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호법, ‘무능력자’를 향한 제도적 폭력

노동사회

사회보호법, ‘무능력자’를 향한 제도적 폭력

admin 0 4,432 2013.05.12 03:59
 

shlee_02_1.jpg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004년 10월30일 당정회의를 개최해 사회보호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즉, 보호감호제도는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하고 심신상실 및 미약, 약물중독상태 등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치료감호규정은 ‘치료보호법’으로 별도 제정안을 발의,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이 삼청교육대 내의 인권침해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제정해 24년 넘게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사회보호법이 역사적 종말을 고하게 됐다.

‘보호감호제도’, 이 낱말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것은 ‘청송 보호감호소’일 것이다. 청송 보호감호소는 형벌이외에 추가로 보호감호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형벌 집행이 끝난 뒤 보호감호집행을 받기 위해 수용되는 곳이다. 우리가 보호감호제도에 낯설어 하는 그 동안 약 1만 4000여명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인권침해를 당해왔고, 보호감호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다가 맞아 죽기도 하였으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단식 농성으로 호소하기도 하였다. 

 사회보호법의 뿌리, ‘쿠데타’와 삼청교육

사회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는 보호감호제도는 한마디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상습범을 일정 기간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제도이다. 그런데,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바로 보호감호처분의 대상자가 이미 형의 집행이 끝났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라는데 있다. 그 재범의 위험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며, 재범의 위험성을 이유로, 한 사람을 기간의 특정도 없이 막연히 가두어둘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형벌을 선고할 때는 ‘징역 3년’ 등 그 기간을 특정하나, 보호감호를 선고할 때는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다. 7년 범위 내에서 법무부장관이 가출소 여부를 결정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시민사회에서 상습적인 ‘재산범죄’가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이에 대한 국가의 투쟁수단으로 사회방위와 교정이데올로기를 명분으로 내건 보호감호제도가 고안되었다. 보안처분을 처음 도입하여 종래의 형벌 체계를 보충하는 이원적 체계를 제안한 것은 1893년 스위스 형법 예비초안이었고, 이를 최초로 실정법화한 나라는 영국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보안처분제도를 운영해본 결과, 보안처분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대다수는 사회적으로 위험이 큰 성폭력범이나 강력범 등이 아니었다. 대부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이거나 무기력하고 능력이 없는 자들로서 소액의 절도, 사기 등의 경미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불량자들이었고,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큰 범죄인들에 대해서는 통상 장기간의 자유형(보안처분이 아닌 형벌)에 의해 격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영국은 1967년 보안처분제도를 폐지하고 상습범에 대해서는 형을 가중하고 탄력적인 가석방 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보호감호제도를 도입할 때는 이러한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은커녕 최소한의 형사정책적 고려도 없었다. 단지 정치적 의도로, 나찌시대 때 제정된 ‘상습범에 대한 법률’을 참조하여 사회보호법을 제정하였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사회정화’라는 미명 하에 ‘불량배 일제검거에 관한 계엄포고 13호’를 발동하여 전국적으로 6만7백55명을 검거하였고, 이중 3만9천7백42명을 군부대로 강제 이송시킨 후 이른 바 ‘삼청교육’을 실시했다.

삼청교육은 사회의 ‘쓰레기’들, ‘위험할 수 있는’ 자들을 격리·교화시킴으로써 사회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지만, 실은 불법적인 권력찬탈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고 신군부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삼청교육대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인권유린의 실상은 새삼 되짚어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삼청교육의 만료시한이 다가오면서 불안해진 전두환 정권은 교육생들이 곧바로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그들을 다시 장기간 격리시키기로 결정했고, 그러한 의도에 따라 청송감호소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교육생들에겐 보호감호라는 형벌 아닌 형벌을 다시 부과했는데,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법률이 바로 사회보호법이다.

이와 같이 보호감호제도가 당초 국가권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억압의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었기에, 보호감호자에 대한 처분 역시 재사회화에 역점을 둔 것이 아니었다. 이는 일반 수형자에 대한 처우와 동일하게 격리 위주로 진행되었고, 피보호감호자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억압하며 국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과도한 증오심을 심어주는 기능을 하였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작인 조지 허버트 미드는 어떤 정치 지도자가 국민 모두가 혐오할 만한 공동의 적을 설정해 놓고 국민 개개인의 증오 본능을 그리로 유도하면서 자신을 그 전쟁의 선봉에 세워 놓으면, 그는 분명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가가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전두환 정권에서 보호감호제도의 신설 또한 그러한 정치적 맥락 속에 있었던 것이다.  

