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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1) 정규직 노동시장, 과연 경직적인가?
(신화2) 비정규직 증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인가?
(신화3) 비정규직 증가, 노동시장 경직성(정규직 고임금) 때문인가?
(신화4)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의 임금 양보와 고용 유연화가 선행되어야 하는가?
(신화5) 비정규직을 늘리면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는가?
(신화6)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므로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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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1) 정규직 노동시장, 과연 경직적인가 ?
지난 10여 년 동안 ‘노동시장 유연화’가 지배적 담론으로 얘기되고,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적이다’는 전제 아래 정부가 노동정책 제1의 과제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해 왔음에도, 정작 이를 뒷받침할만한 실증분석 결과는 제시된 적이 없다. OECD(1999)의 ‘고용보호법제 경직성 지표’에서 ‘26개국 중 한국 17위’가 사실상 유일한 근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OECD의 ‘고용보호법제 경직성 지표’는 관련 법제를 척도화 하여 비교한 것으로, 경제학적 의미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추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하고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데서 알 수 있듯이 법률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며,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최고(또는 표준)기준으로 작용하지만 유럽에서는 단체협약으로 노동시장을 규율하기 때문에 법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OECD(1999)의 ‘고용보호법제 경직성 지표’는 한국의 퇴직금을 해고수당으로 계산하는 등 척도에 문제가 있다. OECD(2004)가 ‘28개국 중 한국 12위’로 한국의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고 수정 발표한 것은, 이러한 추정 방식 상의 문제점을 일부 수정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2003년 2월 미국의 포브스(Forbes)지는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OECD 20개 국가 가운데 미국, 캐나다에 이어 3위’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다’는 지배적 담론을 뒤엎는 분석 결과이지만, 이것 또한 ‘1년 이상 장기실업자 비중, 단체협약 적용률, 해고의 용이성, 법정 휴가일수’ 4가지 지표를 척도화 하여 비교한 것으로, 경제학적 의미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추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경제학적 의미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가 변동할 때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하게(탄력적으로, 빠른 속도로) 조응하는 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표1]은 오차수정모형(Vector Error Correction Model)을 사용하여, 노동시장, 고용, 임금 각각의 장기 탄력성, (1개월 이내) 단기 탄력성, 조정속도를 추정한 결과이다. 첫째,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OECD 국가 중 1위를 자랑하는 미국보다 크게 높다. 노동시장 유연성, 고용 유연성, 임금 유연성 각각을 장기 탄력성과 (1개월 이내) 단기 탄력성, 조정속도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9개 지표 가운데 8개 지표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 고용의 단기 탄력성만 미국이 높을 뿐이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때 한국의 고용 유연성은 크게 증가했다. 고용의 장단기 탄력성과 조정속도 모두 증가했고, 장기 탄력성은 절대 값이 1을 상회하는 등 매우 탄력적이며, 빠른 속도로 고용조정이 이루어졌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잇따라 제시되자, 최근에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규직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다’는 변형된 유연화론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노동시장도 매우 유연하다.
[표2]와 [그림1], [그림2]는 한국과 미국의 고용, 노동시간, 임금 변동성을 추정한 결과이다. 첫째, 외환위기 이전인 김영삼 정부 때도 한국(0.013)은 미국(0.009)보다 고용변동성이 높았다. 외환위기 이후인 김대중 정부 때 한국(0.023)은 2배가량 증가하고 미국(0.006)은 감소하여, 한국의 고용 변동성은 미국보다 4배가량 높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고용 변동성이 증가했고, 정규직(0.022)과 비정규직(0.036) 모두 미국 노동자(정규직과 비정규직 포함, 0.006)보다 고용 변동성이 높다. 셋째, 노동시간과 실질임금 변동성 모두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대상으로 작성한 매월노동통계조사를 자료로 사용했으므로, 한국의 정규직은 미국의 노동자보다 임금과 노동시간 변동성 모두 높다. 한국의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세계 제1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노동자들보다 극심한 고용불안과 생활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변동성이 높고 그만큼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조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표3]과 [그림3], [그림4]는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과 미국의 고용, 노동시간, 임금 상관성을 추정한 결과이다. 첫째, 외환위기 이전인 김영삼 정부 때 고용 상관성은 한국(0.431)이 미국(0.177)보다 높고, 외환위기 이후인 김대중 정부 때도 한국(0.645)이 미국(0.469)보다 높다. 둘째,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전(0.334)보다 외환위기 이후(0.684) 고용 상관성이 높아졌고, 정규직은 외환위기 이전(0.293)보다 외환위기 이후(0.160) 고용 상관성이 낮아졌다. 그러나 2개월 뒤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해 6개월 뒤에는 0.490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외환위기 당시 정규직에 대한 고용조정이 큰 폭으로 이루어졌고, 정리해고가 법제화되면서 ‘60일 전 사전 통보 의무’가 신설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외환위기 이전에는 월임금총액의 상관계수가 2개월 뒤 0.272였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1개월 뒤 0.278로 시차가 단축되고 미국(0.147)보다 높다. 월 임금총액을 노동시간과 시간당 임금으로 분해하면, 노동시간은 상관계수가 0.729로 미국(0.324)보다 높고, 시간당 임금은 1개월 뒤 상관계수가 0.202로 미국(3개월 뒤 0.146)보다 높다. 경제 환경이 변화할 때 한국의 정규직 노동시장은 미국보다 훨씬 유연하게 조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세계 제1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랑하는 미국 노동자(정규직과 비정규직 포함)보다 고용 변동성, 노동시간 변동성, 임금 변동성 모두 높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극심한 고용불안과 생활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정규직은 미국 노동자들보다 노동시간 상관성, 임금 상관성이 높다. 고용조정이 본격화될 때까지 2개월가량 시차가 존재할 뿐이다.
