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자락에 있는 보건의료노조 건물에서 독자 유지현씨를 만났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인 그는 필자를 만나자마자 여덟 달 가까운 파업 끝에 ‘빈손’으로 일터에 돌아간 카톨릭중앙의료원(CMC) 노조원들 얘기부터 했다.
“1월 24일 구속자 환영의 밤을 했었는데, 조합원들의 표정이 주눅들거나 의기소침하지 않고 밝고 힘차더라고요.”
병 원 측은 해고와 징계는 기본이고, 현장으로 복귀한 조합원들의 부서를 임의로 바꿔버렸다. 조합원들에게 손배와 가압류도 걸었다. 수백 수천만 원 가압류가 있는 사람에겐 별거 아니지만, 없는 사람에겐 이 사회에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먹고 살만한 나라 가운데 파업했다고 손배·가압류를 남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가진 자들의 횡포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만나러 간 사람이나 만난 사람이나 조합원들 이야기에 웃다가 사측과 정부의 짓거리에 씩씩거리다가 겨우 본론으로 돌아갔다.
“노동사회 재미있습니까?”
“아주 잘 읽고 있지요.”
“서로 잘 아는 사인데 솔직히 말해주세요.”
“그래도 되나?”
“하하하!”
“호호호!”
“표 지가 맘에 들어요. 대중적이라고 할까? 노동 서적이라는 데서 오는 ‘과격한’ 이미지를 표지가 많이 순화시키는 것 같아요. 즐겨 읽는 꼭지요? 글쎄요… 아! 1월호부터 이탈리아 노동사가 실리네요. 이것도 기대되고…… 외국 사례를 관심 있게 읽는 편입니다. 산별노조 사례 같은 거 말이죠.”
표정과 말에서 부러 배려해주는 티가 역력하다. 물론 듣고 있으니 기분은 좋다.
“단점은 없나요?”
“내용이 너무 딱딱한 거 같아요. 단위노조 간부들이 주독자층이 아닐까 싶은데 노조 활동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지면에서 자주 만났으면 해요. 글 제목도 어렵게 뽑힌 게 많고요. 좀 튀는 제목으로 못 답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장점과 달리 이런 저런 얘기가 많다. 앞으로는 단점부터 물어야겠다 싶다.
“이렇게 독자를 찾아주니 좋네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노동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거라 생각해요.”
큰 일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해고자 생계비 마련이 걱정이란다. 조합원들로부터 거둔 해고자 기금이 있지만 작년 투쟁에서 해고자가 늘어 힘든 상황이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조합비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이다.
“사진 안 찍으면 안 되요? 간밤에 늦게 들어가 허겁지겁 나오는 바람에 꾸미질 않아서….”
“노동사회는 진실만을 전합니다.”
“정말요? 하하하! 호호호!”
얼굴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남산 자락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