국이 어느 쪽이건 간에 최근에 막 형성된 이슬람 국가들과의 유대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공평하게 대접하려는 흉내조차 내지 않으려는 부시의 태도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전쟁 전략가들은 소말리아와 예멘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으며, 미 해군 함정을 보내 이 지역 해안을 순시하고 있다. 물론 1993년 모가디슈 사태와 2000년의 아덴 사태와 같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침공 자체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다. 빈 라덴은 소말리아에 미군 기지가 새로 들어서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아이디드를 지원한 적이 있으며, 빈 라덴의 아버지는 역사적으로 저항으로 유명한 남예멘의 하트라마우트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우선 순위는 빈 라덴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빈 라덴의 영향력 축소 문제는 해당 지역 세력의 몫으로 넘긴 채 최우선 목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말리아와 예멘의 항구에 접근할 수 있는 바다 길의 탈환이 될 것이다.
필리핀에 돌아가려는 미군부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국은 이슬람 계열의 모로 게릴라 군벌인 아부 사야프를 분쇄할 목적으로 필리핀 남부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미국은 소규모에 불과한 아부 사야프 그룹을 민다나오와 줄루 군도 일대에서 지난 십 년 간 계속된 모로 봉기로 무력화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빈 라덴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 미 특수부대 '훈련 교관'들이 전투 지역에서 필리핀 군대와 함께 공동 '훈련'을 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200명 남짓한 반군을 상대로 그레나다 스타일로 쉽게 승리를 획득하되, 세계적으로 빈 라덴 세력 척결에 관한 선전 효과를 얻으려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봉기를 진압하는 캠페인이 제 자리를 잡을 경우, 그 목표는 모로나 민다나오 다른 지역의 공산주의자로 겨눠질 수도 있다. 이것은 필리핀 내에서 미국의 다른 주요 목표를 이루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주요 목표라 함은 냉전이 끝나고 화산 폭발로 피해를 입은 후, 필리핀 상원 결의로 주둔권을 잃어 버렸던 클라크 공군 기지와 수빅 해군 기지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다시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런 움직임은 좌우를 막론한 필리핀 민족주의자들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다.
미국이 필리핀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부시의 최근 위협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아시아의 다른 지역 경제가 금융 위기로부터 회복되고 있는 동아시아에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아시아 전역에 걸쳐 미국의 군사적 역할이 커진다면, 이는 점점 강해지고 있는 일본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또한 중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국경 언저리로 조여 들어오는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할 수 있다. 옛 소련 영토였던 키르키스탄 공화국에 들어 선 새 미군 기지는 중국 국경과 그야말로 지척이다(미국의 포위에 대한 러시아의 두려움도 다시 촉발될 수 있다. 비록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쓰도록 하는 편을 택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남미도 손보려
한편 지구상의 다른 지역들도 미국이 주장하는 '테러와의 전쟁' 목표가 될 수 있으며, 특히 남아메리카 지역이 그렇다. 냉전 시절의 선전 논리가 남베트남과 엘살바도르의 좌파 저항 세력을 북베트남과 쿠바의 꼭두각시로 묘사했다면, '테러와의 전쟁'의 선전 논리는 콜롬비아 반군을 석유 매장량이 많은 이웃 나라인 베네수엘라와 한패라고 포장한다. 베레모를 쓴 베네수엘라 대통령 휴고 차베즈는 빈 라덴과 피델 카스트로에 동정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OPEC을 미국에 반대하는 쪽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베즈는 빈 라덴이 제거될 경우 가장 이상적으로 새로운 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아메리카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이슬람 군벌들과 엮일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암암리에 준비되기 시작한 새로운 전쟁일 것이다.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페르시아 만, 소말리아, 발칸 반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으킨 전쟁과, 예멘, 필리핀,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에서의 예상되는 전쟁, 그리고 이라크, 이란, 북한에 대한 부시의 '악의 축' 규정을 살펴보면 공통된 주제가 있다.
군사기지와 석유통제권
최근에 있었던 미국의 군사적 개입의 원인이 석유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군사 개입의 원인 전부를 전혀 채워질 줄 모르는 석유에 대한 미국의 갈증(혹은 석유 이권에 대한 욕심)이라고 볼 수는 없다. 거의 모두를 관통하는 원인은 미국의 군사 기지를 건설 혹은 재건하고자 하는 미국의 욕망이다. 새로 생기는 미국의 군사 기지와 커지는 미국의 석유 공급 통제권은 1980년대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인 힘의 축 이동과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의 절대 강자로서 미국과 소련이 해 오던 역할을 대체할 잠재성을 가진 유럽과 동아시아 블록의 성장을 뜻한다.
지금 미국의 모습은 식민지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지배권이 약화되기 시작하자 군사력으로 이를 버텨보려 했던 로마 제국과 닮은꼴이다. 미국은 경쟁자들이 똑같이 따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곳곳의 새로운 지역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다. 목표는 '테러'를 종결짓거나 '민주주의'를 북돋우는 것이 결코 아니며, 부시는 겉으로 표방하는 이 두 목표 중 어느 것도 성취하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는 토착 민족주의자들이 미국을 몰아낸 지역에 다시 미군을 배치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유럽과 아시아의 석유 공급에 대한 주식회사 미국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 석유가 카스피해 근방에 있건, 카리브해 근처에 있건 상관없이 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 목표 수행에 걸리적거리는 어떤 장애물(종교 군벌, 지역 민족주의자, 적국 정부 혹은 심지어 동맹 세력조차)도 제거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 시민들은 '조국'을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군사 개입을 환영할 것이다. 또는 미국의 경제적 힘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기지를 세우거나 석유 파이프라인을 놓는다고 해도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의 위험성이 명백해짐에 따라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길이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을 미국에 적대적으로 만들고, 불가피하게도 제2의 9·11사태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