[참고] 이상의 분석 결과는 노동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2001)”에서도 뒷받침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30대 재벌기업, 공기업, 금융업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종업원수는 97년 10월 156만 1천 명에서 2001년 4월 124만 8천 명으로 감소했다. 3년 반 동안 인력이 20% 감축된 것이다. 인력의 절대 수는 감소했지만, 채용과 이직의 절대 수는 1998년 10월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고용유연성이 크게 증대된 것을 의미한다.
둘째, 노동조합 조직 사업체에서는 97년 10월 85만 9천명에서 2001년 4월 65만 5천명으로 20만 4천명(감축률 23.7%) 감축된 반면, 노동조합 비조직 사업체에서는 10만 8천명(감축률 15.4%)이 감축되었다. 이는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을 위한 인력감축 및 노동시장 유연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여 배치전환 등을 통해 기업의 인력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1997년 10월 이후 2001년 4월 사이에 발생한 사용자 주도 이직(정리해고, 권고사직, 계약종료) 건수는 주요 기업에서만 171만 건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후 3년 반 동안 종업원 총수의 28%가 사업주의 적극적인 고용조정 행위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이직하였으며, 이 중에서 권고사직(명예퇴직 등)이 15.4%, 계약종료가 8.4%, 정리해고가 4.3%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를 실시한 기업에서는 지난 3년 반 동안 전체 인력의 약 1/3 이상을 구조조정 했다. 연평균 해고율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1% 미만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약 7~9%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도, 사업주 주도의 해고는 관철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외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장기근속형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연령-근속 곡선이 가장 덜 가파르고, 장기근속자 비중도 미국보다 낮다. 임금은 경기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기업의 연공적 임금은 외환위기를 전후 하여 관리사무직을 중심으로 하여 크게 약화되고 있다. 경기변동과 기업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실질임금 증가율도 실질부가가치생산성증가율보다 줄곧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995-2000년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다.
(신화2) 비정규직 증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인가?
1960년대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는 노동자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이었다. 1960~70년대에는 비정규직 비중이 계속 감소해 1980년대 초반에는 노동자 4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었다. 그러나 1982년 2사분기를 저점으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서 1986년에는 50%선에 육박했고, 1987년 노동자 대 투쟁 이후 감소하다가 김영삼 정부 때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외환위기를 거친 뒤인 1999년 3월 이후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1980년대 초중반과 1990년대 중반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빠른 속도로 증가했음에도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관심사가 되지 않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임시일용직 비중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1999년 3월에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는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가 노동부문 최대 공약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하자, 국내에서 연구는 일차적으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비정규직 규모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있지 않지만, 비정규직 실태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비정규직 10명중 7명이 저임금 계층, 사회보험 가입률 20%대, 퇴직금·상여금·시간외수당 적용률 10%대’ 등 대다수 연구가 동일한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김유선, 2003d) 이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적정 수준의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비정규직이 급증’한 사실만 주로 인지(認知)된 나머지,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이니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등의 경제 결정론과 시장 만능론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그만큼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증가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생기는데,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온 가설들을 노동시장(노동공급, 노동수요)과 행위주체(기업전략, 노사관계) 요인으로 구분하여 유형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공급 측면에 주목하는 ‘노동력의 인적구성 변화’ 가설이다.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청소년과 고령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면서,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노동력 구성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둘째, 노동수요 측면에 주목하여 세계화와 그에 따른 경쟁의 격화, 수요의 불확실성 증가를 강조하는 ‘경제 환경 변화’ 가설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증가가 불가피한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환경 변화 가설은 수요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한다는 ‘정규직 보호 완충장치’ 가설로 이어지고, 경제 결정론 내지 시장 만능론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이밖에 기술구조와 제품수요의 변화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했다는 ‘산업구조 변화’ 가설도 노동수요 측면에 주목하고 있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셋째, 노동수요 측면에 주목하면서도 행위주체 요인을 강조하는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핵심 노동자층은 유지하되 전통적인 내부노동시장 외곽에 더 많은 노동자를 배치함으로써, 수량적 유연성을 제고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인사관리전략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이러한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의 연장선에 있다.