보호감호제도, “무능력한 것들을 안 보이게 하라” 

태생적으로 이와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던 보호감호제도는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이 인권침해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보호감호제도는 자본주의 사회에 성가신 자들을 일정 기간 눈에 안 보이는 곳에 가두어 사회화의 가능성을 모두 빼앗아버리고, 사회무능력자로 만든 뒤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개인의 문제로 떠넘김으로써, 사회격리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변명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 실태조사」에 의하면, 청송 제1보호감호소 753명과 청송 제2보호감호소 437명을 조사한 결과, 피보호감호자의 학력이 중졸 이하가 71.4%(무학이 6.5%, 초등학교 중퇴가 13.8%, 초등학교 졸업이 20.0%, 중학교 중퇴가 17.5%, 중학교 졸업이 13.7%)로 나타나, 일반인이나 수형자보다 평균적으로 낮았다. 입소 전 직업과 직군을 봐도 생산직, 그 중에서도 비숙련공이나 단순노무자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입소전 자신의 경제적 생활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해본 결과, 가장 낮은 수준인 ‘하’가 4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71.3%가 전반적으로 하층에 속한다고 답변하여, 대다수가 입소 전 생활수준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초로 범행을 저지른 시기가 20세 미만이 68.8%로 비교적 이른 청소년기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피보호감호자 대부분이 사회경제적으로 무능력자들임을 보여준다. 한편, 보호감호의 원인죄명은 사기, 횡령,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절도), 폭력행위 등의 범죄가 92.7%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은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의 절도죄였다. 전형적인 보호감호대상범죄라 할 수 있는 특정강력범죄, 방화 등 매우 위험한 범죄는 7.1%에 불과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보호감호처분을 받는 많은 수의 피보호감호자는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청소년시기부터 누적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수회의 전과가 있지만 단순재산범인 경우가 많으며, 또한 이들의 범죄성향을 사람에 대한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았고 조직화되지 않았으며 피해의 정도도 경미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도의 범죄인들에게 사회적 위험성으로 인한 형법상 상습범가중처벌과 병렬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보호감호를 부과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며 헌법상 과잉처벌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결정하였다.

‘사회경제적으로 무능하여, 사회에 성가신 존재’들을 단순히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생각은, 그러한 존재가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외면한 채 모든 책임을 소외받는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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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감호 대상자들이 수용되는 청송 1,2 보호감호소 ]

형식논리에 빠진 헌법재판소의 판단

둘째, 보호감호는 사회방위를 목표로 하는 바, 사회방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감호자의 위험성은 과장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위험성을 억제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처우마저 용납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호감호는 당초 정권유지를 위해 ‘사회정의’라는 거짓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흉악한 사람’을 만들어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것으로 보호감호는 그 기능을 다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흉악한 인간’들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었고, 그들에 대한 처우 역시 그들의 흉악성, 폭력성을 강조할수록 더욱 억압적일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피보호감호자들은 일반 교도소보다 혹독한 중구금시설에서, 접견, 서신을 제한 당하였고, 가족해체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형식적 직업교육과 학과교육, 열악한 의료현실 속에 방치되어 있다.

셋째,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 금지 원칙은 형벌이건 보안처분이건 명칭을 불문하고 동일범죄에 대해 이중으로 고통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이름이 보안처분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이 범죄인에 대해 고통을 가하는 것이면 형벌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행 보호감호의 주된 내용은 자유형의 내용과 실질적인 차이가 전혀 없다. 따라서, 보호감호제도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보호감호와 형벌은 다같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용처분이라는 점에서 집행상 뚜렷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 “2.6평의 협소한 방에 5명 내지 8명씩을 수용하고 있는 등 그 시설이나 처우방법 등이 열악하여 이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고”라고 판시하면서도, “보안처분의 본질과 목적, 기능에 있어 형벌과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진다는 이유로 이중처벌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실제 집행되는 면에서는 형벌과 보안처분이 동일한데, 형식적인 목적은 서로 다르므로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은, 우리나라에서 집행되고 있는 보호감호제도의 반인권성을 무시한 채 법 형식논리에 빠진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혼란 부채질하는 건 ‘폐지’ 아니라 ‘유지’

이러한 논의를 하다보면, 보호감호제도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듣게 된다. 그리고 사실 많은 나라에서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는 추세이나 일부 나라에서는 보호감호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적, 시대적 배경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보호감호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첫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보호감호제도는, 유럽의 보호감호제도와 출발부터 다르다. 상습범 문제의 해결을 의도한 것이라기보다, 신군부가 삼청교육대에 수용된 사람들을 그냥 내보낼 수 없어 도입한 제도이다. 이는 보호감호와 같은 극단적인 형사정책이 동원될 논리적, 역사적 근거가 부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에겐 독일과 달리 누범이나 상습범 등을 가중처벌하는 특별형법 조항들이 있다. 현재 법원에서는 보호감호제도를 고려하여 형벌을 낮게 선고하고 있는데, 양형 기준을 다시 설정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가중처벌을 하면 된다. 셋째, 형벌일원주의에 의해서도 사회보호법의 목적인 ‘사회복귀 및 재사회화’의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 인권보호라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진지하고 장기적인 교도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의 사회방위수단이다.

보호감호제도를 당장 폐지할 경우 큰 혼란이 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보호감호제도에 대하여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보호감호제도는 법무부가 주장하듯 교육을 통한 사회복귀 촉진이 아니라 장기간 성가신 존재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고, 그렇게 기능하였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행형 정책의 실패와 사회경제적 무능력자를 국가와 사회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고, 그 모든 것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고, 다시는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형태의 제도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