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대중문화를 되짚어본다.

노동사회

2004 대중문화를 되짚어본다.

admin 0 2,631 2013.05.12 03:53

2004년 대중문화계는 90년대의 ‘아이콘’인 서태지의 컴백에서 ‘꽃미남’ 배우들의 병역비리 파동까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영화와 TV 등 영상 쪽은 한류가 하나의 실체로 모습을 드러낸 반면 음반업계에서는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저작권문제 때문에 기술기반 기업과 콘텐츠 생산자, 네티즌 사이에 갈등이 계속 이어진 한 해였다.

bsson_01_2.jpg한류의 부상

소위 ‘한류’ 열풍은 2~3년 전부터 중국의 음악업계와 서구의 대안적인 소규모 영화제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일본시장을 ‘욘사마’로 대변되는 한국드라마가 공략하면서 한류가 하나의 실체로 떠오른 원년이었다. 이전에도 영화 <쉬리>에 대한 관심 등 간헐적인 ‘붐’이 있긴 했지만, 일본에서의 드라마, 유럽에선 예술영화 그리고 중국과 동남아엔 음악 등으로 우리 대중문화가 동시다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말 그대로 ‘단군이래 최초의 현상’으로 보인다.

홍콩의 음반매장에서 우리가요 CD와 영화, DVD가 별도의 섹션으로 전시가 되고 있고 일본의 대표적인 TV 연말프로그램 ‘NHK가요홍백전’에서 까지 우리 배우들을 초대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한류가 결코 우리 내부에서 과장해서 부르는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한류의 ‘시작’으로 해서 좀 더 깊고 길게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한류, 좀 더 깊고 길게 가려면

한국 드라마들이 보여준 대중적인 정서와 감성에다가 그에 버금가는 철학이나 사유가 더해지고 예술로서 창작성도 좀 더 지닐 때가 됐다는 점이다. 문화 분야는 말 그대로 작은 차이가 ‘명품(명작)’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우리의 영상물이 상품을 넘어 작품이 되기 위해선 아직도 독창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겨울연가>를 필두로 아름다운 영상을 뿜어내는 드라마들은 그 시각적 기원과 내용의 발판을 일정부분 일본 대중문화에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 혹은 후지TV의 드라마들이 없이 최근 우리 드라마의 깔끔한 화면이 탄생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와이 월드’로 불리는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가 지니는 기억과 일상에 대한 통찰이 어우러진 독특한 철학을 진화시키거나 새로운 유행 속에 때로는 역발상의 통쾌감을 주는 일본드라마의 핵심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으려는 진지한 시도는 번번이 시청률이나 방송사 사정으로 막혀 버린 감이 있다. 나름대로 독창성을 찾으려 노력한  KBS <알게 될 거야>의 종영과 MBC <단팥빵>의 종영소식은 우려를 갖게 한다.

또한 한류가 단순한 돈벌이나 문화‘상품’이 아닌 영속성을 지니는 문화로 자리 매김할 수 있으려면 우리 스스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 홍콩영화는 말 그대로 ‘화양연화’의 시기를 보냈다. 오우삼의 홍콩느와르는 화약과 피범벅으로 세계시장에서 비디오와 변두리 극장을 석권했고 예술영화에서도 왕가위라는 작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홍콩영화는 쏟아지는 아류작과 과도한 상업성으로 문화보다는 상품으로의 가치에 주력하다가 ‘동방불패’의 위치에서 스스로의 결핍과 탐욕으로 ‘비정성시’의 상황에까지 몰렸다. 우리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튼튼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깊이가 선행이 돼야 할 것이다.

bsson_02_1.jpg음악계는 판권공방으로

음악의 판권에 대한 공방전은 2004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음악저작권 관련 논쟁은 올해에는 음악저작권 관련단체들과 인터넷 관련기업 사이의 갈등에 통신관련 사업과 관련된 갈등까지 가세하며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인터넷에서의 음악파일 교류에 이어 핸드폰을 통한 음악파일 전송이 갈등요소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인터넷사업자가 음악저작권 관련단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음원사용을 제한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역공(?)도 있었다.

지난 3월 LG가 MP3플레이어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을 선보이자 음원·저작권 관련단체들과 핸드폰 생산업체, 통신업체들은 갈등을 키워 갔다. 가수와 음반사들이 5월6일 통신사업자와 핸드폰 제조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삭발식’까지 감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업체 ‘네오위즈’는 6월에 “지난해 9월부터 음악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 측에 이메일과 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10여 차례나 음원사용 허가를 요청했으나 부당하게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음원제작자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고 밝혀,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인터넷 업체가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10월에는 콘텐츠 관련 단체들이 콘텐츠 불법유통이 급증하고 있다며 대량 유포자들에 대한 고발과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음제협은 11월에 P2P 방식을 통해 MP3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프로그램 ‘소리바다’ 때문에 음반업자들의 손해액이 하루 1억원이 넘는다는 주장을 했다. 또한 핸드폰을 이용한 음악서비스 방침을 완강하게 고수하며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LG도 SK 측이 정액제 통합형으로 운영되는 음악서비스 ‘멜론’을 선보이자 11월 중순부터 정면으로 맞선 상태다. 이렇게 큰 사건만 대충 열거해도 산업간 그리고 업체간 싸움이 엉켜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계 판권관련 공방 계속 이어 질 듯

음악 산업은 토마스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으로 음원에 대한 복제가 가능해진 이후 새로운 기술이 생성이 될 때마다 저작권과 관련한 갈등은 계속됐다. 20세기 후반에도 테이프와 CD가 나타나자 잠시 혼란도 있었으나 음반(음악)업계는 기술발달을 기존에 있던 음원을 다시 포장해 대중에게 팔 수 있는 ‘시장확장의 기회’로 여기게 됐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인터넷기술의 발달은 ‘원본 같은 복제’와 ‘무제한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고 시장의 확장이 없는 대중음악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가져 왔다.

초기에 인터넷을 홍보수단으로 적극 사용하던 음악계는 경악했다. 저작권을 지닌 쪽의 입장은 명쾌하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어렵게 만든 창작물을 불법적으로 무료로 사용하지 말고 적정한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대중과 네티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적정한’ 사용료가 얼마냐는 것에 대한 논란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음원을 전달하고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은 갈수록 늘어나고 발전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또 십대들 중심의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음악시장이 지니는 시장규모의 협소와 “사서 간직할 수준의 음반이 거의 없다”는 대중들의 불만에 음악계의 ‘원죄’에 가까운 표절논란과 연예인에 대한 기획사의 불공정 계약, 저작권 개념이 희박한 우리사회의 특징이 더해지면 이 문제는 2005년에도 계속 대중문화계의 이슈가 될 것 같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