넷째, 노사관계 그 가운데서도 노동조합의 저항력에 주목하는 ‘노사간 힘 관계 변화’ 가설이다. 핵심 노동자층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기업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목적과 배치된다. 따라서 최근 비정규직 증가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힘이 약화된 데 기인한다는 것이다.(Golden, 1996)
[표4]는 비정규직 증감 요인을 시계열 분석한 결과이다. 역대 정권별로 모형의 설명력을 살펴보면 전두환 정권은 61.9%, 노태우 정권은 88.4%, 김영삼 정권은 87.5%, 김대중 정권은 84.7%이고, 노조 조직률은 계수 값이 전두환 정권 -16.53***, 노태우 정권 -1.03, 김영삼 정권 -2.92**, 김대중 정권 -5.44***이다. 이것은 ⑴ 전두환 정권 때는 시장외적 요인 즉 행위주체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지만, 노태우 정권 이후로는 노동시장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었고, ⑵ 김영삼 정권 때부터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되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시장형 인사관리전략이 확산되었으며,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저항이 강화되면서, 점차 행위주체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으며, ⑶ 노조 조직률 하락은 비정규직 증가요인, 노조 조직률 증가는 비정규직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표5]는 비정규직 증가원인과 관련된 6개 가설을 검증한 결과이다. 횡단면 분석에서는 검증 가능한 3개 가설 가운데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만 지지되고, 시계열 분석에서는 검증 가능한 5개 가설 가운데 노사간 힘 관계 변화 가설만 지지되며, 김대중 정권 때 자기상관(고용관행)이 유의미해 인사관리전략 변화 가설 역시 지지된다. 이것은 비정규직 증가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업의 인사관리전략 변화, 노조의 조직률 하락 등 행위주체 요인에 기인하며, ‘노조 책임론’ 내지 ‘정규직 과보호론’은 사실이 아님을 말해준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증가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는 증거는 [그림6]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차별이 극심하다는 점 이외에, 비정규직 대부분이 임시근로자이거나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트타임이 대부분인 미국, 일본 등 OECD 국가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용직과 임시직, 일용직을 구분하여 조사하는 일본에서 임시일용직 비율을 살펴보면 증가세가 매우 완만할 뿐만 아니라 10%대에 불과하다.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다’는 신화는, ‘정규직 고임금과 과보호 등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비정규직이 증가한다’는 신화로 이어진다. ‘정규직 과보호론’이 사실이 아님은 이미 살펴봤으므로, 여기서는 ‘정규직 고임금론’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Saget(2001)는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20개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높다고 해서 비공식 부문이 증가하거나 고용이 감소했다는 부정적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노동시장 경직성 특히 임금 경직성이 남미 국가에서 비공식 부문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결론짓고 있다.
[표6]에서 (모형1)은 김유선(2003b)이 비정규직 증감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용한 모형이고, (모형2)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법정 최저임금과 정규직(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을 설명변수로 추가한 모형이다. 노조 조직률과 법정 최저임금은 유의미한 (-)이고, 정규직 임금은 유의미하지 않다. 즉 노조 조직률이 증가하고 법정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하지만, 정규직 임금인상은 비정규직 비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시장 경직성(제도) 때문에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기업 또는 시장의 횡포를 제어할 노동시장 경직성(제도)의 결여 때문에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정규직 임금인상은 비정규직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제는 정규직이 아닌 대기업 정규직이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대신 ‘50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을 설명변수로 사용한 (모형3)에서도 정규직 임금은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대기업 정규직 임금 인상 역시 비정규직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밖에 1989년부터 분석한 (모형2)에서 최저임금은 1% 유의수준에서 유의미한 (-)인데, 1993년부터 분석한 (모형3)에서 최저임금이 5% 유의수준에서 유의미하지 않고 10% 유의수준에서 유의미한 (-)인 것은, 1994년부터 최저임금 영향률이 0~2%로 매우 낮게 설정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화4)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 임금양보와 고용유연화가 선행되어야 하는가?
‘정규직 고임금, 과보호론’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의 임금양보와 고용유연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신화로 이어진다. 정규직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점은 이미 살펴봤으므로, 여기서는 정규직 고임금론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정규직 고임금론은 19세기에 풍미한 낡은 ‘임금기금설’의 한 변종이다. 노동자들이 가져갈 몫은 정해져 있는데, 비정규직들이 극도로 낮은 임금을 지급받는 것은 그만큼 정규직들이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임금기금설’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취업자 대비 노동자 비중은 1998년 61.7%에서 2003년 65.1%로 증가했음에도,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4%를 정점으로 2003년 59.7%로 하락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을 떼어간 것이 아니라, 기업주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을 떼어간 것이다.([그림7] 참조)
이에 대해 ‘기업주들이 비정규직 몫을 떼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정규직도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 등으로 비정규직 몫 가운데 일부를 떼어갔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표7]은 노동소득분배율 증감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계열 분석한 결과이다. 실증분석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취업자 대비 노동자 비중과 노조 조직률이 증가하면 개선되고, 경제성장률과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하면 악화되며, 산업구조 변화와 실업률은 5% 유의수준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정규직 임금인상률과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은 10% 유의수준에서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성장론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물이 흘러넘치는 효과(trickle-down effect)로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 자체만으로는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업자 대비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고, 노조 조직률이 제고되고,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해야 노동소득분배율은 개선된다. 1996년까지 증가하던 노동소득분배율이 1997년 이후 하락한 것은,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기인한다. 이에 비해 정규직 임금인상률과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따라서 정규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몫 가운데 일부를 떼어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고 무관심해도 된다는 얘기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대기업 노동자들은 가해자 내지 원인 제공자로서가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거나, 힘이 모자라 정부와 재계가 주도한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확산을 막지 못 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한 정부의 올바른 정책 의지를 기대할 수 없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역량을 갖추지 못 한 상태에서, 이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노동자 계급 내부적으로 통일 단결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에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금호 타이어 등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적극 나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민주노총 집계에 따르면 2004년 9월 현재 단체교섭을 타결한 400개 노조 가운데 136개 노조(34%)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균등대우, 비정규직 임금인상 등에 합의했으며, 사회공헌기금을 사회적 의제로 제기했고, 과거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앞으로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계급적 단결’을 기치로 연대임금정책을 확립하고,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막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신화 5) 비정규직을 늘리면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는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와 기업이 비정규직 증가에 적극적이었던 배경에는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면 인건비가 절감되고 유연성이 증대되어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제고 된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정규직 고용이 기업의 경영성과를 개선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신장섭·장하준(2003)은 한국은행,『기업경영분석』에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인건비 비중을 비교한 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체 인건비 비중은 대폭 하락했지만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다. 실제로 [그림8]에서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1990~97년) 12.6~14.0%에서 외환위기 이후(1998~2003년) 9.8~10.3%로 3~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6.5~8.3%에서 5.5~7.4%로 감소했다. 더욱이 1976년부터 2003년까지 영업이익률과 인건비 비중 사이에 상관계수는 0.085이고, 영업이익률 증가와 인건비 비중 증가 사이에 상관계수는 0.198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 
권순식(2003)은 182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비정규직 비율과 비정규직 인사관리 제도화가 기업의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한 뒤, ‘비정규직 고용은 기업의 수량적 유연성을 증대시키고 노무비율을 감소시키지만, 이직률을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하락시켜, 영업이익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정규직 인사관리 제도화는 기업의 수량적 유연성을 낮추고 노무비율을 높이지만, 이직률을 감소시키고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켜, 영업이익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이익 증대를 원하는 경영자는 가능한 한 비정규직 고용 증대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만약 피치 못해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하더라도 운용에 있어 보다 신중하여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신화6)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므로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야 한다?
2004년 상반기에는 민주노총이 배제된 상태에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므로 비정규직으로라도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림9]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 비율과 실업률, 취업률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상관계수 0.008과 -0.052) 비정규직을 늘린다고 해서 실업률이 감소하거나 취업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실업 문제와 중소영세업체 인력난이 병존하는 등 인력수급구조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양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청년층의 학력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에도 이들의 눈높이에 걸 맞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가 끊임없이 파괴되고, 기업의 고용관행이 경력자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데서 비롯된다. 중소영세업체 인력난은 앞날을 기약하기 힘든 맹목적인 일자리(dead-end job)에 취업하느니 차라리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기를 택한 데서 비롯된다. 사회 일각에서는 청년층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하지만, 인적자본론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눈높이론’은 불합리하다. 더욱이 눈높이를 낮추어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일자리를 갖는다고 해서, 더 나은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옮아가는 징검다리(step) 노릇을 하기보다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함정(trap)으로 기능하고(남재량·김태기 2000), 비정규직 취업 경험은 이후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할 가능성을 높이고 임금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이병희 2002; 전용석·김준영 2004) ‘비정규직으로라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식으로는 결코 청년실업 문제와 중소영세업체 인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때만이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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